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05
“뒤처지지 마라. 뒤처지면 버리고 간다.”
돌아온 대답이 이러니 어떻게 걸음을 멈출 수 있겠냐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랜드 마스터 기사]의 말처럼 뒤처지지만 않으면 생채기조차 생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방어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흐에에엑?!!”
영화관 스크린이나 컴퓨터 모니터에서도 기괴한 몰골의 무언가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놀라 자빠지는 게 사람이다. 그런데 4D도 아니고 실제 상황에서 리치와 데스나이트 그리고 어보미네이션 같은 중급 이상의 언데드의 마기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면?
“커헙?! 컥컥!”
죽지 않은 게 용하다. 조 화이트는 모르고 있지만,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그랜드 마스터 기사]가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마기를 뒤로 흘리고 있는 중이다. 앞서 성문을 나서면서 [그랜드 마스터 기사] 했던 말, “여름 생존 캠프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말이 그 증거다.
마치 화생방 훈련을 받는 훈련병처럼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살고자 하는 의지로 다리를 놀리던 조 화이트가 쉴 수 있게 된 것은 성문을 나와서 정확히 3시간 45분을 쉬지 않고 걸은 뒤였다.
노오란 반투명한 돔으로 뒤덮인 쉘터 안으로 들어간 순간 조는 자신을 압박하던 마기와 죽음의 기운 그리고 살기가 사라지면서 비로소 제대로 숨을 술 수 있었다.
“하악―! 하악! 여, 여기는…….”
조뿐만 아니라, 하나둘 정신을 차리고 쉘터 주변을 둘러볼 때,
“반갑다.”
[그랜드 마스터 기사] 중 한 명이 대충 나무 상자를 쌓아 만든 단상으로 올라왔다.“이제부터 제군들은 이곳에서 30일 동안 생존해야 한다.”
청천벽력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가면서.
“밖으로 나가 생필품을 구해오는 것, 쉘터를 이용해 몰려드는 언데드를 사냥하는 것, 그러지 않고 그저 30일을 버티는 것, 어느 것이든 선택할 수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지 자유다.”
조 화이트는 뒤에 이어진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하게 밖으로 나가지 않고, 언데드를 사냥하지 않아도, 버티기만 해도 된다는 선택지가 남아 있었으니까.
그러나,
“…도, 돌아갈 때도 오늘과 같은 방식입니까?”
누군가 벌벌 떨면서 한 질문에 안도하며 숙였던 조 화이트의 고개가 번쩍 들린다.
“오늘과 같은 속도로 이동할 거냐고? 그럴 리가. 아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 직전,
“오늘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 제군들은 15일의 캠프 이후 더 강해지고 달라져야 한다. 그러지 못한 인원은 버리고 간다.”
오히려 더 빠르게 이동한다는 소리에 조 화이트를 비롯한 이곳까지 내몰린 이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간다.
“걱정할 것 없다. 제군들은 여기서 오전과 오후 각각 2시간씩 우리의 훈련을 받을 테니까.”
설상가상이다. 저 미친놈들이 무슨 소리를 한 건지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 엄청난 소리를 들어서 머릿속에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할까?
음식조차 구할 수 없는데, 하루에 4시간 훈련을 받으라고? 돌았나? 아니, 이건 단순히 괴롭히려는 게 아니다.
“왜?! 왜!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습니까?!”
조 화이트가 자신도 모르게 억눌렸던 분노를 토해냈다. 눈앞에 있는 기사들이 네이비(Navy) 랭크라는, 비각성자인 조는 얼마나 강한지 짐작도 되지 않을 만큼 강자라지만,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분노에 눈이 돌아간 조의 눈에는 그런 건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차피 저들 말대로라면 죽을 거다.
턱. 턱턱―.
조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 찾아온 침묵을 가르며 대충 나무 상자로 만든 단상을 내려오는 소리만 들려온다.
어느새 조 화이트 앞에 선 [그랜드 마스터 기사]. 그 모습을 가까이서 확인하자 조는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깨달았다.
“지구에 이런 말이 있다더군. 자유와 방종을 구분해야 한다고. 너희, 비각성자이면서 신성 스탯이 20이하인 것들은 그렇게 말하더군. 펠리타교를 믿건 안 믿건 자유라고. 그렇다. 자유다.”
“그, 그럼 왜…….”
“그동안 너희가 [대영지]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하나? 유토피아에 살면서 감사함과 만족감을 느꼈나? 위대한 영주님의 자비를 어떻게 생각했지? 혹시 당연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나?”
조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대답하지 못한 것은 양심 같은 말랑말랑한 것 때문이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그랜드 마스터 기사]의 눈을 보고 있는 순간 거짓말로 대충 답을 할 수 없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니 충성도 신앙도 오르지 않은 것이고. 그렇다면 묻게다. 위대한 대영주이신 이요한님께서 너희를 유토피아에 계속 머물게 하실 이유가 무엇인가?”
“…우, 우리도! 아르바이트로.”
“하! 정말 너희 같은 이들의 손이 필요해서, 너희가 일을 잘해서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거라고 생각하나?”
“!!!”
[그랜드 마스터 기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려던 순간에 떠오른 기억들. 주점을 운영하는 고용주인 메드는 조가 열심히 일할 때나, 대충 일할 때나 별 반 반응하지 않았다. 보통의 고용주라면 있을 수 없는 반응들.무엇보다,
“그렇게 도움이 되는 너희를 왜 여름 생존 캠프로 보냈을까? 말이 안 되잖은가?”
손님이 많거나 일이 많아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거라면 자신들을 보내서는 안 됐다.
“너희를 고용한 이들이 단순히 음식을 만들고, 술을 팔고, 커피를 만들어 판다고 너희와 같은 줄 아나? 그들은 모두 각성자이고, 상가 건물의 한 층을 대여해서 장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카르마 포인트를 모은 이들이다.”
뼈를 때리는 [그랜드 마스터 기사]의 말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너희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카르마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위대한 대영주께서 그 카르마 포인트를 지원해주셨기 때문이다.”
“…네?”
“자, 그럼 다시 묻지. 그동안 너희가 [대영지]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하나? 위대한 대영주이신 이요한님께서 너희를 유토피아에 계속 머물게 하실 이유가 무엇인가?”
“아…….”
조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을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기 모인 이들이 수백 명이다. 이들에게 한 달에 1,000포인트의 카르마 포인트를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지원했다면? 몇 십만 포인트가 그냥 날아가는 셈이다.
“이 캠프는 증명을 위한 캠프다. 그렇기에 생존 캠프이기도 하지. 너희는 증명해야 한다. 너희가 유토피아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조 화이트를 비롯한 709명의 비각성자들에게 지옥이 찾아왔다.
* * *
[아스가르드] 피난민 출신이자 차원 공방전에서 탈출해서 살아남은 히르푸는 랑인족(狼人族)을 이끄는 족장이며, 마스터에 오른 전사이기도 하다.그는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거대한 영지에 있을 때와 달리 성문을 지나 밖으로 나오는 순간 달려드는 언데드의 숫자에 기겁하면서도 쉴 새 없이 몸을 날려 부족의 어린 아이들을 보호하는데 열중했다.
그나마도 유토피아에서 지원해준 [그랜드 마스터 기사] 일곱이 아니었다면, 배속 받은 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없었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언데드들은 수가 많았고, 악착 같이 달려들었다.
‘잘못 선택한 거 아닌가?’
이곳으로 이주한 것이 잘못된 게 아닐까. 그런 의심을 가졌던 그였지만,
“허어?”
그의 부족과 다른 수인 부족이 동시에 살아가도록 배속 받은 [부속 영지]에 들어서는 순간 의심은 사라지고 경악만이 남았다.
“조, 족장. 저, 저거, [성벽]에 저거 말이오. 저거 아무리 봐도 마력이지? 그것도 그린(Green)!”
“응. 그러네. [성벽] 자체에 마력이 흐르면서 영지를 전체적으로 보호하는 시스템인 것 같네.”
“아……. 다행이다. 난 내가 여러 일을 겪으면서 기감이 엉킨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부속 영지]는 [대영지]의 랭크에서 2랭크 낮은 건물들을 건설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건설 할 수 있다.’다. ‘건설이 된다.’가 아니라.이들이 도착한 [부속 영지]는 그린 랭크의 [성벽]과 [성문], [내성], [창고], [농장], [행정청], [망루], [광산], [항만], [마구간], [대장간], [도서관], [치료소]까지 건설 되어 있었다.
[성소]는 본래 [부속 영지]에 건설되지 않는 시설이고, [병영]과 [기사단 숙소] 그리고 [연구소]를 제외한 그린 랭크 [영지]에 건설할 수 있는 모든 건물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유다연피셜로 일명 ‘풀패키지’라고 불리는 [부속 영지].
유토피아를 나서기 전 [전문직원]이 이들을 향해 자격이 된다고 말하며 운이 좋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도착했군.”
전부 수인이기 때문일까? [성벽]과 [망루]를 집중해서 살피는 사이에 [부속 영지] 중앙에 위치한 [내성]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건물인 [행정청]에서 사막여우 수인이 걸어 나왔다.
[전문직원]인 사막여우 수인 뒤로 [직원]인 호랑이 수인 넷이 호위하듯이 따르고 있었다.“모여라.”
작고 귀여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차가운 목소리와 말투에 수인들은 빠르게 사막여우 수인에게 모였다. 얼핏 보면 한 번 대들 법도 한데 그러지 않은 이유는 이들이 수인이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작고 귀여운 사막여우 수인이 자신들 보다 강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사막여우 수인인 [전문직원]과 호랑이 수인인 [직원]은 모두 본성인 유토피아 [행정청]에서 파견 나온 이들이다. 당연히 본성 [행정청]과 랭크를 공유하고, 본성인 유토피아의 [행정청] 랭크는 네이비다.
그렇다고 [전문직원]이나 [직원]이 [그랜드 마스터 기사]처럼 강기를 구현하고 이럴 정도는 아니다.
기사 계열이 네이비(Navy) 랭크가 되면 강기(剛氣) 다루고, 마법사는 다중 영창을 개화하는 것처럼, 관리 계열인 행정청 소속 직원들은 업무 처리에 관한 능력을 개화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블루 랭크 정도의 존재에게서 몸을 지킬 정도는 된다.
“일단 환영한다. 지금부터 너희가 해야할 일을 알려주겠다.”
“하나, 대표를 선출할 것. 둘, 특산품을 정할 것. 셋, 보유한 카르마 포인트 중 아직도 [화폐]로 바꾸지 않은 영지민은 모두 [화폐]로 교환할 것. 넷, 자경단을 구성할 것.”
“어, 어어? 네!”
어리바리하게 듣고 있던 누군가가 엉겁결에 대답을 한 순간,
“너. 원인족(猿人族: 원숭이 수인). 네가 임시 대표다.”
그렇게 임시 대표가 정해졌다.
“영지의 모든 활동에는 소소한 세율이 적용된다. 상점을 통한 거래도 마찬가지이고. [경매장]을 통한 원거리 거래에도 수수료가 적용된다. 또한, 분기마다 [부속 영지] 소득의 30%를 세금으로 징수한다. 세율은 어떤 특산품을 제공하고, 어떻게 [부속 영지]를 발전시키느냐에 따라서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
[부속 영지]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세금이 전문분야이기 때문일까? 세금에 대해서 말하는 [전문직원]의 분위기는 명검을 든 무사보다 더 날카롭고 섬뜩했다.“마지막으로 너희가 받은 여러 혜택은 온전히 위대한 대영주이자 펠리타교의 실존하는 신인 이요한 님 덕분임을 잊지 말도록. 혹시라도 내가 잘나서 혹은 우리 부족이 잘나서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성벽으로 올라가 인간들이 버티고 있는 쉘터를 구경하며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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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먼저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제가 연말과 연초에 업무적인 일 이외에도 만나고 활동해야 하는 일이 잦아지다보니 연재 일정을 정상적으로 끌고 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주부터 4주는 연재 주기를 주 5일로 맞추려고 합니다.
월, 수, 목, 금, 토.
화요일과 일요일은 쉬는 연재 일정으로 4주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독자님들께 송구하고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추신.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올해는 연인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보내시는 분이 계시길 빌어봅니다.
없다고요?
그럴 리가.
와이프나 남편은 연인이 아니라 가족이라고요?
네에….
저는 어제 후기에도 적었듯이 어깨와 허리가 아파서….
사실 제대로 앉아 있질 못하는 상태라…ㅠㅠ
토요일에 병원을 다녀오면 침대에 누워서 보낼 것 같습니다. 비축분도 없는데. 망했네요.
110일 ― (3)
208. 110일 ― (3)
여름 생존 학교라는 괴상한 이름을 붙인 생존자 갱생 프로젝트를 기획한 건 소피아다. 정확하게는 소피아와 100일의 대기시간이 지나면서 [성소]에서 새롭게 소환한 드라이어드인 요제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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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방랑자 정보〉
1. 이름(Name): 요제프(יוֹסֵף)
2. 종족(Tribe): 드라이어드(Δρυάς)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엘리멘트 세인트
5. 신체(Status) [Rank: Violet] [근력 99] [민첩 99] [체력 99] [내구 99] [마력 99] [자연 99]
〈고유 능력〉
1. 정령성자 [Rank: Violet]
2. 사계(四季) [Rank: Vio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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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새로운 가신이 생긴 거다.
드라이어드. 나무의 정령으로 알고 있고, 직업도 세인트(Saint), 성자잖아? 성자.
당연히 남성체인 줄 알았는데.
“안녕하시어요?”
전형적인 여자의 몸매를 지닌 구릿빛 피부의 예쁘장한 여자가 나타났다. 등 뒤에는 투명한 날개가 네 쌍이나 달린 중학생 여자아이 정도의 키에 허리가 잘록하고 힙은 폭력적이고, 마음은 매우 넓은.
“성자(聖子)라며?”
“성자(聖者) 맞는데요?”
돌겠네. 진짜. 여자면 성녀 아니야? 왜 성자야? 영어도 여성이면 우먼 세인트로가 하지 않아?
혼란한 상황은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어머?! 이 냄새는! 세계수 아줌마?!!”
뜬금없이 세계수를 냄새로 알아차리더니 이곳에 심은지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세계수를 아줌마로 지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