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11
여기서부터 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앙리는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대규모 생존자를 거부하는 다이애나에게 서운함을 느꼈고, 다이애나는 약탈자가 섞여 있을 수도 있는 생존자를 아무런 검증도 없이 무턱대고 받는 건 치안에 취약할 거라고 답답했다.
그래도 다이애나가 양보하면 그 문제는 그냥 넘어가는가 했는데. 얼마 안 가 문제가 나타났다. 쉘터 안에서 최근 합류한 각성자 하나가 비각성자를 강간하는 일이 벌어진 것.
다이애나는 바로 그 각성자를 잡아 참수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앙리와 의견 차이가 있었단다.
“잠깐. 잠깐만. 강간범을 죽이는 것에 의견 차이가 생길 게 있어? 아. 혹시 더 괴롭히다가 죽여야 한다고 했나? 그런가?”
[아니요. 각성자니까……. 그냥.]“설마. 에이. 장난하지 마. 그딴 병신 같은 생각을 하는 쉘터주가 어딨어?”
[진짜예요. 저도 듣고 놀라서 몇 번이나 확인했다고요. 그 앙리라는 멍청이가 최근 언데드가 더 정예화 됐으니. 치유 능력을 보유한 각성자니까 살려두자고 했대요. 그런데 다이애나라는 여자가 엄청 화를 내고 그대로 칼을 뽑아서 목을 댕강! 그랬더니 자길 무시했다면서 앙리라는 멍청이는 또 화를 내고. 뭐.]결국 그 골이 깊어졌고 다이애나는 이대로는 쉘터가 쪼개질 것 같으니, 조만간 자신이 쉘터를 나가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그날 저녁.
“…엄. 통신 상태가 안 좋은가? 잘못 들었어. 최고위 등급 언데드라고 들었거든? 야전 무전기와 [텔레포트 게이트]를 거치는 3자 통화이라서 그런가?”
[오.라.버.니. 정신 차리세요. 제대로 들으셨어요. 최고위 언데드, 아크 리치가 나왔대요.]“어떻게? 아니, 왜? 우리 영지에 천만 명이 있는데도 두 마리가 나오는 게 전분데? 거기 뭐 한 500만 명이 있대?”
[네.]“어?”
[400만 조금 넘은 인원이 있었대요. 지금은 그 절반도 안 남았지만.]“왜 이렇게 많……? 아까 그럼 앙리가 눈이 벌게져서 받았다는 수가?”
[네. 기존 쉘터에 머물던 생존자 보다 6배 이상 되는 인원이 들어온 거였대요. 그래서 앙리라는 그 멍청이가 눈이 돌아간 거고요.]그 정도면 눈이 돌아갈 만하지. 쉘터 계열 각성자에게 안전장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눈앞에 이득만 본다면 100만이 안 되던 쉘터 생존자가 순식간에 400만이 넘게 된다면? 눈이 돌아가고 남는다.
“그래서?”
[그런데 이 아크 리치가 몇 번 싸워보더니, ‘너희 중에 백 명만 희생하면 오늘은 물러난다.’라고 했대요.]“하아. 거짓말 하지 마.”
[오라버니. 저 아직 아마 말도 안 했는데요.]“내분이라며. 뻔하지. 돌겠네. 어떻게 그런 빡대가리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지?”
[헤헤헤. 그러니까요. 그래도 끝까지 말씀드릴게요.]릴리의 말은 내 예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찬성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다이애나는 반대했단다. 당연하지. 저게 사실인지도 믿을 수가 없지만, 오늘은 물러가면? 내일은? 내일도 백 명이 희생해야 한다면? 백 명이면 다행이지. 내일은 천 명이면?
다이애나는 싸우려고 했고, 앙리는 반대했단다.
‘어휴. 병신 새끼.’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앙리라는 그 남자는 그때도 이상했다. 비록 [비공정]이라는 오버테크놀러지의 위압감을 주는 걸 타고 방문했다고 해도 너무 과하게 나를 꺼려했다. 마치 내가 자신의 쉘터를 금방이라도 빼앗을 것처럼.
‘난 저딴 쉘터 준다고 해도 거절할 텐데 말이지. 참나.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쯧쯧.’
“그래서?”
[그래서는요. 다이애나를 따르는 사람들이 천 명도 안 됐대요. 400만이 넘는 생존자 중에 천 명이요. 다이애나가 쉘터를 끼고 아크 리치와 전투를 벌였는데, 그때 앙리가 100명의 목을 베어버렸대요.]“…응? 쉘터주가 직접?”
[네에.]“허……? 이런 참신하게 미친 새끼.”
미친놈이다. 나처럼 믿을 수 있는 존재, 그러니까 지의사와 엘라, 소피아 같은 가신과 [병영] 같은 특별한 소환 시설이 있어서 쉘터 내부의 각성자 전체가 달려들어도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짓을 했다.
[그래서 아크 리치가 물러가긴 했는데. 다이애나가 무기를 꺼내들 정도로 화를 냈고, 싸우고, 편이 갈리고, 뭐……. 그 뒤로는 새벽에 기습한 언데드에 많이 죽고. 다이애나 다치고. 앙리는 도망가고? 지금 상황이라는데요?]“…통신 상태가 안 좋네. 응. 안 좋아. 앙리면 쉘터 주인이잖아? 쉘터주가 도망가? 어디로? 쉘터를 버리고?”
[오라버니. 통신 상태 양호합니다요.]“돌겠네. 아까부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야?”
[진짜예요. 우리가 막 도착했을 때요. 아크 리치가 여기서 생존자 시체를 언데드로 일으키고 있었다니까요? [그랜드 마스터 기사] 아저씨랑, [대마도사] 할아버지가 엄청 화를 내면서 비공정에서 창문을 열고 달려가서 아크 리치를 뚜까 팼다고요.]어우. 난 이 드라마 못 보겠다. 전개가 너무 빠르고 막장이야. 한국 아침 드라마 뺨따구를 그냥 후려치는 수준이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오늘도 귀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년만이네요.
이런 철지난 하나도 재미있지 않지만 은근히 우리 동년배 사이에서 위트있다고 여겨지는 농담을 하는 나는 아재입니까?
(귀여워! 역시 내 남자!)
214. (귀여워! 역시 내 남자!)
릴리 로즈와 통신은 한참 전에 끝났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말에 책상을 두드리며 고민하는 중이었다.
[오빠. 다이애나라는 여자가 자신과 여기 남아 있는 생존자를 유토피아에 받아달래요. 이주 심사는 성실히 받겠다네요.]기사 여왕이 귀순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그녀와 220만 정도 되는 생존자가.
220만의 생존자? 그건 딱히 문제가 아니다. 그들 전부가 심사에 통과한다고 해도 영지에는 아직 빈터가 많고, [집]을 건설하기 위해서 남겨둔 공터는 넉넉하다. 내가 3천만은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한 건 허세가 아니다.
내가 걱정하는 건 다이애나와 그녀의 친위대다.
여기 온다면 다이애나의 성격상 엄청 빠르게 강해질 거다. 내가 그녀가 파괴(破壞)라는 지구의 의지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그녀를 포섭하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기사 여왕이기 때문이다.
회귀 전, 기사 여왕은 그 뛰어난 무위에 대한 명성 만큼이나 악명이 자자했던 각성자였다.
지금이야 우리 영지가 뭐든지 앞서가지만, 회귀 전에는 가장 먼저 그린스킨 네임드 킬을 성공한 게 기사 여왕이었고, 천부장과 사령관 그린스킨을 가장 먼저 죽인 것도 기사 여왕과 그 친위대였다.
똑똑―. 똑똑―. 똑똑―.
책상을 두드리며 고민에 고민을 해봐도 딱히 이렇다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딸깍―.
유난히 방문의 문고리가 풀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리고 거기에는 배가 남산만큼 부풀어서 걷는 게 힘들 텐데도 지친 기색 하나 없는 엘라가 서 있었다.
“들어와. 들어와.”
손짓을 해가며 그녀를 안으로 불러서 긴 소파 한쪽에 먼저 앉은 다음에,
“자, 여기 누워.”
“전 괜찮아요. 반려.”
“아니야. 내가 좀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 이리 누워.”
나는 엘라는 내 무릎에 머리를 베개하고 눕게 했다. 그리고 비단보다 더 부드러운 은빛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뒤죽박죽인 머릿속을 최대한 정리했다.
“반려?”
“응.”
“걱정되시는 게 있나요?”
“음.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까. 그래. 내가 이전에 말이야.”
나는 회귀 전 기사 여왕을 기억하고 있으며, 그녀가 영지에 들어오면 발생할 사건이 걱정되는 이유까지 최대한 자세히 설명했다. 사소한 것 하나 빠트리지 않고서.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이.
“음……. 반려.”
“응.”
“반려는 그녀가 두려우신가요?”
우뚝―.
엘라의 말에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길이 멈추는 걸 느꼈다. 그제야 비로소 속마음이 정확히 드러났다.
“두렵다라. 그렇군. 난 그녀를 두려워하고 있었구나.”
인정했다. 나는 기사 여왕을 두려워하고 있었음을.
“음. 왜요?”
“응? 왜? 어……. 그러게. 왜지?”
그리고 재차 ‘왜?’라는 엘라의 질문에 나는 내가 두려워하던 것이 허상이었음을 깨달았다. 회귀 전, 영상으로도 느껴지던 압도적인 폭력과 파괴력을 지닌 기사 여왕 다이애나. 그런 그녀의 힘을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서 보던 나.
이 관계가 지금까지 무의식에 깔려 나를 두렵게 했던 것이었음을.
“그린(Green) 랭크라고 했던가요? 마스터 직전?”
“맞아. 그렇다고 들었어.”
“반려는 네이비(Navy) 랭크시고요.”
“그렇지?”
“반려.”
허벅지를 베고 누운 엘라의 커다란 눈이 나를 올려다보며 눈과 눈이 만난다. 시선과 시선이 맞닿은 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한없는 지지와 믿음이다.
“그들이 영지를 방문하면 반려가 한 번 보여주세요.”
“응? 보여줘? 뭘?”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가 지닌 힘을요. 지금 반려가 가진 힘은 동일한 랭크의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으실 거예요.”
“내가?”
솔직히 이건 너무 올려치는 느낌이다. 나는 나를 안다. 나는 전투에 소질이 없다. 재능 자체가 없다고 할까?
“으음. 아니요. 반려는 강해요. 그것도 엄청. 우리가 반려를 나서지 못 하게 하니까 반려가 잘 모르는 거예요.”
“그래?”
“네. 과거의 반려에게는 전투에 유용한 재능이 없었을 수도 있어요. 그래요. 하지만 우리를 만난 반려는 달라졌어요. 기억나지 않으세요? 반려가 제게 정령 소환과 속성 부여 그리고 궁술을 배우실 때요.”
그제야 엘라의 확신이 올려치기 아니라 근거가 있는 확신이었다는 걸 느낀다. 영주와 충성도 MAX 가신 사이에 발생하는 효과 ‘사사(師事: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음)’가 일어났던 순간들을.
“제게는 엘프 특유의 움직임. 궁술을 위해 공간을 보는 눈. 정령과 원소의 친화를 배우셨죠. 소피아에게는 신성력을 사용한 신체 능력 향상에 대한 모든 것을. 즈마제비티에게 전장을 보는 눈과 용언도 배우고 계시죠? [대마도사]가 턱이 빠질 정도로 놀라던 걸 기억해요.”
“어? 어어. 그렇지. 용언은 아직 멀었지만. 바이올렛(Violet)은 되어야 제대로 쓸 수 있을 것 같던데?”
“그것뿐일까요? 요제프에게 세계수와 소통하며 세계수의 힘을 빌려 기적을 일으키시는 걸 봤어요.”
“음.”
“무엇보다 로파이가 탑승형 골렘을 제작하고 거기 탑승하셨죠?”
“아! 그거 진짜 재미있었지.”
남자의 로망 아닌가. 어릴 때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남자가 아니라 여자아이라도 어린 시절에 보면서 열광했을 걸? 난 메칸더가 폭발했을 때, 엉엉 울었다고!
“그것 보세요. 누가 네이비(Navy) 랭크의 누가 반려와 싸워 이기겠어요? 멀리 있을 때부터 활로 맞고, 어중간하게 달려오면 정령에, 마법에 맞다가, 어찌어찌 가까이 붙어도 신성무투술로 웬만한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하는 반려를요. 그런데 그 여자와 친위대는 그린 랭크 정도라면서요?”
그렇긴 하지. 솔직히 1:1이든 1:다이든 상관 없긴 하다. 네이비 랭크가 아니라면.
“그러니 그 여자가 오면 보여주세요. 반려가 얼마나 강한지를.”
“좋아. 덕분에 생각이 정리됐어. 고마워.”
“(귀여워! 역시 내 남자!)”
“응?”
정령이 바람을 일으키면서 중얼거리는 바람에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기분이 좋아 보이니 그거면 된 거지.
“네이선. 연결 해줘.”
폰이 자동으로 켜지면서 네이선과 연결됐다.
“릴리 로즈에게 전해. 원하는 놈은 다 받아주겠다고. 당연히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도 전하고.”
[네. 보스.]전달하고 만으로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왔음에도 난 따로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대신,
“양몰이 진행 중인 골렘을 조종해. 내일 오전 10시에 [망루] 범위 밖에 최고위 언데드와 언데드 무리가 닿을 수 있게 해.”
“차질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주인님.”
“그래. 부탁해.”
삼백만에 가까운 인원이 이주를 신청했다. 어째서 배로 늘었냐고 물었더니,
“어느 정도 쉘터 정리가 됐을 때,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쉘터로 들어오더라고요. 그 누구지? 그 쉘터 주인이라는 남자도요.”
라는 약간은 황당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쉘터 주인? 앙리?”
“네. 맞아요. 그런 이름이었어요. 처음에는 그 남자가 쉘터 생존자들에게 나가면 언데드에 다 죽을 거라고, 큰일 난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근데?”
“킥킥킥. 그때 그 앙리 머리 위에 [비공정] 똭!! 키킥. 그 남자가 벙져서 어어 하는 사이에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서 [비공정]에 탑승하고 나니까. 킥킥. 나중에는 ‘저, 저, 저도 가고싶습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래서 제가 그랬죠. ‘응. 돌아가. 안 돼. 안 태워줘.’ 이렇게요. 앙리 주변에 있던 각성자들이 그제야 꼬리에 불이 붙은 들개처럼 방방 뛰면서 ‘저희는 저 새끼 모릅니다!’ 막 이러더라니까요? 크크크큭!”
“어휴. 미친놈들. 그래서 걔들 데리고 왔어?”
“아니요. 어차피 여기 와서 심사 통과 못할 게 뻔한데요. 뭐. [행정청장]이 엄청 깐깐하잖아요. 안경 쓴 사막여우라니.”
릴리와 대화하면 흐름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이렇게 사방으로 튄다. 분명 갑자기 늘어난 이주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은 또 [행정청장]의 외모에 대해서 말하고 있잖은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래서 지금 다들 어디 있어?”
“심사에 통과한 사람들은 제 5 지역에 머물게 했어요.”
“음. 잠깐만. 제 5 지역이면 상가 거리와 인접한 지역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