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20
요제프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그녀의 등장에서 느꼈던 감정이 하나도 빠짐없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상한데?’
본래 기억을 통한 회상이라는 게 그렇다. 당시 감정이 정말 고스란히 생생히 느껴질까? 메시가 기어이 월드컵에서 우승했다고 해도 한 몇 달 지나면 역시 감격스럽겠지만, 그때 그 생생한 감격이 똑같이 느껴질까?
아니다. 애초에 인간은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이다. 그렇기에 지금 내 상황은 이상하다.
『세 번째 특성 확인. 방랑자의 안식처.』
[아! 네! 마기스테르! 저를 도와주세요! 그리고 엘븐나이츠 전원을 우리의 주인을 지켜주세요!] [오랜만에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성녀님.] [어머니의 축복이!] [오! 그러고보니 제법 강해보이네! 집도 좋고! 오! 영지인가! 그럼 이번에 강제로 사귀자고 협박한 남자친구가 영주!!! 오오오오!! 날개 기사단! 모두 기뻐하라! 어디 내놔도 부끄럽고 부족한 우리 성녀가! 드디어! 연애를!!] [Yes. my Lord.] [창천의 날개 정렬.] [적을 섬멸하라.]그리고 그 뒤를 이어 [엘븐나이츠]와 처음 만나는 순간과 [창천의 날개] 기사단이 내게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로파이를 소환할 때 같이 소환한 오리할콘 드워프가 영지에서 여러 일을 쉬지 않고 하면서도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모습과 요제프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드라이어드가 세계수와 영지의 모든 식물을 돌아다니며 축복을 뿌리는 모습도 보인다.
『네 번째 특성 확인. 희망의 빛.』
그걸로 끝인 걸까? 영상이 사라지고 메시지가 출력되고 하늘에서 반짝이던 기도의 별이 사라지며 빛도 사라지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다시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모든 특성 확인.』
『보유 특성을 토대로 잠재적 권능을 개화합니다.』
『특이 사항 확인!』
특이 사항이라는 말과 함께 예상치 못한 이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 * *
이요한의 모습은 서서히 바뀌어갔다. 가장 먼저 투명하게 속이 비치는 살결이 진한 남색과 연한 보라색 사이의 마력으로 천천히 변했다. 그 변화의 시간을 이어갈수록 [내성] 안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마력의 영향으로 잔디가 모두 이요한이 누워 있는 세계수가 있는 방향으로 누웠다.
“후움. 사흘 째인가요? 소피아 자매님?”
“응? 사흘? 나흘 째인데?”
“아니요. 제 말은 [대영지]가 멈춘 기간 말이어요.”
“아아. 그렇지. 그건 사흘 째지.”
소피아는 엘리아나 대신 마기스테르가 소환한 최상급 물의 정령이 품고 있는 이요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 요제프가 하는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요. 이제야 솔직하게 말씀드리지만, 우리 신께서는 너무너무너무너무 자비로우셔서 첫 번째 선택지를 선택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응? 음……. 생각보다 냉정하신 부분이 있긴 한데. 영주님이시라면 그렇게 해도 이상하지 않으시지.”
“그렇사와요. 게다가 양몰이 쉘터 덕분에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두 번째 선택지를 선택하셨다고 들었을 때 저는 다시 한번 느꼈사와요!”
“응? 뭘?”
“우리가 모시는 신은 진짜 모실 맛이 나는 신이다!!”
그제야 소피아는 이요한에게 닿았던 시선을 떼고 자신 옆에서 날개를 팔랑팔랑 거리면서 두 주먹을 움켜쥐고 있는 드라이어드를 바라봤다.
“우리 영주님이?”
“네. 저는 말이어요. 리더가 개호구라면 정말 싫어요. 진짜 진저리가 나도록 싫어요.”
“어……. 왜?”
“저희 차원이 그렇게 멸망했으니까요. 리더가 멍청하게 ‘좋은 게 좋은 거지~’ 이러다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말이어요.”
“어. 힘들었겠네. 힘들……? 응?”
“예?”
소피아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가신으로 소환된 이들은 하나 같이 공통점이 있다.
일단 강하다는 것.
엘리아나도 소피아도 그리고 그 뒤에 소환된 이들도 가장 경지가 낮아 약한 가신이 제작 계열인 로파이로 바이올렛(Violet) 중급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멸망에 저항하는 집단에서 가장 선두에 섰던 지도자 혹은 리더였다는 거다.
“헤헤헤. 맞아요. 그 호구 같은 리더가 바로 저였어요.”
“어. 그, 그래. 괘, 괜찮아?”
“그래도 저는 우리 신이 그런 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여기에 지원했고, 또 만나서 겪어보니까 제가 차원의 틈에서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기준이 명확한 분이라서 행복해요. 무척! 몹시! 많이! 엄청! 매우!”
“정말 고생했네. 우리 요제프.”
“헤헤헤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행복하게 웃는 요제프를 소피아는 조심히 안아 위로했다. 신성력이 담긴 따스한 손길로 머리를 토닥토닥 해주면서.
그렇게 성녀와 성자가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 사이,
“[엘븐나이츠]의 전언입니다. 엘리아나님의 진통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즈마제비티가 내성 안으로 들어오며 그렇게 말을 전했다. 엘리아나의 출산을 위해서 아직 주인이 없는 [5층 저택]에 [엘븐나이츠]의 절반이 모여 있었다.
“음. 내가 갈게요.”
그리고 식물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제프를 세계수를 위해서 남겨두고 소피아가 즈마제비티와 교대하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성] 밖으로 향했다.
“주군께서는 어떤 것 같아요?”
“음. 대장은 엄청 안정적으로 진행 중이어요. 이천억이라는 기가 질릴 카르마 포인트가 과소비가 아니었다고 할까요?”
“다행이네요. 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어요!!”
“네. 그러네요. 일단 저도 준비를 서두르겠습니다.”
“네!! 용언 마법이라니!!”
요제프의 호들갑에 방긋 미소를 보인 즈마제비티는 서서히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날개가 펄럭이고 머리카락이 날릴 정도가 되었을 때,
“[Sammlung].”
‘집적’, ‘모으다’라는 뜻의 용언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며 막무가내로 폭발적으로 이요한에게 흘러들어가던 마력의 흐름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이상하지? 집적에 관련된 마법이면 더 강하게 모여야 할 텐데 말이다.
“용언은 의지를 담기 때문입니다. 무질서하게 한 곳으로 모이는 것보다 일정한 흐름과 통제를 통해서 모이는 게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입니다.”
“오와! 대단하시어요!”
“감사합니다. 요제프 성자님. 마저 하겠습니다. [Gleich•gewicht].”
‘안정’, ‘평정’이라는 용언이 즈마제비티의 마력을 타고 이요한의 주변에 스며들자 마력이 모이는 속도는 더 빨라졌으나 오히려 이요한 주변은 고요한 호수가 된 것처럼 안정적이 되었다.
빠른 집적과 안정. 물이 하늘로 흐르는 것처럼, 모순되는 상황을 구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우리는 그걸 권능이라고 부른다.
“요제프님도 아시겠지만, 이건 완벽한 권능은 아닙니다. 잠재된 권능으로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Unverfälschtheit]. 청정(淸淨)을 더하면 완벽해집니다.”
“오왕! 그런데요 즈마제비티님.”
“네.”
“아까부터 왜 제게 설명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 같으죠? 으어?”
“…기분 탓입니다.”
“아! 기분 탓이었군요!”
즈마제비티가 소피아와 자리를 교대한 이유가 있었다. 마스터나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때와 달리 초인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신성력으로 신체의 균형을 잡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로지 마력. 순수하고 농밀하며 깨끗하면서 막대한 양의 마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력을 다루는 것과 마력으로 현상을 구현하는 걸 가장 잘하는 건 드라고뉴트인 즈마제비티이기 때문이다.
“흠. 벌써 신체가 완성되어 가는 건가요? 빠르네요. 주군께서는.”
“맞사와요. 우리의 신이자 드라이어드의 대장께서는 엄청 빠르세요. 하지만…….”
“네. 마력의 흐름은 여전히 강맹하고, 금방 끝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아마 엄청난 잠재 권능을 구현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요! 엄청 기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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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오늘도 귀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주말 잘 보내시고 저는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설기조차 안 웃을 맨트를?
223. 우리 설기조차 안 웃을 맨트를?
“오늘 시간에는 초인과 초월자의 차이에 대해서입니다. 초인. 초월자. 둘 다 뭔가를 넘어섰다는 건데. 이 두 경지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습니다. 이 차이에 대해서 말해 볼 에고(Ego)?”
“그렇습니다. 둘 사이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잠재된 권능이나 순수한 권능이냐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궁금해야 합니다. 잠재 권능과 순수 권능의 차이를.”
“잠재 권능으로 일반적인 필멸자에게 가장 유명한 것이 있습니다. 이것도 말해볼 분이 계실까요?”
“호오. 대단하네요. 맞습니다. 이기어검(以氣御劍). 무협 차원에서 아주 드물게 등장하는 잠재 권능입니다. 검술을 자유롭게 펼치기 위해서는 검을 손에 쥐어야 한다는 기본 법칙을 살짝 비트는 겁니다. 이 정도가 잠재 권능입니다. 권능이었다면 검이라는 매개체 자체가 필요 없겠죠. 의지만으로 현상에 간섭하는 것이니까.”
“이해했습니까?”
― 차원 시스템 아카데미 [전투학개론] 강의 중에서.
*
즈마제비티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신의 주군인 이요한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설명하듯이 주저리주저리 말을 한 건 놀라 자빠질 것 같은 자신의 상태를 숨기기 위함이다.
‘주군은 홀로 세 개의 차원에 대항하는 존재시다. 거룩하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닐 정도로 뛰어난 분이시다. 하지만 아무리 그대로 이건!’
언젠가 말한 적 있다. 즈마제비티는 멸망에 맞서는 사령관이 되기 전까지 드래곤의 해츨링을 돌보는 보모로 살아왔다고.
그가 평생을 키워낸 드래곤만 해도 열이 넘는다. 그런 드래곤을 보며 살아온 즈마제비티가 놀라는 걸 넘어 경악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음…….”
“어?”
장난스럽고 경쾌하다 못해 가벼워 보이는 언행을 구사하는 요제프까지도 말을 잊을 정도였고,
“이게 무슨 일이야?!”
영지 방어를 위해 공방에 처박혀 있던 오리할콘 드워프인 로파이가 짧은 다리로 전력을 다해서 달려올 정도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까?
그들이 놀란 이유는 이요한의 몸에 무슨 이상이 생겨서가 아니다. 이요한을 중심으로 잠재 권능이라고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음……. 잠재 권능이 이 정도로 현상에 간섭할 수 있나요? 그것도 무의식인 상태에서?”
“저는 어비스(Abyss) 랭크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알 수 없사와요. 하지만……. 확실히 규격 외의 힘이이어요.”
“본인 역시 마찬가지오. 다만……. 내가 알기로 세계수에게도 영향을 줄 정도로 법칙을 비트는 잠재 권능은 없소.”
그렇다.
지금 이요한이 누워 있는 세계수가 변했다. 싱그러운 녹색 이파리는 그대로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줄기와 가지도 마찬가지이고.
다만 그 세계수가, 묘목으로 나타나 영지 땅에 심어진 지 고작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세계수에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에 다들 이리 놀라고 있는 거다.
세계수에 열매가 맺힌 게 뭐가 그리 놀랄 일이냐고? 세계수의 열매는 보통 두 가지 종류다.
하나는 하이엘프의 탄생이다. 엘리아나가 언젠가 슬쩍 언급하고 지나간 것처럼, 하이엘프는 세계수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세계수에 열매라고 말하면 개소리하지 말라고 바로 반박이 들어올 정도로 거대한 열매가 단 하나만 맺힌다.
다른 하나는 말 그대로 세계수도 거대한 범주에서 보면 나무이기 때문에 맺는 과실(果實)로서의 열매다.
그리고 당연한 소리겠지만, 이때 맺힌 과실로서의 열매는 전설에 나올 법한 영약이나 다름 없다. 만병통치(萬病通治)는 물론이고 마력을 다루는 존재라면 마력 회로가 개변(改變)한다. 어디 그것뿐일까? 정령 친화력이 없는 존재도 중급 정령을 무난하게 소환할 수 있을 정도로 정령 친화력과 속성 친화력이 생긴다.
“이건……. 당연하겠지만 과실이겠군요.”
즈마제비티가 경탄의 감정을 담아 과실이 열린 세계수를 바라보자,
“네! 네! 그렇사와요! 맞사와요! 하지만 제가 경험한 세계수 아주머니조차 과실은 열 개를 넘지 않았사와요!!”
요제프가 날개를 팔락이며 세계수 주변을 정신없이 날아다녔다. 평소라면 그런 요제프를 진정시켰을 즈마제비티와 로파이조차 그저 멍하니 세계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나무의 정령이 혹은 나무의 요정이라고 불리는 드라이어드의 오랜 역사 속에서도 열 개가 넘게 열린 적이 없는 세계수의 과실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 이미 백 개를 넘었으니까.
그리고 그 수는 이요한의 몸에 마력이 모이면 모일수록 더 증가하고 있으니, 차원 멸망이라는 아득한 경험을 한 차원 방랑자 출신의 가신들조차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저 입을 벌리고 넋을 놓고 있을 뿐이었다.
“대체 우리 주인님은 어떤 잠재 권능을 개화하고 계시려는 건지…….”
* * *
『보유 특성을 토대로 잠재적 권능을 개화합니다.』
『특이 사항 확인!』
특이 사항이라는 말과 함께 예상치 못한 이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곳이 이제부터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곳인가.] [세상에! 이토록 선명한 마력이라니!] [자연의 힘! 정령! 정령이 있다니! 아아아아! 어머니시여!!]…
수인, 이종족, 인간과 동물을 섞어 놓은 것 같은 하플링, 몬스터와 인간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반인반수까지. [아스가르드]라는 차원 섬에서 온 피난민의 모습이다.
수천만에 이르는 피난민의 수에 걸맞게 우후죽순 나타나는 영상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 칠흑처럼 어두운 하늘과 땅을 뒤덮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간헐적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공동 육아.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아이를 번갈아가면서 돌보고 여러 가지 교육이 이뤄진다. 마을에서 지켜야 하는 법, 사냥하는 방법, 사냥감을 손질하는 방법, 종족 특성을 이용해 강해지는 방법까지.
짧은 순간에 수천만 개의 영상이 올라왔지만, 조금 전 기도를 들을 때처럼 혼란스럽지 않고 모두 다 고스란히 보고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