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01
이런 말을 하는 여자가 중국인이거나 한국인 하다못해 동양인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누가 보더라도 전형적인 미국 미녀 스타일의 도로시라는 게 아이러니다.
“됐고.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생존자가 유토피아로 이주하는 걸 막을 명분은 뭐 없지. 내가 필요할 때 [텔레포트 게이트] 설치하고 이제 끝났으니까 쓰지마라고 하는 건 너무 양아치잖아? 그리고 내 클래스인 [대영주]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이주자가 많아지는 건 이득이야. 물론 우리 영지 기준을 통과해야 하겠지만.”
“그럼 결국 쉘터는 사라지게 되는 건가요? 그럼 [텔레포트 게이트]는요?”
“그건 나중 문제. 쉘터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결국 쉘터에서 생활하는 ‘거주민’이라는 결론이 나지? 쉘터에서 생활하는 인구만 존재하면 쉘터 각성자는 자신의 쉘터를 유지할 수 있고, 우리는 기껏 이어놓은 [텔레포트 게이트]를 따로 어쩌지 않아도 돼.”
“아! 그, 그! [아스가르드]?!”
“그래. [아스가르드]에서 오는 피난민을 쉘터에 뿌릴 거야. 녹투오스에게는 세 부류라고 했지만, 정확하네는 다섯 부류야.”
“다섯이요?”
“응. 녹투오스 일족의 추천을 받은 이들 중에서 저번 사보타주에 참석한 이들. 그들은 영지민으로 받아들일 거야. 이걸 녹투오스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영지에 받아들이는 피난민들을 그만큼 까다롭게 고르고 싶어서고.”
“머, 머시써……!”
“…큼. 그리고 녹투오스 일족의 경고를 받은 부류는 [엘븐나이츠]에 심층 면접을 봐야 해. 통과한 부류와 통과하지 못한 부류. 이렇게 다섯이야.”
“점점 뒤로 갈수록 영지에서 멀어지는 건가요?”
“그렇지.”
꼬박 이틀이 넘도록 고민하면서 내린 결정이다. 지구의 의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신적 존재의 권유는 이미 권유가 아니다. 그러니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왕 받아야 한다면? 누구 누구 고르지 말고 일단 다 받는다. 이왕 받을 거.
대신 관리는 빡세게 한다.
“그럼 피난민을 받아들일 쉘터 각성자는요? 걔들이랑 같이 살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영지민으로 받아줘야지. 우리 영지에도 있잖아? 쉘터 클래스 각성자들.”
“보스.”
“응?”
“그렇게 되면……. 거의 모든 쉘터가 보스의 의지 아래 놓이게 됩니다.”
올리비아는 시린 빛이 뿜어져 나오는 눈으로 나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은 올리비아의 분위기에 장난스럽게 들떠 있던 주변 분위기가 서늘하게 가라앉는다.
“보스는 지구를 지배하시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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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주말 잘보내고 계신가요?
감기 조심하세요. 저는 몸이 엄청 많이 나아졌습니다.
어휴. 이제 좀 살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작전명, 느그 집엔 이런 거 없지?
203. 작전명, 느그 집엔 이런 거 없지?
“보스는 지구를 지배하시려는 겁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진지한 올리비아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그렇게 묻게 됐다.
“그렇다면…….”
올리비아는 잠시 뜸을 들이며 무언가를 계산하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허공을 끄적이다가,
“가장 먼저 기호 식품을 관리해야 합니다. [고급 자판기] 통제를 시작하시죠. 보스.”
라는 답을 내놓는다. 진지하게.
“…보통은 그런 거 하지 말라고 말리지 않아?”
“왜요? 보스 정도면 이제 왕처럼 군림하고도 남죠. 지배? 군림? 정복? 쌉가능입니다. 보스.”
“쌉가능은 또 어디서 배워 가지고. 어휴. 됐어. 정복은 염병. 안 해.”
“왜요오오오? 지구 군림! 왕정복고! 완전 재미있을 것 같은데! 현실판 문명!! Our words are backed with NUCLEAR WEAPONS! 순순히 금을 넘기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딱! 보스도 패왕 간디 모드로 가는 겁니다! 크으!”
돌겠다. 진짜. 어지럽다. 어지러워.
“문명빠순이였어? 그리고 중간에 은근슬쩍 영어 대사 그거는 문명5도 아니고, 문명1에 나오는 대사 아냐? ‘우리의 말을 핵무기가 뒷받침해주고 있소.’ 이거. 핵 있으니까 까불면 던진다? 이런 뉘앙스로?”
“맞아요!! 오오오! 보스도 문명 좀 아시는구나~. 지금, 가지러 갑니다. 옥수수와 함께 찾아온 유혈사태의 기적!”
“돌겠네. 진짜.”
미쳤냐고. 지금, 가지러 갑니다? 그게 뭔데!!
“일단…….”
“신녀님의 주인님인 영주님!”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오늘 영지 순찰을 맡은 [엘븐나이츠] 3조장 노아가 들어왔다.
“왜? 씹덕 백인 양키 놈이 또 사고를 쳤나?”
휴식의 날에 도착해서 ‘노아 짱을 내놓으라능’ 이 지랄 염병을 떨던 ‘플레이어’놈이 주로 사고를 칠 때마다 노아가 저렇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들어와서 어쩌냐고?
“제발. 내가 그 고블린 같은 놈의 대가리에 화살을 한 방만 박게해주세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발. 한 발이면 됩니다! 실수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신녀님의 주인님인 영주님!”
보통 이런 식이다. 하지만 노아의 얼굴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평소와 확연하게 다른 감정이 보였으니까.
“신녀님의 주인님인 영주님!”
“그것 좀 줄이면 안 돼?”
“안 됩니다! 신녀님의 주인님인 영주님의 주변에 여우들이 많아서! 아! 그게 아닙니다! 신녀님의 주인님인 영주님! 지금 영지에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이한 일?”
“네! 각성자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 내가 잘못들은 건가?
“각성자?”
“네!”
“각성자야 원래 생기는 거잖아? 왜 그래? 노아. 어디 아픈 거야?”
“아! 아아. 제가 설명이 부족했군요. 그, 그, 소피아님의 그……. 아! 펠리타 교인 중에서 신성력을 다루는 이들! 그들이 각성했어요!”
“…엉?”
사실이라면 이건 단순히 기이한 수준의 일이 아니다. 나를 비롯한 지의사들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할 정도로 사건이었다.
*
언젠가 이요한은 말했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공정하다고. 지구의 무엇과 비교하더라도 말이다.
후에 후천적 각성자라고 불리게 될 이들의 등장은 그런 이요한의 주장이 사실에 한없이 가까움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이요한의 영지민 중, 각성하지 못하는 이들은 정말 애매하고 약간은 안타까운 사람들이었다.
엄청난 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착하고 선하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 멸망이 벌어지기 전이었다면 조금 얌체 같이 행동하는 수준이나 기분에 따라 좋은 일을 하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영지민을 받아들이는 낮은 기준은 통과하지만,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정한 기준인 ‘선한 사람’이라는 기준은 통과하지 못하는.
“각성자가 되는 이들은 모두 신성력을 발현하는데 성공한 이들이라고?”
“맞아요~. 영주님~. 제가 뭐랬어요? 영주님을 신으로 하는 종교! 엄청 좋죠?”
그들 중에서 각성자가 아님에도 신성력을 발현하는데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은 신앙 스탯이 90을 초과하는 이들이다.
신앙 스탯이 90을 초과하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단하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이요한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배신하지 않는 자신을 ‘신’으로 믿는 광신도가 생겼다는 건 의미가 남다르다.
“이게 왜 진짜지?”
“저는 좀 알 것 같아요. 영주님.”
카르마, 그러니까 업(業)이라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다. 각성하지 못한 영지민 역시 당연히 카르마를 쌓고 있었다. 멸망이 시작되고도 시간은 변함없이 흘러 1년에 가까워지고 있었으니 적지 않은 카르마가 쌓였을 거다. 물론 사냥하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소피아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요한 역시 그녀의 짐작이 어떤 내용인지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본래는 카르마 포인트의 기준에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이 영지에 머물면서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면서 선업이 쌓여서 기준을 통과하게 됐다?”
“네! 분명히 그거예요! 카르마 포인트가 정한 기분은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변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변한 건 우리 사랑스러운 신도들이죠.”
“음.”
신성력을 발현하는데 성공한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이 뭐였는지 떠올린다.
‘자발적인 경계 근무. 소소한 외상 치료. 좀비 처치인가? 하나 같이 선업이 쌓일 만한 일들이네.’
“일리가 있네.”
“그렇죠? 그렇죠?!”
소피아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새롭게 각성하게 된 이들보다 더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다가 각성이 끝나고 깨어나는 이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어? 성녀님?”
“내가 왜?”
“설마, 저 지금 각성한 겁니까?”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누군가 그렇게 물었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소피아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흑.”
“아아…….”
…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훌쩍이는 소리를 시작으로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눈물을 쏟아낸다.
온갖 감정이 휘몰아친다. 내가 이들이 섬기고 믿는 신이기에, 그리고 그런 믿음을 토대로 신성력을 개화해내는데 성공한 신성 스탯이 높은 이들이기에, 그 감정이 고스란히 그리고 온전히 느껴진다.
후회. 희망. 안도. 기쁨. 감사. 믿음. 회한.
왜 아니겠나.
멸망 이후, 각성자가 되지 못한다는 건 단순히 생존의 문제나 강해질 수 없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몇 번 말했지만, 카르마 포인트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건 지구의 어떤 시스템보다 냉정하고 엄격한 기준에서 탈락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인생 헛살았다.’ 같은 낙인이 찍히는 셈이다.
우리 영지에서 신성력을 발현하는데 성공한 이들은 딱히 그런 눈총을 노골적으로 주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본인이 느끼는 감정은 다를 거다. 인터넷에 달리는 댓글에 ‘방구석 좆문가’ 같은 댓글이 달려도 발끈하는 판인데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영주님.”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해병대 스타일로 머리를 짧게 자른 백인 남성이었다.
“이름이……. 아. 데이비드였지?”
“기, 기억하고…….”
“응? 당연히 기억……?”
“영주님이 내 이름을 기억하셨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두 팔을 번쩍 들고 만세 자세로 그렇게 소리를 친 데이비드 블랙은,
“아아아!! 신께서 내 이름을 기억해주셨어!”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더니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거 보라고. 내가 이상하다고 했지? 인간이 무슨 신이야.’
내가 이런 뉘앙스와 감정을 잔뜩 담아 소피아를 노려보는데,
“헤헤. 영주님! 정말 대단하세요!!”
소피아는 오히려 잔뜩 신이 나서 자랑스럽다는 눈빛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총총 달려와 내 팔을 끌어안으며 잔뜩 칭찬의 말을 쏟아낸다. 팔에서 느껴지는 육중하고 탄력적인 감각이 나쁘진 않지만,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다들 너무 우는데?”
“괜찮아요. 그리고 영주님! 축하해요!”
“축하? 무슨 축하?”
“이제 더 맹목적으로 영주님을 믿는 이들이 늘어날 거예요! 폭발적으로오!!!”
“왜?”
“왜는요. 지금 각성이라는 차원의 선물을 받은 이들의 공통점을 보시라고요!”
“신성력 발현?”
“아니죠. 그 이전에 신실하고 열성적인 펠리타 교인이죠. 영주님의 화법으로 표현하면 신성 스탯이 91 이상인!!! 그럼 이제 어떻게 되겠어요?”
“더 열심히 믿는다?”
“아니죠. 아니죠! 눈을 가리고 귀를 닫고 믿음에 온몸을 던지게 되는 거죠!! 이름하여 맹신(盲信)! 그리고 광신(狂信)!!!”
“…그거 안 좋은 거 아니야?”
“네? 왜요?”
“응? 왜……라니?”
보통 ‘맹신하다’, ‘광신도’ 같은 표현이나 단어는 어감이 나쁜 쪽이잖나?
“다른 종교인들이나 우리 종교를 모르는 이들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지만! 우리는 전혀 아니죠! 배신할 수 없는, 충성보다 더 상위의 개념인 신앙이 높아지는 건데요!”
“그런가……?”
“그럼요! 오히려 펠리타교를 모르는 이들이 불쌍한 거죠. ‘펠리타교의 위대함을 모르는 너희가 불쌍해.’ 으흐흐흐. 좋아요! 이번 주 예배는 이 주제로 해야겠어요!”
그거 밈 아닌가?
“영주님. 그러니까 이제 시작해야 해요!”
“응? 뭘?”
난 소피아나 유다연이 이렇게 진지하게 말할 때면 이젠 겁부터 난다. 도대체 또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려고.
“이제부터 신성력을 발현시킨 신도들을 모두 끌어모아 각성을 시키는 거예요. 그리고 보여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