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24
“동생~. 동생~! 동생이~ 두우 명! 동생동생! 와쿠와쿠! 영쭈님. 영쭈님. 동생은 언제 일어나요?”
“글쎄? 아직 아가라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겠네?”
리리노의 대화를 받아주면서 조금 전 공격에서 살아남은 언데드의 마무리에 소홀하지 않았다. 꼼꼼히 죽여놓고나서 다시 운석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사이,
“저……. 영주님?”
슬금슬금 다가온 여자가 있었다. 제법 오랜만에 영지에서 만나는 다이애나 프린스, 기사여왕이다.
“오랜만이네?”
“네? 아, 네! 오, 오랜만입니다. 영주님.”
“그래서 무슨 일로?”
“혹시……. 저도 나가서 사냥을 해도 될까요?”
“그건 상관없는데. 위험할 텐데? 마스터라고 해도?”
다이애나는 기어이 마스터를 찍었다. 그렇게 마스터에 오른 지의사들을 부러워하더니 악착같이―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 그녀는 즐거운― 양 몰이 쉘터에서 언데드를 때려잡더니 한 달 만에 벽을 넘기 위한 포인트인 마이너스 카르마 삼천만 포인트를 모았다.
“그, 그럼 안 될까요……?”
“뭐, 아니야.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가서 사냥해. 같이 사냥하고 싶은 사람은 저거 떨어질 때 가서 사냥해도 좋아. 어지간한 건 치워놓을 테니까.”
“오오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조금 전까지 우물쭈물하며 누가 보더라도, KTX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더라도 MBTI에서 전형적인 I 같던 모습이 허락의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순식간에 완전한 E로 바뀌었다.
‘쟤도 가만 보면 정상이 아니라니까. 역시 신성력이…….’
다이애나 프린스의 신앙 스탯이 97이라는 걸 떠올리면서 오늘도 ‘신성력 도른자 설’에 부합하는 사료를 한 명 더 모으게 됐다.
“온다.”
운석이 떨어지자마자 언데드를 소멸시켰기에 거의 운석이 지구에 닿는 것과 동시에 하늘에서 새로운 운석이 떨어지는 것 같은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성문]으로 성격 급한 이들은 [성벽]에서 뛰어내려 운석이 떨어지는 곳을 향해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평정(平靜)].”
운석이 떨어진 경계 주변을 보며 [잠재 권능]을 발현했다. [파마]와는 또 다르다. [파마]의 경우 마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갔다면, [평정]은 적지 않은 양의 마력이 꾸준히, 계속, 지속적으로 빠져나간다.
“영쭈님! 영쭈님!”
“응? 아!”
어느새 다시 눈을 뜬 쌍둥이. 쪼글쪼글했던 얼굴이 불과 몇 시간 있었다고 제법 갓난아이 같아졌다?
“역시 아가씨들은 주군의 피를 이은 하이 엘프입니다.”
“응?”
“세계수 아래 그리 오래 있지 않았는데. 벌써 이만큼 성장하셨잖습니까?”
“엥?! 그럼 이게 기분 탓이 아니었어?!”
“주군께선 초인이십니다. 다시 말해 초인 눈썰미입니다. 기분 탓이거나 착각일 리가 없습니다.”
“정말? 정말 고작 몇십 분 만에 아이가 자랐다고?”
“그렇습니다.”
그새 쭈글쭈글한 얼굴이 펴지고 볼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온 녀석들을 내려다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어떻게 되었든, 건강하게만 커라. 나머지는 이 아빠가 다 해줄 테니까.”
“뺘아아하―!”
“빠아아!”
즈마제비티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머리 위로 강기 화살은 쉼 없이 생성되고, 또 생성되는 만큼 성벽 아래로 발사된다.
[파마]의 힘을 담은 화살이 크게 다칠 뻔한 각성자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 상급 언데드인 엘더 리치의 두개골을 터트렸다.그뿐만 아니라,
“이, 인간! 무슨 짓을 꾸민 거냐!”
“마법이, 흑마법이 발동하지 않아!”
“생기 흡수가……? 내 몸이? 왜?”
언데드와 마주하고 있는, 정확하게는 각성자들이 서 있는 곳으로 들이닥친 언데드가 제대로 된 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엘더 리치의 마법이 발현되다가 말았고, 사령 계열 상급 언데드인 호러 레이스는 생기 흡수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몸이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했다. 기사 계열 상급 언데드인 하이 데스나이트는 검기나 강기가 발현되지 않고, 중력이 몇 배나 되는 곳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움직임이 굼뜨고 어색했다.
“저게 [평정(平靜)]의 효과인가?”
생각보다 잠재 권능의 효과가 엄청나다. 단순히 전투가 수월하다가 아니라, 상급 언데드인 하이 데스나이트가 하급인 스켈레톤 나이트 보다 더 잡기 쉬워졌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가진 걸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전투했어도 이미 최소 그린 랭크까지 올라간 각성자들에게 이기기 쉽지 않았을 건데, 갑자기 잘 되던 것이 나오지 않으니 튼튼한 몸과 강력한 근력을 가지고도 제대로 저항 한 번 못하고 소멸했다.
“좋은데?”
콰콰콰쾅―!!
그렇게 여유로운 환경이었지만, 오히려 여유로운 환경이라는 걸 각성자들이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상급 언데드가 수백 마리 정도라면 모를까 수만 마리가 있는 상황에서 편해졌다고 방심을 한다?
“큭?”
죽지 않은 게 다행이고 행운이다. 그리고 그 행운은 내가 만들어 주었다.
“뒤로 빠져. 너도. 너도.”
당연하겠지만 그렇게 방심한 이들은 마력이 실린 목소리를 듣고 전선에서 후퇴해 영지로 들어왔다. 벌이라면 벌이다. 어디 상급 언데드와 최고위 언데드가 존재하는 전장에서 방심? 즈마제비티의 얼굴 보라고.
‘아, 내가 제티 보다 윗사람이라 다행이다.’
얼굴과 눈으로 욕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나라면 한동안 피해다닌다. 제티가 은근히 이런 부분에선 뒤끝이 있더라고.
방심해서 전장에서 물림을 당하는 모습을 봤을까? 더는 방심 비슷한 걸 하는 각성자는 없었다.
“오빠! 오빠!”
유다연이 나를 부르기 전까지 내 신경을 둘로 쪼개져서 집중하고 있었다. 절반은 우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쌍둥이 딸에게, 나머지 절반은 전장에.
“뭐야? 저기로 달려간 게 아니었어?”
“에이! 나는 버프만 줘도 돼요. 그것보다 오빠! 우리 애기들. 밥은? 우유라도 먹어야 하지 않아?”
쓸데없는 소리를 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유다연의 질문은 엄청 중요한 질문이었다. 전장에 향해 있던 신경을 그녀에게 집중할 만큼.
“그, 그러게? 제티? 어쩌지?”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두었습니다. 주군.”
그리고 제티는 젖병으로 보이는 것을 꺼내 허공에 띄워놓고 멜론 크기의 과일 두 개를 꺼내서 마찬가지로 허공에 둥둥 띄웠다.
“응? 그건……?”
“세계수의 열매입니다. 주군.”
세계수의 열매를 언제 챙긴 건지는 궁금하지 않다. 가신들이 수천 개의 열매 중에 몇 개 챙긴다고 아깝지도 않고.
다만 내가 걱정인 건,
“그, 그거 갓난아이가 먹어도 돼? 과일 같은 거 아니야?”
과일을 아이가 먹을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다. 아니, 먹어도 되는 건가에 대한.
“하이 엘프라는 종족은 굉장히 특이하게 성장합니다. 영유아기가 굉장히 짧고, 유년기가 길어서 성년식을 하기 전까지 몸이 자라지 않습니다. 주군.”
“응?”
“하지만 사실 하이 엘프의 영유아기가 짧은 건 하이 엘프라는 종족의 특성에 기인합니다. 조금 전 말씀드린 세계수와 교감을 통하기만 해도 먹고 마시지 않아도 되는 종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아가씨들께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세계수의 기운이 충만한 이 열매입니다. 엘리아나님의 모유보다 더 좋은 것이 바로 세계수의 열매입니다.”
제티는 그렇게 차분하게 설명하고 마력을 이용해 세계수의 열매를 잘게 분해하고 착즙을 내듯이 비틀어 젖병에 담았다.
“주군.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수 열매의 정수가 담긴 젖병을 내게 건넨다.
“응? 이걸 왜?”
“아가씨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드시는 첫끼입니다. 주군께서 직접 주시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어 하는 사이에 나는 양탄자가 깔린 성벽 바닥에 앉았고, 눈을 뜨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시선을 내게서 한시도 떼지 않은 쌍둥이는 마력을 이용해 받쳤다.
“맘마 먹을까? 우리 공주님들?”
아이들은 연한 노란색의 세계수 열매의 정수가 담긴 젖병을 힘차게 빨기 시작한다.
“옳지! 잘한다! 오구오구!”
“오빠! 나도! 나도 해볼래요!!”
“영쭈님! 리리노도 동생동생에게 맘마 주고 싶어요!!”
유다연과 리리노가 달려들었지만,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세계수 열매의 정수를 맹렬히 빨아들이면서도 두 쌍의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가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이걸 양보하겠냐고.
“그럼 제티. 제티가 저기 좀 가서 봐줘.”
“네. 주군. 아가씨와 편히 쉬십시오.”
즈마제비티는 그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이 등에서 날개를 뽑아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전장에 금빛 마법진이 나타났다.
“끄―!”
“끅!”
쌍둥이가 세계수 열매를 다 먹고 트림을 할 때까지 토닥토닥 해줬더니 어느새 눈을 감고 잠들어버렸다.
“(으아아아. 어떻게! 너무 귀여워! 귀여워어어!!)”
유다연이 쌍둥이의 자는 모습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깰까봐 소곤소곤거리며 발을 동동구르고,
“(영쭈님. 동생동생 자요. 귀여워요!)”
리리노가 두 아이의 머리 맡에 서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동생동생’을 주어로 여러 말을 거는 동안,
『영지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습니다. 멈췄던 영지의 모든 기능이 회복됩니다.』
영지 업그레이드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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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휴가 코앞이네요. 독자님들 우리 같이 힘을 냅시다! 아자아자!
추신.
스파이 패밀리! 와쿠와쿠!
차원의 문
227. 차원의 문
『영지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습니다. 멈췄던 영지의 모든 기능이 회복됩니다.』
『바이올렛 랭크에 오르신 걸 축하합니다!』
『이제부터 [대영지]의 개념이 확대됩니다.』
『클래스 [대영주]가 [국왕]으로 진화합니다.』
『고유 능력 [대영지]가 [왕국]으로 진화합니다.』
『[대영지]와 [부속 영지]의 경계를 이은 가상의 선이 국경선이 되며, 국경선 안쪽은 모두 [왕국]으로 선포됩니다.』
『[대영지]였던 영역은 [주도]로 명칭이 변경됩니다.』
『[부속 영지]였던 영역은 [영지]로 명칭이 변경됩니다.』
『[주도]와 [영지], [영지]와 [영지]를 [도로]를 통해 연결할 수 있습니다.』
『[도로]를 통해 연결된 [주도]와 [영지], [영지]와 [영지]는 지역 특성에 따라 여러 상호작용 효과가 적용됩니다.』
『[주도]와 [영지], [영지]와 [영지]를 [텔레포트 게이트]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연결된 [주도]와 [영지], [영지]와 [영지]는 지역 특성에 따라 여러 상호작용 효과가 적용됩니다.』
『[왕국]의 제1 종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종교에 따라 [왕국] 전용 베네핏이 결정됩니다.』
우르르 쏟아지는 메시지들.
이것으로 네이비(Navy) 랭크로 영지를 업그레이드 했을 때, 했던 ‘설마?’가 이번에도 사람을 잡았다.
“국가라…….”
지구의 의지가 준비했을 것이 분명한 시스템 메시지다. 이 메시지는 결국 지구의 의지의 의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들은 아마도 내가 ‘왕’이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대통령이 아니라 왕(王)이다. 즉, 지구의 의지가 바란 것은 민주주의 국가로 재건되는 것이 아니라 왕정으로 복귀였다.
‘그것도 그냥 왕도 아니고 강력한 왕이겠네.’
[맞습니다. 마스터.]‘다시 돌아왔구나? 아까는 네 할말만 하고 쏙 사라지더니?’
[죄송합니다. 마스터. 하지만 저희가 요즘 바쁜……! 흠흠.]호오? 이것 봐라? 정말 뭐가 있긴 있구나?
‘왕정? 좋지. 그것도 생각이 제대로 박힌 왕이 다스리는 절대군주제는 나쁘지 않아. 멸망이 진행중인 상황에서는. 하지만 알잖아? 이런 것의 문제는 초대 왕이 뒈지면서부터 시작된다는 거.’
[일단……. 하나 명확히 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마스터.]‘뭔데?’
[마스터께서는 초인이십니다. 엠페러죠. 바이올렛 랭크의 강자이시고요.]‘응? 그게 왜?’
[마스터께서 전쟁 중에 돌아가시는 게 아니라면 하이 엘프보다 더 오래 사실 겁니다. 드래곤에 필적합니다. 그러니 초대 왕이 죽은 뒤의 일은 까마득하게 먼 미래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