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40
“Krrrrrrrrrrrrrr―!”
…
각자 괴성과 고함을 지르며 차원문을 넘는다. 황제 역시 마지막에 차원문을 넘으면서 생각했다.
‘역겨운 살덩어리와 시체들을 봐야겠구나.’
“응?”
하지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자신의 백성과 아들들이었다.
“뭘 하는……!!”
왜 전투가 아니라, 멈춰 있는 거냐고 물어보려던 황제는 타고나길 그린스킨의 오거 보다 크게 타고 난 눈높이로 볼 수 있었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인간과 유사 인류들.
그리고,
“응?”
그 인간 무리 머리 위에서 언뜻 보기에도 섬뜩하고 불길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빛무리를 품고 있는 거대한 무언가를.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그린스킨 황제는 무언가 잘못 되도 크게 잘못 되었다고 그의 본능이 맹렬히 경고를 전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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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기조심하세요!
내가 그걸 어떻게 참아?
243. 내가 그걸 어떻게 참아?
황제는 생각했다. 차원문을 열기 전 그가 가졌던 의구심. 리치 군주의 차원과 그린스킨 차원의 벽이 빠르게 줄어든 이유.
그것은,
‘시체 놈의 농간이 아니라, 정말로 멸망해가는 중이었던 거냐?!!’
리치 군주의 차원이 마치 그들이 그동안 침공했던 차원처럼 주 종족의 멸족으로 인해 차원이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무리의 중심이 된 인간 남자? 강하다. 하지만 자신보다 못하다는 걸 황제는 바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 주변을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것 같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기습해도 남자에게 닿지 못할 위치를 점유하고 있었다.
‘미친!! 초월자가 이렇게 흔한 거였냐고!!’
그린스킨 행성에서 초월자는 오직 황제 한 명이다. 그의 피를 이은 황족은 다 권능을 사용하는 거 아니었냐고?
그건 황제가 가진 권능 덕분에 생긴 이능이다. 게임으로 치면 종족 퀘스트 완료 보상 스킬 같은 개념이다.
진짜 권능을 사용하는 경지, 어비스 랭크였다면 아무리 어린 황족이라도 네이비 랭크의 엘리아나에게 죽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건 고사성어 당랑거철(螳螂拒轍)에 등장하는 ‘달리는 수레를 막아 세우려는 사마귀’ 정도가 아니라, ‘전속력으로 달리는 20톤 트럭을 막아 세우려는 사마귀’ 같은 소리니까.
앞뒤가 안 맞는 소리다.
진짜 권능에 비견될 바는 아니지만, 권능을 흉내 낸 힘. 어딘가 비슷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 잠재 권능이다. 다만 정식으로 경지에 올라 벽을 부수고 얻은 잠재 권능보다는 못하지만, 어설픈 네이비 랭크는 1:1로 상대하기 힘들 힘들 만큼의 강하다.
그래서 혈족을 황제가 원하는 만큼 무한정 늘릴 수 없고 수천 년 동안 최대한 ‘제작’한 게 99 명이다.
그런 전력을 가지고도 황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남자 주변에 있는 것들은 하나 같이 초월자가 아닌 여자가 없다. 그것만 해도 무서운데 남자 인간의 머리 위, 하늘에 떠서 이쪽을 향해 넘실거리는 빛무리를 겨누고 있는 거대한 무언가를 본 순간,
‘미친!! 저건 뭐냐고!! 위험해! 엄청 위험해 보인다고!!’
본능적인 거부감과 피부 아래 진피층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름이 전신에 오소소 돋아올랐다.
“저기…….”
그렇기에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아주 온건한 기색을 풍기며,
“??”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무승부로 합의를 보자는 주장을 건넸다. 당연하게도,
“뭔 개똥 같은 소릴 하고 있어.”
중앙에 있던 남자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기분이 안 좋은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행동을 하면서 거절했다.
‘빌어먹을 주술사 놈! 이런 대사를 하면 대부분 물러나 준다며!’
“젠장! 내가 부탁하지. 이대로 조용히 물러나 다시는 여길 찾지 않겠다고. 원한다면 몇 명 정도는 사죄의 의미로 놓고 물러나겠다.”
“그전에 하나만 묻을게.”
“뭐지?”
“네가 그린스킨의 황제인가 뭔가 하는 그거야?”
“…맞네만?”
“그렇구나.”
“그렇지.”
별 것 아닌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평범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던 남자가 오른쪽에 있는 엘프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그렇다는데? 엘라?”
“그렇군요. 반려.”
실실 웃으면서, 봄날 정오에 나른한 해를 잔뜩 만끽하는 얼굴을 하고서 짧게 대화를 나누는 둘을 보면서 이야기가 잘 풀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할래?”
“제가 처리하게 해주세요. 반려.”
“그래. 믿을게.”
“사랑해요. 반려.”
하지만 엘프의 분위기가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면서 돌변하고 주변에 있던 인간들이 ‘반려’라고 불린 남자를 제외하고 인간들은 자신도 모르게 물러났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이보게? 왜 이야기가 그렇게 가는 건가? 이대로 보내는 주는 게 아니었나?”
“혹시 기억하나? 제스터라는 그린스킨 주술사에 대해서?”
“…그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지? 엘프?”
“그럼 그 머저리 같은 주술사가 지구에 소환한 모자란 그린스킨이 있다는 것도 알겠네?”
“모자란? 아니, 그 전에 지구? 지금 지구라고 했나?”
“그래.”
어느새 일행 앞으로 두 걸음 걸어나온 엘리아나의 얼굴은 이요한과 함께 있을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 냉막했다.
“…설마 너희는 지구에서 온 거냐?”
“질문은 그만하지. 스스로를 황제라고 칭한다지? 살아남아 보아라. 머저리들의 황제야.”
그리고 이 공간에 있는 이들 중, 엘리아나가 활을 꺼내 시위를 당기는 과정을 알아차린 존재가 없었다. 이요한은 당연하고, 용인족이라는 즈마제비티와 흑요수까지도.
‘황제야’라는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처음부터 그러고 있었던 것처럼 엘리아나는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제작한 활의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어비스 랭크에 오른 이들이 엘리아나가 시위를 당기고 있다는 걸 인지한 순간,
슈―읏.
시위에 걸려 있던 노란색 화살이 엘리아나의 활과 그린스킨 황제의 가슴을 잇는 곧은 직선을 긋는다!
콰득―!
단순히 꽂힌 게 아니라, 무언가 강한 치악력으로 물어뜯는 것 같은 섬뜩한 소리가 들려온 것도 동시였다.
“큭?! 이, 정신 나간 엘프 년이! 감히!”
심장에 노란 화살, 뇌전의 정령으로 구현한 화살을 박고서도 죽지 않은 그린스킨 황제는 눈을 부릅뜨며 엘리아나를 보며 욕을 입에 담았고,
“뭐?! 이 새끼가 누구한테 그딴 소리를!”
그래서는 안 됐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냐. 여자 뒤에 숨어 있는 놈이.”
어느새 그린스킨 황제의 몸은 깨끗하게 회복됐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가가 필요 없는 건 아니었다. 황제의 아들 중 한 마리의 그린스킨이 황제가 화살을 맞은 곳과 동일한 곳에 상처가 생겨 절명했다. 아니, 단순히 죽은 게 아니라 모래처럼 무너져서 흩어졌다.
어쩌면 그린스킨 황제는 그것에서 자신감을 얻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최악의 경우 자신은 몸을 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준비된 주포부터 발포.”
“응? 뭐? 뭐라는 거냐. 애송이 인간 놈……? 아?”
우우우웅―.
불길한 소리를 들은 황제가 머리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번쩍―!!!
시각을 잃게 만드는 압도적인 광량(光量)이었다.
“크아아아아아!!”
그리고 이어서 느껴진 것은 온몸에 펄펄 끓는 기름을 부은 것 같은 작열통이었다.
지글지글―.
불판 위에 지방이 가득한 고기를 올린 것 같은 소리가 서서히 회복되는 청각을 통해 들려오고, 뒤늦게 회복한 후각을 통해 고기를 굽다 못해 태운 냄새가 사방에서 진동한다.
‘아아. 나의 종족은 멸족하겠구나.’
아직 성대까지 재생하지 못한 황제는 자신이 데려온 병력의 8할 이상이 전멸했음을 느꼈다. 기감이나 육감 같은 게 아니다.
황제의 권능 [번영(繁榮)] 때문이다. 그린스킨의 압도적인 물량은 이 권능에서 비롯되었으며, 종족을 불문하고 암컷에게 씨를 뿌리면 그린스킨이 태어나는 것도 이 권능 때문이다. 또한, 그린스킨이 넘치는 인구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함에도 그걸 유지하는 이유 역시 [번영]이라는 권능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종족을 번식시키고 빛나게 꽃 피우게 해주는 권능인 [변영]은 늘어난 종족에 따라서, 늘어난 종족의 등급에 따라서 황제의 힘으로 돌아온다.
그것이 선천적으로 강인한 육체를 지니지도 않았고, 특별한 비술이 있는 것도 아닌 그린스킨 황제가 어비스 랭크에 도달하고 그걸 넘어 차원을 다스릴 수 있게 된 원동력이었다.
그런 권능이기에 엄청난 광량이 쏟아지는 것과 동시에 황제는 자신의 힘이 더 크게 감소했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끼고 있었다.
“헤―. 흐흐―. 히아―.”
성대가 아직 재생되지 않을 상태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로 무언가를 말하려던 황제는 될 대로 되라는 느낌이었다. 그는 평생을 종족 부흥에 매진했고,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가 암컷과 성관계를 맺는 것도 암컷을 사랑해서라거나 소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훌륭한 암컷으로부터 자신의 ‘피’를 이을 존재를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쉬지 않고 달려서 지금까지.
황제는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사람처럼 온몸을 잠식하는 무기력에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허허허. 빌어먹을 인생.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을 했지만.’
밑바닥을 전전하다가 기물로부터 얻은 고유 능력 [종족 번식]에서부터 시작해서 잠재 권능 [중흥(中興)]을 거쳐서 권능 [번영]에 이르기까지 그는 쉬지 않고 노력했고, 쉬지 않고 남의 것을 빼앗고 강탈하고 병탄했다.
어비스 랭크에 오른 이후, 그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언젠가 끝이 좋지 않으리란 예감이 들었다. 초월자에 오른 존재가 느끼는 예감은 예언이라고 해도 무방하니, 황제는 이런 결말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빌어먹을―. 그래도―.”
어느새 성대가 재생되었고, 시야를 포함한 오감이 모두 돌아왔지만, 황제는 선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잉~. 반려! 제가 처리하게 해주신다고 하셨잖아요오~!”
“그게 엘라 잘 들어 봐. 저 새끼가 엘라한테 정신 나간 년이라잖아. 내가 그걸 어떻게 참아?”
“아이~ 차암~.”
“아니!! 오빠! 엘라 언니! 차라리 싸우는 게 어때? 응? 나 토할 거 같아!”
황제는 생각한다. 오감이 사라졌을 때가 더 나았다고. 그랬다면 저 빌어먹을 연놈들이 하는 지랄을 보고 듣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
“이런 허무한―. 결말―. 좆 같구나―.”
아등바등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 후회스럽다. 황제가 실로 오랜만에, 천 년 보다 더 오랜 시간만에 눈물을 흘리는 순간,
[이봐. 짐승. 자네 나와 거래하지 않겠나?]그의 뇌리에 이 모든 사달의 원흉이나 다름 없는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앞에서 시시덕거리는 저 인간과 엘프 연놈들보다 더 증오스러운 놈의 목소리가.
[그래. 네가 남았구나. 내 너를 죽였어야 했는데.] [멍청한 짐승 새끼야. 그걸 이제 와서 말해서 뭐 하느냐? 이미 우리의 신세가 이리 처량하다 못해 하찮게 되어 버린 것을. 그러니 복수하고 싶지 않으냔 말이다.] [똑똑한 척은 다 하더니. 네놈 눈에는 저것이 보이지 않더냐? 틀렸다. 어차피 끝이 이럴 거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황제가 지칭한 ‘저것’이란, 황제가 처음 이요한 일행을 마주했을 때부터 불길하게 느꼈던 [비공정]을 말한다.
[멍청한 짐승 새끼!! 그렇다면 어서 뒈져라. 네놈의 시체나마 여(余)가 사용할 테니!] [흐흐흐. 살아있을 때도 저들에게 다가간 것은 고작 한 걸음일진데, 죽은 몸뚱이로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러니 말하지 않았느냐. 짐승아. 여의 계획에 동참하라고. 여는 너의 그나마 쓸만한 몸뚱이와 영혼을 원한다. 네 놈은 그저 승낙하기만 하여라.]그 말에 황제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뒤로 돌려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자신의 일족이 머물던 자리와 시체를 남기고 죽은 이들을 잠시 눈에 담았다. 다시 고개를 억지로 돌려 정면을 보았을 때, 이쪽을 흥미진진한 얼굴로 보는 인간과 이종족이 보인다.
그리고 황제는 결론을 내렸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꺼져라. 내가 시작부터 밑바닥을 기는 버러지였으나, 그래도 홀로 초월자에 올랐다. 네놈처럼 부하의 재능에 기대서 억지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 [뭐, 뭐, 뭐라?! 짐승 주제에 감히이―!!!]쩌렁쩌렁 뇌리에 울리는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황제는 피식 마른 웃음을 흩어 보냈다. 잔뜩 화가 나서 지랄하는 상태임에도 그 힘이 너무 약했으니까.
[짐의 영혼은 그대로 육신을 벗어날 것이다. 아마도 심연 어딘가에 처박히겠지. 그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너의 시체를 부리는 건? 마음대로 부리는 건 아무렇지 않다는 게냐?] [죽으면 썩어서 없어질 몸뚱이. 어떻게 쓰던 무슨 상관이냐. 게다가 네 놈은 재능이 일천하여 기껏해야 스켈레톤이나 일으키겠지. 아둔한 놈.] [네노오오오옴―!!!] [끝이다. 멍청하고 비루한 시체 놈아.]그린스킨이라는 일족을 새롭게 일으키고, 차원 곳곳을 침탈하며 그 악명을 찬란하게 빛냈던 황제는 그렇게 행성 파괴 무기 [비공정 ― 허큘리스]의 주포에 직격당한 이후 사망했다.
털썩―.
그의 거대한 몸이 땅에 쓰러지는 순간 나는 소리는 웅장하지도 크지도 않았다. 그저 사람 하나 쓰러지는 것과 같은 소리를 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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