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56
그리고 직감적으로 알 것 같은 나와 달리, 설명을 읽자마자 기겁하면서 놀라는 걸 보면 확실히 내가 알아채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엄청 대단한 거겠지? 당신들과 조이가 이렇게 놀라는 걸 보면?”
“바, 반려. 여기, 이거 다시 말해줄래요?”
내가 말해주고 또 보여준 [태고의 깃발] 툴팁 중에서 엘라가 놀란 건 뜻밖에도 직접적인 성능인 3번이나 4번이 아니라,
“응? 2번? 이거는 이전에 쓰던 거랑 비슷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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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대를 꽂은 주인이 마력을 주입한다면, 주인이 원하는 환경을 임의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환경이란, 식생과 기후 같은 단순한 것뿐만 아니라 마력 농도와 원소 포화는 물론이 특별한 식생을 구현하는 것 역시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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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었네요. 제가 자, 잘못 본 게 아니었어요.”
“전에 사용하던 최초의 깃발에도 이것과 비슷한 기능이 있지 않았어?”
“그건 아니에요. 영……. 아니, 여, 여보.”
여전히 영주님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가 배가 남산만큼 불러오자 호칭을 변경했다. 영주님이 아니라 여보로. 여전히 그걸 어색해 하는 것 같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최초의 깃발에 있던 게 아니야?”
“네. 달라요.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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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깃발을 소유한 인간이 마력을 부여하면 가장 익숙한 환경을 범위 안에 구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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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깃발]의 성능은 이거였는데? 다르다고?비슷하지 않나?
“음. 서방님. 제가 이해한 게 맞다면 이건 다른 차원으로 처들어가서 적진 앞에 세계수를 구현할 수 있다는 뜻 아닌가요?”
“!!!”
머리 위에 전구가 띵하고 떠오르는 느낌이다. 조이의 설명이 사실이냐는 의중을 담아 엘라와 소피아를 바라보니,
“맞아요. 반려.”
“그럴 수 있죠. 여보.”
긍정의 말을 전한다.
“개……! 음음. 사기네. 그렇지?”
이제 출산이 완전히 임박한 소피아의 배를 힐끔 보고 ‘개씹사기네’라고 하려던 말을 억지로 삼켰다.
“네. 반려. 이건 엄청난 게 맞아요.”
“무엇보다 지금 우리 상황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물건이죠. 서방님.”
엘라와 조이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혼자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던 소피아는,
“영…여보. 이거 ‘인간’만 사용할 수 있다는 종족 제한도 사라진 거 아닌가요?”
“!!?”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사기 옵션을 발견해 냈다.
“미쳤냐고. 이거. 그러면 이걸 엘라가 들으면 지금 장모가 살던 숲이 그대로 구현되는 건가? 조이가 들면 요정의 숲이 구현되고?”
고개를 끄덕이는 세 여자를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50경. 50경 카르마 포인트.”
50경 카르마 포인트가 싸게 먹혔다는 정신 나간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제 나만 잘 하면 되는 건가?”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보?”
“음. 아니야.”
어비스 랭크에 올라야 한다. 카르마 포인트는 준비가 되었다. 내가 기다리는 건 소피아의 출산이다.
이전에 바이올렛(Violet) 랭크에 오를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벽을 넘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시 엘라는 뱃속에 쌍둥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큰일 날 뻔한 거다.
그래서 소피아가 출산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경지를 올릴 거다.
“일단 제티에게도 알려주자. 이런 장비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침공’ 계획을 설계하는데 더 도움이 되겠지?”
“네. 제가 불러올게요! 서방님!”
여태까지 내가 소환한 가신 중에서 조이는 가장 빠르게 지구에 적응했다. 조이는 온갖 것들에 관심을 가졌다. 이제는 폐허가 되어 버린 지구의 건물부터, 지구의 식물과 음식은 물론이고 미리 저장해 놓은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애니메이션에 환장했다.
솔직히 말하면 꽃잎을 덮고 자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콘크리트로 덮인 지구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조이는 지구에 특히나 [주도]를 누구 보다 좋아했다.
그래서 저렇게 굳이 시키거나 지목하지 않아도 하루 종일 자신이 할 일을 찾아 [주도]의 하늘을 날아다녔다.
무엇보다 요정의 실존을 증명하는 존재인지 몰라도 조이의 인기가 엄청나다. 특히나 아이들에게.
“제티가 오면 이건 제티에게 맡길까?”
“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반려.”
“제티가 가지고 있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넘기겠죠? 계획을 잘 짜……서? 어? 어라?”
소피아가 반쯤 누워서 대답하다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여, 여, 여보! 나, 나오려나 봐요!!”
뭐가 나오려는 건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다급함만으로 충분히 전달 됐다.
“어? 가, 갑자기?!”
“그…으. 그러게요? 아, 아…직 일주일 정도 남았는데.”
일반적인 산모라면 일이 주 정도의 오차는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소피아는 어비스 랭크에 오른 강자다. 그런 그녀의 계산이 달라질 확률? 로또 1등보다 낮을 거다.
“드, 든든이가 나오고 싶은 것 같아요.”
태명을 든든이라고 지었을 정도로 임신 이후에 작은 불편도 느끼지 못한 소피아는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먼저 나오려는 아들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치료소]에 연…락해서 [전문의]와 [의사]를 준…비해주세요. 언니. 저 좀 [치료소]까지 부탁…해요.”
성녀라는 직업에 어울리게 지금 해야 하는 일을 지시했다.
“알았어. 동생.”
“알았어.”
그렇게 갑작스럽게 시작된 산통으로 인한 출산은 소피아가 [치료소]에 들어가고 2시간 만에 품에 아이를 안고 나오는 것으로 끝났다.
엘라의 출산 과정은 보지 못했다. 그때는 벽을 넘는 중이었으니까. 그래서 어비스 랭크에 도달한 초월자의 출산은 처음 보는데,
“…엄청 빠르네?”
이 정도면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출산이 끝났다. 심지어 소피아 본인이 포대기에 아이를 안고 제 발로 [치료소]를 걸어나왔으니까.
“호호호. 여보도 참. 블루 랭크 정도만 되어도 출산 중에 사망할 일은 절대 없어요. 할머니들 하시는 말씀처럼 밭에서 일하다가 낳아도 문제 없어요. 그리고 여보의 아내인 저는 어비스 랭크란 말씀!”
소피아의 자화자찬은 평소와 달리 듣기 좋은 소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놀란 건,
“안 우네? 우리 아들?”
소피아의 품에 안겨 있는 아들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소피아가 쫑알쫑알 떠드는 소리에도 말이다.
“여보. 우리 아들이에요. 안아보세요.”
전혀 조심스럽지 않게, 결혼을 반대하는 친정 부모 앞에 당당하게 들이미는 것처럼, 아이를 건네는 행동에 픽 하는 마른 웃음과 함께 갑자기 시작된 출산에서 시작한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걸 느끼면서,
“고생했어. 소피아.”
아들을 받아 품에 안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제 막 태어난 아이인 만큼 혹시 모를 여러 감염에서 보호하기 위해서 안아 들기 무섭게 주변에 마력을 둘렀지만,
“어머. 다들 너무 극성 아니에요? 이게 몇 겹이에요?”
이미 소식을 듣고 모인 가신들이 두른 마력이 다섯 겹이 넘는다.
“전혀 극성이 아닙니다. 주인님의 아들이시잖습니까.”
로파이가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종류의 숫자 패널과 그래프가 그려지는 모니터 크기의 기계를 든든이의 손가락에 대고는 그렇게 대답하는 걸 시작으로,
“지금 밖에 더러운 [심연]의 쓰레기가 있사와요. 그것의 티끌의 티끌이라도 묻으면 안 되어요.”
요제프는 그러면서 내 주변으로 싱그러운 생명의 기운을 끌어왔고,
“우두머리의 아기씨. 보호해야.”
이안테는 엄청 궁금해하면서도 쉽사리 다가오지 않고 귀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주변을 경계했다.
“흑요수가 없어서 이 정도로 그친 걸 아셔야 합니다. 극성 주군 빠순이 그 녀석이 지금 있었으면……. 어휴.”
제티는 누구보다 극성일 흑요수가 [성벽] 담당 시간이라는 걸 다행으로 여겼고.
그 호들갑고 소란스러움은 내게는 아무런 반응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왜냐고?
“어머?! 반려! 소피아!”
당연하게도 막 태어났기에 눈을 뜨지도 못하고 있던 아이가 눈을 뜨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신생아가 이럴 수 있는 건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나와 소피아의 아이기에 희연이와 연희처럼 특별한 존재일 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것보다 마치 별을 박아 넣은 것처럼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아빠를 알아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를 똑바로 보는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아!’
쌍둥이일 때와 또 다른 감정이 울컥 울컥 치솟았다.
‘이겨야 한다.’
그중에서도 이 전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감정이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아빠아!”
“아빠!!”
희연이와 연희가 나를 부르며 저 멀리서부터 뛰어오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가만히 서서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아빠! 연희는 동생! 동생이가 보고시퍼요!”
“희연이도 동생 볼래요! 희연이는 이제 누나예요?”
내 다리에서 두 팔을 뻗어 폴짝폴짝 뛰는 두 딸을 조심히 마력으로 올려주자 작고 쭈글쭈글한 막 태어난 동생의 얼굴을 보고서는,
“오와……! 못생겼어…….”
“와아……! 그런데 귀여워…….”
“푸웁!”
“킥!”
…
모두를 웃게 만드는 기발한 감상을 내놓고는 조심히, 정말 조심히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더니 다시 내게로 눈을 돌린다.
“왜?”
“이제 연희가 누. 나예요! 맞아요?”
“희연이도 누나예요?”
“맞아. 동생이랑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
“네에!”
“니에!!”
그러면서 곧장 엘라에게 다가가 뭔가를 달라는 게 많다.
“엄마. 엄마. 연희가 아끼는 공주 신발. 그거 주세요. 또오…….”
“엄마. 희연이는요. 반짝반짝 귀걸이요.”
그 화목하고 안락한, 행복함의 결정체가 구현된 것 같은 광경을 가만히 눈에 담으며 다짐했다.
‘오늘 밤. 어비스(Abyss)의 벽을 넘는다.’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한 준비를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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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8]259. [2.078]
멸망이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회귀한 기간을 포함한 먼 과거에 나는 여러 스포츠를 좋아했고 관람도 좋아했다.
축구와 야구는 당연히 좋아하는 종목 중 하나였고. 그리고 축구는 몰라도 야구는 가끔 생각나면 보러 가곤 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좁은 나라이고, 지역과 지역의 거리가 KTX를 타면 순식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라서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고 집도 서울에 있었지만, 잠실에서도 각 지역 원정 팬을 수두룩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게 한국이다.
갑자기 뭔 야구 이야기냐고? 들어 봐라. 엄청 재미 있고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내용이니까.
고등학생 때였나? 아직 부모님이 계실 때, 주말에 날이 좋아서 부모님과 함께 부모님이 응원하시는 이글스 경기를 보러 간 적 있다.
가관이었다.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정확히 8회 정도 되었을 때, 부모님과 같이 있는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씨발’이라는 욕이 나올 정도로 엉망인 경기였다.
그런데 옆에서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나는~ 행복합니다~’이러니까 주변에서도 다 같이 그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지고 있는데? 그것도 개 못해서 개 같이 멸망하는 중인데?
‘이게 뭐야? 뭐가 행복해? 존나 못하는데? 아니 X벌. 못하면 잘 좀 하라고 욕이라도 해줘야지?’
가끔 열리는 축구 경기도 아니고, 1년에 144 경기 혹은 160경기 이상을 치르는 야구에서 못하면 못한다고 욕할 수는 있어야지? 그게 스포츠를 보는 맛인데? 행복해?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그날로 난 이글스 팬을 때려치웠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필리스 팬이 되기로 했고, 그 뒤로 계속 나는 필리스였다.
어때? 막 슬프다면 이글스 팬인 거고, 웃음 피식 피식 나온다면 다른 팀 팬이고,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면 당신은 필리건이다.
야구의 진정한 묘미는 투수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 부분은 나도 동의한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야구의 투수전이라는 건, 우리 투수들이 매 이닝을 삼자범퇴로 멋지게 막아내고, 우리 타자들이 상대 투수의 공을 뻥뻥 담장 밖으로 날리는 게 투수전이다.
길게, 제법 장황하게 야구에 대해서 지극히 주관적인 시각으로 설명한 이 이야기의 결론은 무엇이냐고?
대부분 모든 이야기의 결론은 끝에 있다. 내가 말한 투수전 말이다.
내가 원하는 승리는 아군의 피해는 없고, 적군만 뒈져 나가는 거다. 그게 말이 되냐고? 치트를 쓰지 않는 이상 게임에서도 불가능하다고?
‘그래서 치트에 가까운 걸 쓰려는 거지.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