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43
감기 조심하세요.
크게 앓진 않았는데, 뭔가 자잘자잘하게 열흘 넘게 감기를 달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마스크도 안경처럼 몸에 부착하고 다녔습니다.
첨엔 목이 간질간질했는데. 그게 나으니까 코감기가. 그게 나으니까 기침을 하더니. 그게 나으니까 막판에는 열이 올라서 주말 내내 잠만 잤습니다.
진짜 감기 조심하세요. 엄청 끈질깁니다. 이것들.
추신.
초콜릿 많이 주시고 받으시길!
넌씨눈?
246. 넌씨눈?
『차원 〈짐승의 우리〉에 오신 새로운 지성체를 환영합니다.』
차원 시스템 메시지가 우리를 반겼다. 다만 지구에서 들은 메시지와 리치 군주 차원에서 들은 메시지의 목소리가 서로 다르듯이 이곳에서 들은 메시지의 목소리도 조금 달랐다.
“음.”
“여기가……?”
“그린스킨의 땅인 것 같지?”
“그러게요. 뭐, 아무것도 없네요. 정말.”
각자의 감상을 쏟아내지만, 공통으로 느끼는 건 이 행성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땅이라는 거였다.
“단순히 설원만 있어서 문제가 아니라, 땅도 엄청 척박해. 보통 이 정도로 척박하지 않는데. 지력 자체가 없는 느낌이랄까?”
“공기도 그래요. 태양 같은 항성도 멀고.”
또한 전문적으로 땅을 살핀 엘프들은 이곳이 불모지라는 평가를 했다.
“그런데 여기 오면 무슨 선물이 있다는 거지? 이런 땅에?”
『차원 〈짐승의 우리〉는 현재 지배 중인 지성체가 전무한 상태입니다.』
『또한, 차원 시스템을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차원 〈짐승의 우리〉를 지배하던 지성체 개체 명 ‘그린스킨’을 멸족한 당사자가 차원 〈지구〉 출신 인간 종족 [이요한]님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방문하신 인간 종족 [이요한]님께 차원의 지분을 전량 양도하고 〈짐승의 우리〉 차원에 본격적으로 거주하시거나, 지분을 소량 양도하고 〈짐승의 우리 〉차원 매매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음. 이래서였구만.
“두 번째로 할게. 여기서 사는 건 좀……. 난 지구를 지켜야지.”
『알겠습니다.』
『지금 시각 이후로 차원 〈짐승의 우리〉의 판매권은 차원 지구 출신의 인간 종족 [이요한] 님에게 귀속됩니다.』
『〈짐승의 우리〉 차원을 구매하고자 하신다면 [이요한]님께 문의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메시지를 확인하고 우리는 〈짐승의 우리〉 차원을 나와 리치 군주의 차원이자 조금 전까지 전투를 벌였던 〈심연의 추방자〉 차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볼 일 없지? 돌아가자. 여기는 살가죽이 다 없어졌는데도 영 별로야. 마기가 빠지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아.”
곧바로 [비공정]을 타고 지구, 내 왕국으로 이동했다. 비공정이 [차원의 문]을 넘어 [성소] 바로 옆에 있는 [차원의 문]을 통과한 순간,
“와아아아아아!!”
“영주니이이임!”
“국왕 폐하―!!”
“Your Majesty!!!!”
…
어떻게 알았는지 [주도]에는 영지민이 바글바글하다. 모두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는지, [차원의 문]이 열린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고 불꽃과 얼음을 쏘아내고 난리도 아니다.
“어떻게 다들 알고 나왔대? 누가 연락이라도 했어?”
“연락할 새가 없었잖아요? 제 생각에는요. 아마도.”
“아마도?”
“우리가 떠나고 지금까지 계속 대기한 것 같아요.”
“…그럴 리가.”
“에휴. 오빠가 뭘 모르시네요. [주도]에 주거를 허락받은 피난민은 당연하고요. [주도]에 소속된 지구 출신 생존자는 모두 신앙 스탯이 최저 85라고요. 85. 신이 자리를 비웠는데,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껌이죠. 85면.”
그런가? 자존심이 상하게도 유다연 따위에게 설득당해버렸다.
“가자.”
“으으으으으읏!! 그래도 재미있었다. 그쵸? 리치 군주는 좀 시시했는데. 그래도 차원을 넘어서 이동한다는 건 엄청 신기했어요!”
“맞아. 무엇보다 난 차원의 벽을 통과할 때 느껴지는 감각을 잊을 수 없어. 마녀의 눈으로도 조금도 원리를 읽어내지 못하다니.”
“난 그런 것보다, 우리 오라버니 때문에 놀랐어. 내가 생각한 오라버니는 약골에 보살펴줘야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싸우면 지겠던데?”
[비공정]이 [비공정 조병창]에 주차하는 사이에 조잘조잘 자기들끼리 무려 첫 번째 ‘침공’을 마친 이들은 각자의 소회를 쏟아냈다. 전부 긍정적인 반응이었고,“개자식들! 이렇게 복수를 하게 되네!”
“그린스킨과 언데드? 난 그것들 보다 [심연]에서 나오는 놈들을 더 죽이고 싶어.”
“나중에 우리 [심연]도 침공하나요? 신녀님의 주인님인 국왕 폐하?”
…
[엘븐나이츠]와 [창천의 날개] 기사단은 단순히 긍정적인 반응을 넘어 통쾌함을 느끼고 있었다.왜 안 그렇겠나. 그들은 저들에게 차원을 빼앗기고 친지를 잃은 이들인데. 그러니까 회귀 전, 나와 지구인들과 같은 상황이었던 이들이다.
“그나저나 우리가 출발하고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야?”
“49시간이 지났습니다.”
“…응? 우린 6시간 정도 있지 않았나?”
[차원의 문]을 통과하고 바로 언데드를 때려잡고, 리치 군주가 차원의 의지에 의해서 강제로 우리 앞에 소환되고, 몇 번 리치 군주를 괴롭히다가, 그린스킨이 나타났고? 음.“진짜 6시간도 안 될 것 같은데?”
“정확하게 3시간 57분 19초 동안 지구가 아닌 차원에 있었습니다.”
“그렇지?”
“네.”
“차원 간의 시간 차이가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차원과 차원을 넘으면서 괴리가 일어나는 걸까?”
“둘 다 일 수도 있고요.”
엘라조차도 정확하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따지고 보면 그녀도 차원을 이동하는 건 [차원 방랑자]가 되었을 때와 [성소]에서 소환되었을 때였으니까.
“일단 나가자.”
[비공정]의 격납고는 [비공정 조병창]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비공정 조병창]은 성벽에서 확장된 영지 건물이다.다시 말해 우리가 나올 곳은 [성벽] 위일 수밖에 없고,
“우와아아아!!”
“까아아아!”
“영주니이이임!!”
“국왕 폐하!”
“이요한! 이요한! 이요한! 이요한!!”
“Your Majesty!!!!”
…
당연히 조용히 [내성]으로 들어가긴 글러 먹었다는 결과가 나온다.
“오빠. 손이라도 흔들어주지 그래?”
유다연이 키득거리면서 한 말에 손을 들어 흔들자,
“꺄아아아아아악!!”
“우오오오오오오오!!”
…
[주도]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난리가 났다. 심지어 [주도]에 주거지가 있지 않은 피난민들도 소식을 듣고 [텔레포트 게이트]로 [주도]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그냥 [내성]으로 들어가 우리 딸들을 안고 쉬겠다는 선택지는 사라졌다.“하아. 돌겠네.”
“히히. 좋게 봐줘요~. 오빠. 다들 오빠가 좋아서 저러는 거잖아요.”
“내가 정치인도 아니고……. 에휴.”
애초에 나는 남 앞에 나서서 뭔가 하는 걸 좋아하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전형적인 인프피(INFP)라고.
아마 내가 아포칼립스 장르가 아니라, 현대 판타지 장르에서 회귀 같은 걸 했으면, 나는 그냥 돈을 좀 벌어서 졸부처럼 집을 엄청 좋게 해놓고 집에 짱박혀서 살았을 거다.
어쩌면 쉘터 계열로 각성한 것도 그런 성격 때문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가자.”
그래도 일단 닥친 일은 해결해야지. 성벽 위에서 말을 하면 한쪽으로 몰릴 테니,
타박―. 타박―. 타박―. 타박―.
허공을 땅을 걷는 것처럼 걸어 [주도]의 중앙이자 [내성] 아니, [왕궁]이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오오.”
“와아.”
퍼모먼스를 보이려고 했던 게 아니다. 그저 [성벽] 위에서 말을 하면 안 보이기도 하고, 안전상의 위험도 있어서 [왕궁] 정문 앞에 넓은 광장과 분수대가 있는 곳까지 이동을 하려던 거였다.
땅에 내려가서 이동하면 길을 비키고 해야 할 테니, 능력도 되니까 [성벽] 위에서 그대로 하늘을 걸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냐.
왜 걸음을 옮길수록 누가 나를 따라오면 사일런스 마법이라고 방출하는 것처럼 점점 소리가 줄어들어? 그러면서 온통 내게 집중되는 시선이 느껴진다.
와. 진짜 내가 개 찐따 같을까 봐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수백만을 넘어 천만이나 되는 여러 인종, 여러 종족의 눈이 나만 보고 있으니까,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으면서 손끝이 파르르 떨린다.
‘젠장. 이제 와서 도망칠 수도 없고.’
“일단.”
빨리 끝내자는 생각에 마력을 담아 입을 열었다.
“차원의 문을 통해 지난 2년 동안 우리의 땅을 노리던 언데드 차원을 역으로 침공하고, 〈심연의 추방자〉 차원을 정복했다.”
환호성이 나와야 할 타이밍이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래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
모두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입밖으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잔뜩 충혈된 눈을 하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우리가, 지구가 이겼다. 언데드를.”
“와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앙―!!”
“━━━━━━━!!!!!!”
그제야 참았던 함성과 환호를 내지르며 옆에 있는 모르는 사람과 껴안고, 울고 웃는다.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도 입과 눈은 기쁨과 환희로 가득해 한껏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또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가슴이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어서 괜히 눈을 돌렸다. 그대로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같이 눈물을 흘릴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리치 군주를 토벌할 때, 쳐들어온 그린스킨 일족도 함께 처치했다.”
“??”
한참을 웃고 환호하다가 나를 올려다보며 다음 이어질 말을 기다리던 이들은 모두 머리 위에 물음표를 여러 개 띄운 표정이었다.
“이제 차원에 그린스킨이라는 종족은 없다. 우리가 모두 멸족시켰으니까.”
“아아.”
이전처럼 환호하지 않았다. 맺혀 있던 한이 풀린 피해자처럼, 그저 조용히 감탄하며 흐느꼈다. 누군가는 연인을 떠올렸을 거고, 누군가는 가족을 떠올렸을 거다. 친구와 이웃을 떠올린 사람도 있을 거다.
그린스킨에게 죽임을 당한 가까운 이들을 떠올리며, 그들을 두고 살아남기 위해 조금은 비겁해졌던 과거의 자신도 떠올리고 있을 거다.
후회와 후련함.
비슷해 보이는 단어지만, 그 뜻은 상반되는 이 단어를 품은 감정이 천만이 넘는 생존자들의 얼굴에 모두 드러나면서 잠시 침묵이 내려앉는다.
하지만,
“그러니.”
난 이런 분위기가 싫다. 물론 후련함은 좋다. 하지만 후회? 당장 눈앞에 2m가 넘는 녹색 괴물이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오는데, 거기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지. 어떻게 모두를 구하나? 그건 나도 못하는데.
“오늘부터.”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후회하던 이들의 얼굴이 다시 내게로 모인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시선이 천만이다.
“다시 전쟁이 시작되기까지.”
그러니까.
“축제다.”
지금까지 살아남아 우리 영지에 들어온 이들 정도라면 마음껏 흥청망청해도 된다. 적어도 당분간은.
“즐겨라. 맥주는 먹고 죽을 정도로 줄 테니.”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축제! 축제다아―!”
“맥주! 맥주를 가져와!!”
…
후회 같은 감정은 환호성에 밀려 사라졌다. [주도] 전체가 소란스러워졌고, 언제 방송을 시작했는지 내가 공중에 서서 짧게 말하는 모습이 [성벽]에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아니, 저걸 왜……?”
뒤에서 따라오는 유다연을 비롯한 지의사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 모두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따라왔다. 특히나 유다연은,
“크하하하하하! 크크크크큭!! 아, 배 아파. 오, 오빠 긴장한 거 너무 티, 티 나서, 크크크큭! 귀여워요. 푸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