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23
“[잠재 권능]이 둘…….”
“두, 둘이요?!”
“[권능] 하나?”
“궈, 권능이요?!”
[잠재 권능]이 둘이라는 말에 놀라면서도 잠든 아이를 생각해서 조용한 비명을 내지르던 소피아도 [권능]이라는 예상치 못한 것이 튀어나오자 기겁하며 목소리를 높였고,“으아아아앙!”
잠들어 있던 쌍둥이가 놀라서 울면서 눈을 떴다. 다들 궁금해서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쌍둥이를 달래고 재우기까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엘라임.”
쌍둥이를 잠시 엘라임에게 맡겼다. 그리고 얻은 잠재 권능과 권능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설명이 이어질수록 소피아는 ‘오오오!’하고 흥미에 물들어 반짝반짝이는 눈동자가 되었지만, 엘라와 즈마제비티는 평소 보여주던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반려……. 권능을 정말 얻으셨군요?”
“주군. 심지어 살아 있는 신이라니. 마력을 소비하지 않고 기적을 일으킨단 말입니까?”
이들 중 차원의 방랑자가 되기 전에 어비스(Abyss) 랭크에 오른 인물은 둘. 엘라와 즈마제비티다. 즉, [권능]을 다룬 경험이 있는 것도 둘 뿐이라는 거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걸까? 다른 가신들과 달리 둘은 질문에 긍정할수록 ‘말도 안 돼…….’라는 감탄과 탄식이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짝짝―.
조금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정리했다. 지금 내 [권능]이나 [잠재 권능]이 사기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뭐, 중요하긴 한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너희 랭크가 오르지 않은 이유가 있어. 영지가 바이올렛(Violet)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영지 기능이 잠시 멈춘다더라고. 그래서 허락을 묻고 있어.”
“아……!”
“그런데 문득 여러 걱정이 들더라고. 너희는 어떨 것 같아? 괜찮겠어? 지의사들은? 다시 영지가 멈추면 더 힘들지 않을까? 우리 둥둥이들은 괜찮을까? 영지가 멈추면 아직 저녁 때라 추워지는 거 아니야? 세계수는? 저렇게 많을 열매가 열렸는데, 저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출산이잖아. 현재 괜찮은 상태인 걸까? 영지 기능이 멈추면 멸망 이후 언데드 때문에 생긴 사기가 들어올 텐데. 다들 괜찮을까?”
경지가 상승하고, [잠재 권능]과 [권능]이라는 엄청난 힘이 생겼음에도 걱정은 줄어들지 않는다. 외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걱정거리가 더 많아진다.
“영주님. 저희는 괜찮아요. 우리 엘리아나 언니 무려 어비스 랭크예요. 그리고 이제 임산부도 아니죠? 직접 활을 들 수 있다고요. 그리고 지의사들은 지금 연락을 했으니 바로 합류할 텐데. 아시잖아요? 걔들?”
“반려. 우리 둥둥이는 괜찮아요. 어머니의 나무 아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예요. 하이 엘프와 어머니의 나무 아래가 가장 안전하답니다? 그리고 어머니 나무께서는 고작 언데드의 사기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세요.”
소피아와 엘라가 먼저 내 걱정을 가라앉혔고,
“주군. 해츨링들도 이번에 충분히 제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 이쪽으로 불렀으니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것입니다.”
즈마제비티가 어느새 온몸의 비늘이 밖으로 드러난 임전 태세로 바뀌어 장담하며 안심시켰다.
“음. 그럼 영지에 전파해. 잠깐 영지가 멈출 거라고. 그리고……. 너희는 [내성] 안이나 이 주변에서 대기해.”
“예?”
“네?”
…
내 지시에 엘라조차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이해할 수 없다는 감정이 얼굴에 드러난다.
“어비스 랭크에 오르겠지? 다들?”
“네.”
“그럼 이미 어비스 랭크에 오른 엘라는?”
“저는 아마 그대로 일 거예요. 반려. 어비스 이상의 랭크는 없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심연(深淵), 어비스(Abyss)라고 불린다고 알고 있어요.”
[맞습니다. 가신의 랭크 상승 베네핏은 어비스 랭크에 진입하는 것까지입니다. 그 이후에는 랭크 상승이 아니라, 스탯 증가 보너스로 전환됩니다. 마스터.]‘오랜만이네? 요즘 바쁜가 봐? 응?’
[그렇습니다. 요즘 엄청 바쁘……. 흠흠. 아닙니다.]‘흐응~.’
뭔가 또 일어날 모양이다. 그건 앞으로 알아보도록 하고,
“생각해봐. 무려 어비스 랭크라고. 바이올렛(Violet)까지는 그래도 다들 밟아본 경지잖아? 하지만 어비스는? 둘 뿐이지?”
“음.”
어비스(Abyss)란 그런 랭크다. 오죽하면 가신 중에 차원이 멸망하기 전에 바이올렛 랭크를 정식으로 밟아본 이는 엘리아나와 즈마제비티뿐이었을까? 소피아조차 신을 자신의 몸에 강림시켰을 때, 강제로 올랐다가 다시 돌아온 경험이 전부였다.
그만큼 어비스라는 경지는 어마어마한 경지인 것이다.
“엘라와 즈마제비티만 오른 경지지? 그것도 어비스 입문이었다면서? 이전처럼 어비스에 올랐다고 스탯이 99가 되거나 그러는 일은 없겠지. 엘라도 10이 안 됐으니까. 하지만 엘라는 스탯이 오를 테고, 즈마제비티를 제외하면 다들 처음으로 어비스 랭크에 오르겠지?”
“맞아요.”
“그러니 최소한 안전하게 진행하자고. 무슨 일이 생기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흐음…….”
“음.”
…
…
“우리 둥둥이는…….”
둥둥이를 맡길 사람을 찾는 순간,
“오, 오빠아아아아―!!”
“보스! 보스!”
“오라버니!”
…
지의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쟤들한테 맡기면 되겠다.”
“아가씨를 맡기시고 주군께서는 무엇을 하실 계획이십니까?”
“나? 나야 당연히……. 영지 방어를 해야지.”
“네?!”
“왜 이래? 나 바이올렛(Violet) 랭크야.”
“하, 하지만…….”
즈마제비티는 손을 떨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트라우마의 트리거가 작동된 것처럼 누가 보더라도 불안해 하는 게 보일 정도였다.
그 모습에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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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야. 진행해줘. 그런데 즈마제비티는 보호하고 있는 생존자가 없는 건가? 뭔가 대화를 나누지도 않아서.”
『없습니다.』
“그래? 그럼 소환……? 잠깐 없다고?”
『네.』
“…[기사단 숙소]에서도 소환할 수 없는 거야? 아예 없어?”
『그렇습니다. 즈마제비티는 그녀의 차원에서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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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소환하기 직전 [성소]의 에고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즈마제비티는 차원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이.
“그럼 너라도 같이 갈래? 제티(즈마제비티의 애칭)는 어비스 랭크에 올랐었다며?”
“네? 아, 네네! 네! 제가 모시겠습니다! 주군!”
“그래. 그러자. 그럼 우리 둥둥이들도 데리고 갈까? 음. 아니다. 괜히 권능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그래도 그냥 데리고 갈까? 저 덜렁이들에게 맡기려니 불안한데?”
둥둥이들을 애워싸고 어쩔 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유다연을 비롯한 지의사들이 상당히 못미더웠다.
“제가 해츨링들과 함께 챙기겠습니다. 완벽하게 보호하고, 안전하실 수 있게 아가씨들을 챙기겠습니다.”
하긴 어차피 지의사들도 성벽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
“그냥 내가 데리고 있어도 되는데?”
내가 엘라가 소환한 물의 정령왕 엘라임에게 아이를 맡기지 않은 이유는,
“스탯이 상승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넌 들어가 있어.”
엘라임의 소환을 해제할 거기 때문이다.
“왜?!”
“어비스 랭크에서 스탯이 얼마나 오를지 모르잖아.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안 되니까.”
“칫! 대신 나중에는 나한테 맡겨줘야해! 이프리트나 실피드는 안 돼! 특히 실피는 절대 안 돼!!”
“…안 맡기고 내가 키울 건데?”
“흥! 잘도 그러겠다. 엄청 바쁜 주제에!!”
츤데레의 화신 같은 엘라임은 그렇게 툭 제 할말만 던져놓고는 사라졌다.
“다들 경지 갈무리 되면 [성벽]으로 와. 난 그 바깥쪽에 있을 거니까.”
“네. 반려.”
“네~. 영주님!”
“그러겠습니다. 주인님.”
“네! 대장!”
『영지 랭크를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영지 랭크를 업그레이드 하는 동안 영지의 모든 기능이 중단됩니다.』
“업그레이드하겠어.”
투웅―.
팽팽하게 당겨졌던 굵은 철사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영지를 감싸고 있던 마력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영지의 중앙에 위치한 [내성]에 있던 나는 영지 북쪽 성벽 위에 발을 걸치고 서 있었다.
“오는구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더 짙고 검은 운석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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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쿠와쿠?!
226. 와쿠와쿠?!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침략자를 나르는 저 운석을, 운석이 지구에 닿기 전에 운석 상태일 때 격추시킬 수는 없는 걸까?
그동안은 힘이 없어서 못해봤지만,
“후움!”
지금은 아니다. 시도는 해볼 수 있는 거니까. 보라색 마력을 머금은 활과 시위가 당겨진다. 그 때 아무것도 걸지 않은 시위에 보라색 강기로 구현한 두꺼운 화살이 나타났다.
“[파마(破魔)].”
그리고 그 위에 투명한 색을 가진 기운이 눈처럼 뿌려지는 것으로 준비는 끝났다.
톳―!
‘퉁’하는 소리도 아니다. 그것보다 더 짧고 강력한 소리와 함께 쏘아진 화살을 찰나에 공간을 접듯이 날아가 아직 땅에 닿지 않은 운석에 박혔다.
보통의 경우라면 강기라고 해도 그게 끝이었겠지만,
파삭―!
멀리서도 선명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마른 비스켓이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불길하게 거무튀튀한 기운을 풍겨대는 운석에 눈에 보일 정로 선명한 균열이 생겨났다.
보통의 화살이라면 박힌 순간 끝이었겠지만, [의형강기]로 구현한 화살은 내 의지를 담아 여전히 운석을 관통하기 위해 천천히 나아갔고,
파삭―. 와드득―!!
화살이 나아갈수록 운석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점점 더 기대감이 생기게 커지더니,
콰르르릉―.
굉음과 함께 허공에서 십여 개의 조각으로 쪼개져 추락했다. 그리고 다른 운석과 비교했을 때, 화살을 맞은 운석에서 나온 언데드의 수는 20% 정도 적었다.
“이걸 엘라나 소피아가 왜 하지 않았는지 알겠네.”
엘라나 소피아 그리고 다른 가신들도 바이올렛(Violet)엔 진즉 올랐으니 이런 일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영지민에게 사냥감을 양보하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그들이 이런 시도를 하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을 알 것 같았다.
운석에서 언데드로 완벽하게 변한 적을 향해, 왼손에 들고 있던 활을 내려놓고 손을 흔들어 [의형강기]로 만든 화살 수천 발을 일제히 쏘아 보냈다.
“파마.”
당연히 잠재 권능 [파마]를 발현시켜서.
슈―슈슈슈슈슛!!
공기를 맹렬히 가르며 빠르게 날아간 수천 발의 강기 화살이,
콰콰콰콰쾅!!!
폭음과 굉음을 내며 언데드가 막 진형을 갖추기 시작한 곳과 그 주변을 폭격한다. 강기(剛氣)만 해도 파괴적인데, 언데드에게 쥐약인 [잠재 권능 ― 파마(破魔)]가 담겨 있으니 폭음이 가시고 드러난 공간에 두 발로 서 있는 것은 다섯을 넘지 못했다.
“이러니 운석을 안 건드리는 거였어. 마력 효율이 구려.”
[잠재 권능]은 불완전한 권능이기 때문일까. 마력 효율이 극악이다. 수천 발의 강기 화살을 만드는 것보다 그 위에 치즈가루 뿌리듯이 솔솔 뿌린 정도로만 발현한 [파마]가 세 배는 더 많은 마력을 빨아먹었다.그러니 운석이 깨질 때가 [파마]를 유지해야 하는 운석을 직접 공격하는 행위는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고작해야 20% 정도 줄이는 건데.
“우와아아아!! 영쭈니이임!!”
이제 각성해서 아직 레드 랭크도 벗어나지 못한 작은 배꽃을 닮은 아이 리리노는 언제나처럼 나를 발견하고 [성벽] 위로 올라와 내 다리를 껴안는다. 그러다가,
“어? 영쭈님?”
즈마제비티의 품에 안겨 곤히 자고 있는 작은 아이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건 모에요?’라고 속삭이며 묻는다.
“영주님의 딸이야. 리리노에게는 동생이 되겠네?”
“도, 동생?!! 그, 그렇다면 리리노가 언니!! 와쿠와쿠!!”
“그 감탄사는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리리노?”
“왜요? 영쭈님? 와쿠와쿠! 이거 엄청 귀여운 애니메이션이예요! 리리노가 좋아해요!”
그래. 뭐, 와쿠와쿠 정도는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