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04
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이 정말 많이오네요.
다들 무사히 귀가하셨기를 기도합니다.
110일 – (1)
206. 110일 – (1)
이른 아침이다. 해가 빼꼼히 얼굴을 드러냈지만, 5월 말이라는 시기를 생각하면 해가 막 떠오른 지금은 이른 시각이다.
〔일어나세요. 조. 현재 시각 오전 6시 정각입니다.〕
조 화이트는 알람 소리를 들으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 맞다. 평소라면 조금 더 침대에서 뒹굴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을 그럴 수 없었다.
“젠장.”
저절로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조 화이트가 아침부터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원하지 않은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조! 일어났나?! 설마 아직도 이불 속인 건 아니겠지?!”
“일어났습니다.”
“그럼 빨리 나와!!”
조 화이트는 자신이 머무는 [집]의 주인이자, 조가 일하는 주점의 주인인 각성자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대충 눈치를 챘겠지만, 조는 비각성자이고, 주점에서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는 대신에 약간의 카르마 포인트와 숙식을 보장 받았다.
유토피아에 이제는 정말 몇 없는 비각성자.
후천적 각성자가 생긴 이후로 기존에 비각성자들도 하나둘 각성자가 되면서, 조와 같은 비각성자의 숫자는 이제 세 자릿수로 내려왔다.
유토피아가 아니라, 다른 쉘터에 머물던 이들이 많이 이주했고, 그들 사이에서 비각성자였던 이들이 있었지만,
“젠장!”
그들은 하나 같이 기존 각성자의 도움으로 성벽에서 석궁을 쏘는 것으로 각성에 성공했다. 마치 기회가 없어서 지금까지 각성하지 못했다는 듯이.
그리고 언데드 처치로 각성하지 못했던 이들도 영지의 유일 종교인 펠리타교를 열성적으로 믿으면서 신성력을 발현하고, 신성력을 발현한 후에 언데드를 때려잡다 보면 자연스럽게 각성이 이뤄지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렇게 비각성자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었고,
“뭘 그렇게 꾸물거려?!!”
자연스럽게 각성하지 못한 영지민은 유토피아에서 좋은 취급을 받기 어려웠다.
“죄송해요. 메드.”
“어휴. 빨리 준비해.”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긴 하다. 펠리타교를 열심히 믿고, 신성력 발현에 성공하면 늦더라도 각성자가 되는데 왜 아직도 신성력조차 발현하지 못하는 비각성자가 있을까?
‘젠장. 나도 믿고 싶다고!!’
조 화이트처럼 믿음이라는 감정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들이 문제였다. 그중에서도 조 화이트는 애초에 성격이 꼬여 있었다. 인터넷에서 선플 보다 악플을 주로 남기고, 명확한 사실을 두고도 음모론을 제기하곤 했고.
무엇보다 그는,
‘어떻게 인간을 신이라고 여길 수 있어? 응?’
이요한이라는 유토피아의 살아있는 신이자, 지상에 강림한 메시아로 여기는 교리를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당연히 유토피아 중앙에 위치한 미사를 위해 사용되는 [치료소]에서 믿는다고 아무리 입으로 되뇌어도 그의 신앙 스탯은 20에서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 소피아가 만든 프로그램이,
“아침은 최대한 간단하고 소화가 잘 되는 것으로 준비하라고 성녀님께서 말씀하시더군. 그거 먹고 잘 다녀와. 여름 생존 학교라고 했지?”
여름 생존 학교라는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약간은 섬뜩한 이름을 가진 프로그램이었다.
“네. 그렇다더군요.”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맑은 스튜 위에 잘게 찢어 올린 빵을 같이 먹으며 조는 그렇게 대꾸했다.
조나 메드 같은 이들은 모르겠지만, 여름 생존 학교라는 프로그램의 시작을 오늘로 잡은 건 단순히 아직도 각성하지 못한 이들을 돕기 위함이 아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것도 오늘이지?”
“네? 아, 네. [아스가르드]에서 피난민이라고 하는 이종족이 오늘 도착한다고 했어요.”
아스가르드에서 도착하는 이주민들.
이들은 모르고 있겠지만, 소피아가 제안한 여름 생존 프로그램이라는 건 단순히 비각성자의 신상 스탯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아스가르드]에서 오는 여러 이종족을 받아들이고 선별하는 과정을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서다.
“그래. 가서 잘 해. 이런 기회를 주신 게 어디야. 솔직히 나 같았으면 그냥……!”
뒤에 생략된 말이 내쫓았다는 말이라는 걸 알지만, 조는 그런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비각성자들의 삶은 그리 좋지 않았다.
유토피아에서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 [고급 자판기]에 기본적으로 하루에 한 번 기본 음식과 물을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살겠나. 너도나도 다 그렇게 사는 세상이라면 모를까, 주변에서는 온갖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고, 다채로운 생활을 하는데.
그래서 조처럼 일손이 필요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수밖에 없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만으로 다섯 달. 그 사이에 유토피아는 빠르게 변했다. 기존의 중구난방으로 지어졌던 주택도 구역을 나눠 주거 구역과 상가 구역이 분리되었다.
또한 [집]이 단순히 단층집, 이층집, 삼층집뿐만 아니라, [저택]과 [다세대 주택]이 생기면서 전체적으로 영지 건물의 높이가 높아졌다.
그 사이를 걷는 조의 얼굴에는 참담함만이 가득하다. 그도 안다. 자신의 고집이 쓸데없는 것이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음을.
그러나 그는 일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이름.”
후회와 불안 그리고 고개를 들이미는 반발심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걷던 조의 앞에 작은 누군가 나타나 이름을 묻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여야 할 남쪽 성문에 도착한 거였다.
“조, 조 화이트입니다.”
작은 누군가라고 무시하기엔 사막여우 수인은 무려 [전문직원]이라는 직책을 지닌 [행정청] 직원이었고, 그들은 귀여운 생김새와 다르게 엄청 냉정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확인. 저쪽에 가서 줄을 서도록.”
“네.”
특히나 비각성자에게는 더욱. 조금 전까지 고개를 내밀던 반발심이라는 놈이 존재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사라졌다.
“왔군.”
막 걸음을 옮기던 조의 귓가에 들린 사막여우 수인의 귀여운 목소리. 조는 궁금증에 몸을 돌렸고,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수인, 이종족, 인간과 동물을 섞어 놓은 것 같은 하플링, 몬스터와 인간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반인반수까지.
각양각색의 존재들을 [그랜드 마스터 기사]의 호위 및 감시를 받으며 남문으로 오고 있었다. 적지 않은 인원이다. 얼핏 보더라도 앞에만 수천 명은 넘어 보이는 인원이다. 그런데도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정지.”
그런데도 작고 귀여운 사막여우 수인은 여전히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더 냉정하고 냉철한 기운을 풀풀 풍기며 짧게 명령했다.
“여기 모인 이들은 유토피아의 위성 도시이자, [부속 영지]로 배정 받은 이들이다.”
“…….”
궁금한 게 많은 얼굴이지만, 아직 [전문직원]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눈치로 알았을까.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우선 이것부터 말하겠다. 당신들은 매우 운이 좋다.”
“우리가…말입니까?”
“그렇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야 한다는 건 그만큼 이곳, 유토피아에서 멀어진다는 뜻이다. 유토피아와 가까우면 뭐가 좋으냐? 아무리 위급한 순간이 오더라도 당신들을 죽지 않는다. 왜? 유토피아의 강자들이 달려갈 테니까.”
그러면서 [전문직원]은 기존 109명에서 300명으로 증원된 [그랜드 마스터 기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수천을 넘어 이만 명이 넘는 여러 종족의 피난민 주변을 호위하고 있던 [그랜드 마스터 기사]의 몸에서 마력이 흘러나와 주변을 감쌌다.
“그랜드 마스터!!”
“세상에!!”
“거, 거짓말이지?”
…
[아스가르드]였다면 [오리하르콘] 등급의 차원 용병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그랜드 마스터 경지. 네이비(Navy) 랭크의 증거인 남색 마력을 흘리는 300명의 기사를 보면서 피난민들은 여러 감정을 드러냈다.“그렇다면 유토피아에서 멀어진 이들은 어떻게 되느냐? 그게 궁금할 거야? 위급한 상황이 오면 유토피아 주변부터 일을 처리한다. 그러니 그들은 유토피아에서 병력이 파견될 때까지 죽기 살기로 버텨야겠지.”
귀여운 외모와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냉정하고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전문직원]을 보면서 피난민들은 자신들 모르게 어떤 시험이 있었고, 그것을 자신들이 통과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안도했다.
“물론 [부속 영지]에 배정되었다고 유토피아에 오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당신들 본인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배정된 [부속 영지]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게 좋겠지?”
“무, 물론입니다!”
누군가 대표로 대답한 것처럼, 피난민들은 [아스가르드]에서 쫓겨나면서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그 교훈 중에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것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좋아. 역시 당신들은 기준을 통과할 만한 정신머리를 지녔군.”
“기준…입니까?”
“그래. 아! 물론 가장 운이 좋고,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힌 피난민은 영지에 머무는 걸 허락받은 존재들이겠지만. 당신들도 나쁘지 않아. 아니, 아주 좋은 쪽이지. 등수로 따지면 2등은 되는 거니까.”
“감사합니다.”
“내게 감사할 게 뭐가 있어? 다 영주님이신 이요한님의 자비와 은혜지. 자, 끝.”
[전문직원]인 사막여우 수인이 이런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꺼낸 건 이들에게 약간의 호의를 베푸는 것과 [전문직원]의 고유 능력을 발현해 전산에 여기 모인 이만여 명의 인적 사항을 등록하기 위함이었다.“당신들은 그래도 기준을 통과한 인재들이니까. 내가 사소한 충고를 하나 하지. 아, 듣기 싫은 사람은 먼저 나가도 돼. 불이익은 없을 거야.”
그렇게 말했지만, 누구 하나 먼저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당연하겠지. [아스가르드]에서 지구로 쫓기듯이 내몰린 이들인데.
“펠리타교가 우리 영지의 유일교야. 이미 사전에 녹투오스에게 들었을 거야. 이곳에서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잘’ 살고 싶다면. 펠리타교의 교리를 전적으로 따라. 영주님은 우리의 신이야.”
“…….”
“그렇게 충성을 넘어 신앙을 가지는 순간 당신들의 삶은 달라질 거야. 저기 봐. 저기.”
그러면서 [전문직원]의 작고 귀여운 통통한 손가락이 남쪽 성문에 모여 있는 인간들을 향했다.
“저들은 당신들과 달리 지구 차원의 생존자인 인간들이야.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어. 그동안 꾸준히 유토피아에서 혜택을 받기도 했고. 그런데도 여전히 저들은 나아지지 않았지. 신앙은 바닥을 기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기미조차 보이지도 않고 있어. 익숙하지?”
“…네.”
그렇다. [전문직원]인 사막여우 수인이 설명하는 비각성자의 모습은 [아스가르드]에서 신을 실망시킨 피난민의 모습과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한 충고를 잘 새겨. 괜히 저들과 같은 처치에 내몰리지 말고.”
“저들은 어디가는 겁니까?”
“너희와 같아. 쉘터에 가는 거지. 다만 너희가 가는 곳은 [부속 영지]로 지정된 곳이라서 [성벽]이나 [망루] 같은 건물이 있는 곳이지만, 저들이 가는 곳은 그냥 쉘터만 존재하는 불안정한 안전지대지. 당신들이 머무는 [부속 영지]에서도 성벽 위에서라면 보일 거야.”
“그, 그렇습니까?”
“응. 최소한의 장비만 주고 생존해야 하지. 이름하여 여름 한 달을 생존하는 캠프. 여름 생존 캠프지.”
그런 걸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당사자인 비각성자는 물론이고, 오늘 지구로 이주한 피난민들까지도 쉽사리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할 정도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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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벌써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네요.
사실 겨울 들어서 몸이 좀 계속 안 좋아서 신체적으로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렇잖아요.
아무것도 안하고, 뻘짓도 안하고 정시에 퇴근해서 잠도 적당히 자고.
그랬는데도 아프고 그러니까. 뭔가 억울하면서도 왜 아픈 건지 모르는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그런데 이번주는 내내 양쪽 어깨와 허리를 누구한테 맞은 것처럼 아파서 파스를 붙이다가…
문득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냥 나이가 들어서 아픈 거구나.
이유 따위는 내가 늙어서 그런 거구나.
그런 ?
유난히 서럽네요. 젠장.
110일 – (2)
207. 110일 – (2)
조 화이트는 영지를 벗어나기 무섭게 달려드는 언데드 무리에 기겁했다. 주변을 호위하는 [그랜드 마스터 기사]의 검격에 쓸려나가 가까이 오지 못했지만,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으아아아아!!”
“꺄아아악!!”
살점이 덜렁거리는 좀비는 그나마 낫다. 기괴한 몰골의 악마와 흉흉한 기세를 줄줄 흘리며 유령마에 탑승해서 맹렬히 달려드는 데스나이트의 기운은 살아 있는 ‘평범한’ 인간에게는 치명적이었다.
“흐어어어!”
비명인지 흐느낌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자신들을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걸음을 옮기는 기사들의 걷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걸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두드려가면서 걷기를 고작해야 2분 남짓이다. 유토피아가 설정한 안전지대인 [성벽]과 [망루]의 범위를 벗어나고 2분.
컵라면조차 제대로 익지 않을 그 짧은 시간 동안 조 화이트를 포함한 이번 여름 생존 캠프에 참여하게 된 이들은 알게 되었다.
‘아, 유토피아가 괜히 낙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 아니구나.’
[성벽] 안에서, 유토피아 소속 각성자들이 워낙 열심히 언데드를 처치해서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유토피아가 아닌 다른 쉘터에 남은 생존자들이 얼마나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지를.그렇다고 조금 천천히 가달라고 말할 수도 없다. 아니, 이미 했었다. 나이가 좀 있는 남자가 조금 천천히 가자고.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