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38
“예?”
“네?”
『저도 죽고 싶으니까 되묻지 말아주십시오. 아, 에생(에고生) 진짜.』
이게 뭐여?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건데? 우리를 왜 도와?
“아니, 우릴 어떻게 도와?”
『마지막 남은 언데드를 침략자들 앞에 소환합니다.』
“…아.”
“좋은데?”
“천잰가?”
“이게 바로 차원의 의지 클라스?”
…
『3.』
『2.』
『1.』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마자,
콰아앙―!
“터헑?!”
검은 로브를 입은 무언가가 하늘에서부터 내동댕이쳐졌다. 진짜다. 종이를 구겨서 쓰레기통 부근에 대충 던진 것처럼 내동댕이쳐졌다.
“저딴 게 리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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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마다 네 몸에서 뼈가 십팔 개씩 사라질 거야.
241. 그때마다 네 몸에서 뼈가 십팔 개씩 사라질 거야.
리치 군주는 지독한 악몽을 반복해서 꾸고 있었다. 처음부터 함께 했던 데이몬이 소멸하고, 자신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오네로가 자신을 배신하는 꿈을.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의 꿈을 꾸는 동안 리치 군주가 품고 있던 격은 점점 깎여 나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리치 군주가 느끼던 불편함이 줄어들었다. 본인의 그릇에 맞지 않게 거대한 힘을 품고 있어서 항상 불편하고 더부룩하고 한 시도 쉬지 않고 고통을 느껴왔다.
그래서 리치 군주의 감정 기복이 롤러코스터처럼 종잡을 수 없었던 거다. 편두통만 지속되도 사람이 미치는데, 리치 군주는 그것보다 더 큰 고통을 상시 느끼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크흑!”
악몽은 계속되고, 격이 깎여나가면서 고통과 함께 편안해지는 모순적인 감각이 느껴질수록 리치 군주는 자신의 정신이 돌아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꿈속의 꿈 같은 게 아니다. 강제라고 해도 리치 군주는 초월자에 올랐었으니까. 그렇기에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하는 거다.
“커헉?!”
마치 몸이 죽을 피를 내보내는 것처럼 휘하의 언데드를 통해 쌓은 격이 깎여 나갈 때마다,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로 괴로워했고, 그리고 곧 더 편안해진 느낌에 만족하며 미소를 보였다.
그렇게 며칠, 한 달, 여러 달이 지나고,
콰콰콰쾅!!
거의 정신을 차린 리치 군주이기에 더 명확히 느껴지는 폭음과 마력. 그것을 듣고 느끼는 리치 군주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진다.
‘깨어나야 한다!’
차원에 문제가 생겼다. 언데드끼리 일어나는 충돌이라면 마기가 폭발하지 마력이 나올 수는 없다. 다시 말하면,
‘침공? 감히 여의 차원을 침범해?!!’
리치 군주의 차원에 누군가 들어왔다는 뜻이다. 그것도 좋은 목적이 아닌 걸로. 어떤 미친놈이 감히 자신의 행성에서 깽판을 친단 말인가.
‘깨어나야 한다!! 당장 깨어나야 해!’
하지만 미약하게, 정말 미약하게 남은 벽은 리치 군주가 깨어나는 것을 방해했다. 발버둥이라면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마치 가위에 눌린 사람이 깨기 위해서 온몸에 힘을 주는 것처럼, 리치 군주 역시 깨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주는 중이었다.
그리고,
『개체수가 한 자릿수(1), 한 명입니다. 멸족(滅族) 일보직전의 상태입니다.』
리치 군주를 제외한 모든 언데드가 소멸했을 때,
‘아아아아! 드디어!’
리치 군주는 자신의 의식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감각을 느끼며 깨어나면 다 조저버리겠다는 의지를 세웠다.
그리고 그가 희열을 느끼는 사이,
『차원의 의지는 반응해야 하지만, 반응하지 않겠죠.』
『어?! 그, 그렇죠! 차원의 의지가 반응합니다!!!』
『차원의 의지가……? 예?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통신에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미…친.』
차원 관리 시스템이 허탈해서 욕을 내뱉고,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날 때,
“깨어났다!!”
리치 군주는 극적으로 깨어났다. 그리고 호기롭게 자신의 차원을 침범한 놈에게 고통을 주겠다는 속마음을 꺼내기도 전에 강제로 이동해,
“터헑?!”
내동댕이쳐졌다. 쓰레기처럼.
“저딴 게 리치 군주?”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벌떡 일어난 리치 군주는,
“감히 여의 땅에 침입을……? 응?”
자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생자를 보면서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왜? 왜 말을 하다 말아. 피죽도 못 얻어 처먹어서 삐쩍 곯은 해골 새끼야.”
눈앞에 더러운 신성력을 내뿜으며 상스러운 말을 해대는 암컷을 한 줌의 핏물로 만들지 ‘못’한 이유는,
‘이, 이, 이 미친! 초월자가 몇 명이란 말이냐!!’
어비스 랭크에 오른 초월자의 수가 무려 여럿이었기 때문이다.
*
괴상한 비명을 내뱉으며 쓰레기처럼 내동댕이쳐진 리치 군주는 금방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역시나 저런 놈들의 대사의 시작은 뻔하디뻔한 ‘감히’였다.
하지만 호기롭게 마기를 내뿜으며 몸을 벌떡 일으킨 리치 군주는 빠르게 달아오른 만큼 빠르게 식기라도 했는지, 금방 기운이 가라앉았다.
“야.”
그런 리치 군주를 가만히 지켜보던 이요한이 앞으로 나서며 리치 군주를 불렀다.
“어? 나, 나 말이냐?”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있어. 언데드는 너 밖에 안 남았는데.”
“뭐, 뭐라?! 여(余)의 군대가 모두 사라졌단 말이냐?!”
“아니, 그런데 이 새끼가 아까부터 시종일관 왜 말이 반토막이야? 앙?”
빠악―!
어디 지하 깊숙한 곳에서 굴러다녔을 법한 거무튀튀한 리치 군주의 뒤통수에 손바닥이 닿으면서 나는 소리는 분명하과 확실하게 무언가 금이 가는 소리였다.
“!!!!”
리치 군주는 아주, 아주, 오래 전에 업신여김을 당하며 뒤통수를 맞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비루하고 천한 사령술사 지망생이었던 시절을 말이다. 하지만 굴욕적이라는 느낌보다 먼저 리치 군주가 느낀 건,
“끄아아아악!!”
고통이었다. 그것도 언데드가 된 이후로 자신의 그릇에 넘치는 힘을 지녀서 안에서 느껴지던 고통이 아니라, 외력에 의한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단순히 뒤통수를 때리는 행위였는데, 왜 이런 고통을 느끼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고통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여서 떠오른 의문은 바로 사라졌다.
리치 군주가 조금 더 냉정하게 상황을 봤으면 자신의 뒤통수를 때린 이요한의 손에 선명한 보라색 마력이 있었다는 걸 볼 수 있었을 거다. 그리고 그 마력이 어딘가 기이하게 파괴적이고 자신에게 거부감을 주는 느낌이라는 것도.
잠재 권능 [파마(破魔)].
지금 이요한의 손에서 선명한 보랏빛으로 빛나는 마력에는 그 잠재 권능이 담겨 있었다.
“야.”
다시 이요한의 입에서 짧게 리치 군주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어쩌지? 반말하면 또 맞을 텐데? 그렇다고 내가, 이 리치 군주가 존댓말을 할 순 없지 않은가! 어쩌지? 어쩌냐고?’
여러 생각이 순식간에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시간이 흘렀고,
빠악―!!
“크헭?!”
리치 군주의 뒤통수에 다시 한번 이요한의 경쾌한 스윙이 담긴 손바닥이 닿았다. 그리고 그 손바닥에 여전히 잠재 권능 [파마]가 진하게 배어 있는 건 안 비밀이다.
“야, 씹냐? 응?”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전형적인 양아치처럼 보이는 말투와 행동을 보이는 이요한의 모습은 평소 그의 언행을 생각하면 상상도 못한 모습이었다.
“아, 아, 아니오!!”
이래서 고대부터 고문이 유행했던 걸까? 두 번의 고통에 리치 군주는 빠르게 답을 찾았다. 반말이 아니지만, 존댓말도 아니어서 자신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하오체로.
“아닌데 왜 빨리 대답을 안 해?! 이 새끼야!!”
빡―!!
“크뤡?!”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맞았지만, 이번에는 앞서 두 번과 달랐다. 리치 군주가 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로 빠르고 강하게 휘둘러진 스윙에 뒤통수를 맞은 리치 군주가 바닥을 볼품없이 나뒹굴었다.
“이, 이, 이익!!”
리치 군주는 본래 참을성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를 리치 군주, 혹은 여(余)라고 지칭한 이후로 참아본 적이 없다.
깨어난 후부터 지금까지 리치 군주는 이상하리만치 몸 상태가 좋았다. 언제나 느껴지던 불편함과 고통이 없었고, 그래서 조금 너그러워졌던 거라고 생각했다. 절대 겁을 먹은 게 아니라고. 그래서 참지 않았다.
마기를 일으킨다. 이제 곧 저 건방진 인간 놈에게,
“감히이!!!”
빠악―!
“케훑??!”
리치 군주가 재차 볼품없이 나뒹군다. 이번에는 더 심하게. 누가 보더라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괴상한 비명과 비루하고 비참하게 모습으로.
“근데 이 새끼가 아까부터 왜 자꾸 감히, 감히거려? 감이 없냐? 지금 딱 상황 보면 모르겠어?”
빠악―! 빡―!
바닥에서 머리를 치켜들 때마다 이요한의 손이 움직여 여지 없이 뒤통수를 후려쳤다.
리치 군주가 이렇게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요한의 손에 잠재 권능 [파마]가 진하게 묻어 있고, 이요한을 중심으로 [최초의 깃발]이 닿는 영역 까지 잠재 권능 [평정(平靜)]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작해야 바이올렛 랭크 초입 수준인 새끼가 어디서 핏대를 세워?”
어비스 랭크였던 리치 군주는 격의 하락과 하락을 겪으면서 잘 봐줘야 바이올렛 랭크에 턱걸이 냉정하게 보면 네이비 랭크 극(極)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상성으로도 최악인 잠재 권능 [평정]이 깔린 필드 위에서 [파마]가 담긴 손바닥으로 쳐맞는다? 리치 군주의 두개골이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농밀한 마기에 절여져 아다만티움보다 단단하지 않았다면, 처음 맞았을 때 예능 프로에 나오는 박처럼 산산조각 났을 거다.
“너, 너흰 도대체 뭐, 뭐냐?! 뭔데 갑자기 남의 차원에!!”
“하? 이 새끼기 이거 말하는 거 봐? 내로남불 오지네? 우리가 누구냐고?”
“그, 그래!!”
“네가 침공한 지구에서 왔다.”
“…뭐?”
“어떤 병신 같은 새끼가 내 앞마당에 똥을 싸지르려고 하길래. 어떤 새낀지 면상을 좀 보려고 왔다고.”
리치 군주는 도저히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침공한 차원에서 역으로 자신의 차원을 침공한다는 말인가? 애초에 그런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자신을 비롯한 그린스킨과 [심연]의 연합이 차원 침공을 계약할 리가 없다.
그렇게 강한 차원은 침공해봐야 얻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리치 군주의 차원은 손해가 나도 되지만, 그린스킨의 경우 손해가 나면 차원이 휘청거리는 구조라서 지구라는 차원이 이 정도로 발달한 차원이었다면 절대로 계약을 이루지 않았을 거다.
무엇보다 리치 군주가 믿을 수 없는 건,
“지, 지구라고? 하, 하지만 저기 저것들은 엘프가 아닌가!!”
지구에는 인간이 주 종족이고, 인간만이 지성체라고 알고 있다. 엘프는커녕 인간과 동물의 하프 형태인 수인조차 없다.
“그걸 알아서 뭐하게?”
“뭐……?”
“그걸 알아서 뭐하냐고! 우리가 지금 하하호호 암수 서로 정답게 대화나 나누러 온 것 같아? 내 집 앞에 똥을 뿌리고 도망간 개자식을 잡으러 온 거야. 알았냐? 이 개자식아?!”
빡―! 으적―.
화가 나서 진심으로 휘두른 손바닥에 맞은 리치 군주의 목 주변에서 뼈가 어긋나는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리치 군주는 더는 참지 않았다. 아니, 그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리치 군주는 지금 겁을 잔뜩 먹었다.
그리고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걸 부인하기 위해서 리치 군주는 마기를 쏟아냈다. 그의 의지에 호응해 행성을 뒤덮고 있던 살점들이 파도처럼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해일처럼 높이 솟아 이요한과 그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맹렬히 내리 꽂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