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60
“그럴게. 나도 좀 답답했어.”
엘리아나의 진심 펀치에 맞아 바닥에 널드러져 꿈틀대는 실피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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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내일은 쉬고 월요일 0시7분에 찾아오겠습니다.
너의 잠재력이자, 네가 놓친 것들이며, 네가 미처 품지 못한 잠재력의 정수.
262. 너의 잠재력이자, 네가 놓친 것들이며, 네가 미처 품지 못한 잠재력의 정수.
시스템 메시지에 충격을 대비하라는 말에도 담담하게 눈을 감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담대해졌다거나, 담이 커졌다거나 하는 식으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솔직히 고통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처음에 잠깐 느껴진 고통은 곧 이어진 벽을 넘는 과정에 묻혀 금방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엔 그 예상과 예측이 틀렸다.
‘응? 뭐?’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대신 눈을 감는 것과 동시에 언젠가 보았던 끝을 모르고 솟은 거대한 벽이 눈앞에 들어왔다.
“뭐야? 이건?”
그 벽을 보고 무심코 내뱉은 말이 육성으로 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건 필멸자의 한계다.]바로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더 이상한 건 그 사실을 조금 늦게 인지했음에도 놀라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지?
무엇보다 이상한 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내 감정에 이유를 나조차도 모른다는 거다.
그게 뭔 개소리냐고? 고전 코메디인 ‘1루수는 누구야?’ 같은 소리하지 말라고?
그렇지만 사실이 그렇다.
“넌 뭐야? 면상이 왜 그 따위야?”
[얼굴 지적을 할 정도로 네가 잘생기진 않았지.]“…나 정도면 상타치야!”
[참나. 네 주변에 미인들이 많다고 네가 미남이라는 건 아니거든. 기억 안 나?]“뭘?”
[종말이 시작되기 전에 너 여자친구한테 차였잖아. 그것도 전날 아무렇지 않게 만났다가 월요일 오전에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2년 넘게 간이며 쓸개며 다 내준 것처럼 사귄 여자친구였는데.]“…젠장.”
이 자식 뭔데 이렇게 팩트로 나를 패는 거지?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내용인데? 그걸 어떻게 다 알고 있지? 더군다나 인터뷰 같은 곳에서도 ‘일방적으로 차인 건’ 아무한테도 말 안 했는데?
“아! 설마?!”
[왜? 뭐? 내가 또 다른 ‘이요한’이다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아니냐?”
[당연히 아니지.]아니라고? 보통 이런 순간이면 클리셰로 한 번 쯤은 등장할 법도 한데 말이지. 아니 그런데.
“당연히? 당연히 아니라고? 당연할 정도의 질문이었어?”
[그거 소설에 나오는 클리셰 같은 거지? 자기 자신과 겨뤄서 이기고 경지가 상승한다! 같은 거?]“맞아.”
[실험해볼까? 지금부터 너 혼자 양손으로 가위바위보를 하는 거야. 조건은 머뭇거리면 안 되고, 오른손이 계속 이겨야 하고, 양손은 같은 걸 반복해서 내면 안 돼. 시작.]“어? 응?”
처음에는 당연히 이긴다. 하지만,
[더 빨리! 더더! 왜 더 느려지는 거지?]옆에서 지랄을 해대는 걸 듣고 있다 보니,
[그만.]“응?”
[졌다.]오른손이 주먹 왼손이 보를 내고 있었다. 이게 왜 이러지? 여기는 의식 속이고 무엇보다 나는 바이올렛 랭크에 오른 초인인데? 그런데 이런 걸 헷갈린다고?
[내가 옆에서 지랄했으니까.]“아아. 맞네.”
[하지만 고작 그 정도인 거지. 옆에서 지랄해서 정신을 사납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런데 같은 신체 스탯과 기술을 가진 나와 대결한다? 그게 뭔 의미가 있냐? 운빨이지.]“진짜?”
[그래. 그런 건 그냥 심행 같은 놈 소설에 등장하는 클리셰 같은 거야. 그런 거로 경지가 상승하면 개인 수련장 벽에 대형 거울만 세워놔도 쭉쭉 경지가 상승하겠다. 어휴.]뭔가 이야기가 그럴듯하면서도 이상하게 믿음이 안 간다고 해야 하나? 사짜 느낌이 살짝 나는 것 같은 놈이었다.
“그래서 넌 누군데?”
[나? 일종의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지.]“뭐?!”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라고? 시스템 에고가 현신할 수도 있는 건가?
[엄밀히 따지면 현신은 아니지. 여긴 네 의식 속이잖아? 이런 곳은 우리가 전문이거든. 그리고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아니야. 무엇보다 내가 누군가는 중요한 게 아니기도 하고.]“그럼 뭐시 중한디?”
[…너어는 가끔 좀 이상하더라? 철이 한참 지난 그런 드립을 하질 않나? 사실은 나이를 속인 거 아니야?]“내가 존나 미안하다. 아무튼 그래서 뭐가 중요한데?”
“어. 어어. 그렇지.”
[못 알아들은 것 같지만, 그건 넘어가자. 어차피 이해가 주목적이 아니니까. 너는 무려 이십 페타 카르마 포인트를 지불했어. 벽을 넘는 대가로 말이지. 그럼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계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도와준다?”
[맞아. 다만 그동안의 벽과 달리 저것은 달라.]저것이라고 손가락으로 끝을 알 수 없이 솟은 벽을 가리키며 지금까지 장난스럽던 말투를 모두 벗어던지고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동안의 벽이 종족 한계를 벗어버리는 벽이었다면, 저 벽은 필멸자의 한계를 벗어버리는 벽이야. 수명의 의미가 사라지는 거지.]“수명의 의미가? 그럼 불노불사?”
[불노불사라……. 뭐, 비슷하겠네. 외력이 없으면 늙지 않고 오래 살아가겠지. 아무튼 그런 벽이기 때문에 이전처럼 원격으로 벽을 허무는 정도로는 안 돼.]“그래서 네가 나왔다고?”
[그렇지. 지금 ‘굳이?’라고 생각했지? 쉽게 설명해줄게. 대학교 때 수강 신청 해봤지?]“어? 어어.”
[수강 신청을 아무런 도움 없이 맨땅에 머리를 박아가면서 시간표를 완성하는 게 낫겠어? 아니면 미모의 4학년 선배가 옆에 딱 붙어서 어떤 교수님 수업이 좋고, 1교시 수업은 빼고, 강의동과 강의동 사이의 거리를 고려하고, 점심시간도 비워두는 식으로 알려주면서 시간표를 완성하는 게 낫겠어?]야 이 누가 보더라도 닥후겠다. 수강 신청이 뭔지 모르는 사람도 설명의 분량만으로도 뒤에 거가 훨씬 좋은 거라는 걸 알겠다.
[그치? 전자가 여력이 돼서 혼자 저 벽을 넘는 거라면, 후자가 바로 우리에게 정당한 대가를 내고 벽을 넘는 거지.]“그래서 네가 그 ‘미모의’ 4학년 선배 역할인 건가? 응?”
[굳이 ‘미모’ 부분은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내가 그 역할인 것은 맞다. 무엇보다 혼자 벽을 넘어 필멸자를 탈피하는 이들보다 너는 더 효율적이고 많은 이득을 얻을 테니까.]“오! 그럼 부탁해!”
[그래. 그럼 시작하지.]시작한다는 신호에 맞춰 얼굴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는 ‘도우미’가 끝을 모르고 솟은 벽에 손바닥을 대며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 보통 이 벽을 넘는 방법은 두 가지로 귀결돼. 하나는 부수고 넘는 이들. 다른 하나는 말 그대로 벽을 넘는 이들이야.] [부수고 넘는 이들은 마력을 비롯해 고유 능력과 잠재 권능이 그런 쪽인 거야. 파괴하고 부수고 하는 식으로. 벽을 넘는 이들은 반대로 보호와 치료 그리고 화합과 융합 같은 거고.] [그렇다면 넌?]나? 글쎄. 잠재 권능이 파괴 쪽인가? 그렇지도 않은데. [파마]가 있지만, [평정]에 [생신]은 그런 쪽이라고 볼 수도 없고.
[맞아. 너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았지. 그래서 더 혼자였다면 벽을 넘기 힘들었을 거야. 하지만 내가 있잖니? 내가 말했지 ‘보통’ 벽을 넘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넌 보통의 경우가 아니지.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에서 분화한 내가 도와주니까.] [그래서 어떻게 벽을 넘을 거냐고?] [특별한 존재이니 특별하게 넌 벽을 흡수할 거야.]파삭―.
마치 절대 실패할 일은 없다는 듯이 확신을 담긴 말과 동시에 벽의 일부가 뜯어진다.
푸스스스―.
그녀의 손에 들린 벽의 일부분이 먼지처럼 부서지더니,
“어?”
내 몸으로 날아와 그대로 흡수 된다.
[어때? 내 말이 맞지?]“그러네……. 이게 되네?”
[의식 속에 이렇게 높고 튼튼하고 넓은 벽이 존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 것 같아?]파삭―.
[이 벽은 말이지 너의 잠재력이자, 네가 놓친 것들이며, 네가 미처 품지 못한 잠재력의 정수라고 볼 수 있어.]파사삭―.
[그럼 이걸 네가 흡수한다면 어떻게 될까?]자신을 ‘미모’의 가이드라고 주장하는 녀석은 벽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그저 손을 붙였다가 떼었다가를 반복했다. 기이하게도 그때마다 그녀(?)의 손이 닿아 부서진 벽은 재생된 것처럼 그 자리에 생겨났고, 그녀는 다시 벽의 일부를 부숴 내게 흡수시켰다.
[이것이 혼자서 벽을 넘는 이들과 다른, 페타 카르마 포인트 단위를 투자한 이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다. 단순히 벽을 넘었다는 것에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모든 잠재력을 온전히 품고 필멸자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파사사삭―.
벽을 부수는 일이 반복될수록 점점 부서지는 벽의 크기가 커진다.
[그건 네 육체와 영혼의 잠재력을 흡수하는 숙련도가 높아졌기 때문이지.]라고 우리 ‘미모’의 가이드 누님께서 말씀하셨다.
[…굳이 미모를 계속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응? 내가 기분이 나빠져서 이렇게……!]파스스스스스―.
순식간에 기존의 네 배는 될 법한 벽이 부서지면서 모두 내게 흡수된다.
“우욱?”
오래 전 군대에서 억지로 초코파이를 한 상자 먹고 바로 식당으로 가서 밥을 산처럼 쌓아 먹이게 했던 조 상병 새끼가 생각날 정도로 역한 느낌이었다. 잘 지내니? 뒈지지 않았으면 꼭 유토피아에서 만나자. 광산 노예로 써줄게. 조가치 상병 놈아.
[진짜 사람 이름이 조가치였어? 나한테 욕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그래.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궁금한 거? 뭔데? 개인적인 것도 가능해.]“개인적…인 것도? 좋아하는 체위는?”
[……뭐라는 거야? 미친놈아!]“개인적인 것도 된다며. 불쾌했으면 미안. 3초 안에 사과했으니까 넘어가자.”
[일단 경험이 있는지부터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아. 그쪽이야?”
[농담은 여기까지만 하고, 진짜 묻고 싶은 게 뭐야?]“음. 어떻게 알았어?”
[당연하지. 생각도 읽는데, 그 정도 쯤이야.]“좋아. 네가 말한 방식, 그러니까 혼자 벽을 넘는 것보다 더 뛰어난 효율에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이런 방식의 경지 상승이 엄청 좋다는 건 알겠어. 그런데 세상을 살다 보니까 ‘무조건 좋은’ 것은 없더라고? 이 방법이 혼자 경지를 넘는 것과 비교해서 여러 장점 말고 단점이 뭐야?”
[오……! 솔직히 감탄했어요.]대답을 하라니까 뭔 감탄을 하고 있어.
[그냥 착하고 좋은 놈인 줄 알았는데. 제법 예리하네. 음음. 보통 이런 경우면 그저 주는 것에 입을 벌리고 좋다고 헤벌레하는 게 보통일 텐데.]“그래서? 단점은? 없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
[하나 있지. 단점. 막대한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하든 것 이외에 유일한 단점이 있어.]“뭔데?”
[시간.]“응?”
[다른 방식은 벽을 부수거나 넘는 거니까 그 시간이 짧은 것에 반해 이걸 모두 흡수하는 거니까 넌 그런 존재들보다 두세 배는 되는 시간이 필요해.]“…??”
[내 예상으로는 한 달 하고 보름?]“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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