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69
모두 내 카르마 포인트로. 나와 가신들은 무료지만, [엘븐나이츠]와 [창천의 날개], 엠페러 등급의 병력들은 당연하겠지만 카르마 포인트를 내야 했으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생각해? [내부대신]?”
“저는 여전히 반대입니다. 예비 관리자님.”
“그래?”
“네. 인간이든, 이종족이든, 유사 인류든 모두 상관없습니다. 대가 없는 호의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할 것들입니다.”
확실히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다. 인간이라는 종족은 그럴 테니까. 이번에 해주면 다음에도 당연히 해줄 거라고 생각할 거다. 절반 이상이.
“그래서 대책은?”
“신앙 스탯에 따라 최대 절반까지 지원해주는 방식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으음……. 5천만 카르마 포인트라.”
“예비 관리자님. 최대입니다. 최대.”
[내부대신]은 이 [긴급 귀환 장치]에 내 카르마 포인트를 더 쓰는 걸 못마땅해 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의견에 대부분의 지의사가 동의했고, 가신들은 모두 동의했다.심지어 엘라는,
“어린 엘프는 저와 [엘븐나이츠]가 보유한 카르마 포인트로 등록할게요. 반려.”
라고 먼저 말했을 정도였다. 물론 그걸 들어주진 않았지만.
어린 엘프들은 내가 천억 카르마 포인트를 투자해 [차원의 문]을 열어 꺼내온 영유아 엘프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당연히 내가 등록해줘야지. 천억 카르마 포인트가 아깝지 않도록.
뭐, 사실 이런 건 다 핑계다. 난 [엘븐나이츠]와 엘라를 비롯한 가신들의 카르마 포인트를 자신들이 강해지는데 사용하길 원했다. 그게 결국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더욱이 어비스 랭크로 업그레이드 된 영향으로 바이올렛 랭크 때의 10%보다 훨씬 더 많은 50%의 카르마 포인트를 소유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럼 이렇게 하자. 최초 1회만 최소 50%, 신앙 스탯에 따라서 최대 90%를 지원하는 거야.”
“후우. 역시. 예비 관리자님이시라면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너무 선하셔서.”
“선하긴 뭐가 선해. 내가 개호구라서 지원하려는 게 아니야. 전쟁은 곧 끝나. 그리고 이번 [심연] 침공에 어설픈 각성자나 이종족을 데려갈 생각도 없어. 바이올렛 랭크가 아니라면. 그런데 왜 해주냐고? 이게 바로 매몰 비용의 오류 같은 거거든.”
“매몰 비용입니까?”
“그래. 지금까지 각성자를 키워왔지? 이제 좀 쓸만해 졌지. 마스터 랭크 각성자가 절반을 넘었고, 지의사를 제외하고도 그랜드 마스터 각성자가 벌써 100명을 넘었어. 이런 상태에서 키워 놓은 각성자를 잃는 건 엄청난 손해지. 더욱이 그 대상이 신앙 스탯이 96 이상이라면? 말해 뭐 하겠어?”
“알겠습니다. 그렇게 정하겠습니다.”
“응. 현재 [왕국] 전체에서 신앙 스탯이 가장 높은 사람이 몇이야?”
“100입니다.”
“아니, 소피아 빼고.”
“네. 소피아 로렌님을 제외하고 신앙 스탯 100인 존재는 29명입니다.”
“…왜?”
“네?”
“아니야.”
도대체 왜지? 아니 언제?
“얼마 전에 발현하신 기적으로 [왕국] 전체 국민들의 신앙 스탯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아.”
그래. 그게 있었지. 하긴 신앙심 최댓값도 엄청 올랐으니까.
“좋아. 일단 진행하자. 무턱대고 진행할 수는 없고, 신앙 스탯이 높은 순서대로 차분하게 하루에 200명씩만 등록하자. 그리고 소문이 나게 해줘.”
“소문 말씀이십니까?”
“그래. 죽을 위기에 처해도 안전하게 영지로 복귀할 수 있는 보험이 있다. 내 도움으로 저렴하게 등록할 수 있다. 5천만 카르마 포인트만 있으면 된다더라. 원래는 1억이었다더라. 같은 소문.”
“진실을 여러 개로 쪼개서 내는 소문이군요. 왜 그렇게 하시죠? 그냥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발표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그건 내 입으로 내 자랑을 하는 거잖아? 지구 출신 중에는 그런 것에 반감을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
“아하. 이해했습니다. 쪼개진 정보로 예비 관리자님께서 직접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동시에 예비 관리자님께서 베푼 자비를 알리는 방식이군요. 좋은 방법입니다. 음음.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루, 사흘이 지나고.
“우와아아!! 귀, 귀여워어어어어어!!”
“꺄아아아아아아!!”
“미쳤어! 미쳤다고!! 으아아아아!!”
…
난 요정이 되었다. 그리고 수치사 직전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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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왑주의? 스압주의?
271. 스왑주의? 스압주의?
사람은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수 있다. 여기서 인간이란,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상을 전제로 한다. 개인은 사회를 떠나 생존할 수 없으므로, 극단적 개인주의나 전체주의 사회에서의 인간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엄성은 개인들로 구성되는 사회라는 관계 속에서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훼손당하지 않으면서 그 존엄한 가치를 보장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하기에 존엄과 가치를 보장 받지 못한 인간의 정신력은 생각보다 엄청 약해서 사소한 일로 충격을 받아 자살 충동을 느끼곤 한다.
뭔 개소리를 이렇게 장황하게 하냐고?
“후아나 다이즈! 놔! 안 놔? 어허? 힘주지 말라고오!”
내가 지금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손바닥 두 개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고 대신에 반짝이는 요정의 날개와 반짝이는 얼굴을 지닌 나를 여자들이 경쟁하듯이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젠장! 조이! 어쩔 거야? 이거!”
“헤헤. 서방님~. 괜찮아요. 죽지 않는다고요.”
“신방인가 뭔가 하는 그거. 시간제한……. 야! 어딜 만져! 이 녀석아!”
“아아. 시간제한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부하들이 잔뜩 생겨서 시간이 엄청 늘어났어요. 천천히 들어가도 돼요.”
조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조이가 여기 있는 여자들과 거래를 했다는 걸. 작아진 내 몸을 내주고, 시간을 얻었을 거다.
‘아오. 이것들이. 진짜. 힘을 쓸 수도 없고.’
비록 몸이 약해졌다고 해도 어비스 랭크라는 경지가 사라진 게 아니다. 그냥 몸이 줄어들었고, 외형이 살짝 변경되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
나를 좋다고 껴안는 여자들은 대부분 그랜드 마스터 등급이다. 아직 바이올렛도 오르지 못한 여자들이기에 나도 모르게 휘두른 팔이나 날개에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가 있으니.
“야아! 유다연! 이 자식이! 옷은 왜 벗겨!! 이놈아!”
“에이. 오빠아~. 어차피 벗을 거잖아요? 어머어머! 거기도 작아졌네요? 헤헤. 귀여워어어!”
인간은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받지 못할 때,
‘죽을까? 그냥 콱 죽을까?’
죽고 싶어진다. 난 수치사할 예정일 지도 모르겠다. 축하한다. [심연]. 너희가 이길 수도 있겠다.
결국 난 세 시간을 여기저기 주물러짐을 당하고서야 요정의 신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요정의 신방을 나왔을 때는,
“응? 닷새? 5일이나 지났어?”
닷새가 지난 후였다. 내가 체감하기로는 저 안에서 있던 시간은 고작 이틀이었는데 말이지.
아무튼,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조이와 함께 한 체감 이틀, 실제 닷새 동안 왜 요정들이 인간 남자를 원하는지 깨달았다.
“네? 오빠? 뭐라고요?”
“조이, 임신했대.”
“아니……? 어떻게요? 그게 왜 한 방에 돼……요?”
“요정의 신방은 그런 것 같더라고. 단순히 남자를 요정으로 바꿔주는 게 끝이 아니라, 임신 확률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려준다던데?”
“허어……. 그럼! 혹시! 나도?! 임신 가능?!!”
“그렇겠지? 근데 요정의 신방에서 한 임신은 무조건 요정이 태어난다던데?”
“엥? 진짜요?”
“그래.”
이거다. 요정들이 인간 남자를 보면서 좋아했던 이유가. 요정은 수컷이 없다. 모두 암컷이다. 생각해봐 털이 복슬복슬하게 나고 근육이 우락부락한 남자 요정? 혹은 엘프처럼 곱상한 남자 요정?
뭔가 거부감이 든다고.
요정은 여자밖에 없고, 요정은 그래서 자신에게 씨를 뿌려 줄 ‘사랑해도 아깝지 않은’ 남자를 찾는다. 이전에 조이가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지성체는 요정을 보며 발정하지 않으니, 가장 허들이 낮은 인간 남자가 타깃인 거고.
요정의 신방에서 나온 조이의 배는 아주 살짝 부풀어 올라 있었다.
“요정은 임신 기간이 얼마나 되는데?”
“요정은 새끼를 낳는 거야? 알을 낳는 거야?”
“응? 날개가 있으니까. 알을 낳는 거 아냐?”
“뭔 소리여. 달리면서 봐도 새끼를 낳겠는데?”
…
그 사실에 우르르 달려든 이들이 각자 궁금한 걸 하나씩 마구마구 질문하기 시작했다.
“우리 요정의 임신 기간은 평균 100일이야. 우리는 알을 낳지 않아. 새끼를 낳는 것도 아니야. 우리는 꽃을 낳아.”
“응?”
잠깐만, 내가 뭔가를 잘못 들은 것 같은데? 꼽을 준다고?
“꽃을 낳는다고?”
“네. 서방님. 꽃을 낳아요. 그리고 그 꽃을 피워요.”
“피우면?”
“그 안에 아가 요정이 잠들어 있지요?”
“이게 뭔 황새가 아기를 물어다 준다는 동화도 아니고…….”
알도 아니고, 새끼도 아닌 꽃을 낳아? 꽃은 심는 거잖아? 저 말이 나만 이상해? 다행히도 이번에는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다. 다들 하나 같이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이해를 못 하는 얼굴이었으니까.
“어라? 잠깐만. 그러면 꽃을 피우는데 얼마나 걸려?”
“으음……. 한 20일 정도요?”
“그럼 모두 120일이 걸리는 거 아니야?”
“맞아요. 서방님.”
“…조이는 그럼 [심연] 침공에 못 가겠는데?”
“아! 네! 저는 못 가요. 이번에 회임에 성공하지 못 했어도 못 갔을 거예요.”
“응? 왜?”
“[심연]은 요정과 완전히 상극이거든요. 더욱이 우리 요정 마법은 공격보다 방어에 더 치우쳐 있으니, 정말 별로 도움이 안 됐을 거예요. 차라리 여기에 남아서 부하들과 이 땅을 지키는 게 훨씬, 훨씬 저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세요. 서방님.”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할게. 자신을 물건에 비유하는 것 같은 뉘앙스는 별로지만.”
“헤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심연] 침공 멤버에서 조이는 빠지게 되었다. 당연히 그녀의 부하인 요정족 역시도 [주도] 방어를 위해 남기로 했고.
시간이 흐르고, 침공을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히 진행된다.
지의사들은 바이올렛 랭크에 오르기 위해서 하루에 12시간 이상 [심연의 짐승]을 사냥한다. 그리고 하나둘 목표로 했던 카르마 포인트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하루가, 사흘이, 일주일이, 다시 보름이 지났을 때, 처음으로 올리비아와 유다연이 바이올렛 랭크에 도달하기 위한 세 번째 벽을 넘는 과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날.
“오랜만이야.”
『어서 오세요! 예비 관리자님!』
난 아침 일찍 [성소]에 들어섰다.
“응. 내가 이날은 참 기다렸단 말이지.”
『그럼 바로 [차원 방랑자]의 소환을 시작할까요?』
“아니, 그 전에 하나만, 질문 하나만 하자.”
『네. 예비 관리자님.』
“내게 소개하는 [차원 방랑자] 중에 악한 존재는 없어? 그러니까 충성이 아무리 MAX여도 말이지, 그런 걸 근처에 두고 싶지 않거든. 내 딸이나, 아들 그리고 어린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걸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싶기도 하고.”
『그렇군요. 일단 [차원 방랑자]의 정의에 대해서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과 차원 관리 시스템이 정의한 [차원 방랑자]는 단순히 차원의 마지막 생존자 혹은 차원에서 가장 강했던 자 같은 것이 아닙니다.』
『차원 관리 시스템이 정한 기준에 따라 차원의 멸망과 별개로 ‘보존해야 할 개체’로 선정되면 차원의 의지가 개입해 [차원 방랑자]로 보존하는 것입니다.』
『그런 조건이기에 성향이 악 성향은 물론이고 중립 성향인 존재조차도 기준을 통과하지 못 합니다.』
“음. 알았어. 그러니까 선한 존재들이라는 거지?”
『맞습니다.』
“그렇다면 [차원 방랑자]의 피난민은? 그들도 모두 선한가?”
『…….』
역시나 내가 걱정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선한 지도자 밑에 있는 이들이 모두 선한가? 설마, 그런 동화 같은 일이 있을 리가 없지. 특히나 그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럴 리가 없다.
“그건 확신하지 못하겠지? 종말에 저항하는 동안에는 그 성향이 잘 드러나지 않으니까?”
『그렇습니다. 예비 관리자님.』
“뭐, 일단 알겠어.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으니까. 이제부터 조심하려고 물어 본 거야.”
『네. 그럼 진행할까요?』
“응. 진행하자.”
『2조 카르마 포인트를 회수합니다.』
“왜 이래? 밑장 빼기야? 천억에서 왜 2조까지 튀었어?”
『지금부터 소환되는 [차원 방랑자]는 어비스 랭크 0성이 아니라, 1성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스탯이 11 이상인 상태로 소환하기 때문에 2조도 엄청 저렴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아! 그럼 설마 [차원의 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