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42
“그리고 지금까지 카르마 포인트 공개 안 한 사람도 모두 추방.”
그제야 부랴부랴 카르마 포인트를 공개하려는지 우후죽순처럼 새롭게 카르마 포인트가 올라왔지만, 예외는 없다. 모두가 하얀색에 가까운 카르마 포인트였음에도 말이다.
그렇게 추방된 사람이 2천 명이 넘는다. 어쩌면 상황을 보고 판단하려고 했던 걸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뭐? 내가 왜 그런 사정을 봐줘야 하는 건데?
11만이 넘는 인원이었지만, 2천 명의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건 눈에 확 띌 수밖에 없다.
“종교인은? 없어? 나중에 걸리면 이번처럼 좋게 추방만 하고 끝나지 않아. 난 100% 분탕 종자가 되는 종교인을 내 영지에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없어. 이건 확실해. 그러니까 빨리 나와. 나중에 전도는 물론이고, 권유 비슷한 것만 해도 죽일 거야. 추방이 아니라. 그것도 괴롭게 죽일 거니까. 빨리 나와. 지금 나오면 좋게 추방만 해줄 테니까.”
그러나 나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있어도 나오지 않는 거겠지만, 괜찮다. 나중에 또 본보기를 보이면 되니까.
“각성자들은 여기 엘라를 따라가서 면담을 진행해. 각성자가 아닌 사람들은 내 주위에 있는 이들과 면담을 진행해서 통과하면 영지민으로 그때 영지민이 될 거야.”
“영지민이 되면 뭐가 좋냐고? 그때부터 당신들은 이 성벽 안에, 인류가 멸종을 앞둔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땅에서 살 수 있는 자격이 된다.”
“또한, 멸망의 세상에서 밤에 춥지 않고, 씻을 수 있고, 병에 걸리면 최소한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 또한 마련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고.”
“그런 곳이니 만큼 내가 이 영지를 많이 아낀다. 그러니 나중에 개짓거리하다가 걸리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해. 그러니까 종교쟁이는 조용히 나와. 지금 나오면 조용히 추방하는 수준에서 그칠 테니까.”
추방이라는 단어 앞뒤로 ‘조용히’와 ‘수준에서 그친다’라는 게 어울리냐고 누군가는 항의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이 아포칼립스를 향해가는 지구에서 종교라는 존재는.
“이렇게 말했음에도 나오지 않는다는 건, 종교쟁이가 있음에도 너희가 믿는 신을 저버릴 정도로 이곳이 마음에 든다는 거겠지? 또한, 저 밖의 괴물이 두렵다는 뜻이기도 할 테고.”
정확하기 숫자를 셀 수 없는 불특정 다수의 눈빛이 날아와 꽂힌다. 불쾌함을 담은 눈빛이다. 멍청한 놈들이지. 레드 랭크만 되도 초인이라고 불리기 부족함이 없다. 하물며 레드도 아닌, 오렌지 랭크인 나는? 그린 랭크인 엘라는?
“감히!”
엘라가 활을 쥐고 있는 왼손이 아니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 시위에 가지런히 얹어두고 있던 오른손을 거칠게 휘둘렀다.
그녀의 의지를 고스란히 반영해서 땅이 일어난다. 아니다. 땅이 일어난 것처럼 보인 것은 땅의 하급 정령 노움이다.
중급 정령을, 그것도 속성이 다른 물과 바람의 중급 정령을 100기를 힘든 기색도 없이 다루는 게 엘라다. 정령왕의 친우. 더욱이 지금은 세계수의 영향이 닿은 영지 안쪽이다. 그녀에게 수백 기의 땅의 하급 정령을 다루는 건 숨을 쉬는 것과 같았다.
다만,
“주인님께 살기를 품다니!!”
지금 엘라의 기분이 매우 나쁘다는 것과 무려 정령왕에게 ‘친우’라는 칭호를 얻은 엘라의 기분에 따라서 정령은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다는 거다.
“까악!”
“끄아아악!!”
“아악!”
…
…
정확하게 말하면 살기가 아니라, 불쾌감이었지만 엘라가 느끼기에는 그게 그거였을 거다. 멸망을 향해가는 차원에서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는 상대에게 불쾌감을 표시한 건. 더욱이 그녀의 충성 스탯은 100.
“음. 내가 느낀 연놈들은 모두 포함되어 있네. 잘했어. 엘라.”
“네. 주인님.”
방금까지 보였던 살기 넘치는 모습은 착각이었다는 듯이 내 칭찬 한마디에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엘라다.
“오빠. 나 쟤 좀 무서워.”
유다연이 질렸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서 기겁하는 것을 무시해주고,
“불쾌하던가? 너희의 믿음을 정면에서 부정해서?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종교쟁이는 나서라고.”
“그, 그건!”
돌로 이뤄진 주먹이 발목 등을 움켜쥐고 들어 올려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 이들 중, 동양인 남자의 입에서 변명이 튀어나오려고 했다.
“나가.”
하지만 듣기 싫다는 듯이 추방하자 서로 변명하려던 이들의 입이 조개처럼 다물어진다.
“내가 너희 같은 것들을 잘 알아. 멸망을 향해가는 세상에서 안전한 잠자리와 음식을 받아 먹으면서, 그걸 얻기 위해 발로 뛴 동료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신 덕분이라고 여기며 그 신이라는 것들에게 감사를 돌리는 쓸모없는 것들.”
거의 모든 쉘터에서 종교인들은 문제를 일으킨다. 왜냐고? 세상에 멸망하지 않았을 때도 수십 년 동안 전쟁을 벌이던 게 종교 분쟁이다.
그런데 멸망을 향해가고 있는 지구에서는 어떨까?
멸망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 신을 비난하며 정신을 차릴까?
천만에.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이성적이지 않다. 생명이 걸린 일에는 더욱 그렇고.
오히려 더욱 강렬하게 신을 찾고 부르짖는다.
그리고 비이성의 끝에 도달한다. 이런 세상이 도래한 것은 모두 불신자들 때문이다! 불신자는 지옥으로!
비약이 심하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인간은 위기 상황에서 당신의 생각보다 비이성적이고 멍청하다.
“아닐 거라고? 난 그렇지 않다고? 그럴 리가. 고작 내가 너희의 신앙을 깎아내렸을 뿐인데, 이렇게 불쾌감을 고스란히 드러낸 너희가?”
거꾸로 매달린 이들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것이 오래 거꾸로 매달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곧 자신들의 처지를 예상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난 내 영지에 암덩어리를 들일 생각이 없어.”
나도, 매달린 이들도, 지켜보던 이들도 모두가 예상한 대답을 내놓기 무섭게 그들의 모습이 영지에서 사라졌다.
“마저 진행해. 그리고 명심해.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고, 하라고 하는 것은 최선을 다해서 이행해. 그러면 최후까지 안온한 삶을 장담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내성으로 향했다. 영지의 문제는 실시간으로 쌓여가는 중이다. 아직도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너 좀 나와봐. 문제가 심각하다.”
[부르셨습니까? 마스터.]“주인님!!!”
그 순간, 내 옆을 지키고 있던 엘라가 불길한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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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조우
차대두가 이끄는 침식자의 수는 빠르게 늘어갔다. 부천을 출발해서 오산에 도착한 이후, 오산 교도소를 습격해서 침식자의 수를 세 배로 불렸다.
그렇게 늘어난 침식자 무리는 더 많은 그린스킨을 소환해서 끌고 다녔다.
그들의 이동 경로는 일반적이지 않다. 일반적인 생존자라면 한국은 물론이고 인접 국가까지도 모두 같은 방향이다. 동서남북 어디든 상관없다. 하나 같이 이요한이 있는 영지 쪽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침식자 무리는 반대로 움직였다. 마치 이요한이 있는 김포를 고립시키겠다는 듯이 남쪽의 부천을 점령하고, 광명시를 거쳐 오산시까지 점령하고 서울 서대문 쪽으로 이동중이다.
장난처럼 이요한이 말한 자신의 영지를 포위하는 형국이 되었다.
“감히 인간 주제에!!”
그리고 이제는 침식률이 100%가 넘은 차대두는 멀리서 그린스킨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 고통을 느끼는 건 아니지만, 동족(?)이 고통 속에서 죽어가면서 내뿜는 사념이 절절하게 전달된다.
“어르신.”
부천에 있는 교도소에서부터 차대두를 따른 짱돌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침식자가 차대두에게 다가온다. 시킨 일을 다했다면서.
“너희 중 누가 가장 발이 빠르더냐?”
“날치가 가장 빠릅니다. 어르신.”
“그러면 날치를 김포로 정찰을 보내도록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르신. 더 시키실 일 없으십니까?”
“없어. 보낼 때 혼자 보내지 말고, 혹시 모르니까 몇 명 같이 보내.”
“알겠습니다.”
짱돌이라고 불린 거구의 남자가 그대로 몇 명을 지정해 명령을 내리자 침식자 무리는 재차 이동했다. 인천을 향해서.
* * *
그 시각 일산과 파주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충성!”
“어. 그래. 충성.”
일산 시내에 위치한 9사단 사령부에서 일상이지만 누군가 경례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본다면 여러모로 이상하게 생각할 거다.
일단 여긴 9사단, 그러니까 백마 부대 사령부다. 당연히 경례 구호가 백마여야 한다.
그리고 경례는 보통 계급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에게 하는데, 지금 경례를 하는 사람의 계급은 대령인데, 경례를 받은 사람은 병사다.
육군의 5대 장성으로 준장, 소장, 중장, 대장, 병장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밈 같은 거다. 실제로 병장 따위 대장이 아니라, 준장 그러니까 별 하나만 나타나도 성대결절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듯이 ‘충―성!!!!!’을 외쳐야 한다.
그런데 대령이 병장에게 경례를 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옷을 바꿔입은 거 아니냐고?
아니다. 오히려 대령도, 병장도 옷과 계급장을 추가로 구할 수 없어서 계속 사용하던 걸 사용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지금 경례를 받은 사람은 진짜 병장이라는 거고, 경례를 한 사람은 진짜 대령이라는 거다.
“각성자 현황은?”
“변동 사항 없습니다.”
“각성할 병사는 다 각성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다. 병장 조배달은 군대 최초의 각성자이기 때문이다.
이요한이 영상을 올리기 전에 각성한 사람으로 그의 보직은 운전병이었다. 레토나라고 하는 간부 차량이 아니라, 두돈반이라고 하는 2.5t 트럭 운전병이었다.
그린스킨이 지구에 막 떨어지던 무렵에 운행 중이었고, 그가 모는 차 앞으로 그린스킨을 잔뜩 담은 운석이 떨어졌다. 보통의 차였다면 운전자와 탑승자가 동시에 찌그러졌을 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두돈반은 보통의 차가 아니었다.
무식하게 튼튼하며, 제작된 지 아득하게 오래된 한국 군대의 차량은 막 운석의 보호막에서 풀려나 자리를 잡던 그린스킨 무리를 덮쳤다. 힘겨루기 따위는 없었다. 육중한 군용 트럭은 달리던 속도 그대로 그린스킨 세 마리를 깔아뭉갰다.
옆에 타고 있던 선탑자(보통 군용 차량을 운행할 때, 보조석에 탑승하는 간부)는 안전띠도 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며 낄낄대다가 두꺼운 플라스틱 같은 군용차량 앞 유리를 뚫고 나갔다. 당연히 죽었고.
대신 조배달은 각성했다. 그것도 그냥 각성한 게 아니라,
『최초로 한 번 공격으로 그린스킨 셋을 살해했습니다!』
『최초로 탈 것을 이용해 그린스킨을 살해했습니다!』
두 개의 소소한 업적을 챙기면서 각성했다. 그렇기 때문일까? 그의 클래스는 평범하지 않았다.
드레이크 라이더.
드레이크보다 낮은 등급의 무엇이든 탈 수 있으며, 기승 시 탑승물과 엄청난 시너지를 끌어내는 특별한 직업이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의 클래스 효율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드레이크를 타야 하는데, 지구에는 드레이크가 없다는 거다. 앞으로도 나올 일이 없고.
그렇다고 해도 그는 굉장히 강한 각성자이고, 드레이크를 탈 수 없을 뿐이지 그 이하의 모든 탈 것은 다 탈 수 있다.
그 말은 곧,
“전차가 준비됐습니다.”
k-2 흑표를 몰 수 있다는 뜻이다.
“수고했어. 마력이 부족하지만, 미리미리 챙겨둬야지.”
마력만 충분하면 말이다. 어쩌면 전투기도 몰 수 있을지 모른다. 마력이 충분하다면 말이다.
왜 마력이냐?
조배달의 클래스뿐만 아니라 모든 ‘라이더’ 계열은 고유 능력이 탑승물과 교감하며 성능을 올리는 쪽이고, 고유 능력은 대부분 마력을 필요로 한다.
이요한이 특이한 거지, 올리비아나 유다연만 해도 매번 마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마력이 문젠데.”
그가 군대에서 감히 계급을 뛰어넘어 장성들에게 경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도 클래스 덕분이다.
처음 이 난리가 터졌을 때, 각 부대에도 운석이 떨어졌다. 당연히 군대에서는 총을 들고 뛰어났다. 그리고 다 죽었다.
차라리 대피하라고 했으면 나았을 텐데, 멍청한 간부들이 총기를 들고 모이라는 멍청한 명령을 내렸기에 정말 많은 장병들이 죽었다.
조배달이 찌그러진 두돈반을 타고 일산의 9사단 사령부로 복귀한 것도 그때였다. 조배달은 마치 히어로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사령부를 점검한 그린스킨을 죽였다.
흔히 말하는 육공트럭, 그 오래된 트럭의 시끄러운 소리에 그린스킨이 모여들었고, 또 달려들었다.
육군 사건·사고에 그런 내용이 올라온 적이 있다. 주차한 육공 트럭이 뒤로 미끄러지자 그걸 세워보겠다가 차 뒤에서 밀다가 그대로 깔려 죽은 사건.
인간이라면 달리는 두돈반 트럭에 달려들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을 멍청하다면 멍청한 결정이지만, 그게 그린스킨의 본능이다. 그냥도 강한 두돈반이다. 전차 저리가라 할 정도로. 그런데 각성자의 무기가 된 두돈반이라니.
얼마나 강하겠나?
달려드는 족족 하얀 마력에 휩싸인 두돈반에 갈려 나갔다. 사단 사령부라서인지 아니면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이 많이 모여 있어서인지 고양시에서 집중적으로 떨어진 그린스킨이 다 죽었다.
한 사람, 조배달에 의해서.
행운에 행운이 더해져 조배달은 침공 첫날 고유 능력과 신체 스탯 랭크가 레드 랭크에 도달한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요한과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을 제외하면 최초였다.
그리고 조배달이 그린스킨을 쉽게 죽이는 걸 본 살아남은 군 관계자는 조배달을 바로 밴치마킹했다. 애초에 군대가 그런 식이니까.
군용 회선을 통해 전파된 이 방법은 그렇지 않아도 작동이 안 되는 총과 포 때문에 난감해하던 군에 희소식이었다. 특히나 육군에게 말이다.
운전면허가 있던 없던 그건 상관없다. 그저 2.5t이나 5t 군용 트럭을 몰고 그린스킨을 치면 되니까.
다만 차라는 지구에 존재하는 특별한 탈 것을 이용해 그린스킨을 죽였기 때문일까? 그렇게 각성한 군인들은 모두 같은 클래스를 지니게 됐다.
라이더(Rider).
무언가를 타는 사람을 지칭하는 클래스를 말이다.
조배달 다음으로 라이더로 각성한 군인 중에는 앞에 비스트 라이더라건가 스피드 라이더 같은 ‘라이더’라는 단어 앞에 수식어가 붙은 특별한 라이더로 각성한 각성자도 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라이더는 라이더였다.
그리고 군대에서 각성한 군인이 모두 라이더가 되는 순간, 현재까지 등장한 모든 라이더 클래스의 중, 정점에 해당하는 드레이크 라이더인 조배달이 계급과 상관없이 상급자가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린스킨을 죽였음에도 각성하지 못한 사람은?”
“각성자들이 나서서 격리중입니다.”
“그래? 그럼 어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