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08
“아니다. 잠시 예전 생각이 났던 것도 같군. 그나저나 참 꼴이 우습게 되었어.”
아크 리치와 데스 로어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인지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그나저나 군주님 소식은 들었나?”
“나도 모르겠군. 본 행성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어쩌다가 우리까지 차원공방전에 참여하게 됐는지도 모르겠고.”
“그래. 그것도 이상한데.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바로 이 상황이야. 어떤 차원에서 감히 우리를 몰이할 생각을 하겠나?”
“끄응……. 나도 동의하네. 하지만 보지 않았나? 그랜드 마스터 기사가 무려 수십이었네.”
“난 그것도 이해할 수 있어. 아니 솔직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냥 억지로 받아들일 수 있네. 예전에 어디었지? 그래. 무림(武林)이라는 차원에는 유독 강함 검사가 많았으니까. 그런데 드라고뉴트라니! 용인족이라니!! 그건 선 넘었지!!”
“그 용인족 초인의 경지에 문을 연 수준은 되는 것 같더군.”
용인족? 드래곤? 이런 조율자의 위치에 있는 생명체는 차원 침공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만나는 편이다.
그 많은 용인족 중에서 초인의 문을 연 수준, 그러니까 바이올렛(Violet) 랭크를 막 넘어 어비스 1 정도를 찍은 수준의 용인족? 몇 번이나 만났었고, 그때마다 리치 군주가 승리했다. 때로는 직접적인 무력으로 제압하기도 하고, 때로는 계략으로 고립시켜 쌈 싸 먹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느 차원에서도 이런 용인족은 본 역사가 없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어떤 신생 차원에 초인의 경지에 오른 용인족이 인간 밑에서 인간의 명령을 따르냐고!!”
그렇다. 이들은 단순히 용인족이 등장해서 놀란 게 아니다. 용인족 주제에 인간을 위해 직접 몸을 움직여서 자신들을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이게 말이나 되냐고! 뭔 고양이 간식을 벌기 위해서 뼈가 빠지게 일하는 인간 주인도 아니고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린가? 어떤 멍청한 인간이 고양이 사료를 위해서 열심히 일한단 말인가?”
그게 바로 나다. 이 개자식들아.
흠흠.
아무튼, 둘의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알고 있음에도 적이 유도하는 대로 끌려오다 보니 어느새 몇 백 명의 인간이 모여 있는 공간이 눈앞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거.”
“그래. 차라리 보이는 족족 죽이자!”
그렇게 하다 보면 활로가 열릴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찬 생각을 하면서 인간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언데드 무리를 이끌었다.
파칭―!!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공간은 지구의 의지의 선물인 각성의 영향으로 구현된 안전지대였고,
“읏?”
그 중에서도 외부의 침입을 차단하는 것에 특화된 배리어 형태의 안전지대였다. 아무 생각 없이 돌격하던 언데드는 배리어에 막혀 나아가지 못했고,
“머, 멈…켁?!”
뒤를 이어 달려드는 언데드에게 눌려 압사되었다.
“저건 또 뭐야?”
아크 리치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당황해할 때,
“저딴 것 쯤!”
데스 로어는 그대로 하늘을 날아 언데드가 경계에 닿을 때마다 아주 짧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배리어를 노리고 하늘에서 내리꽂혔다.
하지만,
파치치치칭―!!!
데스 로어가 닿는 순간부터 선명한 녹색 빛을 내뿜은 배리어는 위태롭게 흔들리긴 했어도 절대로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배리어와 닿았던 영체 몬스터 형태의 데스 로어가 생각보다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났다.
“어떤가?”
“빌어먹을. 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해. 저거 평범한 배리어가 아니야. 마법이 아니라는 뜻이야. 자네가 더 잘 알겠지만.”
아크 리치는 데스 로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으로 경지에 오른 아크 리치가 파악하기에 저것은 절대 마법 따위가 아니다.
“시간이 없는데. 안 되겠군.”
“어쩔 셈인가?”
“시체 골렘과 스켈레톤 계열의 언데드를 모두 배리어에 달라붙어라!!”
쿵쿵―. 쿵! 쿠웅!
언데드의 특성이 이렇다. 더 높은 등급의 언데드의 명령에 하위 언데드는 그것이 소멸하는 길이라고 해도 거부하지 않고 따른다.
“━──━━, ─━━━. 영혼 질주(Spirit Rush). ━━━, ────, ━─━─━─. 사후 경직 (Rigor Mortis). ━━━━━. 저주 확산(Spreading Malediction).”
하나의 주문이 흘러나올 때마다, 인간에게 사냥당하면서도 비명을 지르지 않던 시체 골렘의 입에서 소름 끼치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단순히 그것이 적에게 겁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실제로 시체 골렘의 살점이 빠르게 부패하고, 떨어져 나와 주변 땅을 검게 물들이고, 불길한 거무튀튀한 연기를 내뿜기도 한다.
게다가,
“━━─━━━─━━. 시체 폭발(Corpse Explosion).”
사령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주문이 흘러나오자,
콰콰콰콰쾅―! 콰콰콰쾅!!! 콰아아아아아아―!!!
파치치치치칭―!!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만큼 압도적인 폭발력으로 배리어를 공격했다. 녹색 빛이 선명한 배리어 전체에 붙어 있던 시체 골렘과 스켈레톤 계열의 언데드가 폭발하면 배리어가 위태롭게 흔들리더니,
파삭―!
기어이 곳곳에 균열이 커지며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돌격하라.”
그리고 이 상황을 만들어 낸 아크 리치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태연하고 진중한 목소리로 그 구멍을 향해 돌격을 명령했다.
금방이라도 안전지대 내부에 있는 인간이 도륙당할 것 같은 위기 상황이 그러졌다.
* * *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살짝 시간을 몇 분만 앞으로 돌려서 생각해보자. 아무리 쉘터가 배리어 계열이라고 해도 어떻게 쉘터의 배리어가 네이비(Navy) 랭크와 동등하게 평가되는 최고위 언데드 데스 로어의 공격을 버틸 수 있었을까?
이상하잖은가? 이 정도의 안전성이라면 이요한의 고유 능력인 [영지]보다 좋아 보이지 않은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노먼. 카르마 포인트는 어때?”
“넉넉합니다. 영주님. 지원해주신 덕분에.”
쉘터 계열 각성자인 노먼 헤이워드와 카르마 포인트에 있다. 노먼 헤이워드는 앞서 [어비스 존] 소멸 보상 순위 41위에 있던 쉘터 계열 각성자로 그는 본래 북유럽에 쉘터를 운영하던 인물이었는데, [텔레포트 게이트]로 연결된 후, 쉘터를 정리하고 유토피아로 이주했다.
그리고 그의 쉘터 특성이 외부 침입을 원천 차단하는 형식의 배리어라는 걸 알게 된 후, 소피아의 지원 아래서 여름 생존 학교의 캠프 용지가 되었다.
“그런데 카르마 포인트를 이렇게 써도 되나요? 방금 저 유령의 공격에 200만이 넘는 카르마 포인트가 증발했는데요?”
카르마 포인트가 만능이냐고? 거의 만능이다. 특히나 엄청난 양의 카르마 포인트는 기적을 불러오기도 한다. 고작 그린 랭크의 배리어로 네이비 랭크에 필적하는 최고위 랭크의 언데드의 공격을 막아내는 기적을 말이다.
“괜찮아.”
“네? 아, 네. 그럼 괜…? 어라? 저, 저러면 위험한 것 아닌가요?”
시체 골렘이 배리어에 다닥다닥 붙은 모습에,
“좋아! 아주 좋아! 엑설런트야!!”
초조하다는 듯이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던 소피아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노먼! 카르마 포인트를 적당히 유지하다가 폭발이 일어나면 카르마 포인트 유입을 중지해.”
“네?! 그, 그럼 배리어가 깨, 깨질 건데요?”
“그러라고 하는 거야. 그러라고. 깨지는 순간 아주 살짝, 아주 살짝만 보수하는 거야. 노먼. 알겠지? 응?”
“예?”
이해할 수 없는 주문의 연속이었지만, 노먼은 이요한의 얼굴을 힐끔 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최고 명령권자인 이요한이 소피아의 기이한 명령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깨진 유리처럼 세 곳에 커다랗게 뚫린 구멍으로 언데드가 쉘터 안쪽으로 밀고 들어가는 그 순간,
“최고 시청률 돌파!!”
유다연이 이상한 쪽에서 흥분하고 있었고,
촤악―!!
송출되는 영상에서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섬뜩한 소리와 함께 쉘터 안쪽에 몸을 들인 언데드가 수십 조각으로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아!”
그제야 노먼은 자신과 같이 영상을 보면서도 여유롭다 못해 엉뚱한 소리를 해댔던 유토피아 간부들의 여유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이해했다.
[그랜드 마스터 기사].무려 네이비(Navy) 랭크의 강자가 저곳에 있었다.
“알아차렸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그랜드 마스터 기사]가 셋이나 되기에 금방이라도 쉘터를 침범할 것 같았던 언데드의 움직임이 덜컥 멈추게 됐다.
“참 잘 짰죠? 그쵸? [그랜드 마스터 기사] 셋! 엄청 애매한 숫자잖아요? 무시하기에는 [그랜드 마스터 기사]가 셋이라서 무시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돌파하자니 언데드 입장에서도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할 거고! 으헤헤헤헤!!”
소피아는 어서 칭찬하라는 뉘앙스로 연신 [그랜드 마스터 기사] 셋만 준비한 것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었지만,
“움직일까?”
이요한은 지금 상황에서 언데드가 어떻게 움직일지가 더 깊은 관심사였다.
“움직여야죠.”
“움직여야 한다고?”
대답을 한 건 소피아가 아니라 지금까지 가만히 영상을 지켜보던 요제프였다. 그녀는 날개를 아주 조심스럽게 펄럭이며 고개를 끄덕이며 이요한의 반문에 답했다.
“이쯤 되면 대장도 아시겠지만, 즈마제비티가 이끄는 추적 부대가 저쪽으로 몰아넣은 겁니다. 지금 저들이 멈춰 있을 수 있는 건 즈마제비티가 영상을 보면서 잠시 기다려줬기 때문이라는 거죠.”
“아. 그렇다면.”
“네. 다른 생각하지 못하고 이제 뒤에서 몰아칠 겁니다. 언데드는 이제 어쩔 수 없어요. 저길 뚫어야만 합니다. 마기(魔氣)도 보충해야 할 테니, 시체가 많이 필요할 거고요.”
“그렇군.”
“시작됐습니다.”
화면에는 잠시 주춤했던 언데드들이 동시에 쉘터의 세 구멍으로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뒤에 물러나 있던 최고위 언데드인 아크 리치와 데스 로어가 움직인 것도 그때였다.
아홉 개로 분할된 화면 가장자리에는 쉘터 경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촉즉발의 혼란한 상황이 그대로 중계되고 있었고, 가장 가운데 있는 화면에서는 벌벌 떨며 공포에 떠는 생존자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끝나든, 최소 하나 이상 원하던 바를 얻겠네.”
그리고 다시 멀어지며 확대된 가장 자리의 8개의 화면 끝에서는 영지를 출발했던 병력이 언데드의 뒤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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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족(滿足) 그리고 불만(不滿).
211. 만족(滿足) 그리고 불만(不滿).
콰창―!!
가뜩이나 위태롭게 균열이 드러났던 배리어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균일이 더 벌어지고 결국에는 무너져 버린다.
“들이쳐라!!”
넓어진 균열을 확인한 데스 로어는 막 언데드를 향해 농밀한 강기가 덧씌워진 검을 휘두르는 기사를 덮였다.
“죽어라.”
근본이 사령(死靈) 계열 언데드인 레이스(Wraith)가 진화한 끝에 도달한 것이 데스 로어였다. 다른 것보다 살아 있는 존재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즉사에 이르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흥.”
당연한 소리였지만,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그랜드 마스터 기사]를 그걸로 죽일 수는 없었다. 미스릴과 아다만티움 합금 갑옷을 입은 기사가 마력을 방출하기 무섭게 데스 로어가 튕겨 나왔다.
어떻게 보면 기습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상황인데도 데스 로어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인간을 인질로 삼아라. 사기를 주입해라.”
그 잠깐의 틈이 배리어 중앙에 앉아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인간에게 언데드가 달려들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언데드가 물밀들이 밀려든다. 다른 입구를 방어하고 있던 다른 [그랜드 마스터 기사]를 공격해 틈을 만들어 결국 세 곳의 균열에서 언데드가 쉴새 없이 쉘터 안으로 들어갔다.
배리어 형태의 쉘터의 문제점이 바로 이것이다. 외부의 자극에 내부를 완벽하게 보호하지만 한 번 뚫리면 안이나 밖이나 똑같은 환경에 놓이게 된다. 다른 쉘터는 적대적인 존재가 쉘터 영역 안으로 침입하면 온갖 디버프가 걸리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아크 리치. 저놈부터!”
“━━━───. ───━. ━━──━━.”
데스 로어가 자신과 접촉했던 기사를 가리키는 순간 아크 리치의 주문은 거의 완성 직전이었고, 데스 로어가 이번에는 단순히 접촉이 아니라, [죽음의 손길]이라는 고유 능력을 일으켜 달려들 때,
“망령 군대(Army of the Ghost).”
사령(死靈) 또는 망령(亡靈). 둘 다 비슷한 말이다. 죽은 자의 영혼을 기반으로 하는 언데드. 그 언데드가 소환된다. 어떻게?
멸망이 있고 난 뒤, 지구에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망령을 소환하는 주문에 따라 순식간에 수백의 영혼이 망령이 되어 나타나 [그랜드 마스터 기사]를 향해 달려든다.
“흐음―!”
아무리 강자라도 희끄무레한 유령이 파도처럼 밀려오면 소름이 돋을 법한 순간임에도 [그랜드 마스터 기사]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검을 치켜들고,
“핫!”
그대로 휘둘렀다. 강렬하고 섬전과 같은 세로 베기. 그 검로를 따라 농밀하고 위협적으로 뭉친 강기가 퍼지며 달려들던 유령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켰다.
[그랜드 마스터 기사]다. 그의 검이 단순히 한 번의 세로 베기 이후 멈출 리가 없잖은가. 그의 검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전력으로 휘둘러질 때마다 그 옆을 지나치려던 언데드가 수십 조각이 되어 떨어진다.리치의 라이프베슬? 데스나이트의 죽음의 갑옷? 날붙이에 면역인 엘더 레이스?
아무 것도 소용 없다. 미스릴 합금으로 라쿤 [장인]이 제작한 검을 5cm 미만으로 얇게 감싼 강기였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그만큼 강기가 압축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닿는 족족 무엇이든 파괴되었다.
“흥! 그래 봤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