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51
검은 피를 흘리며 여섯 개의 팔 중에 절반인 세 개가 이상한 방향으로 꺾인 기괴한 존재를 살벌하게 내려다보는 깊은 절망의 모습에 자신들이 처맞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빠르게 그의 명령대로 [심연]의 [깊은 곳]에서 가져온 기운 중 일부를 주변에 뿌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기운이 뿌려지자,
“끄,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켁! 케헥?! 켁!”
…
[외곽]에서 살아가던 심연의 존재들이 버티지 못하고 괴롭게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멈춰!”
그에 깊은 절망은 빠르게 그 행위를 멈추게 했다.
“이게 아닌데.”
마치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마주한 것처럼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는 허공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10.98 → 27.85]그의 눈에만 보이는 숫자. 그것은 깊은 절망이 획득한 잠재 권능이 권능으로 발전해 발현된 것으로 본인이 지정한 것에 대한 확률을 보여준다.
“27.85%? 흐음.”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27.85 → 20.66]급격하게 숫자가 줄어든다.
그렇다. 깊은 절망이 ‘대비’를 해야 한다고 한 이유가 바로 저 숫자들 때문이다.
차원 공방전이 시작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기 무섭게 나타난 확률.
그저 평소 [심연]이 그랬던 것처럼 심연에 오염된 존재를 밀어 넣기만 하려는 순간 나타난 숫자는 깊은 절망을 경악케 했다.
‘그때 본인이 본 확률이 1.07%였던가? 절대로 못 이긴다는 뜻이었어. 그나마 차원문이 열릴 장소를 확률을 통해 특정하고 병력을 모아서 10%까지 끌어올렸는데…….’
그게 문제다. 10%. 그 위로는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심연] 깊은 곳에서 만약을 위해 쟁여둔 찌꺼기를 사용한 건데.
“일단 저 오염된 것들부터 침공전에 보내라.”
“네!”
“그리고…….”
[심연]의 외곽. [심연]에서 태어나는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들이 우글우글 살아가는 곳.“공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인구 밀도가 이미 과포화 상태이니,
“…병력을 더 많이 내보내라. 외곽의 버러지 중 3할을 사흘 동안 전송한다.”
넘치는 인구를 지구로 버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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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오늘도 귀한 걸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저번주와 저번주 내내 약하게 여러 감기를 앓고 회복했는데.
그 여파인지 눈이 엄청 안 좋네요.
점심 시간에 안과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다만.
감기가 부위만 바뀌어서 옮겨가도 글 쓰는 건 참고 쓸 수 있는데.
눈은 그게 안 되니 미치겠네요.
비축분을 다 날려먹고 실시간 연재중입니다. ㅠㅠ
안과를 다녀온 후 부득이하게 주말 쯤에 하루를 휴재를 할 수 도 있습니다.
추후 후기에 공지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름
254. 이름.
깊은 절망이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심연]의 지배자가 지구에 본격적으로 오염물을 투하하기 시작했다.
“응?”
“뭐야? 저거 왜 죽어?”
…
그리고 그것은 그의 예상보다 제법 괜찮은 효과를 보이는 것 같았다.
“다, 다가가지 마!”
“물러나!!”
“빨리! [주도]에 연락을 넣어!! 긴급으로!”
…
적어도 [주도]가 아닌 [영지]에서는 말이다. 특히나 [신앙] 스탯이 그리 높지 않은 이들이 모여 있는 [주도]와 멀리 떨어진 [영지]에서 그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영지]는 [주도]처럼 [신앙] 스탯이 최소 85를 초과해서 펠리타교의 여러 베네핏을 받는 게 당연한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영지] 내부에 소피아나 [성녀 수호대]를 비롯한 존재들은 물론이고 사제 계열로 특화된 존재도 드물다.“이게 뭐야?”
“도대체가…….”
“생화학 공격이었냐?”
…
그렇기 때문에 운석에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검은 피를 토하며 쓰러져 죽은 시체로부터 시작된 어비스 침식에 대응이 늦었다.
침식에 대응이 늦다. 이 말은 곧 적지 않은 인원이 어비스에 침식이 되었다는 뜻이고,
“물러나라! 변이가 일어난다!”
“물러나!”
“[성벽]까지 후퇴하라!”
…
그건 그들이 겪었던 멸족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이나 다를 것 없었다.
리자드맨과 드라고뉴트를 절반 정도 섞어 놓은 것 같은 외형의 사비르 족 역시 그랬다.
같은 부족민을, 친지를, 연인과 친구를, 가족을 잃은 피난민 출신들은 [심연]에 침식 당해 이쪽을 노려보는 동료를 보면서 [아스가르드]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잊었다고 생각했던 악몽이 현실로 튀어나와 자신들의 목을 노리는 기분에 섬뜩하고 아연해졌다.
“멍청한 새끼들.”
그런 혼란 가운데서 [성벽] 위로 올라온 것은 늙고 병들어 허리조차 제대로 펴지 못하는 노인이었다. 비늘조차 몇몇 곳에는 떨어져 하얀 백태가 낀 살점이 보이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노인.
“갈름 족장.”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주술사와 궁수 놈들은 뭐 하는 게야! 저것들이 일어서기 전에 목부터 치지 않고!!”
“하, 하지만 족장. 저들 중에는 족장의 손자도……!”
누군가 그렇게 말했을 때, 지금까지 잔뜩 굽은 허리로 간신히 [성벽] 바깥을 바라보는 것 같았던 노인의 몸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기백이 흘러나와 [성벽] 위를 뒤덮는다.
“처리하라. 푸른 하늘 용님의 대리인이 내리는 명령이니.”
“아, 알겠소.”
잔뜩 위축된 이들이 하나둘 막 심연 침식을 끝내고 산자에 대한 맹목적인 원한과 갈망을 드러내며 [성벽]으로 몸을 트는 그 순간,
파파팍―!
화살이 먼저 날아들어 머리를 관통했고,
콰쾅! 화르르르.
주술이 그 뒤를 따르며 [심연]에 침식당한 이들의 몸을 태워버렸다.
화살 수십 발을 온몸에 박힌 채로 화염 주술에 의해 타들어 가는 부족의 아이를 보며 갈름은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저 시체 중에 중앙에 있는 젊은 사비르 족은 자신의 손자였다. 불과 몇 시간 전, 식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서 해준 이야기가 토씨 하나까지 모두 기억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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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건 여러 자극이 익숙해진다는 뜻이야. 불타오르는 열정은 이미 타버려 잔불조차 남지 않았고. 찢어질 것 같은 이별은 반복되면서 더는 찢어질 무언가가 없지.”
“갑자기? 밥 먹다 말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할아버지?”
“그냥 들어. 이눔아. 그런데 이상하지. 옆에서 같이 싸우던 전우의 죽음만은 정말 기이하게도 익숙해지질 않고 오히려 더 진하게 각인되는 것 같어.”
“…아니 무슨 손자한테 죽지 말고 잘 살아 돌아오라는 말을 그렇게 어렵게 돌려 말해? 지구 용어로 츤데레야? 할아버지?”
“허허허. 젠장이로군. 젠장이야. 빌어먹을 눈치 없는 손자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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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이구나. 젠장이야. 아이마야.”
이제는 죽어서 영혼조차 혼탁해졌을 손자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늙고 병든 노병(老兵)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주도]에 긴급으로 연락하라. 이곳의 상황이 이러하다고.”
“예. 족장.”
명령을 받은 부족의 아이가 [성벽]을 절반도 내려가기 전에,
팟―!
[주도]에서 송출하는 공영 방송이 [성벽] 안쪽을 스크린으로 사용해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영지]에 긴급 공지 사항을 전달합니다.]그리고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펠리타 왕국 전체에서 지명도로 따지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간 유다연의 모습이 나타났다.
[현재 출현 중인 어비스의 짐승은 이해할 수 없는 농도의 [심연]이 축적된 상태입니다.] [모종의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걱정할 게 없습니다. 깊은 농도의 [심연]은 어비스의 짐승조차 견디지 못하니 말이죠.] [그러니 누가 보더라도, 말에서 달리면서 보더라도, 저건 [심연]에 절여졌다 싶으면 아무런 대비 없이 다가가지 마세요.] [그러면 카르마 포인트는 어떻게 수급하라는 말이냐고요?] [마포대교는 무너졌나요?] [어머? 이 밈을 모르는 당신들이 불쌍해요.] [원거리 공격을 하면 되겠죠? 그 정도 수단은 다들 가지고 있을 거고, [심연]에 깊이 절여진 것들은 엄청 약해진 상태로 등장하니까요.]생글생글 웃으면서 말을 하지만, 말투는 사람 속을 긁어대는 말투다. 깨끗한 피부에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눈은 조금도 웃지 않고 입가만 미소를 짓는 모습에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아! 아까 말한 다가갈 수 있는 대비에 대해서 말해드릴게요.] [네이비 랭크 이상의 강자.] [어렵다고요? 그렇겠죠. 괜히 그랜드 마스터라고 부르겠어요? 그것뿐이냐고요? 그러면 내가 말을 꺼내지도 않았겠죠?] [엄청. 매우. 아주. 대단히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저 방사능폐기물 같은 놈들에게 멀쩡할 방법이 있어요.] [엄청 쉽고 ‘당연한’ 방법이죠.]그리고 갈름은 오랜 연륜으로 다음에 나올 말이 왕의 측근이자 애첩인 저 여자가 이토록 분노하는 원인일 거라고 감지했다.
[신성력.]섬뜩하다. 시퍼런 날이 달린 거대한 작두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단순히 신성력을 말하고 있음에도. 도대체 왜?
[신성력을 발현하면 돼요. 엄~청 쉽죠?] [안 된다고요? 그럴 리가?] [아! 설마! 아직도 [신앙] 스탯이 80을 초과하지 못한 분이 있다고요?]그리고 곧 알 수 있었다. 저 작은 여자가 이토록 고요한 분노를 피워 올리는 이유를.
[…그동안 뭘 했니?]짧은 침묵. 찰나에 불과한 그 침묵에서 누구도 알 수 있는 불쾌함과 불편함이 전해진다. 이어진 짧은 반말은 그 느낌이 착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도 했고.
[[신앙] 스탯 80을 초과한 왕국의 국민은 지구의 의지께서 [심연]과 계약으로 추가한 특약의 효과가 더해지면서 저 오물 같은 놈들이 닿아도 아무런 피해가 없어요.] [만약 [신앙] 스탯이 85를 초과했다면, 그 빌어먹을 놈들의 피웅덩이에서 데굴데굴 굴러도 멀쩡합니다.]“아!”
그리고 거기까지 방송이 나왔을 때, 고향의 차원 공방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전선에서 물러나지 않은 역전의 용사이자, 노병인 갈름이라는 이름의 족장은 깨달았다.
“저들은.”
[나는.]“화가 날 법 하군.”
[화가 좀 나네.]“온갖 [영지]에서 죄다 연락을 돌렸을 테니. 허어…….”
[[신앙] 스탯을 올렸으면 오히려 꽁으로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인데. 어쩜 이리도 많은 [영지]에서 급할 때만 사용하라고 설치한 ‘위상 전화’가 먹통이 될 때까지…….]처음에는 그나마 웃으면서 말했던 유다연이 이제는 누가 보더라도 화가 났다는 얼굴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어요. [신앙] 스탯이 80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성벽]에 의지해서 멀리서 잡으시거나,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으면 [망루]를 작동시키면 됩니다.] [대신 [망루]가 사냥한 경우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지 못한다는 것은 고려하시고요.]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