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03
기절한 리치 군주는 쉬이 깨어날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꾸준히 휘하 언데드가 죽어 나가기만 하고 재생산이 되질 않으니 기절해 있는 사이에 회복할 수가 없었다. 계속 데미지 쌓이는 중이니까.
그러는 사이에 지구에 보내야 할 언데드가 부족해졌다. 정확하게는 이제 최하급과 하급 언데드가 없어서 중급 이상의 언데드를 보내야 하는데, 그것들을 보낼 카르마 포인트가 말라가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그냥 리치 군주를 깨우면 되지 않냐고? 그럴 수 없으니까 문제다.
리치 군주가 기절한 원인은 차원 공방전의 상대 진영의 계략 때문이다. 사보타주에 이은 아크 리치 데이몬을 소멸시킨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격이 하락한 리치 군주는 자원을 모두 퍼부은 [어비스 존] 프로젝트가 실패하면서 지금처럼 깨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어비스 존]이 소환한 [심연]을 소멸한 게 역시나 상대 진영인 이요한이다. 즉, 리치 군주가 기절한 이 상황은 이요한이 챙겨야 할 합당한 보상이자 권리나 다름 없었다.
물론 보통이라면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필멸자인 이요한의 권리 같은 걸 신경 쓰지 않겠지만,
[‘이요한은 흥미로운 인간이니까요. 무엇보다 과학과 마법이 만나서 그런 신기한 걸 만들어 내다니.’]카르마 포인트 시스템 전체는 애초에 이요한에게 흥미가 있었고, 그가 최근에 건넨 선물로 인기가 엄청 올랐기에 오히려 챙겨주지 못해서 안달 난 상태였다. 그런데 권리를 침범하는 일을 할 리가 없잖은가.
[그래도 이건 큰일이네요. 흠. 아무래도 보고를 해야겠네요. 우리가 감히 선택할 수 없겠어요.]그렇게 중얼거린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사견이 조금도 들어가 있지 않은 객관적인―어디까지나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 입장에서― 보고서를 올렸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제작에 참여했으며, 계약과 마법의 신인 존재에게.
[답신이 빠르게 왔으면 좋겠는데요. 남은 카르마 포인트가 간당간당하네요. 어쩔까요?]보고서에 [지급], [긴급]이라는 말머리를 붙였지만, 애초에 차원 전체의 일에 관여하는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과 상위 존재인 신에게는 시간의 개념이 일반적인 필멸자랑 다르다.
[‘잘못하면 차원 공방전이 끝나고 보고서가 도착할 수도 있는데요. 큰일이네요’]사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입장에서 보면 큰일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요한의 입장에서 큰일이지. 이대로 공방전이 종료되면 바로 다음 공방전이 이어진다. [심연]에서 태어난 이들이 침공하는 수순으로.
[‘흠. 최대한 시간을 좀 늦추고 싶은데요. 최소 1년 정도는?’]들을 수 있는 존재가 없음에도 혹시라도 누가 들을 수 있을까봐 속으로만 생각하는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응?! 와, 왔어?]놀랄 정도로 답신이 바로 도착했다. 보고서를 올리고 지구 시간으로 따져도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말이다.
[이런 경우가 있나? 아예 읽어보지도 않은 건가?]걱정을 하며 펼친 답신에는,
[으, 응? 아, 요즘 피곤한가? 헛 것이 보일……리가 있냐?! 이게 뭐야?!]믿지 못할 내용이 적혀 있었다.
────────────────
[긴급] [지급] [즉시 이행]1. 상신된 보고서를 면밀히 확인한 결과, 리치 군주가 성실 계약 이행 의무를 위반했음이 확인됨.
2. 1번의 이유로 차원 공방전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은 상황은 상대 진영인 차원 지구의 일방적인 손해가 발생한 상황.
3. 1번과 2번의 상황으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차원 〈심연의 추방자〉 진영에서 차원 공방전의 계약 내용대로 자의적으로 병력을 출병시키고, 고등급 병력 파견 시 차원 지구에 지급할 카르마 포인트를 대신해 처치 보상 상한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손해를 보충한다.
결제자 추신.
위의 항목을 전체적인 결정에 기준이며, 여러 이익이 충돌할 경우 차원 지구의 인간 ‘이요한’이 유리한 쪽으로 결정하고 ‘천덕꾸러기’의 호의라고 전해줘.
계약과 마법의 신 (인)
────────────────
[다시 봐도 진짠데? 우와! 이게 되네?! 잠깐만 이럴 때가 아니지.]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자신이 받은 내용을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 전체와 공유하기 시작했다.
다른 건 다 이해가 될 거고 3번 항목에서 ‘고등급 병력 파견 시 차원 지구에 지급할 카르마 포인트를 대신해 처치 보상 상한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손해를 보충한다.’는 내용이 약간 애매할 거다.
이 내용은 지금까지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빠진 딜레마에서 구해주는 내용이다. 고등급 언데드가 지구라는 차원 전장에 침공하기 위해서는 카르마 포인트를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불된 카르마 포인트는 지구의 의지에게 돌아간다.
웃기지? 싸우는 건 각성자들인데, 카르마 포인트는 지구의 의지가 갖는다는 게?
그래도 어쩌겠어. 계약의 당사자가 인간이 아니라 지구의 의지인데. 다만 이요한의 회귀 전과 달리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시작한 이번 공방전에서는 지구의 의지는 카르마 포인트가 벌리는 족족 각성자에게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요한이 획득한 창세 등급 아이템도 그렇고, 좀비의 등장 이후 각성자에게 부여된 좀비 면역 역시 마찬가지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기준 등급 이상의 언데드를 각성자가 처치하면 여러 이유로 제한된 카르마 포인트 상한선이 완화된 더 많은 카르마 포인트를 각성자에게 직접 주라는 뜻이었다.
[이래도 되나? 이러면 지구에는 마스터가 넘쳐날 수도 있는데?]그렇게 고민하던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이걸 지구의 인간이 좋아할지를 먼저 알아야겠구나. 음. 그렇다면…….]지구의 인간들이라고 쓰고, 이요한이라고 읽는다는 건 못 본 척해주기로 하자.
[오랜만이네?]“빌어먹을. 오늘은 왜 또 온 거야?”
지구의 의지를 만나기 위해서 사고를 분할해서 움직였다.
[너무 까칠하시다~. 이번에는 나도 좋은 의도로 온 거야.]“그게 무슨 개소리야?! 대충 들어도 뉘앙스가 휴일 점심에 남의 집 초인종을 마음대로 누르고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하는 놈들 같잖아?”
지구의 의지 중, 재신(財神)이 경기를 일으키는 건 이전에 만나서 했던 협상이 거의 한 달 가까이 되었기 때문이다. 진짜 그때 재신은 자신과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실체를 가지고 있었다면 멱살을 잡았을 거다. 분명히. 결단코. 기필코 말이다.
[이번에는 아니야. 이요한과 만나야겠어.]“…뭐?!”
재신의 반문과 동시에 지구의 의지 사이에서 살벌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아마 이 자리에 이요한이 있었다면 피를 토하고 기절할 정도로 살벌한 기운이다.
[오해하는 것 같은데. 어디까지나 이요한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 만나자는 거야.]그런 기운 사이에서 태연하게 말을 이어가는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지구의 의지가 내뿜는 기운은 점차 줄어들어 끝에는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이요한의 의식과 재신(財神)이 만나고 그 자리에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끼어들었다.
여기까지가 이요한이 영화처럼 본 장면이었다.
* * *
“긴 말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내가 기억을 전송했으니까?”
“그래. 결론부터 말하면 만약에 이제부터 중급 이상의 언데드를 사냥하면 카르마 포인트를 더 많이 준다는 거지? 그렇죠? 최소 2배 정도?”
“그래. 맞아.”
[맞아요.]“좋네요. 그거 좋은 것 같아요. 높은 등급의 언데드일수록 추가로 얻는 카르마 포인트가 더 많아지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내 생각도 그래. 너 요즘 사냥감이 줄었다고 투덜거렸다며?”
지구의 의지와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상하게도 아무렇지 않다. 둘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호의’가 그대로 느껴진다. 무지막지한 존재가 있는 이 자리가 퇴근하고 집 근처 치킨 집에서 만나 500 한 잔 시켜놓고 주말에 PC방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잡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았다.
[호오? ‘사냥감’입니까? 언데드가 만만치 않을 것인데. 그렇게 표현하실 정도라면……. 우리가 준비한 것이 마음에 드실 겁니다.]“그런가요?”
[네. 현재 행성 누더기에 남아 있는 언데드는 기존의 언데드의 30%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리치 군주의 차원 전체로 놓고 보면 남아 있는 언데드는 더 있습니다. 리치 군주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언데드도 있고, 차원 곳곳에 흩어져 있는 언데드도 있어요.]“좋네요. 좋아요.”
[그런데 저는 걱정이 있어요. 유토피아는 어떨지 모르지만, 다른 쉘터의 인간은 버티지 못할 수도 있어요. 괜찮은가요?]카르마 포인트는 굳이 인간을 걱정하지 않는다. 회귀 전에 경험하기로도 그랬고, 이전에 언행 또한 그랬으니까.
지금 저 걱정은 온전히 나를 위한 걱정이다.
‘선물이 통했군.’
“일단은 다들 보고 계시겠지만, 생존자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거의 모든 쉘터가 유토피아와 그 주변으로 모이게 될 테니까요.”
“응? 그러기에는 생존자가 너무 많지 않니?”
“맞아. 아직 1억에 조금 못 미치는 생존자를 모두 수용할 정도는 아니지. 그래도 뭐, 네이비 랭크의 [대영지]는 삼천만 정도는 가볍게 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부속 영지]도 있고. 애초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존자라고 해도 내가 정한 기준에 통과하지 못하면 못 들어온다고.”
이전과 다르다. 네이비 랭크가 되면서 발전한 영지 [행정청]에서는 카르마 포인트가 아니라, 이주를 원하는 각성자의 일생을 고스란히 들여다보고 36단계로 나누어 평가한다. 하위 6단계에 해당하는 놈들은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기까지 한다.
애초에 하위 6단계는 진짜 개쓰레기들이라서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놈들이니까.
아무튼,
“그리고 아직 모든 지구의 쉘터가 연결된 게 아니야. 반대편, 그러니까 이전에 러시아 방향으로는 아직 [텔레포트 게이트]가 연결되지 않았으니까.”
지금 당장 전체 인원을 감당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그럼 이대로 진행할까요?]“네. 부탁할게요. 아! 유토피아에 사람이 모일수록 더 많은 언데드가 나타나겠죠?”
[네. 그건 어쩔 수 없어요.]“아니요. 싫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좋아서입니다.”
[네?]“그러면 리젠 속도가 전과 같아지겠네요? 언데드를 죽이면 바로바로 운석이 떨어지는 정도로?”
[그…렇죠?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으신 것 같네요? 웃고 계시는 걸 보면?]“괜찮냐고요? 그 정도가 아니죠. 이제 줄어든 언데드 때문에 영지민의 시선을 돌리는 일에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데! 조마조마했는데. 정말 감사해요.”
[호호호호호. 신기하네요. 언데드를 사냥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그럼 그렇게 하고 종결할까요?]“아. 혹시 사전에 공지를 주실 수 있을까요? 이틀 뒤 0시부터 언데드 리젠 속도가 원래도로 복구된다는 식으로? 어려운 일이면 그냥 지금 당장 바뀌어도 됩니다.”
[당연히 되죠. 우리도 준비할 시간이 있으면 더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좋아! 양쪽 모두 만족할 만한 결론이 났으니 다행이네. 잘 됐다. 잘 됐어.”
“덕분이야. 고생했어. 재신.”
“뭐, 이 정도쯤이야. 그런데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 내가 문득 떠오른 의문이 있는데 말이야. 만약에 그렇게 준비한 언데드가 모두 다 잡으면 어떻게 해?”
엉뚱하다면 엉뚱한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을 받은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렇다면…….]속삭이듯이 답하는 말이 아련하게 멀어진다.
“…려! 반려!”
그리고 다시 내 의식은 엘라와 소피아 그리고 네 명인 주제에 트리플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들이 있는 테이블 위로 돌아왔다.
“응.”
“괜찮아요? 반려?”
“응. 괜찮아.”
여기 있는 이들 중에서 엘라만 어비스(Abyss) 랭크이기 때문일까? 그녀만이 내게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걸 눈치챘다.
“정말 괜찮아. 그것보다 모레부터 언데드가 엄청 많아질 거야. 그러니까 엘라는 [엘븐나이츠]에 소피아는 [창천의 날개] 기사단에 미리 전달해줘. 뭐, 전달하지 않아도 다들 멀쩡하겠지만.”
내가 이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는 듯이,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에서 알립니다.』
『차원 공방전 진행 과정에서 생긴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28시간 14분후, 언데드 출현 빈도가 정상적으로 돌아옵니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등장했다.
약 28시간이 지나고 이틀 뒤 자정에 성벽 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각성자들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정확히 자정이 되는 순간,
쿠쿠쿠쿠쿠쿵―!!
머리 위에서 공기를 부수며 떨어지는 운석이 셀 수 없이 많았고, 그 여파로 굉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덯게 보면 섬뜩한 광경이다. 저 운석 하나하나에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가 담겨 있는 거니까. 그러나,
“우와아아아아!!”
“으하하하!!”
“사냥이다! 사냥이라고!!”
…
이 시각에 성벽 위까지 올라온 전투 계열 각성자는 다들 전투광이다. 오히려 그동안 제대로 ‘사냥’을 못해서 몸이 근질근질했을 거다.
그렇다. 이들은 생존이 아니라, 언데드를 사냥하는 존재다.
“영주님?!”
누군가 애타게 나를 찾는다. 걱정이나 두려워서가 아니다.
“좋아. 허락한다.”
허락을 기다리는 거다. 그리고 그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예에에에에에!!!”
“으하하하하하!!!”
“끼야아아아아호!”
…
온갖 괴상한 비명 혹은 환호와 함께 성벽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성벽 아래로 떨어진다.
“미쳤나. 뒤쪽 계단은 뭐 장식이야? 전사들이 왜 이렇게 성격들이 급해?”
“보스. 과연 전사만 그럴까요?”
“응?”
올리비아가 가리키는 곳에는 성벽 밑에서 추락 중인,
“꺄하하하하하하하하! 쉬이이이나아아아아―!!!”
유다연이 있었다. 무시하기로 하자. 난 아무것도 못 봤다. 아무것도.
그렇게 겨울이 끝나고 봄을 지나 여름이 찾아올 때까지도 언데드는 끊이지 않고 나타났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