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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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월요일 힘내세요!
당신이 잠든 사이.
263. 당신이 잠든 사이.
이요한이 초월자가 되는 중이라는 건 이미 공공연하게 퍼진 비밀이다. ‘공공연하게 퍼진’이라는 수식어와 ‘비밀’이라는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모순적인 관계였지만, 이것만큼 정확한 표현이 없었다.
가신들과 지의사들만 알고 있던 거였지만, 영주에서 왕이 되었음에도 이요한을 찾는 아이들은 여전히 다양하다.
리리노와 강바다가 대표적이고, 네 명이면서 서로를 트리플J라고 부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아이들의 입을 통해 알음알음 전해진 이요한의 초월 경지 돌파는 일주일 정도가 지난 뒤에는 [주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열흘 정도 걸린다고 했지?”
“어? 어어. 그렇지.”
“금방 일어나시겠지?”
“그럼!! 우리 국왕 폐하가 어떤 분이신데!”
“야. 예전에 말이야. 그린스킨이라는 놈이 말이지. 거인 같은 놈이 성벽을 부수며 달려들었거든? 그때 영주님이 말이야~. 어! 딱 맞서셔가지고!”
…
이요한은 이제 단순히 뛰어난 각성자가 아니었다. 지금도 [성벽] 바깥에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심연의 짐승]이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 그런 존재들에게서 안전하게 버티며 사냥할 수 있는 이유가 모두 이요한에게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것뿐만이라면 일반적인 쉘터 계열 각성자와 같은 취급을 받았겠지만,
“역시! 아침에는 소고기뭇국이지!”
“미친놈인가. 소고기뭇국 못 먹어서 뒈졌었냐? 매일 아침 그걸 처먹어! 너 때문에 나는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다고!”
“그러는 너 새끼는 아침마다 떡볶이를 처먹으면서!”
“소고기, 무, 육수를 낼 수 있는 조미료, 이런 걸 다시 먹을 수 있을 줄이야.”
“흐흐흐. 내가 옮기자고 했을 때, 바로 옮겨서 이런 호사를 누린 줄 알어. 이 새끼야.”
“뭐래. 엄밀히 따지면 이요한님 덕분이지.”
“…고건 맞지.”
하루에 세 끼, 원한다면 다섯 끼, 여섯 끼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으어어어. 온수 샤워. 못 잃어.”
“세상이 멸망하고 샴푸나 화장품 같은 건 이제 절대 다시 못 쓸 줄 알았는데.”
“에어컨. 에어컨 밑에서 다시 살 수 있을 줄이야.”
여러 편의 시설과 도구 그리고 안락한 집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이요한 덕분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구가 온전한 것도 국왕 폐하 덕분이지.”
“응응. 피난민? 그 이종족 분들도 엄청 잘 적응하셨다던데?”
“아, 맞아. 종족마다 특산물? 뭐, 그런 게 있다더라고. 어제 아인종 영지에서 망고랑 비슷하게 생긴 과일을 가져왔는데. 그거 엄청 맛있대. 그 사람들만 키울 수 있다던데?”
지구가 멸망 전보다 오히려 생기 넘치고, 마력이라는 기이한 힘을 받아들이면서 생명력이 넘치는 행성으로 변화하게 된 것도 이요한의 노력 덕분이긴 하다.
그런 이요한을 일주일 동안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있으니 스멀스멀 올라오는 늦가을의 추위처럼, 영지 분위기가 어딘가 조금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열흘을 지나 보름이 되었을 때,
“돌겠네.”
[주도]의 분위기가 어딘가 이상해졌다.상점 거리에는 여러 음식점이 즐비해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요리사]로 각성한 이들은 이곳에서 음식을 팔지 않는다. 왜냐고? [요리사]로 각성한 각성자가 만든 [요리]는 [연금술사]의 [물약]과 같은 취급을 받기 때문에 [상점]에 등록해서 판매한다.
그게 [요리사] 각성자에게도 더 편하고 더 많은 카르마 포인트를 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 상점 거리에 여러 음식점들은 누가 음식을 하느냐?
[요리사]로 각성하지 않았지만, 요리를 제법 하는 이들이 취미로 하는 게 상점 거리의 음식점이다. 그래서 이 상점 거리 음식점의 특징은 매일 같은 시간에 열고 같은 시간에 닫는 게 아니라, 언제 열리고 닫을지 주인 밖에 모른다는 것이다.그리고 이 상점 거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명한 음식점이 바로,
“빌리! 오늘 피자 구울 건가?”
지의사 중 한 명인 빌리 노이어의 ‘그냥 피자’라는 가게다.
“아? 아. 로버트? 아마도?”
빌리 노이어가 피자 가게를 연 이유는 카르마 포인트를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매일, 매 순간이 전투의 연속인 멸망 이후의 [영지]에서 의식을 환기하는 목적이었다. 그러니까 전투에서 멀어질 수 있는 취미로 피자를 만드는 거다.
그렇기 시작한 음식점은 이름도 ‘그냥 피자’이며,
“그래? 그럼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어. 나이 먹은 것들은 오지 말라고 해.”
“미친놈아, 저딴 메뉴판을 보고 올 놈이 어딨어? 바가지만 잔뜩 쓸 텐데!”
가격 책정도 이름만큼이나 엉망진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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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2세 이하 ― [원하는 피자 1판 + 음료 무제한] → 0 카르마 포인트.
만 18세 이하 ― [원하는 피자 1판 + 음료 무제한] → 100 카르마 포인트.
만 19세 이상 ― [피자 1판] 200,000 카르마 포인트.
매장 내 음주 금지.
걸리면 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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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라는 남자가 말한 것처럼 메뉴판을 보면 어른들은 절대로 오고 싶지 않은 피자 가게가 바로 빌리의 피자 가게였다.
무엇보다 [매장 내 음주 금지]라니.
피맥을 하지 못하는 피자 가게라니.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고, 그 뒤에는 [주도] 곳곳에 보이는 아이들을 위해서 피자를 거의 공짜에 가깝게 제공하는 걸 목표로 운영하는 가게가 그냥 피자였다.
그 취지가 기특해서 이요한이 피자 재료를 [행정청]을 통해서 무료로 지급해주었으니, 이 상점 거리에서 유명할 수밖에 없는 가게였다.
아무튼 그런 빌리의 피자 가게가 연다는 소식이 들리면 종말의 여파로 부모를 잃었거나, 원래부터 부모가 없었던 아이들은 우르르 그의 가게로 향한다.
원하는 피자 한 판을 무엇이든 만들어주고, 음료수도 마음껏 마실 수 있으니까.
네이비 랭크의 육체 스탯으로 한 번에 대여섯 개의 피자 도를 만들어 빠르게 구워내니 아이들은 피자 만드는 것만 봐도 자지러지게 웃으며 좋아했다.
“야야아아아아!!!”
그런 빌리의 피자 가게에 여자의 고성이 들려온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
“왜 피자에서 발 냄새가 나냐?! 앙?! 20만 카르마 포인트나 받으면서 말이야! 빌리 너 이 자식! 내가 주문한 피자라고 상한 거로 만들었지?! 앙?!!”
“고르곤졸라 피자 달라며. 이 도른자야.”
“그래서 뭐?!”
“블루 치즈 계열이라 원래 그런 거야. 그래서 찍어 먹으라고 꿀을 줬잖아.”
“뭐?! 찍어 먹어?! 난 부먹파야!!”
“…고르곤졸라 피자에 꿀을 부어 먹겠다고?”
“그래!!”
“손님.”
“왜?!!”
“손님. 저희 매장에서는 무전취식이나 음료 서비스 무한 리필 요청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지랄은 금지입니다.”
“뭐?! 그럼 나는 어디서 지랄을 떨어!!!”
“그건 손놈이 알아서 찾아야죠. 릴리 로즈 이 도른자야!! 나가!!”
“젠장!! 역시 오라버니가 없으니까 하나도 재미가 없어! 도른짓도 재미가 없다고오!!”
“어쩌라고!! 나가!”
“나간다! 나가!”
릴리 로즈가 그렇게 빌리의 가게에서 쫓겨나고, 다시 일주일이 넘게 흘러 이요한이 벽을 넘기 위해 세계수 아래 누운 지 스무 날이 되었을 때,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응? 우리가 함께 해온 세월이 얼만데! 내가 다른 건 쳐다 보지도 않고 한결 같이 너만을 사랑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나를 비참하게 해?!”
“쟤 뭐해?”
“몰라. 이해하려고 하지 마. 유다연이라고.”
“아니 그래도……. 평소보다 조금 더 심한데? 왜……? 맥주 캔이랑 대화를 하는 거야?”
“모른다니까. 맥주 캔을 따다가 거품이 터져서 손이랑 옷이 살짝 젖었는데 그때부터 저러던데?”
“어? 어어? 쟤 운다.”
“어휴.”
“흑흑. 어떻게! 나한테! 기네스가 고혹적인 검은색 스타킹 같은 몸으로 유혹해도 참았는데! 이제부터 나도 기네스로 갈아탈 거야!!”
“저거. 저거. 그냥 흑맥주가 마시고 싶은 거네.”
“그런가?”
유다연이 식당에서 독일 산 맥주캔을 향해 일방적인 결별을 통보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달. 정확히 이요한이 벽을 넘기 위해 세계수 아래 잠이 든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어머니.”
엘리아나가 세계수를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불렀다.
[으, 으응? 따, 딸?]“왜 반려가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걸까요?”
마치 의견을 묻는 것처럼 묻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답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인간의 대화로 말하면,
‘엄마. 엄마가 시켜서 우리 오빠 아직도 못 일어나잖아! 어쩔 거야?’
‘나, 나도 이럴 줄 몰랐지!’
이런 식이라고 할까?
“어머니.”
[저, 저기 엘리아나?]“어머니.”
[어? 어어. 괘, 괜찮아. 사위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어.]“어머니.”
[더, 더 대단해지기 위해서 오래 걸리는 걸 거야. 바, 바이올렛 랭크에 오를 때도 그랬잖니? 응?]“…….”
엘리아나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보내는 실망이라는 감정에 세계수는 조금 많이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슬픔과 불안, 그리고 절망 같은 감정이 실망이라는 감정을 밀어내고 따라오자 세계수는 자신의 딸을 달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 해야 했다.
[무엇보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하는 일이잖니. 문제가 일어나도 알아서 문제가 없게 하는 존재들이 그들이라는 거 너도 잘 알잖니?]“하지만 어머니. 주인님은 너무 오래 걸리고 있어요. 벌써 한 달이 넘도록 그저 누워만 계시잖아요. 마력을 빨아들이시지도 않고요.”
[정말 최악의 상황이 오면 이 어미가 개입할게.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네. 어머니.”
[이거 참. 딸. 아무리 사위가 좋아도 그렇지. 이 어머니한테 너무한 거 아니니? 나 좀 서운해?]“어머니.”
[그래. 딸.]어서 귀여운 변명을 해보라는 듯이 장난기가 서린 목소리로 대답하는 세계수에게,
“주인님 아니, 반려는 이제 제 모든 것이에요. 반려가 죽는다면 저 역시 같이 소멸할 거예요.”
장난기가 조금도 담기지 않은 순수하고 섬뜩한 대답을 내놓는다.
“단순히 반려의 고유 능력과 권능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진심으로. 전력으로. 하나의 틈도 없이 저는 그를 사랑해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불쑥불쑥 불안함이 찾아올 정도로 행복해요.”
[엘리아나…….]오랫동안 홀로 공간의 틈에서 쓸쓸히 버텨오는 것만 보던 딸의 행복하다는 고백에 세계수는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대견하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딸이 행복하다니 그녀도 행복했다.
“그러니 어머니.”
[그래. 내 딸아.]세계수는 이렇게 행복한 기분에 엘리아나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려가 꼭 멀쩡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어?]“꼭이요.”
[어……. 그, 그래.]그리고 그날 세계수는 깨달았다. 사위가 이대로 깨어나지 않는다면, 엘리아나가 ‘불’ 속성 효녀로 전직해버릴 것이라는 것을.
[‘사, 사위. 빨리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한 달이 지나고 다시 일주일이 지났을 때,
[돼, 됐어!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