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57
『신체 스탯이 필멸자의 마지막 벽에 도달했습니다.』
『특수 스탯이 필멸자의 마지막 벽에 도달했습니다.』
『필멸자의 마지막 벽을 넘는 과정은 신체 스탯과 특수 스탯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필멸자의 마지막 벽을 넘기 위해서는 깨달음이나 카르마 포인트 20 PC가 필요합니다.』
“지불하겠어.”
『이십(20) 페타 카르마 포인트를 차감합니다.』
『필멸자의 마지막 벽을 넘어서기 직전입니다.』
“이번에는 [영지] 아니, [왕국]의 기능이 정지되는 건 아니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다만…….』
“알아. 시간이 좀 걸린다며?”
『그렇습니다. 사전에 안내 해드린 사항에 모두 동의하셨습니다.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그래. 그놈의 충격에 대비하라는 소리가 왜 안 나오나 했다. 이전처럼 겁을 먹거나 두려워하는 대신,
『5.』
“다들 잘 부탁해.”
세계수의 뿌리에 몸을 누인 내 주변을 보호듯이 둘러싼 이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4.』
“아이들이 오지 못하게 해줘.”
『3.』
“네. 반려.”
“그렇게 할게요. 여보.”
『2.』
“다녀오지.”
『1.』
“…….”
『0. 시작!』
그렇게 시야가 암전하며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담고 또 담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 전쟁을 끝낸다.’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승리를 할 것이다.
* * *
“히에에엑?!!”
깊은 절망이 내뱉는 비명에 [심연]의 외곽에 모여 있던 심연의 짐승의 시선이 모이는 건 당연하다. [심연]에서 가장 강한 존재의 비명이었으니까.
“어째서! 어째서어어!!”
평소라면 그런 시선이 모이는 행동을 하지 않을 거다. 깊은 절망은 그동안 [심연]을 지배한 지배자들과 성격이 달랐으니까.
“어째서지?왜지?어떻게?이게맞아?맞다고해도이렇게갑자기?왜?어떻게?어째서?가능해?”
분명히 깊은 절망은 그동안 [심연]을 지배했던 이들과 다른 성격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역시도 [심연]에서 태어난 존재였다. 그렇기에 미친 혹은 정신 나간 같은 상태 이상을 패시브로 달고 있다. 그 정도가 다른 [심연] 태생보다 현저히 낮지만,
“어쩌지?방법이있나?없어!어쩌지?방법은?없어!어쩌지?어쩌지?뭔가를하지않으면!방법이없어!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
극한 상황에 몰리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심연]이라는 차원 태생이 가진 선천적인 약점이자 강점이.
그그그그긍―.
정신을 잃어갈수록, 비이성적이 될수록 깊은 절망을 중심으로 어둡고 탁하고 섬뜩한 기운이 넘실거리며 덩치를 키워간다.
온갖 차원에서 버려진, 버려져야만 하는 것들이 모인 곳, [심연].
[심연]에서 태어난 짐승이기에 본능에 충실할수록 강력하다.그리고 감정 중 가장 즉각적이고 폭력적인 감정은 ‘분노’다.
“왜애애애애!!!”
콰콰콰쾅―!!
깊은 절망 주변에 있던 심연의 짐승들, 그리고 차원 〈지구〉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일정 구역에 뿌려둔 심연의 찌꺼기가 모두 ‘증발’했다.
그리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왜 그런 것 있잖은가. 화가 나서 화를 냈는데, 조금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더 화가 나고, 화가 화를 부르는 것.
지금 깊은 절망이 느끼는 분노는 그러한 것이다.
깊은 절망이 왜 저렇게 정신을 놓고 화를 내는 거냐고?
[2.078]20을 향해가던 숫자가 갑자기, 저렇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20.78이 아니다. 2.078이다. 그리고 깊은 절망이 분노와 분노에 절여지는 동안에도 점점 숫자가 줄어든다.
그리고 줄어드는 숫자를 볼 수 있는 깊은 절망이 분노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다 보내!”
“예! 예?!”
“[중층], [중층]에서 올라온 놈들까지 모두 보내.”
[심연]의 구조는 지금 이들이 서 있는 [외곽]이 가장 바깥쪽에 있고, 그 아래 [상층]이 있고, [상층] 아래 [중층]이 있다. [중층] 아래 [하층]이 있고, [하층] 아래는 [심층]이 존재한다.지배자가 머무는 곳이 바로 [심층]이며, 지금까지 차원 〈지구〉의 침공에 대비해 일정 구역에 뿌리던 [심연의 찌꺼기]를 가져온 것도 [심층]이다.
그리고 지금 분노에 뇌를 절인 깊은 절망이 말한 [중층]은 [심연]이라는 차원에서 제법 힘을 주고 다니는 이들이 활동하는 곳이다.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고, 무엇보다 가장 빈번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 [중층]이다. 숨을 쉬는 것만큼 전투를 치르는 층. 그리고 거기서 일정 기간 살아남는다면 [하층]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되는 등용문이 열리는 곳.
그 병력을 내보내라는 명령이었다.
“하, 하지만 나중에 사용하기로 했……? 커헉?!”
스스로 이름을 지을 정도는 아니지만, 깊은 절망 곁에 서서 명령을 받고 보고를 할 정도로 강한 어비스 사이클롭스 중 하나가 그저 노려보는 것만으로 머리가 터져 죽었다.
“해.”
“아, 알겠습니다.”
평소 존댓말을 어리숙하게 쓰던 놈들도 깊은 절망과 열 걸음 넘게 떨어져 있음에도 전해져 오는 섬뜩하고 강한 기운에 숙련된 비서처럼 각 잡힌 모습으로 대답하고 물러난다.
[심연]이라는 차원은 특별하다.그린스킨은 잠재 권능과 비슷한 그린스킨 특유의 권능을 다루는 존재를 통한 침공은 불가능했다.
리치 군주는 그랜드 마스터 등급과 비등한 최상위 언데드를 침공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카르마 포인트를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심연]은 그렇지 않다.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하고자 한다면 깊은 절망을 제외한 모든 심연의 존재가 차원 〈지구〉를 침공할 수 있다.
사기 아니냐고? 왜 이런 식이냐고?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렇게 결정되었다.
먼지 리치 군주를 필두로 차원을 침공하는 진영에서는 [심연의 짐승]을 동원해 최후의 발악을 끝내기 원했다. [심연]에서 비롯된 것들은 존재만으로도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는데, 그래도 버티는 차원이 있다면 대규모로 병력을 동원해 끝장내는 식으로.
반대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 및 차원 관리 시스템은 [심연]에서 태어난 것들을 최대한 많이 죽이기 위해서라는 목적이 있었다.
[심연]이라는 차원을 벗어난 심연의 짐승은 죽으면서 대부분의 지니고 있던 [심연]의 기운이 소멸한다. 즉, [심연의 짐승]은 [심연]이 아닌 곳에서 죽으면 90%의 [심연]의 더러운 기운을 제거하는 셈이다. [소멸의 벽]을 사용하지 않고도 [심연]의 기운을 소멸시킬 수 있다?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이걸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만 그동안은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의도보다 리치 군주와 악의 연합의 의도대로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이 순간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그토록 원하던 그림이 그려지기 직전이다.
“깊은 절망이시여. 저, 정말 보냅니까?”
“보내.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아, 알겠습니다! 모두 이동! 이동해! 밑바닥 오거 놈들! 옆으로 새지 말고!!”
순식간에 수천만의 [심연의 짐승]이 차원 〈지구〉와 연결된 문으로 뛰어들었다.
『됐어!』
『그렇지!』
『요시! 그란도시즌!』
깊은 절망은 물론이고 [심연의 짐승] 누구도 듣지 못할 카르마 포인트의 환호성이 울려 퍼진 것도 그때였다.
카르마 포인트의 환호성과 별개로,
“아이고, 아주 지랄을 해요. 지랄을.”
“왜? 카르마 포인트 왕창 벌면 좋지?”
“멍청한 놈아. 그걸 몰라? 폐하께서 벽을 넘는 중이라잖아. 이럴 때 저렇게 우르르 몰려와 소란을 떠는 게 X 같다는 거잖아.”
…
출정 병력의 8할 이상이 몰려든 [주도]의 [성벽] 위에서는 짜증과 귀찮음, 그리고 한겨울 발목 아래로 흐르는 시린 한기 같은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미묘한 적막이 흐르던 그때,
“오늘은 조용히 해야 하는 겁니다. 서방님께 방해가 되어서는 안 돼요.”
반짝이는 반투명한 네 쌍의 날개와 함께 나타난 요정의 목소리에 미묘하게 다가오던 불길함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보기만 해도 더러운 것들이어요. 생각 같아서는 그냥 제가 다 쓸어버리고 싶은 것이어요.”
그 뒤를 이어 낭랑하지만, 칼 같은 냉정함을 품은 드라이어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요정 여왕 조이 퓌쉬스와 정령 성자 요제프의 등장이다. 뿐만 아니라,
“안 돼. 요제프. 적당히 사냥. 애들. 먹어야. 큰다.”
태고의 짐승, 반인반수, 이안테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와 달리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을 드러내면서.
마지막으로,
“집중하세요. 반려의 반려이자, 첫 번째 부인으로 하는 명령입니다. 빠르게, 하지만 조용히 적을 배제합니다.”
펠리타 왕국의 최강자. 하이 엘프이자, 세계수의 성녀이며 제 1 왕비라고 불리는 엘리아나의 등장에 [성벽] 위의 각성자들은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세를 드높였다.
“전군. 공격입니다.”
엘리아나의 신호가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를 통해 [성벽] 위에 발을 딛고 선 이들의 귀에 선명하게 전달된 순간,
“크와아아아아아아앙!!”
“살을 취하고 피를 마셔라!! 나약한 차원의 것들을 취하라!!”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
[심연의 짐승]들도 그 신호를 듣기로 한 것처럼 [성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본격적인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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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휴일 잘 보내셨나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꿰뚫는 인마궁(Sagittarius)
260. 꿰뚫는 인마궁(Sagittarius)
[심연]과 [심연의 짐승]의 관계는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가 않다.단순히 ‘[심연의 짐승]이 [심연]에서 태어난 혐오스러운 생물이다!’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연]에서 태어난 [심연의 짐승]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생존해 있는 모든 순간 빈틈 없이 찌꺼기를 양산해 낸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 [심연]으로 향해야 하는 더러운 것들을 생산하는 백해무익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심연의 짐승]으로 인해 [심연]의 [중층] 이하는 찌꺼기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소멸의 벽]이 찌꺼기를 소멸시키는데 과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게 현재 차원 〈심연〉의 상태였다.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악의 고리인 그린스킨, 리치 군주, 심연의 연합에 유리한 조건인 차원 〈심연〉의 제한 해제를 괜히 동의한 게 아니다. 상황은 그 정도로 심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비록 패배하는 일이 적잖이 있었지만, [심연]이라는 곳의 오염도는 일정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바란 궁극적인 목적은 현상 유지 따위가 아니었다.
『얼마나 떨어졌어?』
『벌써 적정 포화도 이하로 떨어졌어.』
『뭐? 그 정도는 [심연]이 생긴 초창기에도 없던 일이 아냐?』
『맞아. 한 번에 엄청난 병력을 내보내서 그런가?』
차원 〈심연〉이라는 빌어먹을 곳에 빌붙어 사는 찌꺼기 같은 놈들인 [심연의 짐승]이 멸종하길 바랐다. 그것들만 없어도 신이 설계한 [소멸의 벽]으로 차원 〈심연〉은 안정이 될 테니까.
여기까지 설명을 들었으면 눈치를 챘을 거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을 비롯한 차원을 관리하는 여러 에고 시스템들은 차원 〈심연〉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심연〉이라는 차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심연〉을 만든 마법의 신을 따르는 이들이다.
그들이 증오하고 싫어하는 건 차원 〈심연〉이 아니라, 거기서 태어난 [심연의 짐승]과 그들이 남긴 찌꺼기가 더해진 지금의 [심연]이다.
그리고 [심연]에서 대규모 병력이, 단순히 숫자로만 본다면 [심연]의 절반에 해당하는 병력이 [심연]을 빠져나간 것만으로도 항상 ‘과포화도’를 유지하던 [심연]의 포화도가 적정 포화도 이하로 떨어졌다.
그리고,
『어? 더 떨어진다!』
『오오! 개빨라!』
『진즉 이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