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13
그리고 몸을 휙 돌려 부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아이를 따라가면서,
‘응? 다가오는 걸 못 느꼈는데?’
자신의 감지 범위 안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온 아이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양갈래로 딴 머리가 출렁이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의 감지 범위 안에 스스럼 없이 들어오려면 최소한 그녀와 같은 그린 랭크 최상위 스탯을 찍어야 가능하니까.
“실례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이것 좀 드세요. 김밥이라는 건데, 한국에서는 소풍이나 나들이갈 때 많이들 먹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로 보이는 부부가 마련해준 자리에서 앉기 무섭게 아이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손에 젓가락을 쥐여주고 예쁜 김밥이 차곡차곡 쌓인 찬합을 다이애나 쪽으로 밀어놓는다.
“자, 잘먹겠습니다?”
왜 의문문으로 대답했는지는 다이애나 본인도 모른다. 그저 이런 분위기, 마치 멸망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이 평화롭게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그녀에게 가슴이 간질거리는 기분 좋은 어색함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김밥이라는 이 처음 먹어보는 이국적인 음식조차 맛에 신비함이 더해져서 다이애나 본인도 모르게 뭔가 정신이 붕뜨고 있을 무렵,
“뭐 큰 일이라고 이렇게 다들 나왔어?”
많은 영지민이 빼곡히 들어찬 [성벽] 아래 열린 [성문]으로 이요한이 투덜거리면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영상으로 보여준다니까. 아침부터 왜 다들 나온 거야?”
목소리에 마력을 담았는지 [성벽] 위에 빼곡히 채운 이들의 귓가에 선명하게 닿는 순간,
“그래도 직접 보는 게 좋아요!!”
바로 옆에서 빼액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얇고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이애나를 이 자리에 부른 아이였다.
“강바다. 숙제는 다 했어?”
“…힝. 숙제 재미 없어요.”
“그거 나한테 말해봐야 소용 없어. 옆에 소피아 언니가 담당이야.”
“알았어요. 이것만 보고 가서 숙제할 게요! 아빠 엄마랑 나왔어요! 끝나고 김밥 드시고 가시래요! 영주님!!”
그제야 소피아는 저 꼬마를 만났을 때부터 느꼈던 본능이 속삭이던 위화감을 깨달았다. 높이가 15m가 넘는 높은 [성벽] 위에서 이 꼬마는 저 아래서 점점 성벽과 멀어지고 있는 이요한과 아무런 어려움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그때 내 감지 범위 안으로 들어왔던 게……?’
흔들리는 눈동자로 아이를 내려다볼 때,
“응? 언니는 왜 그렇게 봐요? 아! 언니도 숙제 안 했어요? 괜찮아요. 끝나고 가서 열심히 하면 되요.”
아이는 짧은 팔을 뻗어 다이애나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아이의 손이 닿은 등에서부터 퍼지는 따뜻한 기운이,
“신성력?”
아주아주 농밀하고 진한 신성력이라는 것에 기함했다.
‘이 영지는 역시 미쳤어! 뭔가 이상하다고!!’
그렇게 재차 소리 없는 절규를 내지르며 상식이 무너지는 상황에 고통스러워할 때,
“혹시 모를 후폭풍에 대비해. 음식에 먼지 들어갈라.”
이요한이 담담한 목소리로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해댈 때, 그의 전방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꺼림칙한 데스나이트가 유령마를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어?!”
위험하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주변에서 다들 흥미진진한 분위기이기에 간신히 참아 삼킨 다이애나의 눈에 이요한이 언제 뽑아들었는지 왼손에 활을 잡고 오른손으로 시위를 당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빠른 대응보다 다이애나의 입을 강제로 막아 버린 것은,
“와아아아―! 남색이야! 남색!!”
이요한의 활에서 보이는 선명한 남색의 ‘강기(剛氣)’였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이애나의 절규에 십분 공감합니다.
예전인데요. 아주 예전. 그래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첫날.
보통이라면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 할 기숙사 생활 때문에 서로 알아가느라고 시끌시끌할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첫날 저녁 식사 이후 자습 시간에 교실에서 한 명도 빠짐없이 고개를 숙이고 공부하느라고 재채기 조차 못하겠던 분위기가 생각나네요.
나만 들떴나…?ㅋㅋㅋㅋ
그래서 저도 강제로 책상에 머리를 박고 가장 시간이 빨리가는 수학 문제집을 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216.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활을 잡는 건 오랜만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활과 화살에 마력을 주입하는 행위가 오랜만이다. 활에 화살을 걸고 마력을 주입하지 않은 상태로 화살을 날리는 건 취미와 운동 삼아 하고 있었지만, 파괴의 목적으로 마력을 주입한 건 진짜 오랜만이다.
‘생각해보니까. 네이비 랭크가 된 후 처음 아닌가?’
여러 생각과 감회는 시위를 당기고 마력을 불어넣는 순간 사라졌다. 온전히 활에 집중하고, 화살에 원소의 힘을 부여하는데 집중했다.
‘고마워. 고맙다. 고마워.’
그저 생각만 떠올렸을 뿐인데도 정령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화살 곳곳에 스며드는 게 느껴진다.
‘아니야. 이제 그만 해도 돼.’
오히려 서로 들어가겠다고 난리라서 살짝 난감했다. 아마도 세계수와 엘라의 영향이겠지. 그리고 딱 알맞게,
“인가아아아안!!”
저 멀리서 죽음의 기운을 풀풀 풍기는 데스나이트 로드가 유령마인 펜텀스티드에 올라타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를 데스나이트가 해골마에 올라탄 채로 마치 기사단이 돌격하는 기세로 달려들었고.
“음.”
딱히 긴장 같은 걸 한 건 아니다. [미스릴]과 [아다만티움]의 합금으로 제작한 화살이었던 것은 어느새 진한 자연 속성력이 터질 것처럼 담겨 알록달록하게 변했다.
그리고 그 위를 [의형강기]에 의해서 생성된 남색 강기가 뒤덮으며 활 앞쪽으로 점점 길어지며 거대한 창이 되었다. 마상 전투에서 사용하는 기병 랜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크고 굵은 창은,
피이잉―!!
공기를 빠르게 관통하며 순식간에 적과 거리를 0으로 좁혔다.
━━━━━━━━━!!
먼저 빛이 폭발하고,
콰콰콰콰콰쾅―!!!
1초 정도의 정적이 지속된 이후 고막을 찢어발길 것 같은 굉음이 터져 나왔다.
“쿨럭?”
후폭풍에 의한 먼지가 나를 덮치기 무섭게,
우우웅―.
바람의 정령들이 열심히 내 주변을 돌며 먼지구름을 걷어낸다. 그제야 제대로 보이는 화살의 결과물. 거대한 구덩이가 생기고 그 안에 언데드‘였던’ 것들의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인━가━안!”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고위 언데드는 죽지 않고 살아 있다. 하반신과 펜텀스티드는 어디 갔는지 알 수 없고, 상반신만 남은 채로.
“아, 잘 됐다. 야, 너도 잘했어. 내가 너 죽을까봐 얼마나 걱정한 줄 아니?”
“인━간?”
이건 농담이 아니다. 솔직히 아무런 생각도 없이 평소처럼 활을 당기고, [의형강기]까지 덧씌워 시위를 놓는 순간,
『대영주의 친정(親呈)입니다.』
『전투에 참여한 47,553명의 영지민이 집계되었습니다.』
『고유 능력 [만능]의 영향으로 대영주의 모든 스탯이 475.53% 증가합니다.』
이런 메시지가 출력되면서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득한 폭발이 일어났다. 생각해보라고. 고작(?) 네이비(Navy) 랭크에 올라 스탯을 모두 1씩 찍은 놈이 날린 화살의 폭발이 소리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후폭풍을 일으킨다는 게 말이 되겠냐고.
475.53%, 4배 넘게 5배에 가깝게 스탯이 상승했지만, 그렇다고 엄청 스탯이 오른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
〈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이요한
2. 칭호(Title): [지구가 도와주는] [장비 전문가] [그랜드 마스터]
2. 국가(Nation): 대한민국
3. 소속(Clan): 유토피아
4. 직업(Class): 대영주(大領主)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775,229,100,000] [악업(Minus Karma) 787,980,246,047] [특수 카르마 포인트 946,524,000,000]6. 스탯(Status)
신체[Rank: Navy] [근력 1] [민첩 1] [체력 1] [내구 1] [마력 1]
특수
신체[Rank: Navy] [위엄 1] [교감 1] [친화 1]
히든[Rank: Green] [행운 38]
〈고유 능력〉
1. 대영지 [Rank: N]
2. 만능(Almighty) [Rank: N]
3. 문을 여는 열쇠 [Rank: N]
4. 의형강기 [Rank: -]
〈일반 능력〉
1. 대영지관리 [Rank: N]
2. 오러 [Rank: N]
3. 성강 [Rank: N]
────────────────
내 스탯이 네이비 1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네이비 랭크 자체가 신이 관장하던 차원 섬 [아스가르드]에서도 몇 명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경지라서 하마터면 첫 공격에 데스나이트 로드를 죽일 뻔했다.
“소피아. [대마도사]하고 [숲 지기] 불러줘. 부탁한 것 준비되었다고.”
“네!”
“인━간?”
“그래. 그래. 조금만 기다리렴. 너를 기다리는 이들이 아주 많단다. 아! 너도 잘 알만한 언데드가 있어. 오네로라고 알지? 만나면 반겨줄 거야.”
“인━? 뭐━?”
상반신만 남았음에도 언데드의 종족 특성 덕분에 죽지 않고 입을 열던 데스나이트 로드의 몸이 덜컥 멈춘 게 느껴진다. 오네로라고 하는 어비스나이트 로드의 존재가 그만큼 충격이었던 것 같다.
놈의 입이 막히고 검은 귀화(鬼火)를 뿜어내던 눈동자의 빛이 불안하게 흔들릴 무렵,
“영주님!! 저희 왔습니다!”
“영주님. 부르셔서 왔습니다.”
[대마도사]와 [숲 지기]가 도착했다.“저거 필요하다고 했지? 뭐 만든다며?”
“오! 포장하기 쉽게 상반신만 남겨두셨군요! 역시 영주님!”
[숲 지기]는 다른 [연금술사]들과 달리 엄청 외향적인 성격이었는데, 최고위 언데드를 눈앞에 두고도 그 흥을 잃지 않았다.“허허허. 생각보다 팔팔한 놈을 낚으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영주님. 덕분에 로파이가 좋아하겠군요.”
[대마도사]는 신기한 것을 발견할 때마다 눈을 빛내는데, 언뜻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생각나는 건 기분 탓일까? 지금도 말은 여유로운 척 ‘허허’ 거리지만, 어서 저 데스나이트 로드를 분해해보고 싶다는 기색이 역력하다.“가져 가. 조심히 다루고. 여차하면 그냥 소멸시켜. 아주 신성력으로 샤워를 시켜서 고통스럽게 소멸시키라고. 아, 오네로도 소개해주고.”
“예. 영주님.”
“명심하겠습니다. 영주님.”
둘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무언가를 속닥거리는 사이에 영지에서 [대마도사]와 [마도사]가 성벽을 박차고 날아오고 있었고, [치프 연금술사]들도 표범이나 호랑이 같은 것을 타고 빠르게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고생들 해.”
“네!!”
우렁차게 대답하는 소리를 뒤로 하고 [성문]에 다가간 순간,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영주니이이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