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43
“…….”
대령 계급장을 달고 있는 군인은 이게 질문이 아니라, 조배달 특유의 화법이라는 걸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두드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조배달의 눈에 섬뜩한 살기가 맺혔다가,
“죽이자.”
그 짧은 세 음절의 말을 하고는 자취를 감췄다. 눈가에 맺힌 살기가 마치 착각이었다는 듯이.
“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어. 준비되면 무전하고.”
“네. 충성!”
“어. 그래. 충성.”
그렇게 대령이 나가고 이번에 들어온 이는 대위였다. 마치 교대하듯이 들어온 둘은 서로를 향해 경례를 하거나 하지 않았다. 마치 동기처럼.
“충성!!”
“어. 그래. 기 대위. 오늘도 추진을 나가는가?”
“그렇습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몇몇 용어는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나거나 확대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추진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향해 밀고 나아간다는 뜻의 추진을 군대에서 큰 훈련에 앞서 부식이나 식량을 미리 준비해두는 걸 뜻한다.
즉, 이요한이 말했던 외부로 나가는 ‘파밍’과 같은 뜻이다.
“오늘은 어디로 가게?”
“김포 쪽이 어떨까 합니다.”
“김포?”
김포라는 단어에 병장과 대위의 군복을 입은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김포라는 말은 곧 지구에서 가장 특별한 각성자 중 하나인 이요한의 권역에 침범하겠다는 뜻이었기에.
“왜지?”
“식량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민간인을 받아들인 이후로 그 속도가 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음.”
기 대위가 말한 ‘민간인을 받아들였다’는 말만 들으면 이들이 군인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 선량한 민간인을 부대 내부로 들여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앞서 말했잖은가. 혈기 왕성한 20대 남자들이라고.
그들의 앞에 세상이 망한 것 같고, 자신을 통제하던 간부가 거의 다 뒈지고, 소설에서나 볼 법한 힘을 가졌다. 그리고 파밍을 나가서 보니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살려달라고 한다면?
참을 수 있겠나?
9사단과 근처의 30사단을 비롯한 고양과 파주 일대의 부대에서 모은 군인 각성자들은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다. 조배달만 하더라도 일곱이나 되는 애인이 있다. 그 애인의 가족 역시도 같이 보살피고 있고.
“그런가? 어쩔 수 없지.”
“이요한과 조우했을 시 행동지침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뭐, 순순히 협조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처리해. 아, 그 유다연? 그 아이는 죽이지 말고 데려와.”
“알겠습니다!”
기 대위는 그 명령이 기꺼웠다. 자신들은 특별한 부대였고, 군인이었으며, 각성자였다. 그렇기에 한국이라는 나라 아니, 지구에서 가장 특별해야 한다.
올리비아라는 그 몸매가 바람직한 여자와 이요한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자원은 기업인인 이요한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기 대위를 비롯한 추진 부대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그래. 수고해.”
그렇게 이요한을 노리는 세 그룹, 그린스킨 특수부대, 침식자, 그리고 군벌이 비슷한 시간 조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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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신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몇몇 눈치 빠른 독자님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화요일, 수요일에 올라오는 연재편수 그러니까 월요일과 화요일에 예약으로 올리는 글은 후기가 짧고 리리플도 없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건 다 제가 월, 화를 퇴근하자마자 동생놈 집에 붙들려서 스터디 그룹하는 것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일(저는 글, 동생내외는 그림)을 짧은시간에 빡세게하고 예약을 올리고 늦은 시간에 파워 산책을 하느라 그렇습니다.
엄청 피곤하고 졸린 날이죠.
네. 오늘도 그렇습니다.
내일은 한편 더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우
한국에서 직업 군인으로 살아가는 건 한 때는 엄청난 각광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단순하게 군사 정권 시절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 그러니까 나라가 여러모로 어려워서 국가 부도에 이른 시기에 안정적인 직장 중 하나인 군인은 제법 인기 있는 직종이었다.
97년도부터 00년도까지 사관학교는 그 전에 비해서 높은 커트라인을 유지했고 그 후로도 장교는 제법 인기를 유지했다.
‘그러나 그것도 끝났지.’
하지만 그것도 옛말이 되었다. 세상은 점점 발전했고, 한국은 징병제가 아니라 모병제가 되었다. 그 뒤로도 군대의 규모는 축소되고 정예화 되었다.
정예화.
이 단어가 문제였다. 정예화가 된다는 건 그동안 너무나 쉽게 진행하던 부조리가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즉, 해 먹으려면 머리가 엄청 좋아야 한다는 거다.
더욱이 정예화는 인력 감축의 다른 말이기도 하니, 진급이 어려워지고 어중간하게 전역하는 이들이 많이 생긴다.
기 대위 역시 그렇게 전역할 팔자였다. 육사 출신임에도 소령도 달지 못하고.
“그런데 기회가 왔지.”
누군가는 세상이 멸망한다고 한탄하고 불과 열흘 전의 세상을 그리워했지만, 기명환 대위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 세상이 그에게는 천국이었다.
대위라는 직위도 이제는 의미가 없다. 고양과 파주를 아우르는 5천의 각성자. 본래 고양과 파주의 군인은 그 숫자의 몇 배는 되었지만, 초기에 많이 죽기도 했고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은 처리되었다.
왜 처리했냐고?
기 대위를 비롯한 군벌이 이요한을 우습게 보는 건 사실이지만, 그가 가진 정보력까지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의문이지만, 이요한이 올린 다섯 개의 영상에 나온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린스킨을 사냥하면 각성한다.
각성자는 클래스를 얻고, 클래스는 초능력자와 같은 능력을 선물한다.
클래스 랭크와 육체 랭크를 얻기 위해서는 카르마 포인트를 얻어야 한다.
악업과 선업에 대한 설명.
“그리고 마지막이…….”
[선악의 기준은 환경이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변하기 마련이다. 다들 알겠지만.] [과거에는 사람을 작은 뒤주에 가둬 죽이는 게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현대에서 그런 일을 벌이면 온갖 난리가 났을 거다.] [또 어떤 시대에는 사람을 잘 죽이는 인간이 영웅으로 대우를 받고, 전쟁터에서 긴장하지 않고 충실히 사람을 멱을 따는 인간 믹서기를 훌륭한 인간으로 판단하던 시대도 있었다.] [그래. 인간의 가치 판단은 이렇게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시대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흔들린다.] [하지만 카르마 시스템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의 기준은 명확하고, 명징하며, 합리적이다.] [그렇기에 카르마 시스템이 인정한 ‘악인’은 이런 시대에 변명할 가치가 없는 악인이 맞다.] [그러니 당신이 만든 쉘터에서 그린스킨의 목을 직접 베었음에도 각성하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둘 중 하나를 해라.] [추방하거나. 아니면 죽이거나.]기 대위는 머릿속에 각인된 것처럼 기억나는 가이아 게시판의 영상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이번에 각성하지 못한 소수의 군인은 자신이 각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못하고 타고 있던 트럭을 타고 그대로 도주하려고 시도하는 놈들이 종종 있었다.
그렇기에 각성하지 못한 놈들은 특별히 개조된 군용 트럭이 배치된 곳에 모아놓고 관리 중이었다.
“아마 지금쯤 다 죽었겠지.”
기 대위는 문밖에 대기하면서 라이더의 대장인 조배달과 정 대령의 대화를 들었기에 확신할 수 있다.
거기서 얻는 카르마 포인트는 얼마 되지 않는다.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외부로 나가면 어디서 기어 나왔는지 끊임없이 달려드는 그린스킨이 널리고 널렸다.
“그리고 김포로 향하는 길에는 더 많겠지.”
일산 시내는 추진을 나가면서 겸사겸사 정리했다. 아니, 더 솔직하게는 추진 팀은 그린스킨을 사냥하기 위해서 추진을 나간다고 보는 게 맞다.
혼자서 속도가 나지 않는 개조한 군용 트럭을 운전하기 때문일까? 기 대위는 혼잣말을 해가며 무료한 시간을 달랬다. 아주 드물게 그와 휘하 라이더 부대 행렬의 차로 달려드는 그린스킨들이 있었지만,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숫자였다.
그러나 일산을 벗어나 김포 쪽으로 접어드는 순간,
“헛?!”
기명환 대위는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 브레이크를 밟아버렸다.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던 차들도 급정거할 수 밖에 없었다.
― 대위님. 무슨 일입니까?
차에 설치된 무전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부하의 목소리에 비로소 정신을 조금이나마 차린 그는,
“저, 저게 안 느껴져?”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자신이 느낀 것을 주어와 목적어도 없이 되물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느끼지 못 한 것이다.
“미, 미친!”
기 대위는 이대로 차를 돌리려고 했다. 어쩌면 그를 따르는 부하의 클래스가 일반적인 ‘라이더’이고, 그의 클래스는 ‘비스트 라이더’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차이일 수도 있다.
김포 중심가로 들어서지 않았음에도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성벽 주변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이고 농밀한 악의. 그가 만나고 죽였던 그린스킨은 어린 아이로 보일 정도로 커다란 악의를 기 대위는 미약하게나마 느끼고 있었다.
“도, 돌아간다!”
그는 후퇴를 결정했다. 여자를 밝히고, 권력 지향적인 인물이지만 기명환 대위의 타고난 생존 본능이 비스트 라이더라는 클래스를 얻으면서 기이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는 여기, 그러니까 그가 속한 군벌이 파악한 ‘허약한’ 이요한은 착각이라는 걸 이 순간 깨달았다.
다만,
― 대, 대위님!! 적입니다!
그 판단이 조금 늦어버려서 문제였다.
* * *
그린스킨이라는 종족에는 여러 ‘용도’의 종족들이 태어나곤 한다. 그것은 그린스킨의 차원을 다스리는 황제의 필요에 의해 태어나기도 하지만, 침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태어나기도 한다.
움부라리는 후자에 가깝게 탄생한 그린스킨이다.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본능적으로 마기를 숨긴다. 그에 따라 그린스킨 중, 고블린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작은 개체로 태어나지만, 그린스킨 중 누구도 움부라리를 무시하지 않는다.
움부라리의 부족 중 세 번째로 큰 부족의 족장 카케루는 이번 침공에 차출되었다. 총사령관인 하이퍼 고블린 주술사의 명령이라 따르긴 하지만 탐탁지 않았다.
인간은 식량이다. 식량을 사냥하는 것에 자신의 부족이 아니라, 자신까지 나서는 건 과했다. 그건 소를 잡는데 전차를 몰고 가는 거니까.
‘허?! 귀쟁이가? 여기에?!’
하지만 그의 생각은 지구라는 아름다운 행성에 도착하고부터 틀려 먹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몸에 밴 습관이었다. 자연스러운. 태어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새겨진.
분명히 자신이 얕보던 세상임에도 새로운 곳에 도착했을 때, 습관적으로 몸을 숨긴 것은.
그래서 그는 살아 남았다. 제드가 보낸 다른 부족 출신의 움부라리를 비롯한 특별한 능력을 가진 그린스킨이 죽어나갈 때, 도주할 수 있었다.
‘여기도 귀쟁이가 사는 곳인가?’
귀쟁이는 움부라리의 천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태생이 강한 종족으로 태어나는 엘프는 은신과 기습을 하는 움부라리에게 완벽하게 상성을 이룬다. 자연의 사랑을 받은 그들이 부리는 정령 때문이다.
‘미친 고블린 새끼! 뭐?! 간단히 정찰만 하고 오라고?’
저딴 게 있는데 어떻게 ‘간단히’라는 말을 한단 말인가! 다시 만나면 반드시 고블린 놈의 귀를 잘라버릴 거다.
조심히 움직였다. 조심히. 순식간에 움부라리가 죽어나간다. 귀쟁이가 부리는 정령 보고 놀라 숨는 건 의미가 없다. 정령이란 그런 존재니까.
‘나처럼 처음부터 숨어서 주변과 동화되어 있지 않았다면!’
정령들이 멀어진다. 그리고 그제야 카케루가 움직였다. 움부라리가 아닌 다른 특수 개체가 남아 있는 지금이 도망칠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괴물과 멀어진다. 그럴수록 본능이 안도하고 날카롭게 섰던 감각이 가라앉는 걸 느낀다.
그렇게 얼마나 멀어졌을까? 카케루의 눈에 특이한 것이 들어왔다.
‘저건 분명히 인간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떻게 동족의 힘을 품고 있는 거지?’
열둘의 인간. 식량에 불과한 것들이 기이할 정도로 농밀한 동족의 힘을 품고 있었다.
‘더군다나 저놈은 그 말대가리 새끼의 힘을 품고 있잖은가? 그것도 꽤 농밀하게. 이것봐라?’
마침 저 신기한 생명체들도 귀쟁이의 영지에서 멀어지는 중이었다. 그들의 뒤를 쫓아가다가 어느 정도 됐다 싶을 때, 모습을 드러냈다.
“흡?!”
“헛?!”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뜬금없이 등장한 그린스킨의 모습에 놀란 인간들. 하지만 그것은 지금껏 먹이에 불과했던 인간들의 놀람과는 다른 쪽의 놀람이었다.
이 먹이들의 눈빛에는 공포가 없다. 마치 친근한 아군을 대하는 태도도 카케루의 흥미를 끌었다.
[너희는 뭐지? 인간인가?]“고블린? 잘 됐네. 너라도 우릴 따라와라.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도망칠 때 시간이라도 벌 수 있겠지.”
웃긴 건 먹이 주제에 명령을 한다는 거다. 그리고 고블린이라니? 카케루는 가뜩이나 자신을 이 지옥으로 보낸 하이퍼 고블린의 얼굴이 떠올랐다.
[먹잇감 주제에 명령?]그게 앞에 나섰던 침식자의 최후였다. 침식자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그린스킨은 그대로인 것처럼 보였는데, ‘깡치’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침식자가 되기 전부터 제법 유명했던 칼잡이의 목이 잘려 나뒹굴었다.
“…!!!”
2초 정도 침묵 이후, 비로소 상황 파악이 됐다. 이런 상황은 이들에게 익숙했다. 왜냐하면, 그들을 이끌고 있는 ‘어르신’ 차대두가 가끔 전력을 발휘하면 저런 모습을 보이곤 했으니까.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특이하게 생긴 작은 그린스킨은 그들이 ‘고블린’이라고 부르는 허접한 개체가 아니라는 것 역시도 깨달았다.
“죄, 죄송합니……! 큭!”
카케루의 손이 날치의 목을 움켜쥔다.
[먼저 입을 열지 마라. 고깃덩어리야.]그리고 움직여 잘린 목 때문에 바닥에 쓰러지는 깡치의 시체를 먹어치웠다. 그리고 이 기이한 먹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피와 살 그리고 뇌에 새겨진 기억을 거슬러가면서.
‘호오? 푸른 피께서 직접? 아니구나. 이건?! 통로를 열었구나. 아아! 주술! 그 빌어먹을 놈이?’
자신을 이 지옥으로 보내면서 ‘간단히’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꺼낸 하이퍼 고블린이 주술사라는 걸 떠올렸다.
‘애매하군. 이러면 동족인가? 먹잇감인가? 흠.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