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15
“그래. 애초에 내가 멍청했던 거였어. 그래. 친위대를 해체한다.”
다이애나의 선언과 함께 다이애나와 그녀 주변에 있던 친위대의 몸에서 빛이 뿜어졌다가 흩어진다. [친위대] 해제로 스탯이 낮아졌을 텐데도 친위대였던 이들의 얼굴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가 봐.”
“그럼 가보겠습니다. 건승하십시오. 다이애나 씨.”
자신을 지칭하는 호칭이 ‘님’에서 ‘씨’로 바뀌었음에도 다이애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집]으로 향하려던 걸음을 돌려 영지의 유일 종교인 펠리타교와 연관 있는 건물인 [치료소]로 향했다.
그녀가 발걸음을 돌린 이유는,
『신앙 스탯이 17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현재 신앙 스탯은 「35」입니다.』
이런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신앙 스탯. 분명히 그것에 대해서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
이요한이 몸을 돌려 [내성]으로 들어가면서 옆에 있던 이국적인 여인과 나누던 대화를 들었다. 신앙 스탯이 이 영지에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느꼈다. 물론 당시에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그저 [집]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친위대의 밑바닥을 본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어.’
친위대가 보여준 모습에 정신을 차린 그녀가 [치료소]로 들어갔고,
“어서 오세요.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아니요. 펠리타교에 대해서 궁금해서 찾아왔습니다.”
“아! 그쪽이시군요. 잠시만요.”
그리고 간단하다 못해 허술해 보일 정도인 펠리타교의 교리에 대해서 교육을 받은 다이애나는 생각했다.
‘이건 믿음이 문제가 아니야. 단순히 믿는다고 자기암시나 자기세뇌를 한다고 해서 신앙 스탯이 상승하지 않아.’
[집]을 향해 걸으면서 신앙이라는 이 특수한 스탯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아까 왜 신앙 스탯이 올랐던 거지? 난 영주님을 믿는다거나, 펠리타교를 믿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까 무슨 일이 있었지?’
친위대를 해제하는 순간 오른 신앙 스탯.
친위대에 실망하고, 친위대를 해제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영주인 이요한의 입장에서 자신과 친위대가 얼마나 꼴보기 싫은 짓을 하고 다녔는지 이해했다.
‘아!’
신앙 스탯이 올라가는 기작은,
‘믿는다? 아니, 오히려 의심하지 않는 것? 영주님의 행동이나 지시가 내게 해로울 거라는 의심하지 않는다.’
다이애나는 자기 최면에 들어갔고, 그녀는 빠르게 무의식으로 침잠하며 같은 말을 되뇌며 각인시켰다. 마치 무의식이라는 돌에 신앙이라는 글자를 새겨넣는 것처럼.
『신앙 스탯이 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현재 신앙 스탯은 「38」입니다.』
『신앙 스탯이 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현재 신앙 스탯은 「40」입니다.』
『신앙 스탯이 4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현재 신앙 스탯은 「44」입니다.』
…
식음을 전폐하고, 졸음도 잊고, 오로지 무의식에 이요한을 향한 의심을 없애는 것에만 전념한다. 이것이 이요한의 회귀 전과 후 모두 빠르게 강해지는 각성자가 된 다이애나 프린스의 원동력이다. 강함에 대한 집착. 다이애나는 이요한에게 들었던 아픈 말들은 이미 잊은지 오래다.
그녀가 지금 간절히 바라고 열망하는 것은 양몰이 쉘터라고 하는 곳에 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에 가면 막대한 수치의 카르마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걸로 간절히 바라던 블루(Blue) 랭크에 오르겠다는 열망!
그 열망이 무려 무의식에 각인을 새기는 무식한 짓을 하게 만든 원천이고 원동력이며 지구의 의지 파괴(破壞)가 다이애나에게 반한 부분이다.
그렇게 며칠.
[집]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던 다이애나가 초췌한 몰골로 밖으로 나왔을 때, [신앙 96]그녀의 신앙 스탯이 말도 안 되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장 먼저 [행정청]에 들러 자신의 신앙 스탯을 재차 확인 받았고, 양몰이 쉘터 지원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마침 [내성]에서 나오는 이요한과 그 일행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난 달라질 겁니다.”
“뭐?”
“득시무태 시불재래(得時舞怠 時不再來)!!”
[때를 만나면 게으르지 마라. 때는 두 번 오지 않는다.]종말이 시작된 직후부터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았던 좌우명과 같은 문구를 이요한의 면전에서 외쳤다. 다이애나는 자신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지의 표명이고, 달라질 수밖에 없는 근거이기도 한 문구였다.
‘나는 지금이 내가 다시 날아오를 때라고 생각했고, 나는 절대 태만하지 않을 것이고, 변할 것이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호기롭고, 당당하게 말했다.
‘알아들었겠지? 범려가 월왕 구천에게 한 말이니까?’
다이애나는 당연히 동양의 명언을 인용했으니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다이애나는 하필이면 해당 명언을 한국어로 발음했고―딴에는 준비성을 보여준다고, 마치 릴리 로즈가 ‘오라버니’라는 단어만 한국어로 발음하는 것처럼―이요한의 옆에는,
“시불? 오빠. 쟤 지금 욕한 거죠? 그쵸?!”
한국인이면서 애는 참 착한데 공부에는 열중하지 않았으며, 종종 도른자 유다연이 있었다.
“왓? 노, 노놉! 아니에요!!”
“오빠. 제가 오늘 저년 죽이고 지옥 가겠습니다!!”
“왓 더…….”
* * *
리치 군주 휘하의 언데드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중급 언데드조차 이제는 그 수가 적어서 상급 언데드를 최하급 언데드인 좀비를 보내듯이 내려보내야 할 지경까지 왔다.
리치 군주가 제정신이고 멀쩡했다면 상급 이상의 언데드를 이렇게 허무하게 소비하진 않았을 거다.
이미 최고위 등급 언데드가 출현했는데, 상급 언데드 출현에 왜 놀라는 거냐고?
최고위 등급 언데드는 엄밀히 따지면 리치 군주 진영이 너무 불리하고, 최하급과 하급 언데드가 멸종하면서 중급 언데드를 출정시켜야 하는 리치 군주 진영에 ‘베네핏’이 발동되어 중급 언데드 만 마리 이상을 대신해 최고위 언데드를 출격시킨 것이다.
그래서 처음 최고위 등급 언데드가 유토피아 인근에 나타났을 때, 언데드가 다른 움직임을 보이며 이요한과 영지 각성자를 혼란스럽게 했고, 번거롭게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최고위 언데드가 등장한 첫날에는 무려 8시간 이상을 소멸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동안 누더기 행성을 포함한 〈심연의 추방자〉 차원에서 하급 이하의 언데드가 쉬지 않게 차출된 것을 생각하면 8시간을 버틴 것은 엄청난 자원을 아낀 셈이다.
이것만 하더라도 자원을 엄청 아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기절한 리치 군주의 정신이 점차 돌아려는 기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완전하게 깜빡이는 형광등처럼, 간헐적으로 해골의 눈에 검은 귀화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걸 보면 확실하다.
[얼마 안 있으면 깨어나겠구나. 귀찮은 일도 이제 얼마 안 남았나.] [그런데 이 놈이 깨어날 때까지 언데드가 남아있을까?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지구의 전력이 빠르게 강해지는데? 딱히 이놈이 문제는 아닌데. 만약에 깨어나는 것보다 언데드가 더 빠르게 소모되면? 그럼 어쩐다?] [아. 그런 식으로? 괜찮으려나? 아무리 영락했다고 해도 한 때 초월자였는데?] [그런 상황이 오게 되면 그렇게 진행하지.] [만약 그 상황이 되면 이곳을 포함한 차원은?] [승자독식. 음. 나쁘지 않겠네요.]마치 단톡방에서 다수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얻고 답을 얻으면서 또 질문을 던지거나 답을 주는 식으로 혼자 중얼거리는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모습은 언뜻 보면 미친 것처럼 보인다.
기절한 채로 간헐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는 리치 군주를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는 시선으로 보면서 한참 대화를 나누던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그나저나 다음 전투를 위해서 접촉은 어떻게 되었나?] [하긴 심층도 아니고 고작 지하 2층에 사는 존재들이니까.] [오랜만에 지구의 의지를 또 만나야겠네? 재밌겠다.]지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주제를 꺼내고 지구의 의지를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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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오늘도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
음음.
시불재래.
욕 아닙니다.
동생놈아.
너는 안 되겠다. 못 쓰겠어.
218. 너는 안 되겠다. 못 쓰겠어.
차원 [심연]은 아주 특이한 구조의 차원이다. 보통의 차원은 주 행성을 중심으로 타원 형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심연은 완벽한 구(球) 형태, 공 모양의 차원벽이 차원을 감싸고 있다. ‘완벽한 원’, ‘완벽한 구’라는 건 인간에게 불가능한 것이지만, 신이 관여하면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완벽하게 심연의 차원을 감싼 차원의 벽 안으로 들어가면 심연에는 단 하나의 행성 밖에 없다. 태양 같은 항성도 없고, 달과 같은 위성도 없다. 오직 하나. 우주에서 보면 검다 못해 칠흑 같은 우주와 구분이 되지 않아 아무 것도 없는 줄 알고 다가와 충돌사고가 나도 과장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검다.
생명체는 미생물조차 살지 못할 것 같은 이 공간에 많은 수의 존재들이 살아가고 있다. 모습은 기괴하고, 팔이 오른쪽은 세 개, 왼쪽은 하나만 달려 있는 것처럼 어딘가 잘못 설계되고, 잘못 그린 것 같은 외형의 존재들.
이들이 바로 [심연]에서 비롯된 존재들이다.
그 [심연]은 일반적인 행성과 다르게 생겼다. 더럽고 악하고 존재 자체만으로 온갖 악의가 일어나는 기운은 행성 중앙에 깊고 진하게 농축되어 있다.
그렇기에 [심연]은 행성 표면에 무언가를 설치하고 건설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하로 깊이 내려갈수록 귀한 곳이다.
왜냐?
[심연]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은 [심연]에서 비롯된 존재들이라고 불린다. [심연]에서 태어난 거다.그렇기에 이들은 [심연]과 최대한 가까워지고자 하는 게 본능에 새겨져 있다. 식물이 빛이 있는 방향으로 줄기와 입을 키우는 것처럼.
그렇기에 [심연]은 강한 존재일수록 더 깊은 곳에 머문다. 당연히 도시는 지표면 아래에 설치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라고 할지 불행이라고 할지 [심연]은 일반적인 행성처럼 행성 깊은 곳에 마그마나 맨틀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 행성이다.
[심연]의 농도 차이만 있을 뿐이니, 행성 안으로,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심연과 가장 가까운 곳에 [심연]이라는 차원을 지배하는 존재가 머문다.리치 군주가 그토록 애타게 원했던 자리이자, 원했던 곳이 바로 ‘깊은 층’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심연]에서 태어난 존재라고 해도 행성 가장 중심에 있는 농밀한 [심연]에 닿으면 [심연]에 동화되어 버리기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이자 [심연] 농도 44%인 곳이다.그곳에,
“무슨 일인가? 더러운 신의 나팔아.”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방문했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육체가 없으며, 영혼도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 에고이기에 이곳에서도 멀쩡할 수 있었다. 어중간한 초월자라면 이곳에 들어오는 즉시 [심연]에 오염돼 자아를 잃어버렸을 거다.
[누가 누구보고 더럽다고 하는지. 넌 씻는다는 행위가 무엇인지 아니?] [심연]에는 물이 없다. 당연히 씻는다는 행위는 없다. 그럼 물이 없이 무엇을 먹고 마시냐고? 피와 살점을 먹고 마신다.“안다. 적의 피로 몸을 적시는 행위 아닌가.”
[어휴. 아니거든. 무식하고 멍청한데, 더럽기까지 하다니. 여긴 진짜 올 때마다 정말 화가 나는 곳이네.]“할 말을 전하고 가라. 신의 개야.”
[야.]“……?”
[이 새끼가 그런데 보자보자하니까. 너는 위대한 존재께서 네 친구야? 어디서 반말을 찍찍 해대면서 비하를 해? 뒈질래? 이참에 소멸하고 싶어?]“뭐라?!!!”
우르르르릉―!!
거대한 몸이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현재 [심연]의 지배자인 ‘절망의 손’은 수백 개의 촉수를 사방으로 뻗으며 힘을 드러냈다.
하지만,
으적―. 으적―. 으적!
순식간에 수백 개의 촉수 중 3분의 1이 날아갔다. 부러지고, 찢어지고, 소멸한다.
“!!!!”
갑자기 찾아온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알 수 없는 힘에 당했다는 충격에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를 [심연]에서 지배자의 위치에 올려준 절망의 ‘손’이라고 불리게 해준 촉수는 이렇게 사라져서는 안 된다. 촉수 자체의 강함도 물론이고, 촉수에 닿는 것만으로도 [붕괴], [저주], [쇠약], [타락]에 걸린다.
그 아무런 감정조차 담겨 있지 않은, 길을 걷다 우연히 발에 치여 굴러가는 돌을 바라보는 것 같은 목소리에,
“끄━아━아아아아악━━!!”
절망의 손을 [심연]의 가장 낮은 자리에 올려준 그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나머지 촉수가 모두 소멸하고 사라졌다. 수백 개의 촉수가 사라지고 결국 비대하고 꾸물대는 몸통만 남았다.
“사, 사, 살━!!”
살려달라는 말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카르마 포인트는 자비가 없었다.
콰득―!
대학교 대강당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던 비대한 몸이 안에서부터 폭발하며 다량의 핏물과 살점을 토해내며 사라진다.
이래도 되냐고?
카르마 포인트는 된다.
정확하게는 존귀한 존재인 카르마 포인트가 섬기는 ‘신(神)’을 모독했을 때는 그래도 된다.
[다음.]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짧은 말에 움직이는 기척이 수백이 드러난다. 그것은 이 갑작스러운 상황을 보고 있던 심연의 존재들이 그 정도는 되었다는 뜻이다.
어쩌면 ‘절망의 손’이라는 조금 전까지 [심연]을 지배했던 존재가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에게 무례하게 대답하고 신을 비하한 것은 지켜보는 눈이 많아서였을 수도 있다. 놈이 태어나길 빡대가리로 태어났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랬다면 지배자는 되지 못했을 거다.
[심연]에서 태어난 존재는 기본적으로 남을 속이려는 족속들이고, 들숨에 흉계를 삼키고 날숨이 거짓말을 내뱉는 존재들이니까.언제든 자신의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존재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싶었을 거다. 자신은 신의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납니다. 내가 ‘다음’이오.”
“무슨 소리! 이 몸이 바로 그 ‘다음’이외다!!”
“다 꺼져라. 뒈지기 싫으면. 다음은 이 ‘절규하는 눈’ 어르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