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22
그렇게 따뜻하고 안온한 분위기가 한창일 때,
“어라?! 무, 물 나온다?!”
“정말?! 전기도?!”
“오오오오! 영주님 깨어나셨다아아―!!”
이 분위기를 알 리가 없는 영지민들의 소란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달달했던 분위가 단 번에 날아갔다.
게다가,
“여기 좀 보시어요. 두 분 암수 서로 정다운 건 정말 좋은데요. 저것 좀 보시어요.”
요제프의 말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네? 왜 그러시어요?”
문제는 요제프가 조금도 비꼬는 뉘앙스가 아니었다는 거다.
‘나랑 엘라가 암수인 건……? 맞지. 서로 정다운 것도……? 맞네? 요제프는 인간이 아니니까 저 말이 또 맞…네?’
맞긴 한데. 이상하게, 딱히 어떤 부분이라고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욕 같이 들렸다. 그래서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보라고? 뭘?”
“저것이요.”
“어? 응? 엥?!”
잠깐만.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주변을 둘러보는데, 역시나 내가 깨어난 곳은 [내성]이다. 그리고 저 거대한 나무는 세계수고.
“세계수도 출산?”
“풉!”
“킥!”
“웃지만 말고. 세계수에 저 많은 것들은 열매야? 하나하나가 멜론 크기인데? 원래 세계수가 열매를 많이 맺는 편인가? 응?”
바이올렛 랭크에 오른 것? 그것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저 멀리 던져버린 이후였다. 내가 경지에 오르는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와 20층 아파트 보다 더 높이 솟은 세계수의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로 보이는 것에 정신을 홀랑 빼앗았다.
“후후, 세계수가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는 건 엘프에게도 드문 일이에요. 평생 세계수의 열매를 구경도 못하고 죽는 엘프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 그래서 저렇게 많이 열렸나?”
“그것도 아니에요. 반려. 보통 세계수의 열매는 세 개에서 다섯 개 정도 열린답니다.”
놀라는 내 반응에 귀여운 생명체를 본 것 같은 엘라의 미소를 이해하지 못해 의문이 들었지만, 그건 어느새 또 뒤로 넘어갔다.
“그럼 이 아이는 왜?”
요제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기’인 세계수가 저렇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저래도 돼?”
저렇게 많은 열매를 맺어도 되는 건가? 우려가 되었다.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사와요!”
조금 전 ‘암수 서로 정답다’라는 말을 해서 애써 무시하고 있었지만, 세계수에 대해 언급할 때부터 두 눈을 반짝이며 손을 들고 팔짝팔짝 뛰고 있는 그녀를 계속 무시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그러니까 말이어요! 대장님이 벽을 넘는 과정이었사와요. 잠재 권능을 얻으시는 것처럼 보였고, 우리 아가 세계수는 영지 전체에 퍼진 마력을 모아 정화해서 순도 높은 마력을 대장님에게 전해주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어요.”
참았던 말을 쏟아내듯이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다다다다 말을 쏟아냈다.
그 말을 요약하자면, 내가 벽을 넘는 과정에서 나와 마력으로 연결되어 있던 세계수에 열매가 맺혔는데, 처음에는 십여 개에서 순식간에 수백 개, 수천 개의 열매가 열렸다는 거다.
그러면서,
“이건 너는 우리 아가 세계수가 아가가 아니게 되는 거여요! 어느새 훌쩍 커버린 세계수 처녀!”
마치 시집 가는 딸을 보내는 부모처럼 대견하다는 듯이 세계수를 올려다본다.
“음.”
그리고 난 요제프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런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원인을 알 것 같았다.
“천덕꾸러기…….”
“반려?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 아니야. 세계수의 열매가 있으면 좋은 거지? 저거 맛있나?”
“네?!”
“풉. 반려. 호호호호호.”
뭐지? 왜 다 웃어? 소피아마저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이 입을 떡 벌리고 나를 보고 있었다. 엘라는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고,
“!!!”
그 소란에 곤히 잠들어 있던 우리 쌍둥이가 눈을 뜨고 나를 보고 있었다. 신기한 생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제야 보였다. 이 아이가 내 아이라는 증거가. 엘라와 다른 엘프들 누구도 가지지 못한 검은 눈동자. 두 쌍의 검은 눈동자를 가진 작고 연약하고 쭈굴쭈굴한 아이와 눈을 마주하며 나도 모르게,
“어?”
눈물이 나오는 걸 느꼈다. 그건 감동이고 감격이다. 멸망에 저항하는 것이 최선이었던 회귀 전과 달리 미래의 증거가 내 품에 안겨 있는 셈이었으니까.
“내가 네 아빠란다. 아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을까? 소란스럽던 주변이 고요해지고 하나둘 조심스럽게 내 옆으로 다가와 이제 막 눈을 뜨고 세상을 마주한 아이를 바라보며 소리 없는,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온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 하품한다.”
“잔다?”
“아아.”
내가 자기들의 아버지라는 걸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주변에 많은 얼굴이 나타났음에도 오직 나만을 바라보던 아기가 지친 얼굴로 하품을 하더니 이내 눈을 감은 후에야 말이 들려왔을 정도로 고요했다.
자는 아이를 더 조심히 품에 안으면서,
“그래서 저 세계수 열매는 뭔데?”
뒤끝이 있는 나는 그렇게 물었다.
“주군. 세계수의 열매는 종족을 불문하고 누구나 복용할 수 있는 영약이며, 마력 친화력, 속성 친화력, 정령 친화력을 생성 및 상승시켜줍니다. 또한 종족에 따라서 독특한 능력을 개화시켜주기도 합니다.”
“…그래?”
대충 들어도 알겠다. 엄청 좋은 거라는 걸. 그런 열매가 수천 개?!
“일단 그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저것부터 따 놓을까? 괜히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게?”
“제가 [엘븐나이츠]를 불러서 처리할게요. 반려.”
식물에 대해서는 엘프가 전문가니까. 무엇보다 세계수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종족이니 좋아하긴 할 것 같다.
다만,
“내가 아깝다는 게 아니라, [엘븐나이츠]를 불러서 저런 일 시키면 좀 그렇지 않아? 이젠 그들도 강자잖아?”
“후후. 그 아이들이라면 오히려 영광스러워할 거예요. 세계수의 열매는 두 눈으로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럼 그것부터 부탁해.”
그리고 우리는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세계수 아래 티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앉았다.
“아! 맞다! 이제 다들 어비스(Abyss) 랭크에 오른 거야? 영지가 바이올렛이니까?”
평소 즐겨 마시던 음료에는 손 하나 대지 않고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두 아이를 내려다보며 지나가듯이 물었을 때,
“아니요.”
“아직입니다.”
예상과 다른 대답이 들려왔다.
“어? 왜?”
“글쎄요?”
그제야 깨어나자마자 눈앞을 가렸던 메시지를 대충 치워버렸던 게 떠올랐다.
‘로그 온.’
『차원 지구에서 최초로 바이올렛(Violet) 랭크에 도달하셨습니다.』
『차원에서 처음으로 세 번째 벽을 넘으셨습니다. 칭호 접미사 「그랜드 마스터」가 「엠페러」로 진화합니다.』
『그랜드 마스터 전용 일반 능력 [성강(成剛)]이 엠페러 전용 일반 능력 [무해(無解)]로 진화합니다.』
『엠페러 전용 고유 능력 [잠재 권능]이 개화되었습니다.』
『특이사항 발생!』
『특수 조건을 만족하여 초월자 고유 능력 [권능]이 개화되었습니다.』
『영지 랭크가 네이비(Navy)에서 바이올렛(Violet)으로 업그레이드 될 조건을 모두 달성하셨습니다.』
『영지 랭크를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영지 랭크를 업그레이드 하는 동안 영지의 모든 기능이 중단됩니다.』
“아니, 뭔 맛탱이간 컴퓨터세요? 시도 때도 없이 재부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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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어비스(Abyss) 랭크.
225. 어비스(Abyss).
『영지 랭크가 네이비(Navy)에서 바이올렛(Violet)으로 업그레이드 될 조건을 모두 달성하셨습니다.』
『영지 랭크를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영지 랭크를 업그레이드 하는 동안 영지의 모든 기능이 중단됩니다.』
“아니, 뭔 맛탱이간 컴퓨터세요? 시도 때도 없이 재부팅을…….”
하지만 투덜거리는 내 말에 시스템의 대답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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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 권능]세상의 법칙을 거스르는 초월자의 힘인 권능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힘입니다. 잠재(潛在), 드러나지 않았으나 존재하는 이 힘은 제한적으로나마 법칙을 무시하며 사용자의 의지를 세상에 구현합니다.
1. [파마(破魔)]
2. [평정(平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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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 권능 ― 파마(破魔)]음식을 먹으면 소화하고 남은 것들이 배설되듯이 마(魔), 사(死), 사(邪)는 생명체가 타고, 성장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저절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기운들입니다.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이 기운을 강제로 모아 탐닉하는 존재들이 문제입니다.
온몸에 오물을 묻힌 것도 모잘라 그 기운을 뿜어내는 존재는 깨끗하고 순수한 마력을 다루는 존재에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오염이 되는 존재입니다.
파마(破魔)는 이름 그대로 강제로 모인 삿된 기운을 깨트려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는 자연 상태로 돌리는 잠재 권능입니다.
[파마(破魔)]의 잠재 권능이 발현 중인 권역 안에서 마기(魔氣), 사기(死氣), 사기(邪氣) 같은 마력에 배척되는 기운은 응집하거나 움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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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 권능 ― 평정(平靜)]모든 물체는 자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성질이 있다는 물리학의 법칙처럼, 모든 생명체는 외력에 의한 변화에 저항하고 안온한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러한 본능적인 갈망이 잠재 권능으로까지 진화한 것이 [평정(平靜)]입니다.
이 잠재 권능은 동음이의어인 [평정(平定): 반란이나 소요를 누르고 평온하게 진정함, 적을 쳐서 자기에게 예속되게 함]과 결과는 비슷하지만 그 방식이 완벽하게 대치됩니다.
[평정(平定)]이 발현 중인 권역 안에서는 모든 정신과 육체에 관여하는 해로운 효과가 아군에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부정한 기운의 침범을 차단하고, 아군으로 지정된 대상의 육체와 정신을 지속적으로 정화하고 회복합니다.────────────────
새로 얻은 능력에 대한 설명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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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리라고 한다면, 권능이 발현되는 권역에서는 발현자의 의지에 따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는 순리가 될 수도 있고, 바위나 돌처럼 물은 흐르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는 게 순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권능에 따라 발현자의 의지가 세계의 법칙에 닿는 힘을 [권능]이라고 칭합니다.
1. [생신(生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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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 ― 생신(生神)]살아 있음에도 신으로 추앙받고 신앙을 받는 존재는 자신의 신자들의 염원과 기도를 재료로 이적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 싹을 틔우고, 더운 여름에 눈이 내리게 하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쉬운 일입니다.
당신은 생존하여 추앙받는 존재입니다.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현상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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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깨어나자마자 치워버린 것에 대한 복수라도 하듯이 메시지가 시야를 완전히 가릴 정도로 연이어 나타났다.
“음.”
“반려?”
“아, 이번에 개화한 힘을 확인 중이었어.”
“아! 그거! 잠재 권능이 어떤 권능을 얻으셨어요?!”
소피아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