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82
…
귀엽기 때문이다. 그냥 귀여운 게 아니라, 엄청, 아주 매우, 몹시 귀엽다. 그리고 ‘특별하게’ 귀엽다.
왜? 뭐? 무조건 귀여운 게 체고시다!
그렇기에 쌍둥이의 행보는 〈지구〉에서 관심의 대상이었고, 쌍둥이가 영유아기를 벗어나 성인식을 치르기 전까지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소식 역시 빠르게 퍼졌다.
엘프와 비슷한 장생종들은 성숙기라는 말에 관심을 보였지만, 인간을 비롯한 단명종들은 그게 뭔지 몰라서 오히려 더 관심을 받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성숙기에는 뭘 하는데?”
문제는 쌍둥이의 아버지인 이요한도 뭔지 모른다는 거였다.
“보통은 성인식을 치르기 전까지 엘프로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아요. 활을 다루는 법, 정령과 친구가 되는 법, 숲을 느끼는 법 같은 것들이죠.”
“그래?”
“네. 성인식을 치르기 전까지 여러 교육을 받는 시기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냥 청소년이네?”
“네?”
이요한의 설명에 엘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비슷하네요. 차이점이라면 기간이겠어요.”
“기간?”
“하이 엘프의 숙성기는 대략 100년에서 150년 정도거든요.”
“아…….”
이요한이 장생족의 어이없는 시간 개념에 잠시 말을 잃었을 때,
“아빠! 희연이는 파견 갈 거야!”
“아빠! 연희도! 나가서 무찌를 거야!”
쌍둥이는 갑자기 파견을 나가겠다고 졸라댔다.
“안 돼.”
엘리아나의 입에서 단호한 거절의 말이 나왔고, 쌍둥이는 가고 싶다고 애원하면서 자칫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음. 우리 연희, 희연이가 왜 파견을 나가고 싶을까?”
이요한이 셋 사이에 적절히 끼어들었다.
“희연이는 아빠랑 같이 할 거야!”
“엄마랑 아빠랑 고생하니까. 연희가 도와줄게요!”
“자세히 좀 설명해줄래? 아빠가 혼내려는 게 아니라, 너희 생각이 궁금해서 그래.”
희연이는 아빠인 이요한과 뭐든지 함께 하려는 성향에 맞게 파견을 나가서 아빠랑 놀겠다는 생각이었고, 연희는 첫 번째 차원 공방 협약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엄마를 돕겠다는 기특한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은 안 돼. 그건 희연이, 연희도 알지?”
“네!”
“네.”
“일단 엄마에게 배울 수 있는 건 배우고 나서 다시 이야기 하자? 어때?”
“좋아요!”
“반드시 해낼 거예요!”
“당신도 잘 부탁해.”
“그게 아닌……. 에휴. 네. 저만 믿으세요. 반려.”
이요한의 중재로 세 모녀는 서로 만족했지만, 서로 지향하는 바가 엄청 차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정작 당사자인 엘리아나와 쌍둥이는 모르는 것 같았지만.
그렇게 고양이가 나오는 차원과 공방 협약을 맺을 쯤 시작된 쌍둥이의 교육은 고양이 차원의 공방 협약이 승리로 끝나는 때까지 이어졌다.
자그마치 차원 공방전이 끝나고 11년, 고양이가 나오는 차원 공방 협약이 시작되고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어디까지나 인간을 비롯한 단명종 입장에서― 엘리아나는 파견 차원에 있었던 여러 어려움을 열심히 피력했지만, 그녀의 노력은 오히려 쌍둥이에게 ‘흥미’와 ‘호기심’이라는 버프를 준 셈이 되었다.
“어휴. 정말.”
엘리아나가 한숨을 쉬면서도 결사반대를 외치지 못하는 이유는,
“헤헤. 아빠! 이거 봐! 다 명중이야!”
“희연이도 명중이에요! 역시 아빠랑 엄마를 닮은 거겠죠?”
이제 지구 나이로 치면 고작 15살도 되지 않은 쌍둥이가 제법 강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어머니의 열매를 먹인 게 문제일까요?”
무엇보다 엘리아나가 고민하는 건 쌍둥이의 신체적 능력과 마력의 농도가 비슷한 나이의 엘프나 하이 엘프와 비교해 터무니 없을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또래보다 강한 걸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반려. 우리 딸들은 발육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성인식 직전의 하이 엘프와 비슷해요. 고작 열세 살인 녀석들이요.”
엘리아나의 푸념 아닌 푸념에 이요한은 민망하다는 듯이 볼을 긁적였다. 실제로 쌍둥이가 막 태어났을 때, 엘리아나의 모유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세계수의 열매로 만든 과즙을 먹인 게 바로 그였으니까.
“하긴……. 우리 딸들 영유아기 일 때, 상태창도 쓸 수 있었지?”
실제로 쌍둥이는 동시에 상태창을 개방했다. 자그마치 여섯 살 생일에.
차원 공방전이 끝난 지구에서 상태창을 쓸 수 있다.
이건 풀어서 말하면 ‘최소 그린(Green) 랭크에 도달했다.’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 엘리아나가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빠. 아빠. 연희랑 나랑 [오러] 색이 달라요.”
“맞아요. 희연이는 생글생글한 파란색이고, 연희는 방글방글한 파란색이에요.”
쌍둥이는 고작 만으로 열세 살에 마스터의 전유물인 [오러]를 다룰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스터, 블루(Blue) 랭크의 벽을 넘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물론 이요한은 생글생글한 파란색과 방글방글한 파란색을 구분하지 못했다. 단순히 남자들이 구분하지 못하는 인디고핑크와 연인디핑크의 차이 같은 게 아니라, 둘의 [오러] 색은 같았다. 마력 스탯이 같으니까 말이다.
더욱이 연희와 희연이가 상태창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이요한의 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둘이 블루 랭크의 벽을 넘는 게 그렇게 큰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
이요한은 카르마 포인트는 수백 경(京) 단위로 들고 있는 〈지구〉의 관리자였고, 카르마 포인트만 있으면 벽을 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으니까.
문제는 쌍둥이가 벽을 넘는 과정에서 카르마 포인트는 1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애초에 쌍둥이가 파견을 동행하겠다고 말한 뒤, 이요한은 자신의 카르마 포인트를 양도해 딸들의 랭크를 올리려고 했다. 엘리아나의 반대에 그러지 못한 거지만.
‘대충 그랜드 마스터 정도면 어때?’라고 말한 이요한에게 엘리아나가 처음으로 반려인 이요한에게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였기에 이요한은 그녀의 반대에 반대를 할 수가 없었다.
차원 공방전이 끝나고, 〈지구〉의 차원 관리를 이요한이 담당하게 되면서부터 카르마 포인트를 사용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수료가 기존의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과 지구의 의지가 아닌, 관리자 이요한에게로 수금되었다.
[자판기]와 [상점]에 등록된 물품에 수수료 역시 이요한에게 정기적으로 들어왔으니, 엘리아나가 반대하지 않았다면 [화폐]를 이용해 카르마 포인트를 옮겨 쌍둥이를 그랜드 마스터 경지로 올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거다.“아직 어린 아이가 그렇게 갑자기 힘이 강해지면 엄청 큰 사고로 이어질 거예요. 귀엽다고 친구를 안아주다가 친구가 자기 품에서 터져 버리면 어쩌려고요?”
엘리아나의 반대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카르마 포인트를 써서 벽을 넘지 않았는데. 세계수의 열매는 열 개 이상 먹은 덕분인지 쌍둥이는 이요한과 엘리아나가 생각한 것 이상의 천재였다.
장난치듯이 활을 날리던 쌍둥이가 덜컥 벽을 넘기 시작했을 때, 엘리아나는 오랜만에 ‘후회’라는 감정을 가졌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어? 엘라?”
“…어떻게 할까요?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일단 블루 랭크에 오른 만큼 더는 무턱대고 반대할 수 없어. 알지?”
“네…….”
“그렇다면 나는 우리 딸의 안전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준비하고 싶어.”
“카르마 포인트 말씀이신가요?”
“응. 어차피 보내야 한다면, 안전이 우선이잖아.”
“…네.”
“예전에 내가 했던 것처럼 천천히 하나씩 스탯을 올려서 적응하게 하자.”
“네. 준비할게요.”
“이번에는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나도 도와줄게. 소피아를 비롯해 가신들이나 지의사들에게도 부탁하자. 아마 적극적으로 도와줄걸? 특히 유다연은 엄청 신나할 거야.”
“풉. 네. 좋아요.”
그제야 엘리아나에게 서려 있던 우울한 기운이 사라지고 평소의 현숙한 그녀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요한은 엘리아나의 걱정을 줄이기 위해 딸들이 파견을 나갈 차원을 고심해서 선택했다.
그로부터 몇 달 동안 이요한이 차원을 고를 때, 우선순위로 둔 것은 적의 전력이 얼마나 강한가 같은 게 아니다. 적이 강하고 아군이 약하고는 그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오직 하나.
“환경. 환경이 중요해.”
차원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차원의 환경이었다. 실제로 두 번째 차원 공방 동맹 협약을 맺은 차원은 차원 절반이 사막이었다. 그것도 오아시스 같은 건 찾아보기도 힘들고, 붉은 모래가 날리는 혹독한 사막.
“절대 안 되지.”
【위대한 관리자 이요한님께서 차원 〈화려하지 않은 화원〉과 공방 동맹 협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하셨습니다.】
【이것으로 다섯 번째 공방 협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되었습니다.】
【차원 시스템 사이에서 차원 〈지구〉의 명성이 높은 만큼, 파견 시 명성에 흠이 될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십시오.】
【물론 그렇다고 호구가 되라는 건 아닙니다. 불합리한 일을 당하시면 언제든 저를 불러주세요. 호출 명령어는 ‘빅시리야’ 혹은 ‘하이! 빅시리!’ 입니다.】
【차원 〈화려하지 않은 화원〉에 대한 정보와 파견 신청은 [행정청]에서 일괄 진행하고 있으니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공방 동맹 협약에 의한 파견 두 공주님, 이연희님과 이희연님껫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혹시라도……. 뒷말은 생략했지만, 다들 알아들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잘 합시다. 무조건 ‘잘’ 하는 겁니다. 잘!】
【그럼 지금까지 차원 관리 시스템 빅시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선택된 차원은 공방전의 전장이 숲인 차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무려 〈지구〉에서 이요한 제외하면 가장 강한 가신인 엘리아나를 포함해 모든 분야를 다루는 [태을성]이라는 클래스를 보유한 성인족 알코르 미자르와 구미호 아리아나 엔드로제와 소피아가 함께 했다.
그렇다. 자그마치 가신이 넷이나 함께 한다.
“아빠! 연희 다녀올게요!”
“아빠! 희연이가 다 무찌르고 올게요!”
“그래. 조심하고. 다치지 말고.”
“네!”
“네에!”
이요한의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끝까지 눈에 담은 쌍둥이는 [차원의 문]을 넘자마자 주변 풍경이 바뀐 것을 확인하고는,
“이제 아빠가 안 보지? 엄마?”
“여긴 아빠가 못 보는 거 맞죠? 엄마?”
그렇게 확인 차원에서 자신과 같이 문을 넘은 엘리아나를 향해 물었다.
“그래.”
“아. 이제 살겠네. 엔다이론. 아까 챙기라고 한 딸기 우유 한 잔 시원하게 말아 봐.”
“으으으. 나는 초코 우유로.”
“에휴.”
마치 연기의 신이 순식간에 배역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가면을 벗은 두 딸의 모습에 엘리아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하하하. 우리 딸들. 아빠 앞에서 내숭 떠는 건 아직도 하는 거야?”
소피아가 배를 잡고 웃으면서 쌍둥이를 안았다. 그리고 의외로 이 자리에 모인 가신들은 다들 그런 쌍둥이의 행동을 알고 있다는 기색이었다.
성인족 특유의 별이 박힌 눈동자로 먼 곳을 응시하며 볼을 긁적이는 알코르 미자르는 물론이고, 구미호인 아리아나 엔드로제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다 안다는 뉘앙스로 ‘후후후’ 눈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착하고 연약한 딸이고 싶은 걸?”
“희연이는 커서 아빠랑 결혼할 거니까!”
“아무리 그래도! 천방지축 편해지겠다고 차원 파견을 한다니! 반려가 같이 듣지 않았다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을 거야!”
물의 상급 정령인 엔다이론이 주는 딸기 우유와 초코 우유를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집에서 치킨과 함께 마시는 살얼음이 살포시 맺힌 맥주를 원샷하는 직장인처럼 마신 후,
“캬아! 이 맛이야! 그걸 아니까 아빠가 있을 때 말한 건데?”
“히야! 좋다! 헤헤. 연희랑 희연이는 바보가 아니라고요. 엄마가 반대할 줄 알았어요.”
이연희. 이희연.
차원 〈지구〉에서 공주님으로 불리는 쌍둥이 자매는 사실 지독한 중2병에 걸려 있었다. 아직 15살이 되지 않았는데 왜 벌써냐고?
“그때 어머니의 열매를 반만 먹이는 건데.”
뭐든지 빠르게 배우는 초천재 쌍둥이기 때문이다.
“푸하하하하하. 아 왜요? 언니~. 나는 귀엽기만 한데~.”
“귀엽기는……. 쟤들 반려가 관리자가 되면서 〈지구〉에 한정해 전지에 가깝게 모든 걸 알 수 있다는 걸 알자마자 그때부터 지금까지 반려 앞에서는 내숭을 떨다가 못 견뎌서 파견을 신청한 거라고.”
“크크크크큭! 그게 귀여운 거죠.”
“에휴.”
소피아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쌍둥이를 쓰다듬을 때마다 엘리아나는 한숨을 내뱉었고, 쌍둥이는,
“아아. 작은 엄마! 머리가 헝클어지잖아! 나를 자극하지 말라구!”
“맞아요! 희연이 안에 짙고 짙은 어둠이 새어나올지도 모른다구요!”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중2병을 온전히 드러냈다. 그동안 억눌렀던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확연하게.
“실라이론. 머리 좀 정리 해봐. 샐라임 안마 좀 해봐. 아빠 앞에서 귀여운 아이인 척 하느라고 등이 아파. 뜨끈하게 지져줘.”
“노에스. 의자 좀 만들어 봐요. 연약한 저를 언제까지 서 있게 할 셈이죠?”
그리고 [주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주님이 사실은 중2병에 빠져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오직 이요한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차원 〈지구〉에 한해서 전지하지 않냐고?
고작 영유아기에 그린(Green) 랭크를 넘고, 스스로 마스터의 벽을 깨부순 천재성으로 자신에게 내숭을 떠는 딸의 이상함을 딸 바보인 이요한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지구〉의 모두가 귀여워하는 거다.
그래서 지구의 차원 관리 시스템 빅시리가 ‘잘’ 하라고 한 거고.
그래서 무엇보다 입이 무거운 가신이 넷이나 참여한 거다.
“조아써! 다 뒤졌다!”
“이연희! 예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