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16
…
자그마치 서른이 넘는 존재가 서로 자신이 ‘다음’이라고 우기면서 소음이 점점 덩치를 키워간다.
[그만!]하지만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위압적인 목소리에 모두 합죽이가 된다. 그 모습이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에게는 더 없이 한심해 보였다.
[닥치고 지금부터 1시간을 주겠어. 다음을 결정해. 만약 결정하지 못하면 내가 정해주지.]정해준다는 말에 서른이 넘는 기괴한 존재들의 고개가 바짝 올라온다.
[한 놈이 남을 때까지 무차별로 공격해주마. 그러다 보면 무작위로 운 좋은 놈 한 놈만 남지 않겠어?]이어진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말에 부랴부랴 각자 자리를 잡고 서로를 살핀다. 저렇게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았으니까.
[시작.]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아무런 기대조차 없는 힘이 빠진 시작 신호에 [심연]에서 서열로 세우면 상위 50위 안에 들어가는 존재들이 마구잡이로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야야. 놔! 놔!”
“너 먼저 놔!”
“좋아. 셋에 놓는거다? 이러다가 우리 둘 다 죽어!!”
“좋다.”
“하나, 둘, 셋! 왜 안 놔! 이 좀비 발바닥 새끼야!”
“너는 왜 안 놨는데?!!”
…
개싸움도 이런 개싸움이 없다. 난장판에 난장판이 더해지면서 나중에는 치사하게 물고 뜯는 놈들도 나왔다.
그런 개싸움도 결국에는 끝이 있는 법이고, 하나둘 소멸하면서 남은 존재는 셋.
3. 셋.
이 3이라는 숫자가 참 흥미로운 숫자다. 둘이면 서로 어떻게든 결판을 내면 되는데. 셋이 되면 먼저 싸움을 거는 놈이 무조건 뒈지게 된다. 그리고 한 명이 상대적으로 강해도 남은 둘이 그걸 알고 있으면 연합하기 때문에 쉽게 끝나지 않는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삼국지(三國志)도 결국 3국지잖나. 그렇기에 보통이라면 오랫동안 협잡과 음모가 난무했어야 할 상황이지만,
[15분 남았단다.]시간제한이 있으니 셋은 동시에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결국 하나만 남게 되었을 때, 그 하나가 된 존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서른다섯 명의 존재 중 하위권에 위치했던 존재였다.
고블린과 코볼트가 베이스인 하찮은 존재.
“내…가. 다음━입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모습에,
[9분 정도 남았네? 흡수할 시간으로 줄게. 다음이 죽어버리면 귀찮으니까.]아량 아닌 아량 같은 아량을 베풀었다. 그에 입으로 감사의 말을 꺼내는 시간조차 아까웠는지 다음 지배자가 된 존재는 바닥에 흥건하게 쌓인 살점과 피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먹는 양이 늘어날수록 [심연]의 존재 치고는 작고 왜소한 편인 그의 몸이 커지고, 근육이 쩍쩍 갈라지고, 뼈가 더 굵어지고 커진다. 무엇보다 몸에 품고 있는 [심연]의 농도가 진해지면서 점점 그 몰골이 기괴하게 변해간다.
등에서 근육질의 팔들이 돋아나고, 머리로 뿔이 솟아나며, 주둥이가 세로로 찢어지면서 십자 모양으로 벌어져 이전과 비교하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양의 피와 살점을 흡수하듯이 쓸어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만.]쌓인 살점과 피 그리고 죽은 존재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심연]의 기운의 7할을 흡수했을 때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내가 오늘 이곳을 방문한 이유를 말하겠……. 하아. 진짜. 그냥 다 죽일까?]당연한 소리겠지만, [심연]에서 태어나 진하고 깊이 [심연]에 물든 존재에게 이성적인 대화를 기대하면 안 된다. 지금도 보라. 처음에는 무려 존댓말을 하던 놈도 게걸스럽게 적의 시체를 먹고, 피를 마시고, [심연]을 흡수하는 것에 빠져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하는 말을 듣지 않고 있다.
[말을 하면!]쾅―!
“켕?!”
[좀!]콰득―!
“켁?!!”
[들어!!]으적―!!
“커허━어억!!”
결국 다시 제대로 된 대화를 시작한 것은 새롭게 등에서 난 팔이 모두 부러지고, 고통과 공포라는 이름으로 다시 예절이 주입된 이후였다.
[위대한 계약과 마법의 신께서 주관하시는 계약에 따라 차원 공방전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예. 예.”
[차원 지구의 시간으로 최소 100일, 최대 250일 사이에 차원 침공이 진행되어야 하니. 알아서 준비하도록.]“예. 예.”
[무엇보다 너희는 카르마 포인트가 없으니까. 처음부터 강한 존재를 출격시킬 수 없다는 걸 명심하고. 당분간 [심연]은 전쟁을 멈추고 침공전에 파견될 병력을 충원하고 추수르도록 해.]“예. 예.”
[대답은 한 번만!!]“예? 아, 예.”
콰득―!!
“커허허헉???!!”
[한 번만 하라고. 이 좆 같은 새끼야!!]본래 이렇게 깊게 관여해 설명하지 않는다. [심연]의 지배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전에 지배자가 맺었던 계약을 알게 되고 따라야 한다는 걸 알게 되니까.
그리고 [심연]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카르마 포인트를 보유하지 못하는 심연의 거주민들이 카르마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 지금까지 지배자들은 이 계약을 거부하지 않았다.
절망하는 팔처럼 병신 짓을 하는 놈이 없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이번에만 유독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예민하게 받아들인 이유는,
[‘어차피 이것들의 더러운 동맹은 이번으로 끝일 게 뻔하니. 이 빌어먹을 [심연]이라는 차원을 길들일 필요가 있어.’]다분이 의도적이었다.
[아! 그리고 저쪽에서 특약을 추가하자고 할 거야. 카르마 포인트를 지불하고 추가하는 특약 조건이 있을 거니까. 카르마 포인트를 받고 추가해줘. 그렇다면 너도 공방전이 시작되기 전에 다량의 카르마 포인트를 보유한 채로 공방전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그, 그렇군요. 그렇게 되면 병력을 유동적으로 운용할 수 있겠군요.”
“준비하겠습니다.”
[차원 공방전이 시작되면 계약을 어기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는 개입하지 않는다. 잘 해보도록.]“…그렇군요. 잘, 해보겠습니다.”
존댓말임에도 원한을 깊게 담은 듯한 대꾸에도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반응조차 해주지 않았다. 그저 말 없이 그대로 [심연]을 벗어났다.
묵직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이 사라지자,
“이제 [심연]은 ‘깊은 절망’이 다스린다.”
자신이 지배자가 되었음을 공포하고,
“차원 전쟁을 준비한다.”
합법적으로 [심연]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준비했다.
“기필코 죽인다.”
누군가를 향한 원한을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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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오늘도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연말에 동생내외가 놀러왔을 때.
뭐 새해에는 우리 모두 몸을 잘 돌보자.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시불재래라는 말이 있다고 이러는데.
“엄마. 오라방 욕했어!”
어휴.
절레절레.
더욱 위대해질 것입니다!
219. 더욱 위대해질 것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유다연이 기사 여왕 다이애나를 죽이고 지옥을 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득시무태 시불재래(得時舞怠 時不再來)의 뜻을 알고 있는 이들이 제법 되었으니까. 그렇기에 다이애나가 그 말을 굳이 내 앞에서 꺼낸 이유도 다들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이애나는 기어이 신앙 스탯 96을 찍은 후, 신앙 스탯 달성 보너스로 양몰이 쉘터에 방문할 기회를 쟁취해냈다.
유토피아에 적용되는 여러 규칙 중, 하나는 신앙 스탯이었다. 신앙 스탯이 90만 달성해도 어디서든 대우를 받는다. 그렇다면 다이애나가 달성한 96이라는 스탯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일단 신앙 스탯 79를 초과하면 펠리타교의 베네핏인 신성력이 완전히 구현된다. 단순히 마력에 효과를 더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사인데도 무기에 신성력을 덧씌울 수 있다.
89를 초과하면 펠리타교의 심화 베네핏인 [치유]를 사용할 수 있다. 전사도, 정령사도, 상인이나 농부, 요리사도. 직업과 관계 없이 [치유]를 발현할 수 있다. 그럼 기존에 [치유]를 발현하던 사제 계열 각성자는? 사제는 [치유]가 진화 혹은 세분화된다. [상급 치유]가 되거나 [다중 치유]로 세분화 되거나 [정화]가 새로 생겨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95를 초과하게 되면?
베네핏이 추가 되진 않는다. 아직 종교 레벨이 낮아 베네핏은 일반 베네핏과 심화 베네핏뿐이니까. 그렇다면 96까지 올릴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
96이 되는 순간 펠리타교의 교인은 지구라는 차원 안이라면 어디서든 [치료소]에서 고용해놓은 [사제]를 자기 옆으로 소환할 수 있다. 추가로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면 [대사제]까지도 소환할 수 있다.
100이 되면 어떻게 될까?
신앙 스탯이 100이라는 건 충성 스탯 MAX와 같은 의미다. 완전히, 조금의 의심도 없이 이요한을 자신이 경외하는 신이라고 믿는 거다. 그리고 영지에서는 유일하게 가신들만이 이 정도 신앙 스탯을 달성한 상태였다.
그래.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도 신앙 스탯이 100이 안 된다.
그렇지만 100을 달성하면 어떻게 되는가?
지구 안에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치료소]에 소환한 [이단 심문관]과 [추기경]을 소환할 수 있다. 아무런 제약이 없으며, 수도 [치료소]에 소환한 모든 [이단 심문관]과 [추기경]을 포함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어딘가 익숙한 베네핏이지 않나? 그렇다. 소피아가 펠리타교의 성녀로 지정되고, [치료소]가 조건을 만족하면서 개화된 능력 [성녀 수호대]와 비슷하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건 [성녀 수호대]가 개화되면서 나온 심화 베네핏이니까.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그 시불이는 며칠 째라고? 올리비아?”
“시불이는 누구……? 설마 다이애나를 말하는 거야?”
“맞아. 그 시불이.”
“왜……? 설마 전에 말한 그거 때문이야? 득시무태 시불재래?”
“흥!”
“솔직히 한국어로 말해줬는데, 모르고 발끈한 네 잘못 아니야? 다연?”
“몰라! 아무튼 짜증나! 난 걔가 예전부터 싫었어. 걔는 그냥 힘만 세. 전형적인 돌격형 무장이라고! 올리비아 삼국지 알아?”
“나를 무시하지 마. 삼국지를 내가 다연 너보다 더 잘 알걸?”
“내기할래?! …라고 말하지 못하는 내가 싫다. 에휴. 아무튼 걔는 그거야. 삼국지 게임으로 치면 무력이 99 정돈데, 통솔이 50에 지력이 10인 캐릭터. 단순히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그냥 강해지는 거라면 물불을 안 가리도 덤벼드는 스타일이라고.”
“그럼 좋은 거 아니야? 강해지면?”
“…그러다가 걔가 우리보다 먼저 강해지면 어쩔 건데? 소피아 언니 다음 자리마저 뺏기고 싶어?”
“……그건 안 돼.”
“그래.”
“그래.”
둘은 서로 의미심장하게 눈빛을 주고받더니,
“릴―리 로즈으으으―!!!”
유다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릴리 로즈를 찾았고,
“캐롤라인? 나 올리비아예요. 지의사들 좀 모아주세요. 장소는……. 제 방이 좋겠네요.”
올리비아는 폰을 들고 연락을 돌렸다. 올리비아의 방으로 속속 모이는 지의사들. 만약 이 모임을 주관한 게 유다연이나 릴리 로즈였다면 다들 이렇게 빨리 달려오지 않았을 거다. 올리비아이기에 영지에서 각자 하던 일을 제쳐두고 달려온 거지.
“다들 다이애나라는 여자에 대해서 들어봤을 거야. 그치?”
끄덕―.
“그 여자가 양몰이 쉘터에서 만으로 사흘 이상 버티고 있더라고. 어떻게 생각해? 다들?”
“어떻게 생각하냐니? 그냥…….”
“그 여자가 우리보다 강해져도 되겠어? 보스의 총애가 그 여자에게 옮겨가도?”
올리비아의 말에 여성 지의사들의 눈빛은 내 남자에게 접근하는 여우 같은 년을 발견한 것처럼 날카로워졌고, 남성 지의사들은 ‘강함’이라는 측면으로 도발한 게 먹혔는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일단 난 갈 거야.”
올리비아가 한 말에,
“네가 가면 나도 간다!!”
유다연이 장난스럽게 받았고,
“나도.”
“나 역시.”
“음. 버프 음식 같은 거 못 챙기나?”
…
다들 동참하기로 했다. 다이애나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그녀의 존재가 조금은 여유를 즐기던 지의사들에게 경각심을 주었고, 덕분에 다시 사냥에 불이 붙었다.
“응? 뭐야? 다들 어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