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39
그린스킨 총사령관
그렇다면 갑자기 대규모 그린스킨이 나타나게 된 일은 어떻게 된 일일까?
그걸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다시 나흘 전으로 돌려야 한다.
그린스킨의 총사령관은 여섯이다. 그들은 각각 지구의 육대주, 그러니까 여섯 개의 대륙을 담당하고 있다.
총사령관 여섯 중, 하나인 제스터는 평소 자신을 위대한 종족이며, 선각자, 깨어 있는 자, 깨달은 자라고 자평하곤 했다.
실제로 그는 일반 고블린이 아니라, 하이퍼 고블린으로 태어나 주술사의 경지로 총사령관에 오른 만큼 자평하는 여러 평가들이 과장되었을지언정, 없는 말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그렇기에 그는 다른 그린스킨과 다르게 유독 ‘자존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쩌면 보통의 그린스킨이 전투와 성욕, 식욕이라는 욕망에 매몰된 것처럼, 제스터 역시도 오만과 인정욕구에 매몰된 걸지도 모른다. 그린스킨이라는 종족은 욕망에 충실한 종족이니까.
아무튼, 그 제스터에게 침공 첫날 수만의 병력이 적 아니, 식량에 불과한 인간에게 갈려 나가고도 인간에 대한 정보조차 얻지 못하고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것은 평생 겪어 보지 못한 굴욕이자 치욕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졌을 때, 그 혼자의 힘으로는 지금 당장 이 굴욕을 갚을 방법이 없다. 지구라는 이 인간만 사는 먹음직스러운 차원이 위대한 존재와 함 계약에는 여러 제한 조건이 뒤늦게 추가 됐고, 그런 조건들은 그린스킨 종족이 가진 포악한 힘을 종말의 극 초기인 지금 시점에 다 쏟아부을 수 없게 했으니까.
제스터가 긴급으로 총사령 회의를 발동시킨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사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가 직접 나설 수만 있다면 저 빌어먹을 성벽을 쓸어 버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까.
“고고한 그린스킨의 주술사가 웬일이지?”
“뇌까지 근육으로 이뤄진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가?”
“난 저번에 승모근을 키워 뇌가 됐냐는 말도 들었는데?”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잔뜩 물 먹었다며? 우리 중에 유일하게?”
“이야~. 안타깝네~. 뭐 그래도 별일 있겠어? 무려 스스로 ‘선각자’라고 자칭하는 대주술사께서~.”
누구 하나 비꼬지 않는 총사령관이 없다. 그것도 모두 하나 같이 한 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더욱이 고블린 일족인 제스터와 달리 다른 다섯 총사령관은 트롤, 오거, 자이언트, 리자드맨, 오크 종족에 속한 몬스터이기에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고 있어서 언뜻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괴롭히는 것 같기도 하다.
“닥쳐!!”
제스터에게서 섬뜩한 기운이 검은 스파크를 일으키며 쏟아져 나왔으나 누구 하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웃음이 더욱 진해질 뿐이다.
“내가 당한 건 인정한다. 인간 중에도 제법 쓸만한 놈이 있는 것 같더군. 그래서 말인데.”
“음?”
“오랜만에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전장을 제공하지. 어떤가? 설마 내가 당했다고 두렵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린스킨의 총사령관들께서?”
일순간 여섯 그린스킨이 마주한 원탁에 묵직한 정적이 내려앉는다.
“너는……. 가끔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군.”
오리진 오거 총사령관의 묵직한 목소리가 그 침묵을 깨뜨리기 전까지 말이다.
“내가? 그럴 리가?”
제스터가 과장된 몸짓으로 어깨를 으쓱 해 보였으나, 분위기는 더욱 차갑게 냉각 됐다. 그 뒤를 따르는 건 일방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비웃음이다.
“야생에서 사냥해 본 적 있나? 고블린?”
오리진 오거 총사령관 노퀴아의 질문에 제스터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 고블린은 사냥을 하는 게 아니라, 당하는 쪽이던가?”
하이퍼 고블린이라고 해도 그의 종족은 태생이 포식자가 아니었기에. 그걸 모르는 그린스킨은 여기 없다. 당연히 제스터가 아닌 다른 그린스킨의 입에 노골적인 비웃음이 더 진하게 걸린다.
“우리는 평생을 살육과 사냥에 익숙해진 놈들이다. 너처럼 작은 것들은 이상한 착각을 하더라고. ‘머리’는 ‘작은’ 너희만 쓸 줄 아는 것처럼. 우린 포식자이면서 사냥꾼이다. 사냥꾼은 교활해야 하지. 내가, 여기 다른 총사령관이 너의 말에 크게 반대하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 너희가 멍청해서?”
“살육에 누구보다 익숙하고 교활한 우리가 멍청하다는 너의 그 생각이 멍청한 거다. 우린 귀찮았을 뿐이고. 다시 말하면, 우리는 네 생각보다 멍청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건 즉, 너의 그 멍청한 수작은 너무 티가 난다는 뜻이다. 먹잇감.”
“…….”
불편한 침묵이다. 아, 정정한다.
이 자리를 마련한 제스터에게는 불편한 침묵이고, 다른 다섯 그린스킨 총사령관에게는 통쾌한 짧은 침묵이 자리했다.
드르륵.
거친 소리를 내며 뒤로 밀린 의자를 치운 오거는 제스터에게 다가와 그를 내려보며,
“그러니 빤히 보이는 수작은 제발 그만하는 게 어떻겠나? 보기 민망할 지경이니.”
혐오가 짙게 담긴 으르렁거리는 비웃음을 흘리며 오거는 가장 먼저 자리를 뜬다.
“그동안은 발버둥 치며 개소리를 지껄이는 걸 구경하는 맛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식상했어. 성의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그린스킨에서 무식한 거로 따지면 1, 2위를 달리는 트롤도 그런 지적을 남기고 자신의 모함으로 돌아갔고,
“이번에는 선을 넘을 뻔했다. 먹잇감. 다음에 이몸을 소환하고 싶으면 성의를 준비하도록.”
자이언트는 제스터의 자존심에 깊은 스크래치를 남기며 사라졌다.
“난 기대하고 있다. 제스터. 네가 실패하기를. 그러면 네 고기를 먹을 수 있겠지? 과연 자칭 선각자의 뇌수는 무슨 맛일까? 응?”
오크 로드는 침이 줄줄 새어나오는 입을 닦으며 몇 번이나 입맛을 다시다가 사라졌다.
네 명의 총사령관이 각자의 취향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홀로 앉아 있는 제스터를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던지고 하나씩 사라진다.
거대한 덩치의 총사령관들이 하이퍼 고블린인 그를 내려다보는 장면만 놓고 보면 학교폭력을 그린 것 같은 장면이다.
“아, 마지막으로.”
제일 마지막으로 나가려다가 엘더 리자드맨 헥소아틀이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입을 연다.
“너 역시 마음대로 강림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너의 개인적인 일에 소중한 카르마 포인트를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 명심하게. 침공이 시작되기 전과 다르다는 것을. 우리에게 부여된 카르마 포인트를 함부로 쓰다가는 잘난 뇌만 남고 뼈와 살은 모두 우리 배 속에 있을 테니.”
제스터는 치미는 굴욕감과 모욕감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그저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그가 생각하고 계획한 게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일? 애초에 그걸 노린 게 아니다.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강력한 성(Castle)을 보유한 인간 종족에 대한 경각심? 정보 전달? 그것 역시 아니다.
최선은 다른 총사령관들이 자신의 도발에 낚여 우르르 병력을 보내거나 총사령관들이 모두 그 빌어먹을 성 앞에 강림하는 거였다. 최선은 말이다.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은 제스터도 예상한 부분이다.
차선은 자신의 도발을 무시하는 놈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을 탓하며 제스터 혼자서라도 강림하겠다고 통보하는 거였다.
그런데 최선과 차선이 모두 거부당했을 뿐만 아니라, 최악으로 그동안 몰래 공동으로 사용되도록 분배된 인과를 끌어다 쓰는 것까지 들킨 것도 모자라 경고를 받았다.
‘아둔하고! 저급하고! 하등하고! 열등하고! 사오납고, 열약한 놈들이! 감히이!!!’
제스터가 내뿜는 살기에 탁자가 산산이 조각나 부서진다. 그것도 모자라 먼지가 되어, 그 먼지를 뒤집어쓴 후에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방법. 방법. 방법방법. 방법방법방법. 방…….”
스팟―!
뇌리를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하나의 방법. 이 상황을 타계하는 것을 넘어 반전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빌어먹을 그 성을 폐허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스터가 망설이는 이유는,
“…부정한 놈들의 투입이 너무 빨라진다는 건데.”
아직 그린스킨이 약탈을 시작한 지 고작 며칠 되지도 않은 시점이라는 거다.
그린스킨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살아 있는 ‘생물’을 원한다면, 그 뒤를 이어 오는 부정한 배덕자들은 시체 그 자체와 시체에서 나오는 ‘사념’이 목표다.
“살짝만? 아니지. 그 빌어먹을 시체 성애자 놈들은 살짝이 없지. 음? 오!”
그러다가 문득 주술의 갈래 중 하나인 저주가 떠올랐다. 정확하게는 인신 공양을 통한 대규모 저주가. 그것을 이용해 카르마 시스템의 눈을 아주 찰나 돌릴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하면 종족에서 자신보다 높은 존재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것도.
다만 한가지 문제는,
“이걸 할 수 있는 놈이 없다는 건데. 그리고 카르마 시스템의 눈을 속이는 과정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거고.”
제스터 휘하에 이런 고차원적인 주술을 할 수 있는 부하가 없다는 점이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고민하며 바닥을 보고 있던 그의 고개가 다시 들려졌을 때,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어쩔까?”
그의 눈동자는 살기로 번들거리다 못해 형형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제스터는 바로 자신의 군영이 있는 모함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 진영뿐만 아니라, 모든 총사령관에게 전령을 보냈다. 그렇게 모인 정예 등급 그린스킨 666마리를 골라 사흘에 걸쳐 한참 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작업을 끝내는 순간, 그린스킨의 본 행성에서 대규모 병력이 추가로 제스터의 모함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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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먼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감기 기운이 아주 살짝 있어서 약을 먹고 자러 가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돚거는 찢어야 제맛!
그린스킨이 쳐들어오는 건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고작 일주일. 그러나 현 시점에서 지구 어느 곳보다 그린스킨이 자주 그리고 많이 출몰하는 곳이 바로 우리 영지였다.
이제 비각성자인 영지민 중, 각성을 원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손질된 석궁을 배급 받고 성벽 위로 올라오고, 각성자들은 그런 비각성자 주변에 서서 각자 능력을 개방하며 전투를 준비했다. 비각성자 보호는 덤이고.
“오셨습니까? 영주님.”
“오셨어요?”
“어. 루크, 헌터. 너희 은근히 매일 붙어다닌다? 그러다 정분나겠어?”
“그건!”
“아니죠!”
정색하면서 말하는 두 각성자는 올리비아나 사나스 샤인스처럼 지구의 의지의 선택을 받은 사제들로 초기에 각성한 각성자다. 랭킹 10위 안에 있을 걸?
“그래. 그래. 대답도 척척 맞는 게 부부 같네.”
“아……. 영주님이라서 대들 수도 없고.”
“대들어도 너가 짐. 응. 무조건 짐. 영주님 최소 옐로 랭크.”
루크는와 헌터는 각각 자신의 주무기인 석궁과 단검을 만지작거리면서 나를 힐끔 봤지만, 금방 포기했다. 왜냐하면,
“뭐야? 진저브레드들? 지금 우리 ‘오빠’를 째려본거야?”
릴리, 백합이라는 뜻의 이름과 반대로 자신의 몸보다 더 큰 거대한 대검을 든 귀여운 아이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참고로 진저브레드는 슈렉에 나오는 쿠키맨 같은 캐릭터를 말한다.
“너 오빠라는 단어만 굳이 어색한 한국어로 말할 필요가 있어? 진짜 멍청해 보인다고.”
“응. 그건 루크 네 헤어스타일이겠지. 반짝반짝 해서 빛의 추적자인가?”
석궁을 장착한 루크는 자신은 탈모나 대머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일종의 헤어스타일로 머리를 짧게 민 거라고. 우리는 그냥 그런 거로 치기로 했다.
“너희는 왜 만나기만 하면 싸우니? 요한님. 다 모였어요.”
사나스가 나서서 정리하기 전까지 셋은 서로를 물고 뜯으며 티격태격 했다.
“생각보다 적은데요? 떨어진 운석만 봤을 때는 10만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올리비아? 이번에 합류한 영지민들은? 불안해 하지 않아?”
“그런 사람들도 있는데. 아닌 사람이 더 많아요. 그리고 이제 와서 어쩌겠어요? 이 단단한 성벽 밖으로 도망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긴 하지.”
“저……. 저도 왔습니다.”
쭈뼛거리며 성벽과 연결된 계단 끝에 서서 우물쭈물하는 덩치 큰 사내. 김준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혼자다?
“혼자야?”
“예. 싱글……. 흠흠.”
무언가 드립을 치려고 한 것 같은데, 유다연과 올리비아의 짜게 식은 눈빛에 급히 말을 먹으며 우물거린다.
“왜 혼자야?”
“회장님께서 제시해주신 조건에 부합된다고 확실할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제시한 조건?”
“네. ‘믿을 수 있는 사람, 중범죄자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사람 중, 전투에 참여하려는 사람.’ 말입니다. 세 조건에 모두 해당한다고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뭐, 열심히 안 해도 돼. 전투할 전력이 부족해서 부른 건 아니니까. 오히려 카르마 포인트나 먹으라고 부른 거거든.”
“예??”
“됐어. 지켜보다가 참여할 여력이 되면 참여해.”
일단 갑자기 다섯 배나 늘어난 인구수에 대한 문제는 임시방편이나마 막아두었고, 뜬금없이 합류한 청와대 소속 군인들도 엘라의 정령이 감시 중이다. 이제 저 밖에서 나타난 놈들을 처리하면 된다.
“흠.”
첫날과 그 이후 하루에 한 번 이상 등장했던 그린스킨보다 월등히 많은 병력은 또 아니다. 올리비아의 말처럼 생각보다 숫자가 적다. 진짜 10만은 훌쩍 넘을 것 같아서 다급하게 준비시켰는데, 그런데 기껏해야 5, 6만 정도?
그런데 오히려 그렇기에 이유를 알 수 없는 꺼림칙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오빠. 쟤 봐요.”
영지 북쪽의 바다에서 올라온 그린스킨 중, 한 마리가 어디서 구했는지 흰색 천을 창대에 매달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핏발이 선 눈과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드는 게 아니라.
“쟤, 하얀색 깃발을 들고 앞에 나와 있는 쟤요. 특수병 같지 않아요?”
“응. 맞아. 퀭한 눈. 녹색보다 검은색에 가까운 피부. 대머리. 그리고 저 단검.”
“어머! 빌어먹을 돚거예요?”
“그래.”
돚거. 도적을 뜻하는 은어. RPG 게임에서 도적 계열, 암살 계열 직종을 통칭하는 이 용어는 그린스킨의 특수 병과에도 적용해 불렀다.
[인간.]도마뱀을 타고 당당하게 성문 앞에 선 놈의 입이 열렸다. 아까 내가 뭐라고 했지? 저놈들은 돚거라고 했지?
“돚거는 뭐다?”
“찢어야 제맛!”
유다연의 대답을 신호로 도로시의 손에 들린 대형 연발 석궁에서 화살이 날아간다.
[들어…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