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30
물론 종말의 시간이 지나고 지구에 남은 인구가 10억보다 낮아져 천만 단위가 된 뒤에는 정조라는 관념이 희미해진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남자에 비해서 여자의 수가 많아져서 일부다처는 물론이고 다부다처 역시 은근히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고작해야 멸망의 첫날.
아직은 지구인으로서 의식이 충만한 이들에게 엘리아나의 태연한 선언은 충격이었을 거다.
‘여자가 저렇게 말하는 게 같은 여자로서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내가 나서서…….’
[저기 마스터, 지금 완전히 핀트가 어긋났거든요. 그거 아니에요.]뭐가?
[그쪽이 아닙니다.]응?
“무슨 소리예요! 내가 첫 번째에요! 내가 정실이라고요!”
유다연이 내 의식을 아득하게 멀어지게 할 법한 소리를 당당하게 내뱉는다. 가슴을 불쑥 내밀면서 하는 말이지만, 아쉽게도 엘라에 비해서 내세울 게 없는 아담한 가슴이라 그 행색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특히나,
“우웅?”
엘리아나가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얼굴로 팔을 이용해 가슴을 모으며 살포시 드러나게 내미는 행동 이후로는.
‘그만해라. 상대는 이미 그로기 상태라고.’
엘리아나는 태연한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여자 하나하나와 눈을 맞췄다.
‘아니, 이게 무슨 분위기야!’
[그것 보세요. 제가 그쪽 아니라고 했죠?]혼란하다. 혼란해. 저녁 어떻게 할 건지 정하려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정실 전쟁(?)이 발발하다니.
짝짝!
손뼉을 쳐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제야 나를 보는 이들을 보면서 한숨을 시작으로 원래의 주제로 돌아왔다.
“다들 밥 먹어야지. 배고프지 않아? 다 잘 먹고 잘살자고 이러고 있는 건데?”
“아!”
‘배고프다.’라는 단어가 방아쇠를 당긴 것 같았다. 마치 잊고 있다가 떠오른 기억처럼 다들 무의식적으로 손이 배로 향한다.
“준비한 식자재는 모두 창고에 안전하게 보관 중이야. 문제는 사람이 많다는 거야. 우리가 요리를 해서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1만 8천이다. 무려. 라면을 끓인다고 해도 1만 8천 개를 끓여야 한다. 라면이 그 정도나 준비되어 있는가를 떠나서, 이걸 여기 있는 사람들만으로 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어떡할래?”
“요한님. 그게 왜 고민이에요?”
“응?”
“영지민으로 소속된 이들 중에 그 분야에 베테랑인 분들이 있잖아요.”
올리비아의 반문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라는 반발이 떠올랐다가 곧 깨달았다. 그녀가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보육 교사들이랑 자원 봉사자들 있잖아요.”
“네. 이미 아이들을 관리하고, 먹이고, 재우는 전문가들이요.”
“그러네. 참나. 바로 불러와. 밥부터 먹자.”
다행히도 정실 쟁탈전은 무사히 넘어간 것 같았다.
[글쎄요.]“그리고 저도 선언하겠어요. 첫 번째는 제가 될 겁니다.”
평소 공과 사가 분명한 올리비아의 말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폭탄을 던져놓고 방을 나갔다.
“도른자. 도른자.”
쟤는 평소엔 멀쩡한데 가끔 저렇게 도른짓을 한 번씩 한다니까.
“이익!”
“흐음…….”
유다연과 엘리아나도 덩달아 불타올랐다.
미치겠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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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일단 글은 업로드하고 급하게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두편입니다만, 여전히 만족스럽지가 않네요.
주말에 세편 이상 업로드하고 싶은데.
퇴고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타입이기도 하지만.
주말에 할 일이 마구마구 생기기도 하네요. 에효.
영지 정비
행정청에서 요리사를 고용해야하나? 고용한다면 얼마나 고용해야 하나? 사람이 2만에 가까운데? 열 명? 어림도 없다. 스무 명? 택도 없을 거다. 적어도 백 명은 고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고민은 보육 교사와 시설을 관리하던 이들이 나서자 식사 문제는 빠르게 해결됐다. 특히나 서로 다른 식재료와 좋아하는 향신료가 다르다는 것에서 오는 음식 문제 역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잖은가.
에티오피아에서 살던 아이들 앞에 김치찌개를 내놓을 수 없고, 서양인들은 뜻밖에도 깻잎의 특유의 향을 격하게 싫어한다.
그래서 각국의 보육 교사들이 알아서 각자 음식을 준비하게 했다. 다행히 내성 안에 있는 주방은 호텔이나 뷔페 같은 것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 넓었고, 보육 교사와 자원 봉사자 중에 각성자도 적지 않아 음식을 준비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무엇보다,
“우움~? 이거 모야~? 빨간 음시익~?”
“김치찌개! 한국 음식이야!”
“매워!”
“그러며언~! 여기! 이거 먹어! 계란마리! 포살포살 해서 괜차나~! 밥도 머거!”
“우움! 맛있어!”
“이건 뭐야? 밥이 노래!”
“강황밥! 이건 바르바레(칠리향신료)! 밀전병이랑 후무스도 맛있어!”
“오! 신기한 맛이야! 맛있어!”
음식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가 있을 거라는 걱정도 금방 사라진다. 어리기 때문일까?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처음 보는 나라의 아이들, 피부색이 다른 친구가 왕창 생겼다는 것에 신이 난 아이들은 자신의 나라 음식들을 권하면서 금방 친해졌다.
아 물론,
“이건 뭐야?”
“그거 음식이 아니야. 쓰레기야. 먹지 마. 너희 음식이 더 맛있어. 이게 달걀을 재료로 만든 거라고? 달걀로도 이렇게 맛있는 걸 만들 수 있는데. 젠장! 아! 너한테 화낸 거 아니야.”
영국 출신 아이들은 절대 자국의 가정식을 권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으면서 ‘젠장!’ 같은 이상한 감탄사를 내뱉기 바빴다. 괴상한 콩 통조림의 요리는 그렇게 자국 아이들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 아이들에게 외면받았다.
저녁인지 점심인지 모를 밥을 충분하다 못해 넘치게 먹고 꾸벅꾸벅 조는 어린 아이들을 시작으로 각자 쉴 곳을 찾아 들어갔다. 내성 1층의 넓은, 해리포터에 나왔던 호그와트의 식당보다 더 크고 넓어 끝이 아득하게 보일 것 같은 이 식당의 존재 이유를 찾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도 갑자기 바뀐 환경에 지치는 상황이다. 그런데 직접 참여한 이들은 어떨까? 각자 방으로 흩어지는 이들은 온몸으로 자신이 피곤함을 드러낸다.
“올리비아. 영상은?”
“올렸어요. 이미 이야기도 끝냈고요.”
“그래? 고생했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푹 쉬어.”
“네. 요한님도요. 꼭 쉬셔야 해요.”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인지 이해했다. 아무리 내가 회귀를 했더라도 나도 사람이다. 더욱이 난 몬스터를 상대한 것뿐만 아니라, 지구의 의지도 만나고 했다. 지금도 머리에 베개만 되면 바로 잠들 것 같다.
“당연한 소리를.”
어쩌면 나만 여유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다들 가벼운 농담을 곁들이며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이것만 하고 자자.”
가이아 게시판.
이후 각성자들의 놀이터가 될 곳에 처음으로 ‘영상’과 글을 올렸다.
홀로 넓디넓은 침대에 누워 비단 같은 이불이 살에 닿는 느낌을 만끽하며 눈을 감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뿌듯함과 함께 잠이 쏟아진다.
* * *
이요한을 비롯한 이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자고 있을 때, 여러 번 세상이 뒤집어졌다.
가장 먼저 갑자기 어디에서나, 누구나, 어떤 환경에서도 볼 수 있는 기이한 메시지들.
그 메시지의 등장에 놀랄 겨를 도 없이 떨어진 운석과 그 운석들이 내뱉은 괴물들에 의해서.
인간에게 가장 익숙한 무기 중 하나인 총이 먹통이 되고, 현대식 무기가 모두 막힌 상태에서 인간은 패닉에 빠졌고, 곧 밑바닥을 드러냈다.
“나가! 여긴 우리 집이야!”
“괴, 괴물이 쫓아와요! 문 좀 열어주세요!”
“조용히 해! 빌어먹을 놈들아!”
튼튼한 은신처를 가진 이들은 문부터 걸어 잠갔다. 차라리 다 같이 나가서 싸웠으면 나았을 텐데, 그런 결정은 곧 각개격파라는 불행한 결말을 가져올 뿐이다.
반대로 단체로 뭉쳐서 괴물에 대항한 곳만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괴물에 대항하면서 각성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은 앞으로도 제법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악몽과 같은 하루가 지나갈 무렵, 너튜브 메인 하나의 영상이 올라왔고, 그 영상은 누가 접속하더라도 무조건 첫 번째 위치에 놓이게 됐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몇몇 특별한 존재가 있는 지역은 오히려 더 안전해졌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인종, 국가, 지역, 성별, 나이, 관심사와는 무관하게.
모두 동일하게 첫 번째 목록에 해당 동영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난리 와중에도 너튜브로 정보를 얻으려는 이들은 있었고, 그들은 가장 첫 번째에 놓인,
[괴물들을 잡는 법? 어렵지 않다.]라는 잔뜩 어그로를 끌릴 법한 썸네일의 영상을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상의 시작은,
[다들 이상할 거야. 아니, 온통 이상한 것 투성일 거야.]동양의 한 남자가 나와서 ‘자신들의 나라 언어’로 무표정하게 말을 내뱉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내가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언어가 죄다 다른 너희가 조금의 오역 없이 모두 알아듣는 것도 이상하고, 내 옆에 있는 이들의 인간 같지 않음 움직임도 이상하겠지.]영상 속 남자가 한국인이고, 한국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조금 전에 총을 쐈는데 멀쩡한 것도 이상하고, 눈앞에 메시지가 출력되는 것도. 전부!! 이상하지 않은 게 없을 거야. 하지만 명심해. 이제는 이런 ‘이상함’이 ‘평범함’이 되는 세상이 온 거야.]이 영상을 보는 이들은 모르겠지만, 영상 속 남자, 이요한은 목소리에 마력을 싣고 있었다. 많은 사람에게 선명하게 들리게 하기 위해서였지만, 영상으로 보고 듣는 이들에게는 그 목소리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없게 하는 기이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영상에 빠져들었을 때, 어그로를 끌었던 썸네일의 내용이 시작됐다.
녹색 괴물들이 달려든다. 카메라는 영상 촬영자의 가슴에 달려 있었는지 화면은 1인칭 시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들어오던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긴장하지 마. 어차피 일꾼, 높아봐야 병사 등급이야. 간부 등급은 내가 처리해.]사방에서 몰려드는 녹색 피부의 괴물들. 성인 여성 크기의 비교적 작은 괴물들이 앞서고 있지만, 그 뒤를 따라 근육질의 2.5m가 넘는 괴물들이 충혈된 눈을 하고,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드는 게 영상에 고스란히 보인다.
[흐읍!] [후훕! 후훕!]영상의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에서 들려오는 가뿐 숨소리는 이 상황이 절대로 꾸며내거나 조작한 것이 아닌, 실제 상황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저들과 자신들은 같은 처지에 있음을 깨달았다.
[도로시. 격발 준비.] [겨, 격발 준비!] [읏차! 떨 것 없어. 준비하고만 있어.]영상 속 상황과 주변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숨소리와는 반대로 태연한 남자의 목소리는 영상 속 상황에서 유일하게 이질적이었고, 그래서 더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았다.
남자의 움직임에 화면이 거칠게 흔들리고 드러난 것은 남자의 손에서 던져진 것 같은 창에 덩치가 크고 위협적으로 보이는 괴물의 머리가 꿰뚫려 쓰러지는 장면이었다.
[네! 네네! 네!]옆에서 들려오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에 영상을 보는 이들도 덩달아 긴장하며 손에 땀을 쥐었다.
[대답은 한 번만! 격발 준비! 삼, 이, 일, 격발.] [격발!!]빠직―! 파치치치칙―!!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고압 전류가 흐르고,
[1열부터 조준. 사격 개시.]재차 담담한 목소리의 남자의 명령에 화살들이 날아든다. 그리고 영상은 페이드아웃 되며 점점 어두워졌다.
[안녕하세요. JS이노베이션 CAO(Chief Administration Officer) 올리비아 햄입니다. 영상에 등장하지 않지만, 저도 저곳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종일관 침착하게 우리를 이끈 영상의 주인이자, 리더는 JS이노베이션의 이요한 회장님입니다.] [세상은 변했습니다. 지구는, 태고부터 존재했던 이 행성의 의지는 인간을 ‘악’으로 규정했습니다.] [네. 억울하죠.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당신은 지구가 말한 ‘악’이 아닌지. 주변에 가족을 제외하고 함께 돌보며 보살피는 존재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악이 아닙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괴물. 이요한 회장님은 그 괴물을 ‘초록색 피부의 괴물’이라는 뜻에서 ‘그린스킨’이라고 명명하셨습니다. 그린스킨의 피부는 질깁니다. 허접한 검이나 도를 들고 덤비면 피륙도 베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찌르기에는 평범합니다. 각 나라의 정부에 전합니다. 총과 포는 이제 인간의 무기가 아닙니다. 석궁을 만드세요. 생각보다 더 나은 무기이며, 총을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무기가 될 겁니다.] [영상에도 나왔지만, 테이저건을 비롯한 전기 충격기 계열은 여전히 작동합니다. 당연히 자동차 배터리와 물을 이용한 공격 같은 것도 통한다는 소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