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45
“저 더러운 것들을 죽지 않게 해줘.”
[이런. 또 누군가 엘프를 노린 겁니까?]“아니. 그것보다 더 한 것. 일단 부탁해.”
[저만 믿으세요. 저들은 쉬이 죽지도, 정신을 잃을 수도 없을 테니까요.]“좋아. 그럼 어디 손가락부터 시작할까? 아니면 발가락부터? 실라페. 샐리스트.”
바람의 중급 정령 실라페와 불의 중급 정령 샐리스트가 엘라 앞에 나타났다. 정령은 숙련되다 못해 정령의 사랑을 받는 하이 엘프의 분노에 고스란히 감화됐다.
불의 정령이 기명환의 오른쪽 다섯 발가락을 동시에 태웠다.
“크읍―! 크아아아아아아!!!”
바람의 정령이 오동태 중사의 왼쪽 손가락 다섯 개의 첫 번째 마디를 잘라냈다.
“컥! 끄으으읍!!”
불의 정령이 침식자 날치의 왼손 손가락을 태우고, 바람의 정령이 다른 침식자 노루의 오른쪽 손가락을 잘라냈다.
비명과 비명.
그리고 눈물 섞인 신음이 가득하게 변한 도로 한복판에 어울리지 않게 엘리아나의 미모는 더욱 고고하게 보였다.
엘리아나의 침묵 아래 자행된 고문의 여파로 손가락과 발가락이 모두 사라지고 바닥을 뒹굴며 버둥거리는 움직임만이 여기 모인 침식자와 각성자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할 때 쯤,
“엘라아~!”
저 멀리 엘리아나의 주인인 이요한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후에야 어딘가 살짝 미친 것처럼 보였던 엘리아나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그리고 서서히 주변을 인지하면서 정신을 차렸다.
“엘라.”
그 사이 엘리아나의 주인인 이요한이 그녀 곁에 도착했다.
“주, 주인님.”
엘리아나는 민망했다. 부끄럽고 어딘가 숨고 싶었다. 아마 오늘 일은 엘프의 뛰어난 기억력에 따라서 삼천오백 년이 흘러도 이불을 찰 만큼 창피한 일이리라!
“도망친 그린스킨을 용케도 찾았네? 이걸 잡으려고 뛰쳐나간 거야?”
“예? 예예!”
엘리아나는 난생 처음으로 진실을 전부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행위를 해봤다.
“그나저나 저 특수 병과 그린스킨은 죽여도 되는데, 저기 살이 푸르딩딩하게 변한 놈들은 잠깐 빌려줄래? 영상만 찍고 돌려줄게.”
이요한은 그걸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엘리아나는 이요한의 고유 능력으로 소환된 존재였다. 그렇기에 엘리아나가 진실을 전부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걸 짐작할 텐데도 그는 아무렇지 않게 수긍하고 넘어갔다.
“네! 주인님 다 드릴게요!!”
침식자를 마치 물건처럼 쓰고 돌려주겠다고 대화를 나누는 주인과 가신을 보며,
“헥헥. 가끔 보면 저 오빠도 은근히 또라이라니까.”
급하게 서두른다고 숨을 헐떡이던 유다연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뒤를 따라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과 영지 소속의 각성자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기명환이 어느새 멈춘 고통에 눈을 뜨고 주변을 인지했을 때, 그 주변에는 도저히 틈이 없을 만큼 빼곡하게 들어선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인의 장벽처럼.
“자, 침식자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이것들과 인간을 구분하는 방법을 설명하지.”
그리고 그 장벽 안쪽에서 익숙한 남자가 마치 영상 촬영을 하는 것처럼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침식자로 의심되는 존재가 보이면 마력을 뿌리면 된다. 그냥 마력을 안개처럼 뿜어낸다고 생각해. 이렇게 말이지. 어때? 쉽지?”
쉽겠냐?!!
“어때? 마력에 닿은 이놈들의 모습이? 딱 봐도 인간이 아닌 것 같지?”
그린스킨을 닮은 피부를 보면서 저것들이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었다는 걸 깨닫고 허탈해 하던 기명환은,
“그런데 넌 뭐냐?”
바닥에 쓰러진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요한 회장의 차가운 시선에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여기 연놈들은 왜 죄다 눈깔이 저러냐고!’
살짝 지린 것도 같았다. 아니, 백퍼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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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늦었습니다.
죄송해요!
바로 내일 업로드할 거 수정하러 가겠습니다!
0시 7분에 뵈어요!
털썩
침식자가 마력에 의해 죽는 모습은 기이하다. 마치 햇빛을 직격당한 뱀파이어처럼 한줌의 검은 재가 돼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크게 다를 게 없다.
“사, 살려주세요!”
자신을 대한민국 육군 장교라고 소개하며 지위를 내세우던 기명환이라는 남자는,
“난 대통령 경호실장인데? 전직이지만?”
김준의 등장에 지위 따위는 벗어던지고 그저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를 밝혔다.
군벌의 대장이라는 조배달이라는 남자가 어떤 지시를 내렸으며, 이곳에 있는 여자를 어떻게 대하라고 했는지까지 말이다.
올리비아와 유다연은 특별히 신경써서 데려오라고 했다나?
“그렇구나.”
화가 나지 않냐고?
화가 난다기 보다 왜 회귀 전, 조배달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아서였다. 클래스만 놓고 보면 분명히 제법 크게 될 놈인데 말이지.
“곧 망하겠네.”
그놈이나, 바닥에서 버둥대는 이놈이나 하는 짓을 보면 망조가 들 게 뻔하다.
군대는 대체로 생산활동보다 소비를 하는 집단이다. 멸망이 시작되기 전에도 그랬다. 그래서 군대라는 전투 집단에서 중요한 게 바로 ‘보급’이다.
그런데 멸망한 세상에서 군인으로 이뤄진 각성자가 됐으면 먼저 쉘터를 만들고, 그 뒤에 안전하고 안정적인 보급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같잖은 힘에 취해 벌써 흥청망청이잖은가.
회귀 전이었다면 이곳 김포에 그린스킨 간부들이 자리잡았을 테니, 오래 가지 못했을 거다.
‘그건 이번에도 다르지 않겠지.’
그걸로 끝이다.
“엘라. 알아서 처리해.”
엘라는 자세한 설명이 없었음에도 군벌 출신의 군인을 죽일지 살릴지 알아들었다.
“네. 주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화르르륵.
그녀는 바로 내 뒤로 따라붙으면서 영지로 돌아가는 길에 합류했다. 엘라의 등 뒤로 불의 정령이 일으킨 거대한 불길이 타올랐다가 사라진다.
성문을 통해 다시 영지 안으로 들어오자 정신 없던 상황이 얼추 정리된 기분이 들면서 갑자기 늘어난 영지민의 숫자가 확 체감되기 시작했다.
기존 영지민의 숫자가 1만8천 정도였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영지민의 숫자가 11만이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걸러지고 남은 건 10만 남짓. 기존의 영지민을 더해서 12만이 조금 넘는 영지민이 이 영지에 머물고 있다.
영지의 크기는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이 영지는 기형적일 정도로 넓다. 물론 그건 내가 의도한 거다. 인간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자원들이 묻힌 땅을 구매했다. 자원 위주의 땅이기에 넓고 방대하다.
그러니 면적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생필품과 식량 그리고 기초 시설이 문제지.
무엇보다 급한 건 집이다. 추위와 더위 그리고 비와 눈을 피하고 밤에 편히 쉴 수 있는 집.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 아니지. 이번 질문은 실수. 흠.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개지?”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겠네요.]“설명.”
[첫 번째는 영지민을 줄이는 겁니다.]“기각.”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네.
[네. 그러실 것 같았어요.]멸망으로 향해가는 세상에서 태생이 선한 사람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카르마 포인트로 구분하는 방법은 오염될 거다.
선하지 않은 사람도 클래스에 따라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쌓을 수 있고, 선한 사람도 클래스와 상황에 따라서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잔뜩 쌓을 수 있으니까.
지금 12만의 영지민은 5년 아니, 1년만 지나도 엄청난 자산이 될 거다.
[두 번째는 파밍입니다.]종말의 세상에서 생각보다 많은 게임 용어가 사용된다. 직관적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세상이 망해가는 이 비현실적인 상황 때문일 거다.
파밍(Farming).
게임에서 아이템을 맞추어 나가는 행위를 말한다.
전설의 게임인 와우 초창기에 서버가 불안할 때 아이템을 집을 때 허리가 굽혀진 상태에서 펴지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농사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북미 서버에서 파밍이라고 비꼬아 말한 것이 아이템을 먹는 행위가 파밍으로 불리게 되었다.
지구가 멸망 초창기에 유행했던 용어로 아직 모든 물품이 사라지지 않고 멀쩡한 물건들이 존재했을 때, 남들보다 먼저 그 물건을 모으는 거다. 게임에서 아이템을 구하는 것처럼.
그리고 군벌 소속 군인들이 ‘추진’이라고 말하는 행위도 어떻게 보면 파밍이나 마찬가지다.
단순히 먹는 음식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의복, 의약품은 물론이고 비누와 세제 같은 것도 필요하고 말이다.
“흠. 파밍. 좋지. 나쁘지 않아. 다음은?”
[세 번째는 영지 랭크를 올리는 겁니다.]“음? 영지 랭크를?”
특수 스탯인 위엄이 92다. 오렌지 랭크이고.
오렌지 랭크에서 신체 스탯을 1 올리는데 필요한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는 800이다.
그렇다면 동일 랭크에서 특수 스탯을 1 올리는데 필요한 카르마 포인트는? 5배인 4,000이다.
보통 전사나 마법사 같은 딜러 계열 클래스는 특수 스탯 상승에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하다. 반면 힐러나 쉘터 클래스 같은 경우는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요구한다.
내 경우는 당연히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고. 오렌지 랭크 100, 그러니까 그린 랭크 1이 되기 위해서는 8을 올려야 하니까 32,000 포인트가 필요하다.
회귀 전이었다면 3만이 넘는 포인트에 망설였을 법한 선택지였겠지만,
“음. 나쁘지 않겠네.”
지금은 오히려 가장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다.
[그럼 세 번째 방법으로 하시겠습니까?]“아니. 아니지. 굳이 하나만 선택할 필요가 없잖아?”
[그렇죠? 역시 그렇죠?!]시험한 것 같은 대답이지만, 이건 그거다. 재신이 내게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했던 것과 같다.
“영지 랭크를 올리고, 파밍을 준비해야겠군. 더불어 새롭게 합류한 영지민 중에서 지원자를 받고. 내 영지에서 날먹은 없으니까.”
[훌륭하십니다.]“좋아. 그럼 어디 영지부터……? 씨벌? 이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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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이요한
2. 칭호(Title): [지구가 도와주는] [장비 전문가] [―]
2. 국가(Nation): 대한민국
3. 소속(Clan): None
4. 직업(Class): 영주(領主)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3,265,870(▲1,383,200)] [악업(Minus Karma) 16,844,750(▲14,492,250)]────────────────
카르마 포인트가 정신이 가출한 수준이다. 특이나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왜?
[마스터. 특수병을 잊으셨습니까?]아, 물론 알고 있……? 아아. 마지막에는 엘라가 갑자기 정령을 꺼내서 조졌던 게?
[맞습니다. 무엇보다 고유 능력으로 마이너스 카르마는 35% 추가 획득 효과가 있습니다.]아무리 그래도 너, 너무 많다. 천만이라니? 전생에 한 번도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 감히 상상도 못했던 아득한 수치다.
[그리고 엘리아나가 끝까지 추격한 그린스킨. 무려 부족장입니다. 그것도 특수 개체 종족의 부족장. 그놈 한 마리가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100만입니다. 순수 100만.]“미, 미친!!”
이럴 줄 알았으면 엘라를 찾을 때, 고민하지 않았지! 진즉 상태창부터 열어볼 걸!
“아닌가? 그때는 엘라가 걱정돼서 카르마 포인트는 나중에 처리하고 그냥 나갔으려나?”
“주인님…….”
언제 다가왔는지 뒤에 바짝 붙어 오던 엘리아나가 감격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게 들렸지만, 민망해서 무시했다.
‘흠. 그런데 플러스 카르마는 왜?’
의외라면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저렇게 폭증했는데,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는 생각보다 안 올랐달까? 물론 320만이면 엄청난 수치긴 하지만, 영지민이 무려 12만에 가깝다는 걸 감안하면 좀 약하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