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39
누가 봐도, 달리는 KTX에서 봐도 토가 쏠리는 광경이면서 동시에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것 같은 느낌에 두려움이 생길 광경이지만,
“너? 나?”
“이번엔 나.”
이요한 일행 중 그 누구도 긴장 비슷한 것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켜보던 가신 중 이요한을 ‘주인님’이라고 칭하는 노예 동기인 로파이와 흑요수는 서로 누가 나설지를 묻다가 지금까지 얌전히 있던 흑요수가 나서는 걸로 합의를 봤다.
“후웁.”
앞으로 걷고 있는 흑요수를 모두가 보고 있음에도 그녀의 보보(步步)는 작은 소음조차 내지 않았다. 그런 흑요수가,
“초혼 ― 천붕(天崩).”
작게 중얼거리며 읊조린 목소리와 함께,
콰득―.
내디딘 작은 걸음에 땅이 갈라지고,
뻐어어어엉―!!
그녀가 내뻗은 주먹에 하늘이 갈라진다.
“후우.”
짧게 숨을 내쉬며 등을 돌리고 이요한 일행에게로 돌아오는 흑요수의 작은 키 뒤로 해일처럼, 아파트 고층 높이까지 솟아올랐던 살점들이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뭐, 뭐, 뭐냐……. 뭐냔 말이다.”
“수고했어. 수야.”
“별 것 아닌 일입니다. 주인님.”
리치 군주는 상식이 파괴되는 장면을 본 것처럼 기겁하지만, 이요한과 흑요수는 당연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대화하고 반응하니,
“너, 너희는!!! 뭐냐고오오!!!”
잔뜩 겁을 집어먹은 리치 군주는 떼를 쓰는 아이처럼 울부짖었다.
하다못해 아이라도 되었다면 떼를 쓰는 리치 군주에게 연민이라도 보낼 테지만, 이요한을 비롯한 이들은 ‘혐오’라는 감정으로 온몸과 얼굴 전체로 드러내며 리치 군주를 노려봤다.
“주기까? 그냥? 응?”
“오, 오빠 차, 참아요. 저도 죽이고 싶지만 참고 있다고요.”
“야.”
쿵―.
진심으로 짜증을 담은 이요한의 짧은 부름에 리치 군주는 주변의 공기가 몇 배로 무거워지는 착각을 느꼈다. 하지만 착각이 아니다.
“이리 와서 꿇어.”
이요한과 그의 가신들이 리치 군주에게 묻고 싶은 게 없었다면 이요한은 리치 군주가 나타났을 때, 뒤통수가 아니라 휑한 갈비뼈 사이로 지금도 불길하게 타오르고 있는 심장을 쪼개버렸을 거다.
“이제 읊어봐.”
“뭐, 뭐를 말이…오?”
“[심연]에 대해서 아는 걸 전부 토해내. 하나라도 숨기는 것이 있다? 혹은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르다? 그럼 그때마다 네 몸에서 뼈가 십팔 개씩 사라질 거야.”
“…!!!”
리치 군주는 그때 예감했다. 자신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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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앞부분 내용이 전편과 겹치는 부분이 살짝 있지만! 용량을 넉넉히 준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ㅠㅠ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42.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리치 군주가 어떻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할까? 그래도 한때 차원 시스템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존재였고,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존재인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세 가지다.
몇 번이나 언급했던 격이 하락한 게 첫 번째다. 리치 군주는 마력 사용자를 기반으로 설명하자면 아크 리치 데이몬과 어비스나이트 로드 오네로가 모두 그의 곁에 있을 때, 그러니까 막 지구를 침공하기 시작했을 때의 리치 군주는 어비스(Abyss) 랭크 스탯 10~20였다.
어비스 랭크에서 스탯 하나하나는 바이올렛 이하의 랭크에서 랭크 하나하나의 차이와 비견될 정도로 크다.
즉, 리치 군주는 데이몬의 소멸로 격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어비스 랭크에서 바이올렛 랭크로 격하(格下)된 것이다. 이건 순식간에 최대 20단계, 최소 10단계의 랭크가 하락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리치 군주가 미쳐버린 게 어떤 의미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오네로가 반란을 일으키고, 언데드는 모두 소멸했다. 바이올렛(Violet) 랭크 극과 어비스(Abyss) 랭크 입문 사이에 걸쳐 있던 리치 군주가 정신을 잃은 사이 빠르게 스탯이 감소해 깨어났을 때는 바이올렛 랭크조차 간당간당한 수준이 되었다는 거다.
그러니 리치 군주 입장에서는 기절하고 일어났더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어비스 랭크에 이르면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나, 바이올렛 랭크에 오르면 쓸 수 있는 잠재권능 같은 개념의 힘을 말이다.
두 번째는 리치 군주가 만난 상대가 하필이면 이요한이라는 것이다. 이요한의 잠재 권능은 무려 두 개에 권능까지 다룰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잠재 권능 [평정]과 잠재 권능 [파마]가 다 한 것 같지만, 사실은 리치 군주가 아무 것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얻어맞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권능 [생신]이다.
살아 있는 신(神).
신앙과 섬김을 받는 존재는 신자의 믿음을 받고 축적해 그걸을 토대로 기적을 부릴 수 있다.
이요한이 리치 군주를 만난 순간, 이요한은 기적을 바랐다. 리치 군주가 무슨 짓을 해도 도주하지 못하고, 어떤 수를 써도 자신의 일행에게 해를 가하지 못하며, 이 빌어먹을 개자식‘들’에게 일방적인 승리를 쟁취하기를!
리치 군주가 어비스 랭크 정도의 강자여서 권능을 다룰 수 있었으면 저항이라도 했을 텐데, 당연히 현재 리치 군주의 랭크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마지막 세 번째이자 리치 군주가 ‘홀로’ 남았을 때 약해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사령술사이기 때문이다.
사령술. 네크로맨서의 가장 큰 강점은 시체를 통한 저비용 고효율이지만, 그 말을 뒤집으면 시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곳이 전장이었다면 문제가 없다. 시체 없는 전장이 어디 있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시체가 없다. 언데드는 모두 소멸했으니까.
그런 이유들 때문에,
“응? 잠깐만. [심연]의 기운은 애초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거잖아? 신께서 [소멸의 벽]을 세우셨기 때문에. 이 새끼가?!! 첫판부터 장난질이냐? 이렇게 중요한 걸 빼먹어?”
“크뤡?!!”
리치 군주가 지금 고작 인간에 불과한 이요한 앞에 꿇려 갈비뼈를 생으로 뽑히는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면서도 반항조차 못하는 거다.
“아, 알고 계실 거라고 새, 생각했습니다!!”
“내 지식을 너 따위가 짐작하지 말라고! ‘감히’ 말이지? 넌 그냥 아는 걸 모조리 주저리주저리 나불거리기만 해.”
“아, 알겠습니다.”
하오체는 이미 버렸다. 존댓말로 굽신거리면서 리치 군주가 이요한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공포에 두개골이 절여져서 그러는 게 아니다.
‘반드시 복수한다! 라이프베슬만 완성되면…….’
지금 리치 군주는 런 각을 잡고 있었다. 물론 그는 성공하지 못할 거다. 당연하지. 지금 눈앞에 이요한만 보고 있지만, 사실 이 무리에서 이요한이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니다.
엘리아나는 말할 것도 없고, 애초에 마법 같은 걸 무려 어린 ‘드래곤’을 훈육하는 것으로 이름을 떨친 용인족 앞에서 시도하는 게 병신 같은 짓이다. 그것도 리치 군주보다 랭크가 높은 어비스 랭크에 오른 즈마제비티 앞에서 말이다.
“기분 나쁘군요. 주군.”
“응? 아아. 그냥 둬. 열심히 하는 모습이 같잖고 재밌잖아? 병신 같지만 더 절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아! 혹시 리치도 눈물을 흘릴까?”
“그건……. 저도 궁금합니다. 역시 주군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이요한이 그건 아닌데 라고 중얼거리는 걸 듣지 못한 건지, 듣고도 못 들은 걸로 치는 건지, 들었지만 무시하는 건지 즈마제비티는 ‘역시 주군! 대단해!’를 연발하고 있다.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네?”
“아니야.”
리치 군주는 열심히 설명하는 자신을 두고 꽁냥꽁냥 딴짓을 하는 이요한과 즈마제비티를 힐끔 보고,
‘그래. 그렇게 방심해라. 너희 연놈들은 반드시 언데드로 만들어서 아주 지독하게 굴려……!’
언데드로 만들어 괴롭힐 것을 상상하면서 [심연]에 대한 정보를 내뱉었다. 그래야 굴욕스러운 순간이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을 테니까.
빡―!
“케훍?!”
왜 때렸냐는 의미로 신기하리만치 고통이 느껴지는 정수리를 부여잡고 올려다보자,
“눈빛이 별로야. 이 새끼 이거 딴 생각하는 게 분명해.”
“맞습니다. 분명히 속으로 음흉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주군. 일단 다리 뼈를 다 뽑아놓고 시작하시죠.”
“그럴까?”
너무 당황스럽고 타이밍이 너무나 공교로워서,
“어떻게……! 허업!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리치 군주는 무조건 부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생각을 그대로 내뱉는 실수를 해버렸다.
“했네! 했어!”
“했습니다. 했어요.”
콰득―. 콰드득!
“커헉!! 케헥?! 끼에에에에에에에엑!!!”
장난처럼 건넨 즈마제비티의 제안을 이요한은 그대로 실행했다. 단순히 리치의 뼈를 뽑는다고 리치가 고통스러워할까? 아니다. 이요한은 리치 군주의 발목과 정강이 그리고 허벅지 뼈를 차례로 부쉈다. 잠재 권능 [파마]의 힘을 진하고 두르고 잠재 권능 [평정]을 온몸으로 뿜어내면서.
[파마]는 언데드에게 느낄 수 없는 고통이라는 감각을 진하게 선사하고, [평정]은 이 행성에 넘쳐나는 마기로 회복하는 걸 차단해 더 오래 고통을 느끼게 해준다.그러니까 지금 리치 군주는 인간으로 치면 누군가 시뻘겋게 달군 거대한 압축 프레스로 두 다리라 발목부터 서서히 부서지는 고통의 열 배 정도 되는 고통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고통스러워하는 건 딱히 상관 없지만, 입은 쉬지 마세요. 정보 전달이 끊겼잖습니까?”
올리비아의 섬뜩하면서도 냉정한 말은 천하의 리치 군주조차,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오!”
라는 말이 튀어나오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처지가 바뀌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처지가 바뀔 일은 없다.
“응?”
“어?”
갑자기 눈앞의 허공이 갈라지며 차원의 문이 열리고,
“Kryaaaaaaaaaaaaaaaaaaaaaaa―!!!”
“Krrrrrrrrrrrrrr―!”
…
그린스킨이 아무렇게나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지 않았다면, 그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을 것이다.
* * *
그린스킨의 황제는 허무하게 사라진 황궁의 터 위에서 지구 시간으로 반년이 넘게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사라진 것은 단순히 황궁만이 아니었다. 이제는 혈족을 제외하면 그린스킨은 간부급 정도 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로 카르마 포인트로 모두 회수되었다.
황제가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고 있는 것은 명상이라거나, 심마를 다스린다거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매 시, 매 분, 매 초 분노하고 또 분노하고 있었다.
이제 그가 세우고 발전시킨 그린스킨이라는 종족은 끝났다. 완벽하게 끝났다.
황제와 황제의 아들들이 남아 있지 않았냐고?
황제의 아들 99명 중, 제스터의 부탁으로 지구에서 깽판을 치려다가 역으로 당해서 뒈진 놈이 하나 있고, 그리고 차원 공방전을 조기에 패배하면서 리치 군주에게 절반을 보내야 했다.
그 후로도 이런 저런 일이 벌어지면서 황제의 피가 섞인 그린스킨은 스물이 안 된다.
무엇보다 황제가 그린스킨이라는 종족이 멸망이라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암컷 그린스킨이 이번에 모두 카르마 포인트 채무를 갚는데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즉, 현재 그린스킨의 차원에는 암컷이 한 마리도 없다. 단 하나도. 단순히 그린스킨이라는 종족 뿐만 아니라, 이번 침공전의 전리품으로 데려온 암컷도 없다.
‘그때, 시체 놈의 감언이설에 넘어가는 게 아니었어. 노옴!! 기다려라!’
이런 상황에서 황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이유는,
“준비해라! 곧이다!! 최저가 포인트로 차원문을 열 수 있는 때가 온다!!”
최저가 때문이다. 응? 왜? 뭐?
더 쉽게 설명하자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리치 군주의 행성과 그린스킨 행성을 연결하는 차원 문을 열 수 있는 때를 기다린 거다.
“준비하겠습니다!!”
마치 모든 것이 얼어붙어 얼음 조각상처럼 가만히 대기하던 그린스킨이 황제의 외침에 일제히 움직이며, 일시 정지 해놓은 화면이 다시 재생된 것처럼 그린스킨의 차원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서둘러라!!”
“예!!”
남은 이들을 재촉하는 황제는 순식간에 자신의 백성과 행성의 모든 것을 앗아간 리치 군주에게 화가 나서 그를 치겠다고 벼르는 게 아니다.
‘서둘러야 한다. 시체 놈이 가져간 카르마 포인트가 마지막 희망이니.’
그가 회수해간, 그리고 그가 보유하고 있는 카르마 포인트. 그게 필요했기 때문에 이렇게 무리해서, 있는 카르마 포인트 없는 카르마 포인트 모조리 끌어모아 차원문을 열려는 거다.
“이상하군. 생각보다 시체 놈의 차원을 막고 있는 벽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뭐지? 무슨 꿍꿍이지?”
리치 군주에게 당한 일이 많다 보니 바라던 상황이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에도 좋아하기 보다 불안한 기분이 드는 건 황제도 어쩔 수 없었다.
“결행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슨 수작을 부리던 상관없었다. 둘 중 하나의 결과뿐이니까.
황제가 리치 군주를 토벌하고 카르마 포인트를 대량으로 얻어 그린스킨이라는 종족의 명맥을 간신히 잇거나, 리치 군주 토벌에 실패하고 거기서 사망하거나.
“어차피 뒤가 없으니.”
그린스킨의 황제는 남아 있는 자신의 피를 이은 자식들과 간부 등급 이상의 그린스킨 전원을 데리고 활짝 열린 차원의 문 앞에 섰다.
“더 크게! 소리를 질러라! 시체들이 벌벌 떨게!”
호쾌한, 다른 의미로는 심장을 찌르르 울리게 하는 황제의 외침과 함께 차원문이 열리고,
“Kryaaaaaaaaaaaaaaaaaaaa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