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00
지의사 중에 누군가 그렇게 말했을 정도로 소리를 듣고 몰려드는 좀비와 그 좀비 사이로 달려드는 각성자들, 그리고 그 뒤에서 세상 신난 것처럼 노래를 부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어딘가 기획부터 엉망인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바드가 부르는 「즐거운 노래」를 들으셨습니다.』
『체력과 마력 회복 속도가 5% 상승합니다.』
『전투 스트레스 증가 폭이 5% 감소합니다.』
『컨디션이 상승합니다.』
자장면 한 그릇 배달 장난을 쳤다고 총을 갈기는 희대의 망작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이 광경은 다 이유가 있는 거였다.
“저 여자 이름이 시드니라고?”
“응. 그렇다더라. 그리고 클래스는 바드래. 바드. 음유시인.”
“마X노기인 줄. 미친 거 아니냐고.”
지의사들과 이곳에 나오게 된 이유는 시드니라는 저 여자가 부린 이 말도 안 되는 범위의 버프가 고작 화이트 랭크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화이트 랭크에 노래가 닿는 범위까지 모두 버프를 적용 받아. 그것도 퍼센트로.”
“사기네.”
“개사기네.”
…
물론 이런 세상에서 수준 높은 스피커와 방송 장비를 구하는 건 엄청 힘든 일이지만,
“오리할콘 드워프가 방송 장비 제작 중이라던데?”
귀여운 라쿤 [장인]과 달리 과학의 산물인 전자장비에 빠르게 적응하고 그 이상의 것을 제작해내기 시작한 오리할콘 드워프가 있다면 문제도 아니다.
“와. 이제 언데드는 장난감이네. 장난감이야. 장르가 순식간에 바뀌었네. 또.”
“그렇지. 처음에는 아포칼립스 물이었는데, 우리 오빠 덕분에 영지 경영 시뮬레이션이 되었다가 이제는 무쌍 시리즈가 된 건가?”
“와아. 저기 날아간다. 이제 영지민도 특수 좀비인 자이언트를 날려버릴 정도가 됐구나.”
지의사는 각자 태연하게 전장을 구경하며 그런 소소한 감상을 남기고 있었지만,
“오빠?”
“보스.”
난 그 대화에 하나도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 듣고 있어.”
듣고만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 때문에 복잡했으니까.
“녹투오스 할아버지 이야기를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 녹투오스. 그가 만났다는 신적 존재와 그 신적 존재가 녹투오스를 통해 전한 권유를 생각하는 중이었다.
“나쁘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렇지. 이제 지구에 남은 생존자의 숫자가 1억이 안 넘으니까.”
“다른 종족이라고 해도 녹투오스 할아버지 선에서 정리가 가능할 거고요.”
“신기한 종족도 많다던데?”
태연하게 서로 생각을 말하는 지의사의 대화에서 유추했겠지만, 신적 존재가 전한 권유는 [아스가르드]라고 하는 곳에 거주하는 이들을 최대한 받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솔직히 이건 말만 권유지 거의 선택 강요 아니에요? 우리에게 선택할 선택지가 없어요.”
저 말처럼 우리에게 선택지가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선택지가 없는 셈이라는 거다. 그게 내가 고민하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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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어 정신이 좀 없네요.
약을 지금 일주일 동안 먹고 있어서 머리도 멍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뭔가 할 말이 있었는데.ㅠㅠ
보스는 지구를 지배하시려는 겁니까?
202. 보스는 지구를 지배하시려는 겁니까?
이틀 만에 다시 이요한과 만난 녹투오스는 신이라고 확신하는 존재의 말을 전하면서도 송구하고 민망한 마음이었다. 이건 이제는 자신의 차원이 된 지구에 무조건 이로운 조건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종족처럼 전투도 불사할 정도로 적극적이지 않은 이들이 많을 테니까.
“[아스가르드]라는 차원의 피난민을 지구에 받아달라는 거 말이야.”
“네. 영주님.”
대답을 하면서도 이요한의 눈치를 계속 살피게 되고 침묵이 길어질수록 녹투오스는 안절부절못하면서 계속 바지에 손바닥을 비비며 땀을 닦아야 했다.
“그거 말이야. 처음 들었을 때도 생각한 건데 뭔가…이상하지 않아? 녹투오스?”
그리고 이요한이 꺼낸 말과 반응은 녹투오스가 예상하던 여러 가지 것들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어떤 부분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범죄자를 눈에 담으면 심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생각과 과거를 읽는다면서? 그러면 훨씬 더 빨리 그랬어야 하지 않을까? 의심의 단계일 때?”
“그건…….”
그 자리에 있었던 녹투오스는 압도적이고 아득한 존재감에 그런 걸 고민하거나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차원 용병]은 차원 여러 곳의 의뢰를 다니면서 좌표를 안다고 그랬잖아? 굳이 지구일 필요가 있나? 아직 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곳으로 이주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건……. 쉽지 않습니다. 차원의 의지가 새롭게 등장한 종족을 ‘적’ 혹은 ‘몬스터’라고 규정하면 생존 자체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그거야 신적 존재가……. 아니. 됐어. 그러면 마지막. 이게 가장 이해가 안 되는데. 지구에 생존자들이 그들은 반길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인간은 생각보다 굉장히 배척적이고 차별적인 존재라고. 다름을 틀림으로 인정하는 인간이 얼마나 많은데?”
“…….”
“같은 인간끼리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학대하고 죽이는 놈들도 있었다고.”
녹투오스는 그건 어느 차원의 인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인간들이 바글거리는, 그것도 힘을 얻은 인간들이 남은 차원에 그런 종족을 밀어 넣는다? 엄청 차별을 받을 텐데? 무엇보다 현시점에서는 그런 차별이나 취급에 어느 정도 정당성이 붙어. 알지? 전시잖아. 전시에 적이 될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종족을 대규모 아군으로 받아들인다? 적극적으로 패배하겠다는 건가?”
“어디까지나 권유입니다. 영주님. 정 내키지 않으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여러 부분에서 설명이 필요한 의문이었지만, 녹투오스가 일단은 가장 먼저 거절이라는 방법이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 양반아. 그게 가능하겠냐고. 무려 신적 존재라며.”
얼핏 듣기로 지구의 의지와 다른 존재인 것 같았다. 더 정확하게는 지구의 의지보다 상위의 존재라고 할까?
어떻게 알았냐고? 이요한이 녹투오스에게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그분이?!!]반지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군주 에고가 화들짝 놀라면서 자신도 모르게 반응했다가 지금까지 조용히 하고 있다. 불러도 대답이 없고, 이 악물고 모른 척 하는 중이랄까?
자리를 비운 거 아니냐고?
‘어이.’
[…….]이렇게 티가 나는데?
‘자리를 비우긴 개뿔. 그리고 저 말줄임표는 뭐냐고. 미쳤냐고. 진짜. 어휴.’
[…….]‘너한테 한 말 아니야. 낄끼빠빠하자.’
이요한은 누가 봐도 티 나게 모른 척 하는 놈에게 면박을 주고 다시 녹투오스에게 집중했다.
“그게 거절할 수 있는 권유 종류였으면, 수 많은 직장인들이 주말 아침부터 등산 따위를 끌려가는 일이 없었겠지. 할아버지.”
유다연의 말에 여기 저기서 피식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예? 등산 말입니까?”
“아냐. 무시해. 일단 받긴 받을 거야. 녹투오스와 조인족 같은 이들이라면 환영이니까.”
이요한의 말에 녹투오스의 얼굴은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미소가 진하게 그려졌다.
“그래도 다 받을 수는 없어. 이해하지?”
“저 역시 전부 받아들이는 건 반대입니다. 절대로.”
“좋아. 내가 고민을 좀 해 봤는데. 이러는 게 어떨까 해.”
“경청하겠습니다.”
“일단 거기서 오래 살았다고 했지? 녹투오스와 조인족은?”
“그렇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추천을 받겠어. 녹투오스 자네뿐만 아니라, 조인족 전체에게. 특히나 여성체 같은 경우는 오페라가 더 잘 알겠지. 안 그래?”
“그렇습니다.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응? 뭐가?”
“온전히 저희의 안목과 판단에 맡기시는 거잖습니까?”
“그건 당연하지.”
“당연…합니까?”
“그동안 옆에서 내가 하는 일을 봤을 거 아니야?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고. 전문가에 전문 분야를 맡기는 게 당연한 거고, [아스가르드]에서 수백 년을 살았다며? 그럼 그곳 전문가는 당신이지.”
“…예.”
녹투오스는 그때 확실히 느꼈다. 믿음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황홀한 일인지를.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강하고 높은 지위에 있는 존재에게.
“아! 그리고 추가로 하나 더. 추천하지 않은 이들도 일단 다 받을 거야.”
“예?”
“그대로 두면 리치 군주나 [심연] 측으로 돌아선다며? 일단 다 받아서 세 부류로 나눌 거야. 추천을 받은 그룹, 추천을 받지 않은 그룹, 그리고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를 받은 그룹.”
“아! 그럼 저희는.”
“그래. 추천도 하고, 경고 딱지도 붙여야지. 바쁠 거야. 소릭스 일족은 당장 그것부터 해.”
“네!”
녹투오스가 자리를 박차고 서둘러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동시에 일어나 혼란스러운 머리를 차분히 정리하고 있을 때,
“오빠.”
유다연이 말을 걸었다.
“응.”
“그 사람들? 피난민들? 오면 어디서 지내게 하려고요? 숫자가 적지 않던데요? 천만 단위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 그거.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우리도 회의를 해야 해.”
“우리가요?”
“영지에 받아들이지 않으실 생각이시군요? 보스?”
역시 올리비아가 바로 핵심을 집어냈다. 맞다. 난 저들을 영지 안에 받아주지 않을 거다.
“다들 이번에 영지에 방문한 생존자들 봤지?”
“네.”
“엄청 많이 왔더라고요. 순간 여기가 전주 한옥 마을인줄.”
“아아? 우리도 한복 대여 서비스 할까?”
“오?! 한복이 있어?!”
“없지. 장인 클래스분들에게 부탁하면 되지 않을까?”
“오오오오오! 나! 나나나! 내가 처음으로 입어볼래!”
…
난장판이구나. 그러나 이요한은 그걸 뭐라고 하지 않았다. 지의사들이 이러는 이유를 짐작하기 때문이다.
마스터 클래스.
블루(Blue) 랭크에 오른 이후부터 달라진 시각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본능이 생존으로 치우쳐 여유가 없었다면, 블루 랭크에 오른 뒤에는 보는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이 우리 영지를 방문할 수 있게 되었어. 그렇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앞으로.”
이요한이 이 회의를 소집하기 전에 괜히 시드니와 로버트라는 부부가 사냥하는 곳에 지의사를 데리고 다녀온 게 아니다. 바드라는 특이 클래스를 보여주려는 단순한 의도만 가졌던 게 아니다.
“시드니.”
“아! 이민! 이주하려고 하겠네요!”
“맞아. 누가 보더라도 우리 영지는 훨씬 살기 좋고, 편하고, 안락하니까. 그렇게 되면 기존의 쉘터는 어떻게 될까?”
“점차 인구가 줄어든다?”
“맞아. 그러니까 이 난리가 나기 전에 수도권 인구 밀집 현상과 농촌 상황과 비슷하게 된다는 거지. 문제는 그렇게 되면 쉘터 각성자가 쉘터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거야. 쉘터는 유지비가 들어가는데, 세금을 내야 할 생존자가 줄어드는 거니까.”
“으윽. 잠깐 설명을 들었을 뿐인데. 머리가……. 교수님. 수강신청 변경해도 될까요?”
“응. 안 된단다.”
“칫.”
기습적인 유다연의 헛소리를 부드럽게 받아 넘기며 무시해줬다.
“오! 오라버니! 방금 태극권 영화에 나오는 그 사람 같았어. 무당파! 다연의 헛소리를 부드럽게! 이화접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