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44
배를 잡고 웃으면서 휘청거리며 걸었다.
‘가끔 보면 주변에 정상인이 정말 나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니까?’
이해할 수 없는 추진력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막 [왕궁]에 들어서는 순간,
『안녕하세요. 차원 〈지구〉의 생존자 여러분. 그리고 차원의 피난민 여러분.』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와, 타이밍 봐라.’
“와아. 오빠. 이럴 때 한 마디 해요. 넌씨눈이라고.”
유다연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는 건 안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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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의 15승
247. 10의 15승.
『안녕하세요. 차원 〈지구〉의 생존자 여러분. 그리고 차원의 피난민 여러분.』
정말 이런 말 하면 그런데, 타이밍이 진짜 뭐 같았다. 막 환호를 지르며 축제에 들떠 있던 [주도]와 [부속 영지]의 분위기를 단번에 꺼트렸다.
유다연이 말한 ‘넌씨눈?’을 진심으로 내뱉고 싶은 걸 꾹꾹 눌러 참아냈다.
『다행스럽게도 제게도 눈치가 있습니다.』
“응?”
내가 속마음을 말했나 잠시 생각했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차원 지구와 차원 공방전 계약을 맺은 세 개의 차원 중, 두 개의 차원의 주 종족이 모두 멸족되어 빈 차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메시지에 당장 전쟁이 재개 되는 안내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두 개의 차원에 침공하여 주 종족의 멸족이라는 업적을 달성하신 분들은 차원 〈지구〉 소속의 생존자와 차원 방랑자입니다.』
『해당 업적에 대한 보상은 개인적으로 출력될 예정입니다.』
『제가 차원 〈지구〉에 전체 공지를 한 이유는 위에 언급한 업적으로 세 번째이자 마지막 차원 공방전에 적용되는 달라진 방식을 안내하기 위함입니다.』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수비와 공격을 했던 방식은 폐지됩니다.』
『공방전(攻防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다만, 세 번째 차원 공방전을 진행하는 차원이 〈심연〉이라는 특수한 차원이기 때문에 전장을 차원 〈심연〉에서 전장은 심연 외곽으로 제한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7일 동안 〈심연〉에 사는 심연의 주민은 모두 외곽으로 강제 이송됩니다. 이것은 계약 불이행이 몇 번이나 벌어진 〈짐승의 우리〉, 〈심연의 추방자〉, 〈심연〉 연합의 귀책 사유로 강제 집행됩니다.』
『차원 〈심연〉의 상층과 중층, 그리고 심층은 [소멸의 벽]이 세워집니다.』
『단순히 공격과 방어의 수동적인 전투가 아니라, 신산(神算) 같은 책략으로 적의 허를 찌르고 승리를 쟁취하세요.』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어…….”
뭔가 많이 변했다? 이걸 단순히 변했다고 할 수 있나?
“장르가 바뀌었는데?”
진짜로 장르가 바뀌었다. 이전이 아포칼립스였다면 지금은 살짝 SF 느낌이 더해지고, 전쟁물인가?
“신산 같은 책략? 뭐, 삼국지야? 제갈량이라도 소환해? 그걸 누가 해?”
“반려.”
“어? 어어. 미안. 정신이 없었네.”
“괜찮아요. 그것보다 책략이나 부대 운용 같은 건 제티가 있잖아요.”
“응? 아……!”
제티. 즈마제비티. 그녀의 클래스가,
“컴플리트 커맨더(Complete Commander).”
“그래. 맞아. 그거였어.”
완벽한 지휘관이었다.
“그럼 그건 됐고. 최소 7일은 걸린다는 거잖아? 그치?”
“네.”
“그럼 유다연.”
“네? 왜요? 오빠?”
“밖에 나가서 크게 소리 한 번 지르고 와. 사흘 동안은 축제니까 맥주 실컷 마시라고. 대신 길바닥에 토하는 놈은 그거 다시 입으로 먹게 할 거라고 경고도 하고.”
“키키킥. 네에~.”
그리고 유다연은 정말로 신성력을 잔뜩 담은 목소리로,
[지금부터 우리 오빠의 말을 전한다! 집주우웅!! 사흘 동안 축제다앗!! 맥주는 실컷 마셔라! 우리 요한 오빠가 쏜다아앗! 대신 길바닥에 토하면 본인이 토한 거 입으로 치워야 한다아아아!! 놀아아아!!]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진짜 과장 하나도 안 하고.
“너어는.”
“왜요? 오빠?”
“아니다. 내가 죽일 놈이지. 그냥 올리비아한테 시킬 걸.”
“히히히. 그래서 사람들이 오빠를 좋아하는 거예요. 안 그런 척 하면서 은근히 세심하게 챙겨주잖아요. 꼬맹이들 중에 몇몇은 벌써부터 성인이 되면 오빠 부인 자리를 노릴 거라고 말하고 다니는 녀석들도 있다고요.”
“그거 괜찮냐? 이제 전쟁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교육과 정서상 뭔가 좀 그렇지 않아?”
“왜요? 이제 그런 게 일상이죠. 엘리아나 언니한테 들어 보니까. 바이올렛 랭크면 해츨링을 벗어나 성인이 된 용족과 같다면서요? 엘리아나 언니랑 소피아 언니 말 들어보면 오빠는 드래곤 정도는 살 거래요. 각성자들도 다들 오래 살 거고. 그런 게 이제 일상인 거죠.”
“…뭔 개소리를 그럴듯하게 하고 있어? 오래 살게 된 거랑 꼬맹이들이 내 부인 자리를 노린다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다고?”
“까비~. 이걸 안 속네~.”
“너어는 진짜…….”
“헤헤헤. 오빠아~.”
헤실헤실 웃으며 안기는 유다연을 보면 금방 화가 풀리는 걸 보면 나도 답이 없다. 어휴.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요. 언제나처럼 우린 잘 이겨낼 거예요.”
“난 카르마 포인트의 노예가 된 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 금전적으로 생각하지.”
“오~. 뿌뿌뿌우~! 이 to the 요 to the 한!”
“그래. 그래. 마음껏 가지고 놀다가 제 자리에만 가져다 놔라.”
“넹넹~.”
유다연은 한참 옆에 착 붙어서 깨방정을 떨다가 릴리 로즈와 함께 ‘우리도 맥주 가져오자!’라고 의기투합하더니 쪼르르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다가 근처에서 한가하게 제티와 바둑을 두고 있는 [행정청장]을 불렀다.
“[행정청장]. 맥주는 넉넉해?”
“국왕 폐하께서 말씀하시는 맥주가 [주도]의 [농장]에서 생산하고 [가공소]에서 가공한 [유토피아 맥주]라면 넉넉합니다. 아마 사흘 내내 퍼마셔도 절반도 마시지 못할 겁니다.”
그렇다. 내가 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겠다고 한 것에는 바로 저런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 영지 건물은 여러 가지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농장] 역시 마찬가지다. [영초]에 너무 집중해서 그렇지, 사실 [주도]에만 천만이 넘는 인구가 살아가고, [부속 영지]까지 전부 더하면 억이 넘는 인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식자재는 [농장]과 [항만]에서 다 조달하고 있다.어떻게 가능하냐고? 그게 가능하니까 이능이고 고유 능력인 거다.
간단한 예로 [농장]에 심은 밀은 추수까지 고작 7~9일이면 된다. 송아지가 한우가 되기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런 식이니 웬만한 전투 계열 각성자보다 생산 계열 각성자의 랭크가 더 빨리 오르는 현상이 생기는 거다. [농장]과 [항만], [광산] 같은 영지 건물 랭크가 상승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 벌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생산 계열 각성자들은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엄청 즐기면서.
쉬라고 하면 오히려 시무룩해졌다니까?
농부로 각성한 각성자가 그러더라고.
멸망 전에 했던 게임 중에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고양이를 키우는 게임 같은 해본 적 있냐고. 없다니까. 지금 자신은 그런 게임을 하는 것 같단다.
오히려 게임할 때보다 더 빠져들었다나?
게임은 해봐야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이건 농작물을 수확하면 랭크 숙련도와 스탯도 상승하고 카르마 포인트도 얻으니까.
그렇게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수확한 장물 중에 보리도 있었다. 웃긴 건 뭔 줄 아는가? 농부의 랭크가 그린 랭크여도 [농장]에서 생산한 보리는 무려 [농장]의 랭크인 바이올렛(Violet) 랭크의 보리가 된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라고. 보리가 바이올렛 랭크다? 그걸로 만든 맥주는?
[농장]과 랭크를 공유하는 [가공소] 역시 바이올렛 랭크니까 맥주도 바이올렛 랭크가 된다.얼마나 맛있겠나?
평소에는 팔지도 않고 [창고]에 보관만 한다. 왜냐고?
알코올 중독자를 생성하는 맛이다. 유다연과 릴리 로즈가 기회만 있으면 ‘술 먹자!’라고 하는 게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다들 편하게 쉬어.”
“네에~!”
“알겠습니다!”
“오예! 맥주! 맥주다!”
…
지의사와 가신들을 뒤로 하고 난 최상층 내 방으로 향했다. 사실 나도 맥주는 좀 마시고 싶었는데,
반짝―! 반짝―! 반짝―! 반짝―!
마치 ‘네가 확인할 때까지 반짝일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시야 왼쪽 위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뭔데 그러는지, 어디 좀 보자.”
어설프거나 아무 것도 아닌데 호들갑을 떤 거면 진짜 제대로 짜증을 내겠다고 마음 먹고 반짝이는 무언가에 손을 대자,
『안녕하세요. 이요한 고객님. 차원 관리 시스템입니다.』
『이요한 고객님께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에 위탁 판매를 요청한 차원 〈짐승의 우리〉가 판매되었습니다.』
『차원 〈짐승의 우리〉는 위탁 판매 수수료를 15%를 포함하여 총 백이십 페타 카르마 포인트(120 PC)입니다. 수수료 15%를 제외한 판매 대금은 총 백이 페타 카르마 포인트(102PC)입니다.』
『차원 〈짐승의 우리〉에서 이요한 고객님이 보유한 지분은 1.25%입니다.』
『이요한 고객님의 계좌에 지급해야 할 카르마 포인트는 총 1.275 PC입니다.』
“페타 카르마 포인트? 그게 뭔데? 그리고 1.275? 아니 하다못해 올림으로 해서 2로 깔끔해지게 채워주던가?”
[페타 카르마 포인트는 차원의 의지와 차원의 의지끼리 거래하는 단위입니다. 마스터.]“오랜만이네? 요즘도 엄청 바쁜가 봐?”
[그렇습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더 바쁜 것 같습니다. 마스터.]“그래서 내가 사용하는 단위로 환산하면? 아까도 말했지만, 진짜 대수롭지 않은 거로 호들갑을 떤 거면 나 짜증 낼 거야.”
[1 페타 카르마 포인트는 10의 15승 카르마 포인트입니다.]“아. 15승? 천억? 지금 천억 준다고 이렇게 호들갑을 떤 거야?”
[아니요. 마스터. 10의 15승입니다. 0이 15개가 붙는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0이 12개면 1조입니다.]“…어. 응? 천조? 지, 지금 내게 천조 카르마 포인트를 준다고?”
[아니요.]“그, 그래. 아니지? 어휴. 심장이야. 아―! 심장 아파! 놀랐잖아!”
[정확하게 일천이백칠십오조(1,275,000,000,000,000) 카르마 포인트입니다.]그게 그거……! 는 아니지. 그래. 아니긴 한데. 와. 진짜 저걸 준다고?
“이렇게 퍼줘도 돼?”
[마스터.]“어. 듣고 있어.”
[마스터께서 이번에 하신 일은 말입니다. 기나긴 차원의 역사에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눈을 피해 분탕질을 하던 쓰레기 차원 연합 중, 둘을 지워버리신 겁니다. 그러니 이런 정도는 당연히 받으셔야죠.]“그…정도의 일이었다고? 난 그냥 빡쳐서 쳐들어간 건데?”
[그동안 당한 차원의 의지와 차원 방랑자와 피난민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분명히. 그런데 아무도 못 한 일을 마스터께서 이루신 겁니다.]“좋아. 좋은데.”
생각보다 포인트가 엄청 많아졌다.
[그리고 마스터.]“왜? 뭐? 뭐가 더 남았어?”
[아직 리치 군주의 차원 〈심연의 추방자〉는 팔리지 않았습니다. 〈심연의 추방자〉는 차원의 의지와 마스터의 지분율이 5:5입니다.]“…누가 5야?”
[…차원의 의지가 5할, 마스터께서 5할의 지분을 가지고 계신다는 뜻입니다.]“알아. 그냥 해 본 소리야. 와. 더 비싸게 팔리겠지?”
[그건 알 수 없습니다만……. 비싸게 팔릴 겁니다.]마냥 좋아하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잠깐만 그런데 나 혼자 간 게 아니잖아? 다른 애들은? 지의사들은?”
[저희 사제들은 물론이고 [엘븐나이츠]와 [창천의 날개]도 모두 카르마 포인트를 얻게 될 겁니다. 다만…….]“오빠아아!!”
“오라버니이!”
“보쓰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