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28
“게임으로 치면, 데미지 1로 순식간에 수만 명이 치는 건가요?”
“그렇지?”
“그렇게 치면 초당 데메지가 대충 십만?! 종결 무기급?!”
“그런가?”
“오오오!! 대박!! 릴―리이!!!”
오늘도 도른자, 하루에 ‘반드시’ 세 번은 도른짓을 한다고 해서 지의사들에게 삼풍(三風) 선생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유다연은 비슷한 의미로 이광(二狂) 선생으로 불리는 릴리 로즈의 이름을 외치며 회의실을 나섰다.
“다연이는 참……. 애는 착한데 말이지.”
“후후후. 유다연을 ‘착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보스뿐일 걸요?”
“응? 유다연 착하잖아? 조금 도른짓을 해서 그렇지. 애가 천성이 나쁜 애는 아닌데?”
“후후후후. 정말요?”
“…뭐야? 내가 모르는 뭔가 있어?”
“다연은 말이죠. 보스. 보스 앞에서만 저렇게 깨발랄 합니다. 영지민들, 특히나 각성자들이 다연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십니까?”
“뭐라고 부르는데?”
“얼음마녀.”
“…엉?”
“풉!”
“진짜?”
“그럼요~. 유다연이 우리 앞에서는 저렇게 보여도 객관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엄청 귀엽고 예쁘잖아요? 그리고 영지 간부라는 지위도 있고. 그러다보니 가끔 있어요.”
“응? 뭐가?”
“고백해서 혼내주려는 멍청이들이.”
야. 그거 혼내주려는 거 아니고 진짜 고백하는 걸 수도 있잖아.
“그거…….”
“그때마다 유다연이가 얼마나 칼 같이 거절하는지 모르실 겁니다. 보스는. 아주 북풍한설이 부는 게 어휴.”
“근데 그거…….”
“혼내주려고 하는 게 아니고 진짜로 고백하는 거라면 유다연이에게 죽을 지도 모릅니다. 잘근잘근 밟혀서요. 유다연이가 보스와 지의사를 제외한 남자라는 생명체에 가지고 있는 혐오감은 어휴.”
“아니 그러니까 진심으로 고백…….”
“아, 저도 압니다. 보스.”
“그래. 그래.”
그래. 진심으로 고백했을 수도 있지. 유다연이 예쁘장하게 생겼으니까.
“아주 드물게 진심 고백 펀치로 혼내주려는 애송이들이 있지만.”
“??”
“괜찮습니다. 그런 놈들은 죄다 성벽 밖으로 떨어뜨렸으니까요.”
이게 도대체 무슨 대화야. 뭔 대화 내용이 이따위야?
“너랑 유다연이랑 대화하면 뭔가 엄청 뒤죽박죽이야.”
“그런가요? 후후후.”
“너……. 뭐야? 왜 자꾸 음흉하게 웃어? 뭐 있지? 응?”
“후후후후후.”
올리비아는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고 회의실을 나섰다. 나가면서 문을 닫기 전에 문틈 사이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는 올리비아를 보면서,
“쟤도 미쳐가나?”
라고 중얼거렸다가,
“빠빠!”
“빠아?”
아기 전용 전동 침대에서 들리는 아빠를 찾는 소리에 내 옆에 희연이와 연희가 있다는 걸 깨닫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
“좋은 말만 써야지. 우리 공주님들~. 맘마 먹을까요? 맘마? 맘마?”
아포칼립스에 현대에서도 육아 템빨의 끝판왕이라고 하는 전동침대가 웬 말이냐고? 내 말이 그 말이다. 순간 장르가 현대 판타지로 바뀐 줄 알았다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저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희연이와 연희가 [내성]에 머문 다음날 지의사 회의에 유다연이 저걸 당당하게 들고 왔다. [창고]에서 꺼내왔다면서.
이게 도대체 왜 컨테이너에 실려 있었냐고 물었더니,
“기필코 오빠 아이를 임신하기 위해 준비했어요!”
라고 아주 당당하게 외쳤다.
그래. 지의사 회의에서. 가신까지 포함하면 자그마치 서른 명이 넘게 있는 곳에서 당당하게, ‘외쳤다’.
그러고 보니 연희와 희연이가 태어난 후, 지의사들 중 몇몇은 노골적인 단어들을 입에 담곤 했다. ‘임신’, ‘출산’, ‘CexX!!!’ 같은 단어들 말이다.
“빠아?”
“빠빠?”
“응? 아니야. 우리 공주님들. 맘마 먹자~.”
전동침대만큼이나 아포칼립스에 어울리지 않는 베이비브레짜 자동 분유 제조기를 이용해 분유를 두 병 만들어 물려줬다.
그러자 신이 났는지 누워서 통통한 두 다리를 하늘을 향해 차면서 눈동자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해맑게 웃는다.
“맘마~. 맘마~. 맛있어요?”
그래. 유다연이나 올리비아의 이상한 짓이 하루 이틀이냐. 아빠만 보면 좋아 죽으려는 딸이 둘이나 있는데.
그렇게 무시하고 지나갔고, 언제나 그렇듯 불길한 예감을 무시하면 뒤통수가 아린 법이었다.
“여기서 뭐해? 아니, 그것보다 왜 그런 옷차림이야?”
그날 밤.
유다연을 만났다. 내 침대 위에 누워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유다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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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공 자매님들은 다들 모여봐요.
231. 이임공 자매님들은 다들 모여봐요.
유다연이 가끔 아니, 종종 뜬금없이 이상한 짓을 하긴 하지만, 이 시간에 침대를 차지하고 누워 있을 정도로 도른 짓을 하진 않는다.
무엇보다 유다연의 모습에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왜 그런 복장이지?”
속옷은 다 벗어버리고 속이 은근하게 비치는 반투명한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난 지금 유다연의 알몸을 약같 뿌연 필터를 씌운 상태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몸매가?’
그리고 유다연의 몸매가 생각했던 것보다 활발하게 굴곡지고 섹시하다는 것에 놀랐다.
“오빠~.”
“어.”
“헤헤. 오빠아~♡”
내가 들어온 걸 알고 있고, 내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나를 바라보며 그저 해맑게 웃으며 팔을 벌리고 있는 유다연의 모습은 굉장히 색정적이면서도 어딘가 조금은 위험하다고 느껴졌다.
“오늘이에요~. 오빠. 드디어 오늘!”
“…도대체 뭐가 오늘이라는 건데?”
“흐흐흐흣! 아시면서~♡”
아니! 야발! 진짜 모른다고! 알 것 같지만 왠지 모르고 싶다고!
“정말 원해? 이런 식으로? 뭔가 감정적인 교류가 없이 그냥 이러는 게 괜찮아?”
“괜찮아요. 그리고 오빠~.”
“말해.”
“저는 충분히 감정적으로 교류했어요. 오빠와 매일 매일, 매 순간 순간이 저에게는 새롭고 따뜻하고 행복하고 포근하고 안온한 날들이었어요.”
“…….”
“그러니까 이제 그 보답을 받을래요.”
“……. 이 놈아 말이 앞뒤가 안 맞잖아! 매일 매일 행복했는데 보답을 받는다고?”
“헤헤헤. 오빠아아~♥”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무슨 술이라도 잔뜩 마신 것처럼. 하지만 인간의 경지를 아득하게 초월한 감각이 유다연은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그래서 더 대단한 거지.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은 맨정신에 저러는 게.’
“일단 알았어. 씻고 올 테니까. 기다려 봐.”
“네에―♥”
샤워실로 들어가면서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떨어지는 따뜻한 온수에 머리를 박으며 최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새겨봤다.
‘특별한 일이라고는……. 내가 바이올렛(Violet) 랭크에 오른 것과 연희와 희연이가 태어난 것뿐인데?’
그것 이외에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언데드가 나타나지만 일상적으로 처리하는 중이었으니까. 오히려 레이드 시스템이 도입된 후, 각성자들은 더 안전하게 더 많은 카르마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흥분하며 사냥 시간을 늘려갔다.
그래서 수만을 예상했던 각성자가 삼십만에 가깝게 늘었고, 교대로 사냥한다는 걸 생각하면 영지의 전투 각성자 전부가 최상급 언데드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랬는데…….”
웬만한 원룸 방보다 큰 넓은 욕실 벽에 부딪쳐 울리는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도대체 유다연이 저러는 이유를 끝내 찾지 못했다.
유다연이 싫으냐고?
그럴 리가 있겠어?
유다연은 각성하기 전에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예뻤다. 귀염상에 가까웠다고 할까? 그리고 각성을 거치면서 신체의 불균형이 바로잡히면서 더 예뻐졌다.
괜히 각성자들이 유다연에게 고백해서 혼내주는 게 아니다. 영지를 회사라고 치면, 내가 회장이고 유다연은 부회장이나 사장 정도는 된다. 그런 부회장이 예뻐서 평사원이 고백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이러냐고?
이제 와서 정조라도 지키려는 거냐고?
스스로 찾아와 저러고 있는데 즐겁게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그러고 싶지 않다.
단순히 내가 아무 여자나 안지 않는다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유다연을 그렇게 다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유다연…….”
날 때부터 부모에게 버려져 보육원에서 살았다. 이제 스무 살이 되어 보육원을 나가서 세상과 부딪쳐야 할 때, 갑자기 지구가 인간을 해충이라고 말하며 세상에 멸망이 찾아왔다. 그렇게 십여 년을 보낸 그녀가 회귀했더니 멸망이 코앞이다.
심지어 몸에 신이나 다름없는 재신(財神)을 품고 있으니, 멸망이 두렵다고 도망갈 수도 없다.
그게 유다연이다. 그렇기에 하루에 몇 번이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유다연에게 내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어쨌든 일단 나가야 했다. 샤워실을 나와 방으로 들어오자 유다연은 여전히 전과 마찬가지로 천장을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오빠아~♥”
유다연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는 그럴 리가 없겠지만 달큰한 장미향이 나는 것 같았다.
“너는 괜찮겠어?”
“뭐가요~?”
“이렇게 해도 괜찮겠냐고. 너무 뜬금없잖아. 하다못해 오늘 하루 데이트를 한 것도 아니고. 분위기 좋은 저녁이라도 먹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흐응~?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이게 더 좋아요. 이러면 회귀 전부터 오랫동안 오빠하고 부부였던 것 같잖아요?”
“참나.”
말 같지도 않은 말인데, 이상하게도 유다연이 하니까 말이 되는 것 같았다. 피식 웃는 것으로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던 불편함 역시 토해냈다.
“좋아.”
“저도 좋아요!!”
쨍쨍한 목소리와 함께 유다연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몸을 던졌다.
“이후 벌어지는 일은 모두 너도 동의한 걸로?”
“네! 보감인 거예요!”
그거 언제적 밈이냐. 진짜. 그러나 달뜬 숨을 내쉬며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나를 올려다보는 유다연의 얼굴을 마주하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날 나는 비로소 바이올렛(Violet) 랭크의 선물인 마력 입자로 이뤄진 몸의 활용법을 하나 깨달았다. 길이와 두께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
그것은 신세계였다.
시전자인 나나, 시전을 ‘당하는’ 입장인 유다연이나.
* * *
그것은 유다연이 회귀 전의 기억이었다.
유다연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절대로 잊을 수가 없었다. 멸망의 순간 그 누구보다 아이를 먼저 챙기던 그를.
본인도 잔뜩 겁에 질려서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눈동자가 쉼 없이 흔들리며 다리를 휘청이는데도 그는 끝까지 아이를 감쌌다. 자신과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부모에게 버림 받은 보육원의 아이들을.
그리고 결국 승리했다. 떨리는 몸으로 초록 괴물을 물리치고서 기절한 그의 곁에 서서 유다연은 아이러니하게도 멸망 전에는 무채색이었던 세상이 오히려 멸망을 맞이한 지금 총천연색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착하고 용감했던 이의 끝은 슬프고 처연했다. 만약 유다연에게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지 않았더라면, 유다연은 그의 쉘터에서 빌붙어 사는 기생충 같은 놈들을 전부 죽였을 거다.
그녀는 그럴 힘과 재능이 있었으니까. 그것은 분명히 이뤄졌을 거다. 그 목소리만 아니었더라면.
그 목소리는 약속했다. 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그렇기에 피를 토해내며 참았다. 대신 그의 곁을 지켰고, 그가 죽는 순간까지 옆에 있었다.
그의 죽음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킨 유다연은 [지주]의 땅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따뜻하고 안온한 쉘터가 사라지고 야생의 세계에 내던져진 것에 당황하는 쓰레기들의 비명을 들으며 십여 년 만에 진심을 다해 미소를 보인 유다연은 참았던 분노를 토해냈다.
빛나는, 성스러운 검을 휘두르며, 눈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입은 웃고 있는 유다연은 그렇게 지구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지주]의 쉘터를 홀로 전멸시켰다.
그리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