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29
과하게 일으킨 신성력에 죽음이 다가왔다고 느끼면서 ‘그 목소리의 약속’이 거짓이었다는 것에 억울함보다는 더 빨리 이들을 죽이지 못한 것에 후회가 밀려왔는데,
“돌아…왔어?”
유다연은 그렇게 회귀를 했고,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바로 달렸다. 몇 번이나 언급했던 그의 집을 향해.
달리고 달렸다. 각성하기 전의 몸이라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몇 번이나 휘청거리면서도, 폐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하며 달리고 달려 그의 집에 도착했서 만났다.
그를. 과거부터 경애했고, 지금도 애정하며,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이요한을.
그렇게 2년.
이요한의 옆에서 간절히 바라고, 열망하고, 또 원하던 순간을 맞이하면서 유다연은 깨달았다.
‘역시! 역시야!’
누군가 말했던 첫 경험의 끔찍함은 조금도 없었다. 그와의 잠자리는 황홀했고, 완벽했다. 마스터 랭크에 오른 이후로 한 번도 지친다고 느껴 본 적 없던 유다연은 어떤 마약으로도 느낄 수 없는 쾌락에,
“오빠아―!!”
‘오빠’라는 애칭을 외치며 기절했다.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순간 유다연은 생각하고 떠올렸다.
[반려께서 바이올렛(Violet) 랭크에 오른 날. 그날이 되어야 비로소 너희가 반려의 모든 것을 받아줄 수 있는 날이 될 거야.]마스터 랭크와 그랜드 마스터 랭크에 오른 이요한에게 자신도 임신 공격을 하겠다고 외친 유다연에게 엘리아나가 건넨 충고이자 권고였다.
‘엘리아나 언니. 최고♥’
그리고 그 충고를 듣고 참았던 지난 날의 자신을 칭찬하며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유난히 얼굴에 빛이 돌고 반들반들을 넘어 반짝반짝이는 피부로 나타난 유다연을 향해 여자들의 시선이 모였다.
“다연?!”
“유다연!”
…
“에헴! 자, 이임공 자매님들은 다들 모여봐요. 제가 아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게요.”
이임공 자매.
이요한 임신 공격대 자매의 줄임말이다. 당사자가 들었다면 질겁할 이런 단체가 생긴 것은 역시나 엘리아나의 경고와 권고 때문이다.
엘리아나의 권고는 이요한을 옆자리를 바라는 여인들에게 ‘기약 없는 기다림’이라는 고통을 주었고, 같은 고통을 가진 이들끼리 서로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모임이 생성되었다.
유다연의 실감 나는 설명에 이임공 자매들은 쉴 새 없이 탄성을 내뱉거나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렸다.
‘아니, 눈앞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눈은 왜 가려?’
멀리서 그 한심한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흔들던 네이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건 네이선이 몰라서 그러는 거다.
이임공 자매라는 여인들이 둥글게 모여 몸으로 가린 공간 가운데에는 유다연이 신성력으로 사람의 모습을 구현해서 설명에 실감을 더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다연은 회귀자다. 마력을 다룬 경험이 다른 지의사 보다 압도적으로 길었기에 마력을 세밀하게 운용할 수도 있었다.
그 재능을,
“이런 자세 알아요? 이게 바로 ■■이예요. 아셨어요? 이렇게, 이렇게!!”
음담패설을 설명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긴 한데.
“그러니까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라고요. 다들 알죠? 요한 오빠는 겉으로는 틱틱대면서 밀어내지만 마음이 약해서 달라붙으면 떼어내지 못하고 들어준다고요. 엘리아나 언니가 육아로, 소피아가 임신으로 자리를 비운 지금이야 말로 적기예요.”
“알고 있다. 오늘은 나니까.”
“그래요. 올리비아. 그 쓸데없이 무겁기만 한 가슴으로 조져버리는 거예요.”
“이 아름다운 가슴이 쓸데없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노력해 보지.”
“시간이 없어요. 빨리 한 사이클을 돌리고 우리는 다 같이 침실로 달려드는 겁니다. 4P, 5P도 마다하지 않고요. 그래야 우리 모임이 바라는 것을 모두가 이룰 수 있어요!”
“응응.”
이요한이 들었다면 기가 차다 못해 질겁할 법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여인들의 계획은 그대로 이뤄지는 듯했다.
이요한이 바이올렛(Violet) 랭크에 오르고, 연희와 희연이가 태어나고 다섯 달이 지났을 때까지 평범하게 언데드가 등장하고, 함정에 당해 움직이지 못하는 최상급 언데드를 제법 오랜 시간 두들겨서 잡아내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차원 〈심연의 추방자〉에 남은 언데드가 66기 미만입니다.』
갑자기 등장한 메시지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똑같은 하루를 보냈을 수도 있었다.
『차원 〈심연의 추방자〉의 공방전 자격을 박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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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15세입니다.
저도 뭔가 엄청 근질근질했지만, 간신히 참아냈습니다. 음음.
내일은 쉬는 날이고 저는 월요일 0시 7분에 다시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작이요?
232. 고작이요?
그 시스템 메시지는 갑자기 등장했다. 뜬금없이 말이다.
『차원 〈심연의 추방자〉에 남은 언데드가 66기 미만입니다.』
『차원 〈심연의 추방자〉의 공방전 자격을 박탈합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심연 추방자라는 차원은 리치 군주의 차원일 거라는 걸 이제 다들 짐작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메시지의 등장과 함께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끊임없이 떨어지던 검은 운석이 자취를 감췄고,
『차원 〈심연의 추방자〉 자격 심사 여부에 따라 차원 공방전이 잠시 중단됩니다.』
지구를 뒤덮고 있던 불길한 검은 먹구름이 사라지고 [평화의 날] 이후 오랜만에 맑은 하늘과 따뜻하고 밝은 태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지민과 지구의 여러 쉘터에 흩어져 있던 피난민들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는지 환호성을 지르며 너도나도 [성벽]으로 올라왔다.
왜 [성벽]으로 올라왔냐고?
[성벽]의 랭크는 바이올렛(Violet) 랭크다. 자그마치 [성벽] 따위가 바이올렛이라고.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응?방어력 이딴 건 당연한 거니까 차치하고 무려 [성벽] 위에 공간 확장의 잠재 권능이 더해졌다.
그게 왜 대단한 거냐고?
자, 생각이라는 걸 우리 같이 해보자.
[성벽]이라는 건물의 목적은 뭘까? 아주 근본적인 목적.그래. 방어지. [성벽] 바깥의 공격으로부터 안쪽을 지키기 위한 방어의 목적.
그렇다면 방어력이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튼튼하게 만든다? 그건 방어라는 목적에서 절반 정도만 맞는 말이다. 방어는 공격 수단을 차단하는 것에 있다.
쉽게 말해 방패를 큰 거 들고 서서 버티는 건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고대부터 모든 성벽 위에는 인간이 이동하고 밟고 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렇다면 이 공간이 넓어진다면?
단위 면적당 공격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겠지?
그렇다는 건 결국 공격력이 상승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공간 확장의 잠재 권능.
공간 확장에 ‘잠재 권능’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성벽] 위에 새겨진 이 잠재 권능은 가뜩이나 넓은 [성벽] 위를 8차선 도로 네 개를 붙여 놓은 수준으로 확장시켰다.
[성벽] 위로 올라온 영지민은 각자 돗자리, 비치 타월, 선 배드 같은 취향에 맞는 것을 펼쳐놓고 실로 오랜만에 등장한 따뜻하고 쨍쨍한 태양을 마주하며 일광욕을 즐겼다.그 수가 자그마치 수백만에 달했지만, ‘잠재 권능’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듯이 서로 빽빽하게 자리를 만든 게 아니라, 오히려 드문드문 빈자리가 보일 정도였다.
“자외선이 몸에 얼마나 안 좋은데, 왜 다들 살을 태우는 거야? 애초에 이상하지 않아? 영지 안에 있어도 일광욕은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왜 다들 성벽 위로 올라간 거야?”
이해할 수 없다는 어떤 남자의 말에,
“영지 아니고 주도! 안에서 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늘지잖냐. 이 멍청아.”
그 옆에 같이 걷던 여자 친구로 보이는 여자가 그렇게 답하며 강제로 끌고 간다. 여자의 손에는 비치 타월을 비롯한 가방을 쥐고 있었다.
영지민, 이제는 펠리타 왕국민이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이들은 오랜만에 등장한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태양에 잔뜩 흥이 난 상태였다.
“회의실로 모이라고 할까요? 보스?”
올리비아는 잠자리를 했고, 부인 중 하나의 위치에 있음에도 여전히 나를 ‘보스’라고 불렀다. 그녀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다들 ‘오빠’, ‘오라버니’, ‘자기’, ‘허니’ 이런 식으로 불러대서 자신만의 독창성이라나?
“아니.”
“알겠습……? 네?”
“아니라고. 오늘 하루는 다들 쉬라고 해. 편하게. [성벽]에 올라가서 일광욕을 해도 좋고, [내성] 옥상 정원에서 놀아도 된다고. 난 옥상 정원에 있을 거야.”
“네! 보스!!”
지의사들이라고 이런 날 쉬고 싶지 않을까? [주도]에 있는 천만이 넘는 왕국민이 모두 해변에라도 나온 것처럼 저렇게 신이 난 모습을 보면서 회의실에 처박혀 회의나 한다? 회의가 되겠냐고. 그게.
올리비아가 멸망 전 SNS였던 트위터의 상징을 닮은 파란색 새 여러 마리를 마력으로 구현해 날려 보냈다.
그러면서 옆에 붙어 같이 걸으며,
“보스. 옥상 정원에서 고기 구워도 될까요?”
반짝이는 눈으로 육식파인 그녀는 언제나처럼 고기를 원했다.
“그래. 고기도 굽고, 술도 종류별로 마셔. 내일 오전까지는 자유시간이야. 원하면 내일 저녁까지 쉬어도 돼.”
“오오! 진짜요? 아싸아!!”
유다연이 아닌 올리비아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정말 너무 각박하게 살아온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그러지 않았으면 많이 죽었겠지.’
바글바글하다. 해가 나온 것과 동시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성벽]으로 올라간 이들은 대부분 백인들이었다. 그렇게 하고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각자 [집]에서 가까운 [성벽]으로 향한다.
그 인(人)의 물결을 보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내성]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아빠아!”
“아빠다!”
이제는 서너 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란 희연이와 연희다.
이희연. 이연희.
쌍둥이 하이엘프인 둘의 이름을 앞과 뒤를 바꿔서 약간은 장난식으로 지은 건 우리 딸이 그만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똑같이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희연(喜連). 연희(連喜).
기쁨이 연이어 온다. 끊이지 않는 기쁨.
내가 아이를 바라보며 느낀 감동을 그대로 담은 이름이었다.
“아이쿠! 우리 딸들! 잘 놀고 있었어요?”
“네! 아빠아빠. 있자나요. 연희가요.”
“아빠. 안 나가면 안대요? 오늘은 희연이랑 놀아요~. 네에?”
양팔에 안긴 내 딸들은 서로 자기 말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행이도,
“그래. 그래. 연희는 오늘 한글 배웠어요? 오구오구 잘했네! 우리 연희! 희연이는 아빠랑 놀고 싶어요? 그럼 옥상 정원 가서 햇님이랑 꽃 볼까?”
바이올렛(Violet) 랭크에 도달한 육체는 한마디도 놓치지 않았다.
“예에!”
“네에!”
양쪽 팔에 안겨서 두 팔을 번쩍 들고 좋아하는 딸들의 정수리에 애정이 듬뿍 담아 뽀뽀 해주고 옥상으로 향했다.
[내성] 역시 [성벽]처럼 바이올렛 랭크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마치 [영지]가 [주도]로 변한 것처럼, [내성]은 [왕궁]으로 명칭이 변경되며 기존 공간 확장 비율이 말도 안 되게 늘어나 부속 건물인 [별궁]이 수십 채가 생겨나고도 연무장이 곳곳에 남아 있을 정도가 되었다.그리고 9층 높이의 초호화 저택의 옥상에는 옥상 정원이 생겨났다. 무려 세계수의 가호를 받은 정원이.
일반적인 아파트라고 해도 9층이면 엄청 높다. 그런데 저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 층, 한 층의 높이가 웬만한 아파트 2층 높이로 층고가 높은 만큼 9층 저택의 옥상은 엄청 높은 위치다. 그런데도 여전히 세계수의 꼭대기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계수는 크지만,
“반가워! 나무야!”
“친구 나무! 안녕!”
세계수의 가지 몇 개가 옥상 정원까지 닿는 것은 가능했다. 그리고 우리 딸들은 세계수를 아빠와 엄마‘들’ 다음으로 좋아한다.
“아빠! 아빠! 나무가 희연이 한테 살랑살랑해요! 엄마는요?”
“헤헤. 아빠랑……. 친구 나무랑……. 엄마만 있으면 연희는 오만팔천 만큼 행복해!”
역시 우리 딸! 고작 3천 정도 사랑하는 아이언맨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는구나. 오만팔천이라니.
“연희야? 희연아? 엄마 왔는데?”
엄마를 찾던 딸들이 바로 옆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리자 가뜩이나 큰 눈이 더욱 커지면서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 아직 어려서 몸에 비해 머리가 무겁다 보니 그렇게 행동하면,
“어이쿠.”
“어머!”
휘청거리다가 넘어지게 되는 게 당연하기에 나와 엘라가 잽싸게 받았지만.
“엄마!”
“엄마?”
우리 딸들은 방금 전에 넘어질 뻔했다는 건 안중에도 없는지 오랜만에 아빠, 엄마와 함께 있다는 것에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엄마인 엘라를 한 번 봤다가, 아빠인 나를 봤다가 또 엄마에게 고개가 돌아간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다.
“이, 이건 찍어야 해! 찍어! 어서! 백 번 찍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