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33
“구름도 밟아요?!”
“하늘로 올라가요?!”
“햇님이랑 인사해요?!”
“짹짹이도 만나요?”
누구에게 들었는지 세계 일주에 대해서 두서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에 대해서 다다다 쏟아내는 행동이 너무 귀여워서 그저 웃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럼, 그럼. 아빠랑 엄마랑 엄마들이랑 [비공정]이라고 하늘을 날아서 놀러 가는 거야.”
“우와아아!”
“와아아아!!”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크게 벌릴 정도로 감탄하는 걸 내려다보며 심장이 아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바이올렛(Violet) 랭크 따위, 딸들의 귀여움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다.
“대신에 이번에 여행은 멀리 가는 거니까 엄마나 아빠 옆에 있어야 해? 알았지?”
“네에!”
“네!”
그렇게 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여주고, 씻기고 재울 때까지 엘라와 흑요수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 않은 이유는 둘의 랭크가 어비스(Abyss)라는 거다. 바이올렛(Violet)에 오른 나조차도 이제 영지 밖으로 나가도 조금도 걱정이 들지 않는데, 나보다 훨씬 강한 둘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
다만 짧은 잠을 자고 일어났음에도 돌아오지 않았을 때는 조금 걱정이 됐다.
“어디 간 거지?”
왜냐하면 오늘, 그러니까 추첨 방송이 있고 바로 다음 날 오전이 [텔레포트 게이트] 설치 계획에서 신혼 여행 계획으로 변경된 일정이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반려~!”
“주인님!”
아침조차 거르고 둘이 언제 오나 [내성] 정문에서 서성일 때, 오히려 두 사람의 목소리는 [내성] 안쪽에서 들려왔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아니요. 어제는 좀 대화를 했어요. 다른 가신들도 모두 모여서. 일종의 걸즈 토크 같은?”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것보다요. 반려. 우리 수(水)가요. 불안해하던 이유를 알았어요.”
“수? 아, 흑요수? 이름이 수야?”
“네. 성이 흑요(黑曜)라고 하던데요?”
“그래? 정말 많은 대화를 했나보네. 그래서 불안해하던 이유가 뭐래?”
“수가 반려를 주인님이라고 부르잖아요? 실제로도 그렇고. 저나 로파이처럼요. 그런데 수는 단순히 호칭이 아니라, 진짜 주인님이 되는 건 줄 알았대요.”
“…그 두 경우의 차이가 있어?”
“수가 살던 세상에서 주인님이 되면 자신의 소유물에게 목줄을 채워주는 의식이 있대요. 그래야 주인과 소유물로 인정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목줄을 안 채워줘서 그랬다고?”
설마. 아니지? 거짓말 하지 마. 이름도 겁나 세 보이는 ‘흑’요수에, 묘인족 여왕, 용병 여왕 같은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데?
“후후. 네. 맞아요.”
가볍게 웃으며 나를 올려다보는 엘라의 얼굴에는 장난스런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반려~.”
말끝을 길게 늘이는 게 가끔 드물게 엘라가 내게 보여주는 장난꾸러기 모드의 엘라였다.
“뭐, 뭔데?”
그리고 엘라의 장난은 유다연의 그것과 다르게 드물게 하는 만큼 언제나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어제 가신들이랑 반려의 여자들이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아~.”
“뭐, 뭐야. 무슨 말을 하려고 서두가 이렇게 길어? 나 지금 떨어도 돼?”
“흐흐흐흥. 아니에요. 반려~. 어차피 수에게 목줄을 해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저도 처음에는 반려를 주인님이라고 하기도 했고요~. 제티나 요제프는 당신이 주는 목줄이라면 얼마든지 찰 수있대요~.”
“으응?”
“그리고 알죠? 이안테는 반은 맹수잖아요? 목줄 이야기 꺼냈을 때부터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밤에 로파이에게 부탁했어요~.”
“뭐, 뭘?”
“이거요~♥”
그러면서 엘라가 꺼낸 건 누가 보더라도 반려 동물의 목에 걸 것 같은 목줄이었다. 중간에 방울도 달려 있고, 뒤쪽에는 고리를 걸 수 있는 장치도 있었다.
“그걸……. 목에 차겠다고? 당신 하이엘프인데?”
“흐흐흐흐흥. 괜찮아요~. 저는 오히려 옛날 생각도 나고 좋을 것 같아요. 채워주시겠어요? 주. 인. 님?”
귓바퀴에 촉촉한 엘라의 입술이 닿은 상태에서 ‘주인님’을 강조하는 말에 하마터면 이성을 잃고 엘라를 안고 방으로 들어갈 뻔했다.
“조, 좋아.”
그 욕망을 간신히 참아내고 고개를 끄덕이며 엘라의 손에 올려진 목줄에 손을 뻗는데,
“어?”
엘라가 장난처럼 손을 회수하고 목줄을 쥔 손을 등 뒤로 숨겼다.
“그냥 채워주는 건 싫어요~.”
입술을 두드리며 묘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며 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꿀꺽. 그, 그럼?”
추하게 침을 삼키고 말을 더듬었다.
“[비공정]에 주인님 전용 침실이 그렇게 넓고 좋다면서요~? 샤워실도 넓고, 욕조도 다섯 명이 들어가도 남을 정도로 크고요~?”
“그, 그렇지?”
“저는요~. 주인님~. 물에서 하는 게 좋아요. 아주 강렬하고 강하게요~♥ 그리고 지친 저의 목에 목줄을 채워주세요~. 해주실 수 있죠?”
엘라가 왜 이러는 걸까? 평소와 다른 엘라의 행동에 의문 같은 건 가질 겨를이 없다. 그저 바보처럼, 그리고 맹목적으로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어 동의하는 것 밖에는.
본래 여러 식순이 있었는데, 난 그걸 다 생략했다. 그리고 요망한 미소를 보이며 나를 도발하는 엘라는 공주님 안기로 안고 [비공정]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그마치 1시간 동안 폭풍 같은 정사가 끝나고 엘라가 바라는 대로 그녀의 목에 세계수의 나뭇잎을 닮은 초록빛 목줄을 채워주기 무섭게,
“헤엑……. 헤엑……. 주인님……. 수도……. 해주세요…….”
그렇게 무슨 이어달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음 상대를 지목하고 잠이 들었다.
“…진짜 신혼여행이었어?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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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글을 쓸 때는 19금 딱지를 붙이고 말겠습니다.
손이 근질근질한…
추신.
온수가 나오는 배관이 터져서 진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저희집 같은 곳이 열 곳이 넘어서 ;; 수리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올 겨울은 뭔가 파란만장하네요.
이런 적이 처음이라;;
미국인 줄 알았어요. 막 방바닥에 물이 철렁철렁 해서 ㄷ ㄷ ㄷ
카르마 포인트가 얼마나 들어올까?
236. 카르마 포인트가 얼마나 들어올까?
[비공정]이 [주도]를 떠난 첫날은 그야 말로 짐승과 같은 하루였다.어디서 이야기를 들었는지 엘라와 흑요수 다음으로 소피아를 시작으로 다들―로파이를 닦달해서 구했을 게 분명한― 개목걸이 같은 걸 자기 취향에 맞게 가져와서는 원하는 섹스 판타지를 말하면서 채워달라고 했다.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바이올렛 랭크에 오른 이후 오히려 성욕이 더 폭증한 기분이라서 참지 않고 오는 족족 죽여줬다. 은근슬쩍 목줄을 채워달라고 한 여자 중, 제티가 섞여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바이올렛 랭크에 오른 이후 늘어난 성욕을 온전히 풀고도 남을 정도로 하루를 보내고 함께 잠자리를 한 여자들이 하나 같이 맨들맨들한 얼굴로 목에 초커와 개목걸이 중간의 무언가를 하고 나니기 시작하자,
“저거……? 좀 예쁜 듯?”
“아이템인가?”
“왜 다들…….”
[비공정]에 정식으로 탑승한 이들 중, 여자들이 먼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어디서 구했는지 알려고 했고, 무려 오리하르콘 드워프 족장인 로파이가 직접 제작했다는 소문을 듣고 불타올랐다.명품을 보면 소유욕이 오르는 게 당연하니까. 그게 설사 개목걸이 같이 생긴 초커라고 해도 말이다.
[비공정]에 탑승한 당첨자들 사이에서 로파이와 만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로파이는 [비공정] 동력부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고, 국왕의 여인들이 착용하는 초커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그러는 사이 [비공정]은 유유히 그러나 빠르게 하늘을 날아 첫 번째 [부속 영지] 예정지역에 도착했다.
“여기는 영지에서 가까운 편이니까. 관리하기 편한 쉘터 능력자가 필요해.”
“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보스.”
“그……. 올리비아까지 그 초커를 차고 다닐 필요가 있어?”
“저는 엄청 마음에 드는데요? 이거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만, 로피아 씨가 만든 만큼 아티팩트입니다. 보스. 상대가 바이올렛 랭크가 아니면 목이 잘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목이 부러질 걱정도요.”
어? 어. 그 정도라면……. 음. 성능충인 나는 어쩔 수 없이 수긍했다.
‘완벽한 목 보호라면 못 참지. 암.’
쉘터 각성자 한 명과 그랜드 마스터 열 명이 [비공정]에서 내려 쉘터를 건설하는 걸 가만히 보면서 묘한 감회에 온몸이 젖어드는 게 느껴진다.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세계를 통일하는 수준까지 온 건가?’
미국 남부에 설치한 [텔레포트 게이트]까지 최단 거리가 아니라, 러시아 중앙으로 날아와 쉘터를 건설하고,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러는 이유는 전과 달리 [텔레포트 게이트]를 건설할 수 있는 수가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 [영지]가 아니라 [왕국]으로 묶여 있으니 영토를 계획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이전의 세계지도는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대지가 새로 생겨나고, 땅이 사라진 곳도 있으니까. 그래도 대략적인 위치는 알 수 있었고, 세계지도를 통해 [텔레포트 게이트]를 건설한 지역 11곳을 선정했다.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 [부속 영지]를 건설하고 네 번째 [부속 영지]를 향해 가던 중, [주도]를 떠나 나흘 째 되던 날에,
“신녀님의 주인님인 국왕 폐하. 잠시 시간이 괜찮으십니까?”
투명한 유리창으로 만든 것처럼 주변 풍경이 보이는 함장실에서 딸들을 높이 던지고 받아주는 놀이를 하던 내게 마기스테르가 다가왔다.
“연희야. 희연아. 아빠 잠깐 엘프 할아버지랑 이야기하고 올 테니까. 주스 마시면서 기다려 줄래?”
“네에~!”
“네네!”
“허허허. 고맙습니다. 공주님들. 여기. 제가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니 주스를 드실 때 함께 드세요.”
그러면서 마기스테르가 꺼낸 건 자두를 닮은 열매였다.
“이거 모야아~?”
“모에요? 이거어~?”
“제가 살던 차원에서 직접 길렀던 열매입니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고, 정령들이 좋아하는 열매죠.”
마기스테르가 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나는 기겁하며 고갤 돌렸다.
“이전 차원에서 키운 거? 그럼 저게 마지막인 거 아니야? 많이 챙기지 못했을 거 아냐?”
“허허허. 괜찮습니다. 씨앗은 챙겼으니까요. 다시 키우면 됩니다. 신녀님의 주인님인 국왕 폐하 땅은 축복이 내린 것처럼 심는 족족 열매를 맺으니까요.”
“아니 그래도…….”
저건 단순히 열매가 아니라, 추억 같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군대에 갈 때 챙겨간 가족사진 같은.
“맛있게 드세요. 공주님들?”
“웅! 할아부지 고마어.”
“땡큐. 그랜파.”
영어는 또 언제 배웠는지, 보나 마나 올리비아가 열심히 가르쳤을 거다. 영어로 옹알거리는 희연이와 연희가 귀여워서 미치겠다나? 나는 잘 모르겠는데, 영어권 지의사들은 혀짧은 발음으로 영어를 하는 딸들을 볼 때마다 심장을 부여잡곤 했다.
연희와 희연이가 한쪽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기다리던 [메이드]가 가까이 다가가 다과를 준비했다. 거기까지 보고 마기스테르를 이끌고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있어?”
“신녀님의 주인님인 국왕 폐하께서도 아시겠지만, [영지]가 [왕국]이 된 후, 저희에게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응? 아아.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게 됐지? 상태창 비슷한 것도 열리고?”
“그렇습니다.”
그렇다. 바이올렛 랭크 이전에 내가 [영주]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국왕]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특별한 기사단인 [엘븐나이츠]와 [창천의 날개] 기사단은 각성자와 비슷하게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언데드를 처치하면 각성자가 얻는 카르마 포인트를 100이라고 하면, 이들은 10을 얻는다. 나머지 90은 전처럼 내게 오고 있고.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건 엄청난 거다. 가뜩이나 강자인 [엘븐나이츠]와 [창천의 날개] 소속 강자들이 직접 자신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게 된 거다. 카르마 포인트를 이용해서.
“그걸 모아서 영주님께 드리는 게 어떨까 합니다.”
“불가.”
마기스테르가 이러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한다. 아마도 전에 말한 [차원의 문] 때문이겠지. 십시일반이라고 [엘븐나이츠]가 모아오면 포인트도 적지 않긴 할 거다.
하지만 그렇게 해 봐야 1조도 안 된다. 그걸 누구 코에 붙이냐고.
“신녀님의 주인님인 국왕 폐하.”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잘 꺼냈어. [엘븐나이츠], [창천의 날개] 전원 소집해서 회의실로 모이라고 해. 가신들도 모두 부르고.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도.”
“…알겠습니다. 신녀님의 주인님인 국왕 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