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26
『히잉.』
저것 보라고. 어떤 시스템이 저렇게 감정이 풍부하냐고. 저런 주제에 엄청 있어 보이는 것처럼 말이야 무게를 잔뜩 잡고 그러는데 못마땅하지 않겠냐고.
『좋아요. 다 때려치우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바이올렛 랭크 전용 시스템, [왕국 관리]에 [차원의 문]이 연동됩니다.』
『특수 영지 건물 [차원의 문]이 [성소]와 연동됩니다.』
그 메시지가 등장한 순간 세상이 멈췄다.
“어?”
[성소] 안에는 나와 육체가 없는 시스템 밖에 없는데 어떻게 세상이 멈춘 걸 아느냐고? 바이올렛(Violet) 랭크에 오르고 난 뒤, 선연하고 선명하게 느껴지던 마력이 지금은 모두 ‘고정’되었다.마력은 끊임없이, 정말 끊임없이 움직인다. 공기가 순환하고 물이 여러 가지 형태로 꾸준히 순환하는 것과 비교해도 몇 배나 빠르게 순환하고 유동한다.
그렇기에 이렇게 멈춰버린 마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을 주었다. 마치 의도치 않게 아무런 장비도 없이 바다 깊숙한 곳에 갇힌 것 같다고 할까? 숨은 쉬어지는데, 몸이 마력 입자로 바뀌었기 때문인지 이상할 정도로 불편했다.
‘흐읍! 흡! 흐읍!!’
불편함에 짜증에서 두려움으로 바뀌려는 순간,
파앗―!!!
난 전혀 다른 공간에 서 있었다. 아니, 아니다. [성소] 안인 것은 아마 그대로 일 거다. 다만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달라졌다.
나는 지금,
“우주?”
우주 한가운데 서 있었다. 눈앞에 수천, 수만, 아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반짝이는 빛은 별이 보였다.
『별이 아닙니다. 국왕 폐하.』
나 밖에 없는 이 공간에 목소릴 낼 수 있는 존재라면?
“네가 이렇게 한 거야?”
[성소]의 시스템뿐이었다.『제가 한 건 맞지만, 제가 한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오늘 왜 이래? 요즘 스무고개에 빠졌니?”
『제가 발동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차원을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은 국왕 폐하께서 잘 준비해주신 덕분입니다.』
그러면서 차분하고 단호한 어조로 내가 지금까지 영지를 얼마나 잘 발전시켰으며, 자신의 예상을 몇 번이나 뛰어넘었는지를 설명했다.
『영주님께서 보고 계시는 것은 별이 아닙니다. 하나하나가 다 차원입니다. 환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차원은 한창 발전하고 있는 차원이고, 어둡고 탁한 빛이 나오는 차원은 끝을 향해 가는 차원입니다.』
“지구는?”
『뒤를 돌아보세요.』
“아아.”
내 등 뒤에 지구가 있었다. 지구는 어두웠다. 아니, 어두운 정도가 아니라 빛이 없었다. 누군가 어설프게 그림판을 이용해서 검은색으로 칠해놓은 것처럼.
다만,
“어? 어어?”
지구가 천천히 회전하면서 곳곳에서 빛나는 곳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옛 중국과 육로로 맞닿을 정도로 커져버린 영지는 선명하고 찬연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희미하게나마 빛나고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텔레포트 게이트]. 연결된 쉘터구나.”
『정확하게는 왕국의 영역입니다.』
[어비스 존]을 없애기 위해서 [텔레포트 게이트]로 연결했던 쉘터와 쉘터를 잇는 가상의 선이다. 이제는 지형이 바뀐 지구의 40%를 가로지는.그리고 그 빛은, 우울하고 탁하게 어두운 지구의 모습 속에서 찬연하게 빛나는 그 빛은,
“아름다워. 정말로.”
너무 아름다웠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정도로.
『저것은 모두 폐하께서 이루신 업적이고 노력의 성과입니다.』
아까부터 폐하라고 부르는 말이 어색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시스템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으니까. 업적이라고 치켜세울 만한 일은 아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지구 절반 이상을 감싸고 있는 칠흑 같은 어둠에 비하며 훅 하고 불면 꺼질 것 같은 연약한 빛들이 그래도 힘을 잃지 않고 빛을 자아내는 건 내 노력의 결실이라는 부분에 공감한다.
『이 많은 국왕 폐하의 땅, [왕국]과 눈에 보이는 모든 [차원]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차원의 문]이 갖는 첫 번째 잠재력입니다.』
“응. 그렇……? 뭐라고?”
고작 한 문장에 몇 가지의 의문이 들게 하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차원과 연결한다고? 저 많은 차원과? 모두? 첫 번째라면 두 번째도 있어? 그리고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잠재력이라고?”
『그렇습니다. 무려 쉘터 계열 특수 클래스인 [영주(領主)]를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 랭크를 넘어 엠페러 랭크인 바이올렛(Violet) 랭크까지 올려 [국왕(國王)]으로 진화시킨 후에야 건설할 수 있으며, 바이올렛 랭크에 유일하게 개방되는 특수 영지 건물이 바로 [차원의 문]입니다.』
『[차원의 문]이 온전히 개화되면 지금 보시는 여러 차원과 문을 열고 차원과 차원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차원의 문]이 가진 첫 번째 권능입니다.』
“첫 번째. 권능?”
『그렇지만…….』
상반되는 두 문장을 이어 줄 때 쓰는 접속 부사 ‘그렇지만’이 시스템을 통해 나타나자 시야를 화려하게 빛내던 차원이 빠르게 사라진다.
『현재 폐하와 폐하가 속한 국가는 차원 공방전 중입니다. 차원 공방전이 끝나기 전까지 국왕께서 문을 열 수 있는 차원은 이것들 뿐입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세 개의 차원이었다.
우선 왼쪽에는 탁하고 어두운 회색, 온갖 물감을 잘못 섞어서 나오는 우울하고 암울한 회색빛 차원이 확대된다.
『우선 그린스킨 차원입니다. 사시사철 눈이 내리고, 혹한의 추위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이어서 가운데 있는 차원, 고전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그 종족의 해처리를 업그레이드할 때 핏줄과 살덩어리로 꿈틀대는 것처럼 차원 전체가 회색 살덩어리와 검은 핏줄로 역겹게 꿈틀대는 차원이 확대된다.
『두 번째로 리치 군주의 차원입니다. 현재 국왕께서 공방전을 치르고 있는 차원이며 멸망이 멀지 않은 차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차원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불길하고 섬뜩한 검은색 운무가 태풍처럼 회전하고 있는 차원.
『세 번째로 심연(深淵)입니다. 이전에 한 번 보신 적이 있으시겠죠?』
『이상으로 현재 국왕 폐하께서 연결할 수 있는 차원은 셋뿐입니다. 그러나 차원 공방전이 끝나면 조금 전에 보신 모든 차원과 차원을 연결할 수 있음을 감히 보증하겠습니다.』
“음. 그래서 첫 번째 잠재력이라고 한 건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차원과 차원을 연결한다고 뭐가 좋아? 솔직히 무슨 이세카이에 환장하는 라노벨도 아니고, 내가 다른 차원에 가서 뭘 하겠어?”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엄청난 능력입니다. 그리고 국왕 폐하께서도 좋아하실 거라고 확신해요.』
“정말?”
『네.』
그런가? 뭐, 솔직히 멸망 초반을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발전할 줄 나 역시도 짐작하지 못했다. 당시는 센 척하느라 내색하지 않았지만,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성소]에서 처음 엘라를 소환할 때, 사용한 10만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 푼돈에 지나지 않을 카르마 포인트에 민감하게 반응한 거고.
‘그러고 보면 확실히. [성소] 시스템이 호언장담한 것은 다 그렇게 되었지.’
“좋아. 기대하지. 그런데 아까도 한 질문인데, 첫 번째라면 두 번째도 있는 거지? 그렇지?”
『그렇습니다. 국왕 폐하.』
“국왕이든 폐하든 국왕 폐하든 하나만 하자. 하나만. 계속 번갈아가면서 들으니까 정신 나갈 것 같아.”
『알겠습니다. 국왕 폐하.』
“그래. 그건 그렇게 하고. 그럼 두 번째는 뭐야?”
『[차원의 문]의 두 번째 권능으로 [왕국]과 [차원 피난민]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차원 피난민]? 피난민? [아스가르드]?”
『그들도 피난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원의 문]이 연결하는 [차원 피난민]은 더 다양하고,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또한, 처한 환경도 모두 다릅니다. 그중에는 운 좋게 [아스가르드] 같은 곳에 도달한 피난민과 달리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이들도 있습니다.』
“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불쌍하다. 구해줄 수 있으면 구해주고 싶다. 다만,
“그전에 말이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이것. [차원의 문]을 여는데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했지?”
『[차원의 문]을 열 때 필요한 카르마 포인트는 [차원의 문] 랭크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재 [차원의 문]을 여는데 필요한 카르마 포인트는……. 영주님의 카르마 포인트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어?”
잘못 들었나? 감당할 수 없다고?
“내가 가진 카르마 포인트는 1조가 넘어. 플러스마이너스 그리고 특수 카르마 포인트까지 더하면 3조가 넘는다고. 그걸 알고 말하는 거지?”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삼조 이천삼백이십팔억 칠천구백삼십사만(3,232,879,340,000) 포인트를 보유하고 계십니다. 또한 [차원의 문]은 업그레이드하는데 엄청난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부족하다?”
『그렇습니다.』
『[차원의 문]에 대한 설명을 계속 들으시겠습니까? 국왕 폐하?』
왜지? 마치 이건 겁을 주는 것 같으면서 이상하게도 은근슬쩍 자존심을 긁는 것 같은 말투였다. 나는 카르마 포인트가 걸려 있다면 자존심 따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남자긴 하지만 말이다.
다만 이상한 건,
“당연하지? 그걸 왜 물어?”
설명을 계속 듣겠냐는 말을 한 의도였다. 당연히 영지 건물에 대한 설명은 들어야지. 그걸 왜 거절해?
『[차원의 문]이 가진 가능성은 엄청납니다. 말도 안 되는 기물이죠.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기까지 엄청난 단위의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그 압도적이고 폭력적인 카르마 포인트에 위축되지 않으시고 [차원의 문]을 그리고 [왕국]을 다스리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목소리는 어딘가 확인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사랑을 확인 받고 싶은 연인처럼.
“참나.”
[성소]의 시스템은 나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회귀한 이후 나는 한 번도 영지를 발전시키고, 건물을 업그레이드 해오면서,“당연하지!”
필요한 카르마 포인트에 위축되지 않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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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전 망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ㅠㅠ
처음에는 고작 10만 포인트 가지고 시작했어.
229. 처음에는 고작 10만 포인트 가지고 시작했어.
회귀한 이후 나는 한 번도 필요한 카르마 포인트에 위축되지 않은 적이 없다!!
누군가 이 생각을 들으면 전형적인 ‘하남자’라고 나를 비웃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비웃음 따위는 내게 1g의 감흥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어째서?
어째서는 뭐가 어째서야.
당장 나만 죽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나를 믿고 회귀 이후부터 준비한 서른한 명의 지의사들만 생각해도 어깨가 무겁다. 내가 죽으며 나만 죽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카르마 포인트가 매번 예상과 다른 단위로 필요한 영지 건물 업그레이드?
회귀 직후 내가 유다연에게 말한 것처럼, 난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쫄보다.
매번 놀라고, 매번 실망하고, 매번 좌절했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도 여전히 살아서 내 땅을 밟고 내 가족들과 서 있다.
『알겠습니다.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차원의 문]을 개방하시기 위해서는 카르마 포인트 이백조(200,000,000,000,000)가 필요합니다.』
“…얼마? 2백억?”
『국왕 폐하. 첫날부터 느꼈지만, 양아치세요? 단위를 바꾸시는 건 너무하시잖아요. 자릿수를 하나 줄이는 것도 아니고. 이백조입니다. 이백조.』
“하!”
돌겠네. 와. 솔직히 말해서 조금 전까지는 자신이 있었다.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는 거지. 하루가 지나면 몇 백억 단위의 카르마 포인트가 나오니까. 방금 내가 나도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쫄보라고 했던 거?
오늘 내가 여기 서 있다고?
‘젠장! 그딴 거 알 게 뭐냐! 아오!’
200조라는 숫자 앞에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조 단위의 카르마 포인트도 우연과 행운이 겹쳐서 모은 건데, 이것의 백배?
“아니지. 잠깐, 잠깐만.”
막 투덜대며 짜증이 올라오던 정신이 멀쩡해졌다. 어쩌면 바이올렛(Violet) 랭크의 특수 스탯 덕분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내가 이제는 이런 일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실마리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너 방금 2백조라고 말할 때, ‘현재’ 랭크에서는 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만약에 바이올렛, 아니, 아니지. 블루(Blue) 랭크까지 [차원의 문]을 업그레이드 하면? 그럼 얼마야?”
『그건 여러 조건에 따라 다릅니다. [텔레포트 게이트]와 [연금의 숲], [용병 길드], [마법사의 탑] 그리고 [용병 길드] 랭크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그 건물들의 랭크는 지금 랭크, 그러니까 네이비 랭크라고 치면?”
『그 조건이라면 [차원의 문]을 여는데 필요한 카르마 포인트는 20조입니다.』
“그 정도면…….”
할만해. 솔직히 [차원의 문]을 열어서 다른 차원에 가는 건 관심이 없지만, 피난민을 받는 건 괜찮을 것 같았다.
왜냐고?
내가 생각하기에 [피난민]이라는 범주가 엄청 넓은 것 같으니까.
“내 생각인데 말이야. [엘븐나이츠]와 [창천의 날개] 기사단도 피난민에 속하는 것 같은데.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