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37
즈마제비티의 용언은 눈앞에 있는 ‘모든’ 언데드의 몸에 순백의 화염으로 뒤덮었다. 백색 불꽃. 백염(白炎).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성룡이 되지 않았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기예. 의지를 담아 말하는 것만으로 마법이 발현되는 용언이기에 정확히 대상을 지정해 딱 그 대상만 불타게 하는 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즈마제비티가 막 도주하려는 언데드를 불태움으로 잡아놓은 순간,
“잘했어! 제티 언니!”
“굿잡!”
이유는 모르겠는데, 사제 계열의 끝판왕인 성녀로 각성한 유다연이 두 주먹에 농밀한 신성력을 두르고 리치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 뒤를 따라 릴리 로즈가 대검을 휘두르며 같은 놈을 노린다.
“다연이는 왜 저러는 건지 알아?”
그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이요한이 엘리아나에게 묻자,
“흐흐흥. 모르세요? 반려?”
오히려 모르냐고 되묻는 엘리아나다.
“모르는데?”
“반려가 그랬다던데요? 릴리는 전사 계열이라서 그런가 근육이 탄력적이어서 때리는 맛이 있고, 다연이는 사제라서 그런가 근육이나 피부가 보들보들해서 주무르는 맛이 있다고요.”
“…그랬지? 그게 왜?”
“다연이는 자기도 때려줬으면 좋겠대요.”
“??”
이요한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유다연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와 지금 저렇게 무서운 것도 모르게 성녀가 달려드는 이유를 깨닫고는,
“……하아. 도른년.”
이곳에서도 도른짓을 하는 중이라는 걸 체감하고 한숨만 쉬었다.
“유다연! 뒤로 빠져!”
아무리 상황이 여유로워도 이건 아니다.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데. 유다연은 이요한의 외침을 듣고 입술을 오리처럼 잔뜩 내밀고,
“힝. 오빠 미워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바로 뒤로 빠져서 이요한 곁에 섰다.
“…나중에 때려줄게. 너도.”
“정말요? 진짜?! 오예에!!”
잔뜩 내민 입술이 쏙 들어가고 신이 난 유다연의 버프가 모두에게 눈처럼 쏟아진다. 뿐만 아니라, 하얀 불에 잔잔히 몸을 뒤덮은 상태라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언데드 위로 선연하고 찬란한 신성력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벌써 우르르 덤볐던 이들 중 절반이 소멸했다. 그리고 다시 절반이 소멸해 이제는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아홉 마리가 남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홉 마리가 여덟 마리가 된 순간,
『차원 〈심연의 추방자〉의 주 종족 언데드의 수가 급감했습니다.』
『개체수가 한 자릿수(9)입니다. 멸족(滅族) 직전의 상태라고 판단합니다.』
『잠들어 있던 차원의 의지가 강제로 깨어납니다. 주 종족 멸족을 원치 않는 만큼 더 강한 강제력이 발생합니다.』
『차원의 의지가 언데드의 멸족에 조금도 저항하지 않습니다. 강제력이 최소한으로 적용됩니다.』
갑자기 눈앞에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와 시스템 메시지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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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기 약을 먹고 비몽사몽이라 후기는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통신에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240. 통신에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강의는 차원 방랑자에 대한 것입니다. 차원 방랑자란 무엇일까요?”
“여러분의 의견은 사실 모두 정답이 아닙니다. 하지만 정답이기도 합니다. 이해가 안 되겠죠? 차원 방랑자가 탄생하는 원인은 차원의 의지 때문입니다. 차원의 의지가 멸망을 막지 못할 것을 확신하는 계기는 다 다릅니다. 모든 에고의 성격이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끝이 왔음을 인정하는 순간 차원의 의지는 자신의 소멸을 겸허히 받아들일까요?”
“아닙니다. 인간도 그렇고, 유사 인종도 마찬가지이며, 조율자라고 지칭하는 드래곤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겸허히 수긍하고 인정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들은 죽음의 직전에 차원의 의지를 발현해 무언가를 남기려고 하죠.”
“그게 바로 차원 방랑자가 생기는 원인입니다.”
“차원이 끝이 도래했음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대로 끝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이 아끼고 애정하는 존재를 죽음에서 구원하는 겁니다. 차원의 공방전에 맞서 싸워 이기길 바라며 힘을 부여해 준 영웅, 그래서 강력해진 그 영웅을 차원의 의지가 죽지 않게 해주는 거죠.”
“그 영웅이 언젠가 특별한 존재에 의해서 다시 깨어나 살아나가며 차원의 이름이 알려지며 잊히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네? 아,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게 있습니다. 차원의 의지가 차원의 주 종족을 증오하는 경우가요. 그런 경우 차원의 의지는 주 종족이 멸망하더라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습니다. 단 두 번 특이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차원의 의지가 오히려 침공군을 돕는 일이. 뭐, 이건 아주, 매우, 희귀한 케이스이니 잊어도 좋습니다.”
― 차원 시스템 아카데미 12학년 전공과목 「차원생태학」 강의 중에서.
*
『차원 〈심연의 추방자〉의 주 종족 언데드의 수가 급감했습니다.』
『개체수가 한 자릿수(9)입니다. 멸족(滅族) 직전의 상태라고 판단합니다.』
『잠들어 있던 차원의 의지가 강제로 깨어납니다. 주 종족 멸족을 원치 않는 만큼 더 강한 강제력이 발생합니다.』
『차원의 의지가 언데드의 멸족에 조금도 저항하지 않습니다. 강제력이 최소한으로 적용됩니다.』
“이게 뭔데 씹덕아.”
유다연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장난스러운 기색을 버리고 전력으로 신성력을 뿜어냈다. 각성 클래스 [성녀]. 그녀의 클래스는 모든 신성력으로 행하는 행위에 보너스가 붙는다. 아마 랭크에 따라 다를 건데, 레드 랭크일 때 50%였나? 그랬을 거다.
그리고 현재는 네이비(Navy) 랭크. 유다연이 전력으로 신성력을 발현하는 건?
“크아아아아악!!”
“!!!!”
“━━━━!!!”
…
가뜩이나 코너에 몰린 언데드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단칼에 목을 자르는 게 아니라, 서서히 불태워 죽이는 잔혹한 사형선고 말이다.
그리고 그 공격에 한 마리의 레이스 계열 언데드가 소멸했을 때,
『개체수가 한 자릿수(8)입니다. 멸족(滅族) 직전의 상태가 더 심해졌습니다!』
『차원의 의지가 언데드의 멸족에 조금도 저항하지 않습니다. ……강제력이 최소한으로 적용됩니다.』
다시 메시지가 나타났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그 메시지는 어딘가 이상했다.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이 시작하더니, 끝에 가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 뭐라고 해야 하지? 이걸? 그러니까…….
“손발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반려.”
“그래! 그거! 차원 시스템 메시지랑 차원의 의지랑 서로 의견이 다른 것 같지? 응?”
“네. 그런 것 같아요. 덕분에 어느 정도 버티는 것 같지만, 오히려 버틸수록 고통 받는 시간만 늘어날 텐데요.”
“그러게.”
지금 언데드들은 잔잔하게 온몸을 적시고 있는 순백의 화염과 그 위로 쏟아지는 유다연의 신성력, 그리고 마녀 클래스인 올리비아와 캐롤라인의 저주에 버무려지고, 지의사의 공격과 새롭게 어비스 랭크에 도달한 가신들의 실험적인 공격에 쉽게 죽지 않았고, 결국 언데드임에도 ‘고통’에 울부짖는 중이다.
무려 언데드가 말이다.
“음. 이렇게 보면 확실히 우리가 침공하는 느낌이긴 하네.”
“그렇죠? 후후후. 사실은요~. 반려. 저는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요. 악당 역할?”
“정말? 엘라가?”
“네~. 어릴 때, 빌런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고 잠시 꽂혔었거든요. 다연이 말을 빌리면 일종의 중2병?”
세상에!! 엘라의 중2병이라니! 이거 엄청 귀하다. 엄청!! 하지만 엘라는 부끄럽다면서 당시 이야기를 얼버무렸다. 아아아. 이거 엄청 귀한 거 같은데! 궁금해! 궁금하다고!!
“그 이야기를 하고 계셨군요? 신녀님. 신녀님의 주인님인 국왕 폐하.”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어! 마기스테르가 ‘허허’ 웃으면서 다가와 이야기를 시작했으니까. 아니지. 내가 신이니까!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느 날부터 갑자기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어머니 나무의 가지에 올라가서 마을을 오연하게 내려다 보면서 ‘악은 악으로 다스린다!’라고 외치셨죠. 음음. 그때 참 신녀님은 귀여우셨는데.”
“정말? 하하하하! 엄청 귀여웠겠는데?!”
“맞습니다. 신녀님의 주인님인 국왕 폐하. 아! 그리고 그때 빨간 보자기 같은 걸 어디서 구해와서 망토처럼 목에 묶어서 두르고 다니셨죠.”
“큽?! 크크크크큭. 미치겠네!”
“그때 촬영해 놓은 영상이 있는데 왕국으로 돌아가셔서 보시겠습니까?”
“정말?”
“네. 그럼요.”
“오오오오! 마기스테르!! 대스승!! 당신은 진정 대스승이구려!!”
“허허허허허.”
나와 마기스테르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던 유다연이,
“야. 평소에 너희가 날 볼 때, 저런 느낌이야?”
라고 올리비아에게 묻는다. 올리비아가 힐끔 나를 보더니,
“넌 저것에 한 이만 배? 그 정도지. 우리 보스가 하는 건 귀여운 장난 같은 느낌?”
그렇게 대답해주자 유다연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린다. 거울 치료라는 것이다. 이것이.
“힝. 뭔가 캐릭터를 빼앗긴 느낌이라서 별로야.”
거울 치료 아니였냐고. 미친. 회귀 전 유다연은 저러지 않았는데? 그래. 이건 다 재신(財神) 때문이다. 재신이 나쁘다.
『개체수가 한 자릿수(3)입니다. 멸족(滅族) 직전의 상태가 더 심해졌습니다!!! 멸족이 임박한 상태입니다!!!! 차원의 의지는 꼭 반응해야 합니다!!』
『차원의 의지가 언데드의 멸족에 조금도 저항하지 않습니다……. 하아. 강제력이 최소한으로 적용됩니다.』
“세상에.”
“지금 차원 시스템이 한숨 쉰 거야?”
언데드가 데스나이트 로드와 어비스나이트 로드, 둘만 남았을 때, 등장한 차원 시스템 메시지에서 분명히 시스템 메시지가 한숨을 쉬는 걸 보고 들었다.
뭐지?
그러고 보니 이 〈심연의 추방자〉 차원의 의지는 언데드가 멸족하거나 말거나 오히려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왜지? 아무리 언데드라고 해도 아무 생명이 살지 않는 결국 사라지고 행성만 남을 텐데.
“리치 군주가 진심 개 싫은가 봐요. 요한님.”
“응?”
소피아의 말이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았다. 리치 군주가 왜 나와? 갑자기?
“차원의 의지 말이에요. 리치 군주가 얼마나 싫으면 자신도 소멸할 수 있는데, 저렇게 무반응으로 일관할까요?”
“그런 건가?”
“그럼요. 웬만하면 바퀴벌레가 주 종족이라고 해도 소멸의 위기에 처하면 힘을 주는 게 차원의 의지인데. 진짜, 진짜, 진짜 싫은가 봐요. 조금도 안 도와주잖아요.”
“음.”
소피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누더기 행성이라는 행성을 둘러봤다. [최초의 깃발]의 영역 밖에는 탁한 회색 혹은 거무튀튀한 색의 살점이 행성을 뒤덮고 있었다. 악취는 물론이고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눈을 뽑고 싶어질 만한 비주얼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정말 끝없이.
‘세상에 지평선이 꿈틀대는 살점이라니. 진짜 X 같겠다.’
“확실히 이해했어. 나 같아도 같이 죽자 싶겠는데?”
“그쵸? 어휴. 병신 새끼. 행성에 살점은 도대체 왜 덮는 거야? 그냥 데스 존 같은 거나 설치하면 되지.”
소피아는 [최초의 깃발]에 마력을 부여하는 것을 담당하느라 여유로웠는지 입을 쉬지 않고 놀렸다.
“그러니까요. 여기 디자인을 보니까 딱 봐도 음침하고, 찐따처럼 징징대면서 남탓하는 새끼일 거예요.”
그리고 대화라고 하면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유다연이 그 말을 받았다. 그렇게 둘이 만남 같은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개체수가 한 자릿수(2), 두 명입니다. 남은 개체수가 둘입니다! 멸족(滅族) 직전의 상태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멸족이 ‘거의’ 임박한 상태입니다!!!! 차원의 의지는 ‘반드시’ 반응해야 합니다!!』
『차원의 의지가 언데드의 멸족에 조금도 저항하지 않습니다? 아니, 왜?!! 강제력이 최소한으로 적용됩니다.』
두 마리 남아 있던 언데드 중 데스나이트 로드가 소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체수가 한 자릿수(1), 한 명입니다. 멸족(滅族) 일보직전의 상태입니다.』
남은 한 마리도 소멸했다. 즉, 우리 앞에서 덤벼들던 언데드가 전멸했다는 뜻이다.
『차원의 의지는 반응해야 하지만, 반응하지 않겠죠.』
이제는 차원 시스템도 자포자기한 것 같은 뉘앙스다. 마치 될 대로 되라는 느낌?
『어?! 그, 그렇죠! 차원의 의지가 반응합니다!!!』
“응? 정말?”
『차원의 의지가……? 예?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통신에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뭐야? 왜 저래?”
『미…친.』
“크흡?! 지금 차원 시스템이 욕한 거야?”
“크크크크큭.”
“와, 여기 재미있네. 이러니까 개X이 망하지.”
…
『차원의 의지가 언데드가 하나 남은 상황에서 반응합니다.』
『차원의 의지가 지금까지 전투를 통해 침략자의 전력이 남은 하나의 언데드를 격퇴하기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에 차원의 의지는…….』
『침략자를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