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12
“맞습니다. 보스.”
릴리 대신 릴리의 보고를 같이 듣고 있던 올리비아에게서 답이 흘러나왔다.
“오늘 상가 거리에 설기가 나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머! 맞아요!”
“돌겠군.”
“호호호호. 구경 가야겠다! 저 갈게요! 오라버니!”
“저도 가보겠습니다. 보스.”
…
다들 신이 나서 집무실을 나선다. 엄청 기대된다는 표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어휴. 또 시끄럽겠구나.”
* * *
“어디 있지? 어디 있으려나? 아! 저기 있다!”
이요한의 방을 나온 이들이 상가 구역으로 왔을 때, 그들이 찾던 익숙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먀아.”
새하얀 고양이가 상가 구역 중앙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대기줄처럼 긴 줄이 일렬러 늘어서 있었다.
“쟤봐. 쟤. 완전 도도해!”
유다연이 가리킨 곳에는 오랜만에 외출을 나온 설기에게 다가가 조공을 바치는 이들의 줄이었다.
“설기가 쟤들보다 더 부자야. 설기가 벌어온 카르마 포인트의 일부를 저기 목에 달린 주머니에 화폐로 만들어서 넣어주거든.”
“호호호호. 우리 설기! 귀여워!”
“그래. 그걸 아는 사람이 이제 많은데도 각자 사비를 털어서 츄르나 통조림을 사서 조공하듯이 바치잖아. 그래도 좋은 거야.”
“사진 한 장 찍어주는데 카르마 포인트 천 포인트를 내놓는 건 우리 영지 밖에 없을걸?”
“그거 알아? 설기는 츄르나 통조림이 아닌 받은 [화폐]는 모두 영주님께 드린대. 영주님이 자고 계실 때, 몰래 침대에 놓고 ‘나는 몰라요.’ 하는 얼굴로 시치미를 딱 떼고 있는 거야.”
“으아아아. 어떡해! 어떡해! 귀여워!귀여워귀여워!!! 지구 뿌셔! 우주 뿌셔!!! 으어어어어.”
유다연이 호들갑을 떨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말이라도 지구 부순다는 건 좀 그렇지 않냐? 지금 지구가 이 난린데?”
그녀들 뒤를 따라 나온 이요한이 다가오며 유다연을 타박했다. 당연하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요!! 우리 설기의 귀여움이 지금 달을 뽑는 중이라고요!!”
유다연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냈다.
“다연. 달은 왜 뽑아? 그리고 달을 뽑는다는 건 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공전궤도에서 제거한다는 뜻이야? 아니면 달의 일부를 뽑아낸다는 뜻이야?”
올리비아는 그 와중에 지극히 이과적인 엉뚱한 의문을 제기한다. 한쪽에서는 설기가 귀엽다며 빽빽거리고 한쪽에서는 과연 ‘달’이라는 행성을 ‘뽑는다’는 어떤 의미냐고 토론이 벌어졌다.
“혼란하다. 혼란해.”
이요한이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고개를 저을 때,
“여, 여긴…….”
그런 이요한과 거리에 영지민들 그리고 순백의 날개 달린 고양이를 보며 사고 회로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 표정으로 경악하는 여자가 있었다.
“다이애나 프린스.”
한참 이과 출신 지의사들과 달을 뽑는 법에 대해서 토론하던 올리비아가 찰나의 순간에 그녀의 왼편에 나타났다. 그건 공간이동이면서 동시에 마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마녀의 장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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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새해 첫 주를 잘보내고 계신가요?
작년의 저는 제 허리를 희생했습니다. 디스크라고 하더라고요.
심하진 않아서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관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올해의 저는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고 건강하게 글을 꾸준히 쓰는 게 목표입니다.
화이팅!!!
이 영지는 역시 미쳤어! 뭔가 이상하다고!!
215. 이 영지는 역시 미쳤어! 뭔가 이상하다고!!
“다이애나 프린스.”
한참 이과 출신 지의사들과 달을 뽑는 법에 대해서 토론하던 올리비아가 찰나의 순간에 그녀의 왼편에 나타났다. 그건 공간이동이면서 동시에 마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마녀의 장난’이었다.
“당신은……. 올리비아, 올리비아라는 이름이었죠?”
“어때?”
올리비아는 기사 여왕 다이애나의 질문에 가타부타 대답을 주지 않았다. 마치 무시하는 것처럼 기사 여왕에게 반문했다.
“뭐가 말이죠?”
“우리 영지. 어떠냐고? 열심히 돌아다녔을 거 아냐?”
올리비아는 영지가 어떤지를 묻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투, 몸짓 그리고 억양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마치 ‘넌 닥치고 칭찬해!’라고 말하는 것처럼.
“…여긴. 여긴.”
“여기는 뭐?”
“여긴 이상해요.”
뜻밖의 말이었을까? 아니면 기대와 다른 말이 나와서였을까? 올리비아의 마력이 그녀의 감정을 타고 날카롭고 섬뜩하게 뿜어진다.
“읏?”
“…미안. 실수.”
마스터 중위, 블루(Blue) 랭크 50을 넘긴 마력이 노출된 기사 여왕이 몸을 부르르 떠는 걸 보고 ‘아차’ 했는지 서둘러 마력을 갈무리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기사 여왕은,
“이것 봐! 이거! 이상하잖아!!”
마치 억지로 막아둔 감정이 폭발한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당신. 그리고 저기 당신 일행! 모두 블루 랭크의 그 ‘벽’이라고 하는 걸 넘었지?!”
“그럼. 넘었지.”
“그것 보라고! 이상하잖아! 어, 어떻게? 어떻게 너희는 하나 같이 카르마 포인트를 그렇게 많이 얻을 수 있냐고!”
“뭐? 이게?!”
“다연. 참아. 그리고 너도 더 해봐. 일단 다 듣고 대답을 하든 무시를 하든 할 테니까.”
“저기! 저것도! 그래! 이상하잖아!! 뭐? 츄르? 츄르라고?! 다른 쉘터는 살아 있는 인간이 먹을 음식이 부족한 곳도 있는데. 목숨을 걸고 획득한 카르마 포인트를, 고작 고양이 간식에 카르마 사용한다고?! 이건……!!”
“왜? 돈지랄 하는 것 같아? 낭비라고 생각해? 그 카르마 포인트로 못 먹는 사람들을 돕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다면?”
“너는 그렇게 해. 그렇게 해도 돼.”
“뭐?”
“넌 그렇게 하라고. 카르마 포인트를 열심히 벌어서 그걸로 못 먹는 사람들 도와줘. 너희 쉘터에서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유토피아에서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 누가 뭐라겠어? 네가ㅣ 하고 싶다는데?”
“내 말은……!”
“네 말은 뭐? 그게 아니라고?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소중한 카르마 포인트를 저렇게 쓸 거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는 뜻이라고? 왜? 저 사람들이 왜 그래야 하는데?”
“뭐?! 그거야 당연히……!”
“네가 그랬잖아. ‘목숨 걸고 얻은’ 카르마 포인트라고. 목숨을 담보로 얻은 카르마 포인트로 강해지는데 사용하거나, 그걸로 우리 귀여운 설기 간식을 사주거나. 그걸 왜 네가 참견해? 네 돈이 아닌데?”
“하지만 사람을……!”
“사람? 사람이면 같은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그게 말이 되니? 이런 세상에서.”
“왜 말이……!”
“너도 안 그랬잖아.”
“야아아아아!!!”
“왜?”
“나도!!! 말 좀 하자아아아―! 왜 자꾸 말을 따박따박 끊어먹어!!!”
“다 예상이 될 정도로 너무 식상하잖아?”
“…뭐?”
식상하다는 올리비아의 말에 다이애나는 자신이 들은 단어가 맞는지, 번역이 잘못된 건 아닌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식상하고 이기적이야. 기준이 제멋대로잖아.”
“뭐, 뭐가?”
올리비아의 직설적이고 신랄한 평가에 다이애나는 말을 더듬을 정도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아내고 있었다.
“너도 안 그랬잖아? 너, 예전에 파괴(破壞) 님께서 여러 편의를 봐주셨을 때, 그때 너는 어땠지? 네 카르마 포인트를 양보해 쉘터의 비각성자에게 줬어?”
“…우리는 카르마 포인트를 거래할 수단이 없었어.”
“아아. 그럼 거래할 수만 있었다면 너 개인이 강해지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도왔을 거다?”
“…….”
다이애나라는 여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방금 올리비아의 말이 추측이나 가설이 아니라, 완전히 비꼬는 의미라는 걸 알 거다. 그러니 올리비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이애나는 입을 다물었고, 뒤에서 듣던 유다연은 ‘픽’ 하고 비웃음을 노골적으로 흘린 거겠지.
“너는 우리보다 훨씬 여유로웠지. 그린스킨 하나를 잡아서 500포인트 이상 줬다며? 5배나 많이 주고, 아이템도 팍팍 뜨고? 그런데 왜 하지 않았니? 카르마 포인트 거래 수단이 없었다고? 하! 변명을 해도 뭐 저런 병신 같은 변명을.”
“뭐라고?!!”
“그린스킨 사지를 잘라서 뒤로 툭툭 던져주면? 비각성자 중에 각성자가 더 많이 생겼겠지? 몸이 아픈 이들은 다 나았을 거고.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도 더 건강해졌겠지?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했는데? 너는 어땠니?”
올리비아의 공격은 아팠다. 엄청 아팠다. 다이애나는 말로 맞는 게 어떤 느낌인지 새삼 실감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말을 꺼내도 변명조차 되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우리가 왜 포인트가 이렇게 많냐고? 왜겠어? 생각을 좀 해보렴.”
“…….”
“그만큼 엄청. 어어어어어어엄청. 잡았으니까. 뭘? 좀비를.”
그쯤 되자 다이애나는 더는 올리비아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올리비아를 비롯한 이요한의 측근이 보내는 적대적인 눈빛도 싫고, 자신을 봤음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새하얀 고양이에게만 시선을 두는 이요한도 싫었다.
“너도 곧 보게 될 거야.”
“뭘?”
“우리 영지 각성자들이 어떻게 저렇게 많은 카르마 포인트를 가지고 사는지를.”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확히 1시간 22분 후.
“…미, 미쳤어!!”
1시간 22분 전에 그녀가 올리비아를 향해 이 영지가 ‘미쳤다’고 말할 때는 같은 단어임에도 안에 담긴 감정이 전혀 달랐다.
“이건 혁명이야!!!”
그녀는 카르마 포인트로 구매한 집 벽면에서 출력되는 영상을 보며 잔뜩 흥분했다. 베리어 형태의 쉘터로 언데드가 달려들고, 그런 언데드를 네이비(Navy) 랭크에 오른 기사와 마법사들의 간접적인 보호 아래서 막대한 숫자의 언데드를 썰어버리는 영상이 여러 화면으로 나온다.
“이 정도라면. 만약 정말 2시간 마다 이런 식으로 좀비를 쓸어버린다면. 고양이에게 츄르 따위. 캣타워도 설치해 줄 수 있겠어!”
다이애나는 어느새 약 2시간 쯤 전에 처음으로 본 순백의 고양이에게 츄르를 주는 것이 기본 값이 되어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 흥분하다가 장밋빛 미래를 그리던 다이애나가 문득 어떤 위화감 같은 걸 느끼며 호들갑을 멈췄다.
“저기 어떻게 가는 거지? 아니, 그 전에 저긴 어디지?”
그렇게 고민하다가 문득 2시간 전에 만난 올리비아에게 물어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닿았다. 문을 열고 급히 거리로 나왔다. 웬만한 대도시보다 넓은 유토피아에서 길을 찾는 건 의외로 쉬웠다. 일단 중앙으로 달린 후, [내성] 부근에서 표지판을 보고 빠져나가면 된다.
즉, 지금 다이애나는 영지 내에서 [도로]를 타고 걸으면 빠르게 이동되는 상황에서 잰걸음으로 빠르게 [내성]으로 향하다가 발견했다.
다수의 영지민이 마치 무슨 월드컵 우승 퍼레이드라도 있는 것처럼 한쪽으로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것을. 인파에 밀려 그 행렬을 따르다 보니 어느새 인파의 물결은 그 크기를 더욱 키워서 이제는 빠지고 싶어도 빠질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다들 어디 가는 겁니까?”
그제야 다이애나는 바로 옆에 걷고 있던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에게 물었고,
“영주님 보러 가요! 헤헤.”
아이의 대답에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언니도 영주님 좋아하는구나? 나도 좋아요! 영주님하고 결혼할 거예요!!”
“어머! 바다야!”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끌어안고 민망하다는 듯이 미소를 보이며 다이애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다이애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손을 들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엔 ‘영주’라는 단어가 푹 박혀들었다.
‘영주면 이요한? 이요한을 만나러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간다고? 어디로?’
다이애나의 의문은 사람들이 높고 넓은 성벽 위에 올라가서 각자 준비한 망원경을 꺼내들거나 돗자리를 펴고 간단한 다과를 차리는 걸 보면서 더욱 깊어졌다.
‘이게 뭐 하는 거야?’
다이애나는 이 유토피아라고 하는 쉘터에 들어와서 몇 번이나 받은 문화 충격을 또 한 번 느끼고 있었다. 뜬금없이 평일 오전에 갑자기 영지민이 우르르 몰려나와 성벽 위에서 피크닉을 즐긴다?
‘그게 무슨 개 소리야!!!’
소리 없는 절규를 내지르는 사이,
톡톡―.
“언니.”
아까 옆에서 같이 걷던 여자아이가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허벅지에 손을 탁탁 때리고 있었다.
“어? 어어.”
“가자. 엄마가 김밥 만들었어! 딸기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