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68
왠지 모르겠지만, 낯이 뜨겁다. 인간이라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려나?
“요정의 신방을 만들면 요정과도 성교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요정이라는 작은 생명체에 욕정을 느끼는 종족이 있을까요? 그리 많지 않아요. 그래서 요정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간에게 나타나 장난을 치고 서로 관계를 쌓는 거예요. 인간은 가능하니까요!”
“어. 그래. 미안하다.”
“네? 왜요?”
세상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왜요?’라고 되묻는 그 얼굴이 더 나를 민망하게 한다고!
“그래서 요정들이 인간을 반긴다?”
“네! 맞아요! 서방님.”
“그러다가 못된 인간을 만나면?”
“기본적으로 요정은 대상의 품성을 느낄 수 있어요. 선량한 인간에게 끌리는 거죠. 다만…….”
“다만?”
“본성이 선량했더라도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인간들이 있어요. 요정에게 사랑을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더니, 결국에는 요정을 이용하게 되는 그런 놈들.”
“흠. 그렇군.”
어쩌면 요정들이 만났다던 선한 품성의 인간 중, 배신을 한 것들은 선한 품성을 지니고 있어야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그렇게 지냈던 걸 수도 있다. 인간은 본래 악한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제가 있는 거죠. 요정 여왕의 의무 중 하나가 요정의 짝이 될 인간의 품성을 판별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구만. 일단 나갈까?”
“네! 서방님!”
“갈게. 22일 후에 또 보자고.”
『네. 기다리겠습니다. 예비 관리자님.』
[성소]의 시스템과 인사하고 [성소]를 벗어나는 순간,“와아아!!”
“인간이야아!”
“많아!”
“착한 인간들! 엄청 많아!”
“세계수 아줌마도 있어!”
…
세상 시끄럽게 호들갑을 떠는 요정들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부릉부릉 엉덩이를 들썩였다.
“조용!”
“왜요오!”
“일단 세계수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제 1 부인과 제 2 부인에게 인사하고, 너희는 할 일이 있어.”
“뭔데요?”
“어째서요?”
“왜요?”
…
“요정의 신방, 여왕 전용의 요정의 신방을 만들어야 해!”
“…….”
바글바글 떠들던 요정들이 한순간에 침묵한다. 그리고 굉장히 무서운 눈으로 요정 여왕을 노려본다. 그렇게 불편한 침묵이 몇 초 흐르고,
“…그 거짓말 진짜였어?”
“진짜 서방님이었다고?”
“저렇게 잘난 인간이 왜 우리 못난 노처녀 여왕이랑?”
“인간! 협박을 당하고 있다면 당근 꽃을 흔들어요!”
“맞아! 인간! 저런 오래되다 못해 묵어서 쉰내가 나는 노처녀는 버려! 버려!”
…
다시 내 곁으로 우르르 날아와 걱정과 하소연이 섞인 말을 쏟아낸다. 그 소란에서 놀란 것은,
“생각보다 말을 잘 하네?”
요정이 생각보다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과,
“그리고 여왕인데 그래도 돼?”
요정 여왕이라는 직위에 어울리지 않게 막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거다. 그것도 면전에서.
“뭐, 어때요. 우리 여왕은 자그마치 7천 하고도 833년 동안 짝을 찾지 못한 바보인데요.”
“맞아! 여왕이 아니었다면 벌써 수명이 다해서 처녀 요정 귀신이 되었을 거라고!”
“눈이 높은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모르겠다니까!”
…
…
“이, 이이익! 이것들이! 조용히 안 해!!”
“조용히 안 할 건데?”
“조뇽이아냉?”
“크크크큭. 우리 여왕은 여전하구나.”
…
어째 내가 생각한 ‘여왕’의 이미지와 완전히 반대인데? 여왕 보다는 뭐랄까……. 다 컸다고 떼쓰는 막내 여동생을 놀리는 언니들 같은 관계?
“거기까지만 하고, 일단 가자. 서로 인사해야 할 여러 인사들이 있으니까. 참! 신방도 중요하지만 내가 말한 것도 중요해. 알지? 조이?”
“네! 서방님!”
“뭔데?”
“저매력적인인간이요구한게뭐죠?여왕?빨리그것부터말해!”
“맞아!”
…
“[긴급 귀환 장치]에 고대 요정 마법을 연동해주기로 했어. 그러니까 다들 제대로 준비해.”
그렇다. 최근 조이 혼자서 작업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었는데 요정이 이렇게 많이 생겼으니 그 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들 거다.
“일단 가자. 인사도 하고, 쉴 곳도 정해줄게.”
“네. 서방님.”
그렇게 천사백여 명의 요정을 데리고 [왕궁]으로 향하는 길은 당연하게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뭐? 요정들이 나타났다고?”
[주도]에는 갑자기 등장한 요정에 대한 이야기로 들끓었다. 무엇보다,“요정들이 인간 남자를 좋아한다고?”
갑자기 등장한 귀여운 요정들이 인간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리에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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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이 되었다.
270. 요정이 되었다.
요정의 등장은 [주도]의 분위기를 또 한 번 크게 변화시켰다. 지구 출신 각성자들도 이종족은 많이 보았다. 엘프에 조인족도 있고, 신앙심을 인정 받은 피난민 출신 이종족들도 [주도]에 머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고 요정은 전혀 다른 의미였다. 요정이라는 존재는 그것과 결이 다른 존재이니까 말이다. 반짝이는 날개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꽃에서 잠을 자고, 까르르 웃으며 영지 곳곳을 누비는 작고 귀여운 존재.
이전에도 [주도]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내가 벽을 넘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오히려 전쟁에서 승리는 당연하고 그 이후를 준비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했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요정의 등장은 그런 분위기를 ‘동화동화’하게 바꾸어놓았다.
뭔 개소리냐고? 내가 한 말이 아니다. 무려 올리비아와 [내부대신]이 한 말이다. 이 [왕국]에서 냉철하기로 따지면 가장 앞에 서는 두 여인이 말이다.
“뭐, 좋은 거지?”
“네. 엄청 좋은 겁니다. 보스. 현재 우리는 전쟁 중이고, 이곳이 격전지라는 걸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분위기입니다.”
전쟁이란 단순히 적과 아군이 만나서 ‘승부다!’ 이렇게 전투를 치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후방에도 그 분위기가 전해지기 마련이고, 우리처럼 [성벽] 바깥에서 전투가 쉬지 않고 벌어진다면 알게 모르게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정의 등장으로 무거워지려던 분위기는 완전히 변했다.
“아무리 그래도 동화동화라니.”
“어때요~. 오빠. 좋은 게 좋은 거죠.”
“그래.”
“그나저나 언제예요? 오빠?”
“언제라니? 유다연 내가 누차 말하지만, 주어와 목적어를 빼먹고 말하지 말라고!”
“칫. 알았어요. ‘오빠’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요정이 되는 날이 언제예요?”
“…??”
“네? 네? 네?”
“그걸 왜 네가 궁금해 하는데?”
“어머! 오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실 수가 있어요?”
말이 조금 심했나? 아니다. 유다연이다. 이 정도는 심한 게 아니다.
“왜 저만 궁금해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뭐?”
“오빠의 여자들은 물론이고, 오빠의 여자 자리를 노리는 여인들은 모두 궁금해한다고요! 자그마치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진 오빠를 볼 수 있는데! 궁금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네?!”
미쳤다. 농담이나 감탄사가 아니라 진짜로 유다연의 눈이 살짝 돌아가 있었다. 진한 광기마저 느껴진다.
“…….”
“뭐, 오빠가 말해주기 부끄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조이에게 답을 받아왔어요. 사흘 후, 일요일 저녁 7시래요.”
“…아니 잠깐만. 당사자인 나도 몰랐는데? 네가 알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왜 물어봐?”
“헤헤. 그거야 오빠가 지금처럼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놀리고 싶어서죠? 이번에도 성공! 이예!! 역시 지랄은 오빠에게 떨어야 제맛이에요!”
뭐라는 건지. 지랄은 왜 나한테 떨어야 제맛인 건지도 이해가 안 됐지만, 그걸 내 앞에서 말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
뭔가 엄청 혼란스러운 거 옆에 더 혼란스러운 것이 연이어 오니까 화를 내야 할 타이밍을 놓친 기분?
“그렇구나~. 우리 다연이는 내 옆에서 지랄을 떨고 싶었구나아~.”
“…어? 오, 오빠?”
“그럼 당분간 지랄 떨지 못하게 접근 금지를 시켜야겠다.”
“에엑?! 아, 안 돼애!!”
“응. 돼!”
유다연을 마력으로 휘감아 공간을 통째로 던져 버렸다. 어렵게 설명했지만, 유다연을 [왕궁] 바깥으로 이동시킨 거다. 내 의지로.
“공간 이동?”
누군가 그렇게 말했지만, 이건 그런 것이 아니다. 권능 [공간 간섭]과 [공간 조작]에 의한 권능의 발현이다. 훨씬 안전하고, 월등하게 효율이 좋다.
“나는 오전에 [긴급 귀환 장치]에 가 있을 테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그리로 찾아와.”
“네. 보스.”
[긴급 귀환 장치]는 벽을 넘는 과정에서 카르마 포인트 도우미가 권한 건물이었다. [영지]에서 [왕국]으로 그리고 [왕국]에서 [차원]으로 발전한 영지가 어비스(Abyss) 랭크에 도달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개방된 영지 건물 중 하나.이전까지 건물들과 달리 건설과 동시에 어비스 랭크로 확정되는 건물이지만, 그래서인지 건설 비용 자체가 엄청나게 비쌌다.
3경(京) 카르마 포인트. 30 PC.
예전 같으면 벌벌 떨었겠지만, 이젠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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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귀환 장치 [Rank: Abyss]]차원 전쟁에서 병력의 죽음은 곧 차원의 전력 손실로 이어집니다. 그렇기에 위대한 차원 관리자께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제공합니다.
1. 기준치 이상의 피해가 누적되면 정해진 장소로 즉시 귀환합니다.
2. 기준치 이상의 오염에 노출되면 정해진 장소로 즉시 귀환합니다.
3. 귀환 장치는 개인이 각자 등록해야 하며, 등록과 귀환은 소모성입니다. 매회 1억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하며, 긴급 귀환이 발동하면 다시 1억 카르마 포인트를 내고 등록해야 합니다.
4. 차원 관리자와 그의 가신은 이 장치를 사용하는데 비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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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긴급 귀환 장치]라는 직관적인 이름을 가진 특별한 건물은 소설에서 보는 마족들이 애용할 법한 것이다. 왜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마왕이나 고위 마족들은 중간계에 나와서 설치다가 뒈져도 진짜 뒈지는 게 아니라고 하는 설정들이 종종 있잖나.
그런 것처럼, 기준치 이상으로 다치거나 오염되면 [긴급 귀환 장치]가 있는 곳으로 강제로 전송되는 시스템이다.
차원을 가리지 않고서 말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긴급 귀환 장치] 제작 비용이 3경 카르마 포인트고, 등록 비용이 한 명당 1억 카르마 포인트인데, 한 번 등록했다고 영원히 사용하는 게 아니라, 긴급 귀환을 당하면 다시 1억 카르마 포인트를 내고 등록해야 한다.
그걸 알렸을 때,
“와아! 돈지랄이다! 돈지랄!”
릴리 로즈가 그렇게 비아냥거렸을 정도로 엄청 비싼 건물이었지만, 반대로 이것은 방어가 아니라, 공격이나 원정을 떠올리면 말도 못할 정도로 좋은 장치임에 분명했다.
솔직히 그 성능에 비하면 1억 카르마 포인트는 정말 헐값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어머. 반려? 이런 게? 가능해요?”
“와아! 여보! 이거 엄청 저렴하네요?! 1억 따위로?”
엘라와 소피아의 동의가 있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나와 가신들은 물론이고 [엘븐나이츠]와 [창천의 날개] 기사단 그리고 엠페러 등급 기사와 마법사, 연금술사와 내 딸과 아들은 모두 당일에 등록했다. 그리고 지의사들은 다음 날에 등록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