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75
흑혈설(黑血舌).
심연에 살아가는 짐승들이 상처가 생기면 내뿜는 피는 인간이나 유사 인류의 것인 붉은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다.
그리고 혀를 놀릴 때마다 검은 피가 강이 되게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명.
“음. 음음. 그렇게 하자.”
[심연]의 [외곽].본래라면 [심연]에서 가장 미천한 존재들이 바글바글하게 살아가야 하는 곳에 무릎까지 켜켜이 쌓인 절망을 바라보며 깊은 절망은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가능하겠어. 충분히.”
그가 그렇게 선언하고 지구 시간으로 17일 동안 허리를 굽히고 바닥에 무언가를 그리고, 설치하고, 뿌리는 일을 이어갔다. [심연]의 지배자라는 위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한시도 허리를 펴지 않은 채로 말이다.
모든 일을 마치고 비로소 그가 허리를 세우고, 몸을 들었을 때.
깊은 절망의 얼굴은 혼자만 수십 년 이상의 세월을 직격으로 맞은 것처럼 늙고 푸석푸석한 상태가 되었다.
“으음. 좋구나. 좋아. 거기 너부터 너까지. 이리 오너라.”
그리고 어깨를 늘어뜨리고 대기하던 [심연의 짐승] 중 십여 마리를 지목해서 불러들였다. 잔뜩 겁에 질려 자신에게 다가온 짐승들과 그들의 몸과 다리에 붙어 있는 절망의 기운을 살피던 깊은 절망은,
“맛있겠군.”
그렇게 중얼거리고 십여 마리의 짐승을 향해 손을 흔들어 핏물로 만들었다. [심연의 짐승]의 덩치가 덩치인 만큼, 수십 리터(L)는 되고도 남을 핏물이 빠르게 압축되더니 성인 주먹 만한 크기가 되었을 때,
“하아……! 예상 보다 더 맛이 좋은데?”
그의 입으로 들어갔다.
잠깐 몽롱하게 풀렸던 눈에 다시 초점이 돌아오며 깊은 절망은 자신의 예상을 초과하는 결과에 기쁜 내색을 숨기지 않는다.
지구 시간으로 사흘 하고 2시간이 지났을 때.
“어서 오시오. 지구의 인간과 차원 공방전에 패배했던 패자들이여.”
[심연]의 [외곽]에 [차원의 문]이 열렸다.깊은 절망은 기이할 정도로 거대한 [차원의 문]을 보며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며 문에서 나타날 인간이나 유사 종족을 향해 자신이 약하지 않음을, 자신과 싸우면 쉽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 절망의 기운을 한껏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전략이 분명히 먹히리라 생각했다. 인간을 비롯해 마력을 다루는 존재들은 [심연]의 기운이 닿는 것을 무척이나 꺼려하고 싫어하니까.
“으, 으응?”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인간이라거나 이전 차원 공방전에서 패배한 강자들이 [차원의 문]을 넘지 않았다.
“저, 저것이 무엇이냐?”
거대한, 아직 모든 것이 드러난 것이 아님에도, 절반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거대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유선형의 무언가가 [차원의 문]을 유유히 넘고 있었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하이하이!
전 자까 동생입니다
따로 후기를 남기지 않는데여. 연재 주기 변경? 그것때문에 후기를 남깁니다
허약한 오라방의 말에 따르면 에필로그를 제외한 완결까지 10편이 채 남지 않았다나요? ๛(ーωー˘)
그래서 주말에는 좀 쉴 수 있도록 원래 쉬던 일요일을 포함해서 월요일도 휴재라고 하네여. 저번주처럼? 이라는데여?
그나마 이번 소설 초반에는 사람같았는데여.
겨울에 엄청 골골대더니 ┗┐ヽ(′Д、`*)ノ┌┛
독자님들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해달라는데요. ㅇࡇㅇ?
이게 양해를 부탁하는 게 맞나? 그냥 통보아님? ( ◡̀_◡́)▬▬█
옆에서눈치줘서 그만사라집니당
건강하셔유~
야. 저거 쏴버려.
276. 야. 저거 쏴버려.
종말이 시작되기 전, 지구에서 유행하던 소설을 보면 지구는 언제나 침공을 받기만 한다.
헌터나 레이드 장르 소설이라면 던전이나 게이트가 나타나 지구를 침범 혹은 침식하고,
아포칼립스 장르의 소설이라면 뜬금없이 좀비가 나타나거나, 좀비가 생기거나, 좀비가 등장하거나, 아니면 괴물들이 등장한다.
히어로 장르의 소설이나 영화라면 외계의 존재나 외차원의 존재가 침공한다.
그래. 소설에서조차 지구에서 다른 차원을 ‘침공’하는 장르는 거의 없다. 인류는 아직 가까운 위성인 달에 가는 것조차 조심하고, 조금 멀리 떨어진 화성에 도달하는 것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지금 하려는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지.”
차원 〈지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전무후무(前無後無: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는)한 일의 시작이었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리치 군주의 차원도 침략하지 않았냐고?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정말 천지차이가 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래. AOS 게임을 중이라고 생각해보자.
리치 군주의 차원을 친 건 적의 억제기와 넥서스 앞에 포탑까지 모조리 깨놓고, 넥서스 피가 반 정도 남은 상황에서 집에 들렀다가 다시 쳐들어가는 것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은 본진 앞에 있는 포탑을 끼고 적과 한타를 하기 직전이고, 여기서 이겨서 한 번에 넥서스까지 밀어버리겠다는 의지로 쳐들어가는 것이다.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현실은 이것보다 엄청 더 큰 차이가 있을 정도로 리치 군주의 차원을 침공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고 분위기인 것이다.
“오빠! 오빠!!”
유다연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내 뒤통수를 끌어안고 팔로 눈을 가리는 짓을 하는 것도 긴장과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으읏?!”
마력으로 가슴과 겨드랑이 중간의 유다연의 성감대를 지긋이 훑어주는 것으로 내 눈을 가린 팔도 풀고, 그녀의 긴장도 풀어주면서 난 이번 [심연]으로 떠날 원정대를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언제나처럼 차분한 기색으로 조금의 긴장도 보이지 않고 서로 팔짱을 끼고 서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엘라와 소피아.
배낭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며 빠진 물건은 없는지 하나하나 살피는 용인족 즈마제비티와 그녀 옆에서 기다란 종이를 들고 같이 교차 검증을 돕는 묘인족 용병 여왕 흑요수(黑曜水).
이전 리치 군주 차원을 침공할 때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합류하게 돼서 엉덩이를 뜰썩거릴 정도로 기대를 품고 있는 반인반수 이안테.
이번에는 [주도]와 지구 방어를 위해 남은 로파이는 골렘에 탑승한 채였고, 드라이어드인 정령 성자 요제프와 요정 여왕 조이 역시 방어를 위해 남기로 했다.
그리고 최근 갑자기 합류한 가신 중에는.
속성 마법과 정령 마법 그리고 성격이 전혀 다른 신성 마법을 마스터에 이르는 수준으로 닦은 어린 아이 같은 체형의 하플링 레아 토드브링어.
구미호인 아리아나와 발키리 스루드, 천인족인 루시아 칼리번과 다크 엘프 사란 메이아와 성인족인 알코르 미자르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게다가 [엘븐나이츠] 전원과 [창천의 날개] 기사단도 전원 참여하기로 했고, 발키리 부대 절반, 천인족으로 이뤄진 [불의 심판] 군단의 절반이 합류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바이올렛 랭크인 [엠페러] 등급의 [나이트 엠페러]와 [위저드 엠페러]가 각각 2,500명이나 준비하고 있고, [비공정] 등급의 끝인 [타이탄 급 비공정] 다섯 척과 어비스 랭크로 업그레이드 된 [비공정 조병창]을 통해 건설할 수 있는 [규격 외 행성 파괴 전투 항모형 비공정] 한 척이 준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종말이 시작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 번의 의심도 없이 나를 따라온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이 있다.
“다들 준비는 끝났지?”
담담하게 건넨 말에 하나 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각자 개성에 맞게 중구난방으로 떠들지 않는 것 역시도 결의를 다지는 것이리라.
“그럼 모두 탑승.”
사전에 안내한 [비공정]에 탑승해서 [차원의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어서 오시오. 지구의 인간과 차원 공방전에 패배했던 패자들이여.”] [비공정]의 통신 시스템을 통해 들리는 목소리와 전면 패널에 보이는 모습에 나를 비롯한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오빠. 쟤, 뭐라는 거예요?”
[규격 외 행성 파괴 전투 항모형 비공정]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이 [비공정]은 ‘항모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내부에 블루(Blue) 랭크 [비공정 조병창]에서 제작할 수 있는 디스트로이어 등급의 [비공정]을 마도 공학의 원리가 가미된 공간 확장에 의해서 열두 척까지 선적할 수 있다.그리고 ‘전투’라는 수식어가 달린 만큼 자체적으로 보유한 함포도 엄청나다. 괜히 ‘전투’ 앞에 ‘행성 파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아니다.
그런 무시무시한 [비공정]이니만큼 크기도 엄청나게 크고 위압적이고 위력적이다.
그런데 이걸 보고도,
“어서 오라고?”
“패배자?”
“싸우자는 거지?”
“원래 싸우려고 왔잖아?”
“죽고 싶다는 건가?”
“우리는 저것들을 죽이러 왔어.”
…
저딴 병신 같은 반응이니 오히려 이쪽이 혼란스러운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럴 때는,
“주포 개방.”
일단 죽빵부터 갈기면 일이 단순해진다.
[“으, 으응?”]“주포 30 충전.”
[주포의 마력을 30%까지 충전합니다.] [“저, 저것이 무엇이냐?”]“발포.”
[발포합니다.]이전에 오리온 급의 주포가 발포되는 걸 본 적 있다. 그때도 [비공정] 전면뿐만 아니라, 측면 디스플레이까지 새하얀 빛으로 물들였는데, 이번에는 더 하다. 고작 30%만 충전한 주포였음에도 [비공정] 전체 디스플레이에 실명 방지를 위한 특수 필터가 자동적으로 씌워졌다.
“살아 있네?”
그 공격에서 살아남은 것들이 제법 보였다. [비공정]의 공격이 약해서? 아니다.
『차원 [심연]의 영향으로 마력을 이용하는 모든 행위의 위력과 효율이 66% 감소합니다.』
『차원 [심연]의 영향으로 신성력을 이용하는 모든 행위의 위력과 효율이 66% 감소합니다.』
이곳이 [심연]이라는 차원이라는 것이 문제였고,
[함장님. 심연 침식이 격렬합니다. 비공정 운용 마력의 47%를 침식 방어로 전환해야 합니다.]“그렇게 해.”
[비공정]은 [비공정]대로 침식 방어에 전념하느라 더욱 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저 밑에 바글바글한 [심연의 짐승]도, [비공정]을 올려다보며 병신 짓을 했던 이상한 놈도 말이다.
“메인 시스템. 갑판으로 이동한다.”
[단거리 워프 준비. 5, 4, 3, 2, 1. 워프.]짧게 반짝이는 빛이 눈을 가렸다가 사라지고 나는 반투명한 메인 역장이 감싸고 있는 [비공정]의 갑판 위에 도착했다. 내 뒤를 따라 하나둘 도착하는 가신들과 지의사들의 기척을 느끼면서,
또각―. 또각―.
딱딱한 갑판 위를 걸어 난간에 서서 아래를 살폈다.
“아아아아―!!”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석유 찌꺼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검고 진득한 웅덩이에 서서 거무튀튀한 맨몸이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발가벗은 몸으로 두 팔로 자신을 껴안고 잔뜩 흥분한 고블린을 닮은 거대한 짐승을.
“정말, 정말!!”
“안구 테러를 당한 기분이야. 진짜 기분 더러워.”
“정말 아름답지 않나? 응?”
“헛소리도 못 들어줄 것 같고. 그냥 죽이자.”
“잠깐. 잠깐. 아주 잠깐만 기다려 보게. 지구의 지배자여.”
죽이자는 말이 튀어나오기 무섭게 혼자 지랄 발광을 떨던 놈이 갑자기 정신을 차린 것처럼 정중하게 말을 걸어온다. 욕쟁이 할머니가 순식간에 음식점 사장님으로 바뀌는 밈처럼 말이다.
“지껄여 봐.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어는 줄게.”
비아냥을 넘어 모욕적인 말에도 놈은 비릿하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치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자신이 가진 이야기에 엄청난 확신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싸울 필요가 없네.”
그리고 첫 마디에서 나는 기대는 고사하고 흥미조차 사라져 버렸다.
“야. 저거 쏴버려.”
“어어. 잠깐! 잠깐! 이야기는 들어주기로 하지 않았나! 지배자가 한 입으로 두말을 하려는가?”
“원래 지도자는 한 입으로 두말, 세말을 하는 존재야. 그래도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맺게 해줄게. 더 지껄여봐.”
“우리는 싸울 필요가 없네. 그 이유를 말해주겠네. 내가 나고 자란 차원 〈심연〉은 정복한다고 해서 그대에게 이득이 될 것이 없는 차원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네.”
그의 말을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다. 차원 자체로 보면 〈심연〉이라는 차원은 이전의 〈심연의 추방자〉나 〈짐승의 우리〉 차원과 달리 우리가 여기서 이것들을 다 죽인다고 해도 이걸 내가 팔거나 할 수 없을 거다. 확실하진 않지만 난 그동안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추론했으니 90% 이상 그럴 거다.
“그리고 그대의 차원에서 ‘우리’와 [심연]에서 ‘우리’는 전혀 다른 존재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네.”
저것도 그럴듯하다. 솔직히 조금 전 주포 공격에서도 느꼈으니까.
“마지막으로 그대들은 이곳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세 번째 이유다.”
“…….”
“그러니 지구에서 온 지배자여. 제안하겠다.”
“그래. 이왕 여기까지 했으니, 끝까지 해봐라.”
“무승부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