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02
“그리고?”
각성은 당연히 시켜야 한다. 그건 단순히 종교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영지 전력이 상승하는 길이니까.
“그리고 그 광경을 영지민과 영지를 방문한 이들을 모두 모아 보여주는 거예요!!”
“왜?”
“그래야 부러워 하지 않겠어요?”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가슴 사이에 끼운 팔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귀에 입술이 거의 닿을 듯이 바짝 대고 속삭였다.
“이름하여!!”
“이름하여?”
“작전명, 느그 집엔 이런 거 없지? 작전!!!”
“도대체 언제 동백꽃 같은 한국 고전 소설까지 읽은 거야?”
“헤헤헤. 재미있더라고요! 점순이! 그런데 영주님~. 점순이가 왜 주인공을 넘어뜨리고 ‘너 말 마라’라고 했을까요~? 네~? 무슨 말을 하지 말라는 걸까요? 네네? 네?!”
“…내가 미안해. 소피아 하고 싶은 거 다 해.”
“예에에에에!!!”
내 허락에 두 팔을 번쩍 들고 방방 뛰는 소피아를 보면서 신성력에 푹 절여진 존재들을 이해하는 걸 포기하기로 한 과거의 나를 칭찬했다.
‘음. 날이 추워졌나?’
그리고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탄력적이고 압도적인 감촉이 사라진 팔을 괜히 쓰다듬으면 앞으로 할 일에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사이,
“영주님! 준비 끝났어요! 헤헤.”
소피아는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그녀의 작전 ‘느그 집엔 이런 거 없지?’의 준비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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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아포칼립스물인척 하고 있지만, 사실은 영지 경영하며 꿀빠는 소설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아아.
기꺼이 귀중한 카르마 포인트를 낼 만큼.
204. 기꺼이 귀중한 카르마 포인트를 낼 만큼.
도널드 빅맥은 멸망이 시작될 때, 운이 좋게도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리 번화하지 않은 미국의 시골 마을이었기에 해가 지면 자연스럽게 친한 이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며 카드 게임이나 서로 일상을 나누는 게 하루의 일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마을 사람 중에 쉘터 계열 각성자는 없었지만, 각성자는 여럿 나타나 그는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다.
그는 워리어라는 전투 계열로 각성했지만, 멸망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자신과 맞지 않다는 걸 체감하고 있었다.
도널드는 흔히 ‘백인 떡대’ 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 그대로의 체형이었다. 선천적으로 뼈도 튼튼하고 몸도 딱히 운동하지 않아도 근육이 커졌고. 그 덩치에 걸맞게 각성 이후 그의 무기는 슬렛지헤머라고 부르는 대형 망치였다.
그렇지만 그런 외형적인 모습과 달리 정말 하고 싶은 건 아기자기한 일들이다. 빵을 굽고, 엄청 신경 써서 커피를 내리고, 담금주를 담그고 주변 사람과 나누는 그런 소소한 일들.
하지만 세상은 멸망했고, 그는 더는 그런 걸 꿈꿀 수 없었다.
“어? 어어?! 이, 이거?!”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이거 미, 밀 아닙니까?!!”
[텔레포트 게이트]라는 마법 같은 구조물을 타고 유토피아에 날아와 [농장]이라는 특별한 시설을 견학하지 않았다면 계속 그런 줄 알았을 거다.“어! 어?! 저건 커피나무…죠? 맞죠?!”
제발 맞다고 말해달라는 얼굴을 하고 곰 같은 덩치의 백인이 묻는 말에도 [농부]로 각성한 생산 계열 각성자는 여유롭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미친! 미친!”
그리고 빠르게 이것 저것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까 자판기에 보니까 이스트도 팔았고. 소금도 팔았지.’
“혹시 버터도 구할 수 있습니까?”
“그럼. 버터는 [농장]의 하위 건물인 [가공소]에서 만들어지지. 웬만한 건 다 만들어 진다고 보면 돼.”
“아! 아아! 어르신! 유, 유토피아로 이주하려면 조건이 어떻게 되나요? 아! 그리고 여기 부동산 계약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도널드는 그날 바로 유토피아로 이민을 신청했고, 엿새 뒤에 유토피아에는 브런치 전문 카페가 생겨났다.
도널드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멸망이 시작되고 나서 각성자든 비각성자든 전장에서 벗어나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한 달 남짓.
유토피아에는 도널드 빅맥의 브런치 카페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파는 이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그렇게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한 유토피아 영지 개방이 시작되고 불과 두 달, 그러니까 60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유토피아의 카페, 레스토랑, 음식점이 늘어선 ‘미식 거리’가 탄생했다.
이요한은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엘라와 미식 거리에 맛집을 탐방하자고 조르는 소피아를 데리고 그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요 영주님. 좀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해? 갑자기? 뭐가?”
“아니요. 생각해보면요. 지금 이 거리에 바글바글한 사람들은 모두 각성자잖아요?”
“그렇겠지? 일단 카르마 포인트를 쓰려면?”
“그런데 각성자라면 버프가 들어간 음식을 더 선호해야 하지 않나요? 그러니까 [요리사]로 각성한 각성자들의 음식이요. 그건 버프도 버프지만, 맛도 엄청 좋잖아요! 그런데 왜 여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까요?”
“…라고 새로운 맛집 뚫었다며 우릴 끌고 온 소피아가 말했다?”
“호호호호호.”
“아이~ 차암! 영주님! 저는 [요리사] 분들의 음식을 먹어도 경지 차이가 엄청 나서 버프가 안 생기니까 그렇고요~!”
확실히 소피아 정도 되면 [요리사]의 음식으로도 버프가 적용되지 않을 거다. 적용되기야 하는데, 너무 미미해서 체감이 안 느껴진다고 할까?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은 예전에 [화폐]를 제작하면서 말했을 건데……. 지금 각성자를 포함한 영지민들은 이 아포칼립스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야. 불과 1년 전만해도 멀쩡한 세상에서 각자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지.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당장 오늘 아침에 집밖을 나섰다가 죽을 걱정 따윈 절대로 하지 않았고.”
“그렇겠죠? 저희도 그랬으니까요.”
“그래. 만약에 이 상황이 지구인들이 즐기던 게임 속이라던가 종말 이후 태어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네 말대로 그렇게 되겠지만, 생존자들은 대부분이 1년 전에는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이야. 그러니 아무런 효과가 없지만, 뜨거운 커피 한 잔에 브런치를 먹으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건 저들에겐 추억을 마시고 향수를 먹는 거지.”
“아. 그런가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지구라는 차원의 특이성이지.”
“차원의 특이성이요?”
“소피아나, 엘라 그리고 녹투오스도 그렇고, 로파이, 즈마제비티의 차원은 하나 같이 ‘마력’을 능숙하게 다루고, 한 명의 인간이 기적에 준하는 이적을 행하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 소피아 너만 하더라도 세계수 밑에서 기도하는 것만으로 반경 몇 km의 좀비를 순식간에 태워버렸잖아?”
“으음. 그렇죠.”
“하지만 지구에서 그런 건 다 과학으로 설명하려고 했고, 몇몇 초능력, 초자연적 현상은 착시로 치부되었어. 마력은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
“하긴. 그것도 엄청 신기했어요! 세상에! 마력도 없이 우주로 나가는 기계장치!”
“그래. 지구의 인간은 모든 현상을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은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맹수를 제압하고, 환경의 변화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주었지만, 반대로 나약해졌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 결과 지구의 인간은 각성자가 되었어도 정신은 각성하기 전과 다를 것 없이 나약해.”
“으음?”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소피아에게,
“예전에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과거 지구에서 벌어진 강제 수용소에서 경험을 책으로 엮은 거지. 거기서 그런 내용이 나와. 참혹하고 아득하며 잔인한 강제 수용소에서도 예술활동을 한다는 거지. 노래를 부르고, 시를 낭송하고, 촌극 같은 걸 하는 거야.”
“…….”
그렇게 지구의 인간에 대해서 말하면서,
“이것도 그런 일환인 거야. 지구의 인간은. 각성으로 육체가 강건해졌으나, 정신은 아직도 평화롭던 시기에 머물고 있으니까.”
회귀 직후 종말을 대비해 준비하기보다 투신 자살을 생각했던 나 자신을 떠올리며 설명한다.
“이런 평화롭고 일상적이며 이젠 다시 보기 힘든 이 거리가 생긴 건, 지구 출신 인간에게 더할 나위 없는 정신적 안정감을 선사하는 거야. 기꺼이 귀중한 카르마 포인트를 낼 만큼.”
소피아는 그러면서 거리에 돌아다니는 많은 인파의 얼굴을 살폈다. 테라스에 나와 커피를 마시면서 조잘대는 이들이나, 고깃집에서 술을 마시는 이들이나 하나 같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네요. 다들 행복해 보여요.”
그렇게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새 소피아가 뚫었다는 새 맛집에 도착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상가 같은 건물은 아직 [영지]에 건설되지 않는다. 그런 건축물은 아직 개화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미식 거리는?
[집]이 줄지어 늘어서서 상가를 대신하는 거다. 그리고 그 [집]들의 행렬을 지나며 성벽에 가까운 미식 거리 끝부분에서 우리가 들어선 가게에는,“어?!”
“영주님!!”
“영주님이다!”
아이들이 엄청 많았다. 특히나 각성자가 된 어린 아이들이.
“트리플J. 제가 햄버거만 먹으면 안 된다고 했죠?”
소피아가 그 중에서 가장 방방 뛰는 아이들을 향해 다가가서 혼을 내는 모습에,
“트리플J? 왜 트리플J야? 일단 쟤들은 네 명인데?”
그렇다. 저기 남자 둘, 여자 둘 해서 네 명의 아이가 내게 달려오다가 소피아에게 걸려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다만 혼내는 소피아도 그리고 혼나는 아이들도 하나 같이 행복한 얼굴이라는 게 좀 이상하지만.
“아, 저 아이들 영지에서 유명해요. 반려.”
“유명해?”
“네. 제나(Jenna), 조이(Joy), 제임스(James), 제프리(Jeffery). 이렇게 네 명이 맨날 몰려다니고, 전투 클래스에 랭크도 높아요. 그리고 펠리타교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미사도 꼬박꼬박 나오고. 엄청 열심히해요.”
“…그런데 왜?”
“왜 트리플이냐고요? 호호호. 제임스와 제프리. 저 두 남자 아이가 쌍둥이거든요.”
“그거랑 그거랑 무슨……?”
쌍둥이를 하나로 치는 게 무슨 계산법이야? 애초에 쌍둥이의 영어 단어가 트윈스인데?
“호호호.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저 아이들이 자신들을 트리플J라고 말하고 다니니까, 다들 그런가 보다 하더라고요.”
“아무리 봐도 뭔가 있어 보여서 트리플이라고 지었거나.”
움찔!
“아니면 트리플(Triple) 다음에 쿼드라플(Quadruple)을 몰라서 그렇게 지은 것 같은데?”
우, 움찔!?
봐라. 저렇게 대놓고 티를 내는 걸. 뭐 어쩌겠어. 귀여우니 봐준다. 진짜.
“다들 이리와. 같이 먹자.”
“네에!!”
아직 10대 초반인 아이들 넷이 합류한 테이블에는 한 시도 조잘거리는 대화가 끊기질 않았다. 그리고 네 명인 주제에 트리플이라고 주장하는 넷의 대화를 듣던 중에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된 게 여럿 있었다.
“전 여기가 너무 좋아요! 영주님! 진짜로요! 억지로 총을 들고 쏴보라고 하는 무서운 어른들도 없고요!!”
멸망 첫날, 성벽 위에서 연발 석궁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줄 때,
[저 할 수 있어요! 총도 쏴봤어요!]라면서 말한 작고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래. 여자아이다. 그 여자아이가 제나라는 이름의 작고 귀여운 아이였고, 자신들을 트리플J라고 말하는 이 무리의 대장이란다.
“그래서 제가 로버트 아저씨한테 알려줬어요. 시드니 아줌마가 각성할 수 있는 방법이요.”
“그런데 아저씨가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서 우리가 시드니 아줌마 앞에 좀비 배달해서 각성시켜줬어요!!”
쌍둥이 남자인 제임스와 제프리가 ‘바드’라는 특별한 클래스로 개화한 시드니의 각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것도.
“저는요……. 영주님이랑 결혼할 거예요. 그래서 매주 펠리타 성전에서 기도해요.”
가장 조용하고 작은 체구의 조이라는 여자아이가 던진 꿈도 알 수 있었다.
“아! 맞다! 영주님 리리노도 각성하고 싶대요!”
네 명 모두 핵인싸인 건지 나도 모르는 리리노가 원하는 것도 알려오고,
“릴리 로즈 언니는 요즘 고민이래요. 우리 옆옆 방에 릴리 비앙카라고 있거든요.”
“아, 나도 알아. 작은 릴리라고 불리는 아이지? 인형술사.”
“네! 릴리 언니는 작은 릴리하고 이름이 같으니까. 자기 분량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존재감이 옅어진다고 푸념하더라고요.”
심지어 지의사 중에 한 명인 릴리 로즈가 가진 고민에 대해서도 아무렇지 않게 알려온다.
그렇게 아이들의 조잘거림을 듣다가 어느 순간 3인칭 시점으로 이 넓은 테이블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웃고, 떠든다. 정말 사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제로도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공감하고 부정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절망이 조금도 없다. 지금 성벽 바깥에는 안전 구역 유지 기간이 종료되어 언데드가 보이는데도 말이다.
테이블 위에 수제 햄버거와 웨지 감자를 가끔 입에 넣고 탄산음료를 마시면서 웃어대는 풍경이 어딘가 현실성이 없게 느껴지다가도, 이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추운 겨울에 꽁꽁 언 도로를 열심히 걸어 크리스마스 장식이 한껏 된 집으로 들어왔을 때처럼.
밖은 춥지만, 안은 따뜻한. 성벽 밖은 아직도 종말의 기운이 넘치지만, 성벽 안은 종말 전의 일상을 영유한다.
‘잠깐만. 나? 왜 이러지?’
행복한 풍경에 흐뭇하게 미소를 짓던 것도 잠시, 나는 주변의 시계(視界)가 평소와 다름을 인지했다. 평소보다 체감 시간이 엄청 길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마스터.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과 지구의 의지가 긴급 접견을 신청했습니다.]아니나 다를까.
반지의 군주 에고가 이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시인하는 내용의 말을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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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좋아서입니다.
205. 싫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좋아서입니다.
리치 군주에 대한 관찰과 감시를 담당하고 있던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자신이 딜레마에 빠졌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