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51
『11,692시간 50분 11초가 남았습니다.』
여전히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487일 정도니까.
“이거 즉시 완료하려면 카르마 포인트 얼마나 필요해?”
『카르마 포인트 1,948,833를 소비하여 건설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건설 완료할 수 있습니다.』
봐라. 벌써 190만 가까이 내려왔잖은가. 점점 나아진다.
대장간부터 업그레이드 하고, 가신도 나중에 추가로 등록할 수 있을 거다. 그래. 난 이미 충분히 빠르다.
“일단 조만간 업그레이드 끝날 건데 그때 선택할래?”
“네. 주인님.”
해사하게 웃으며 뭐든지 좋다는 듯이 웃는 엘라와 같이 아직도 여자들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라쿤을 구해줬다.
“고, 고맙다쿤……. 역시 영주님은 라쿤혐오주의자가 아니었쿤…….”
여러 사람의 쓰다듬을 받다 보니 정전기 실험을 한 머리카락처럼 사방으로 나풀거리는 털을 정돈해주면서,
“오늘은 그럼 쉬고 내일부터 일을 시작할래?”
라고 묻자,
“놉이라쿤! 라쿤은 쉬지 않는다쿤!!”
여자들의 눈을 다시 돌아버리게 만들 법한 소리를 귀엽게 외쳤다.
“어. 빨리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라.”
벌써부터 눈을 빛내는 여자들에게서 등을 돌려 시선을 가려주며 대장간 안으로 걸어갔다. 그럴수록 이 장인이라는 라쿤의 눈은 장화신은 고양이의 뺨따구를 때려버리고 남을 정도로 초롱초롱하게 반짝였다.
“좋은 영주님이라쿤. 행복하다쿤. 열심히한다쿤!”
‘이 자식 이거 은근히 흘리고 다니는 스타일이네.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구나.’
내 영지에 각성자 중, 여자의 비율도 높지만,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아이들’이다. 조용히 라쿤의 명복을 빌어줬다. 물론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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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점심 식사 맛나게 하셔요 🙂
내일 밤에 뵙겠습니다아 lol
당연하죠.
“집을 지어야겠는데.”
내성 바깥으로 펼쳐진 텐트촌의 모습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다. 물론 이 정도의 텐트를 보유한 쉘터는 없다. 저런 텐트가 있다면 쉘터의 주인이나 전투에 나서는 각성자가 독점해서 사용할 물건이다.
망해버린 세상에서 무려 태양광 판넬이 달려있어서 ‘전기’를 조금이나마 끌어 쓸 수 있는 텐트는 그 정도 가치가 있다.
하지만 뭔가 못마땅하다.
“씻는 건? 먹는 건 그렇다 쳐도 화장실은? 아니지 먹는 것도 문제지?”
“씻는 건 당장 오늘부터 이른 저녁 식사를 끝내고 내성 지하에 있는 대형 목욕탕에서 교대로 시행하려고요. 솔직히 이 난리 속에서 온수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들 울 수도 있어요. 사람이 사람다운 대우를 받는 거니까.”
“그래. 나도 그건 공감해.”
그건 인간과 동물의 차이 같은 시선이 아니다. 망해가는 세상에서 단순히 생존하는 것 이상을 바라고 원해도 된다는 희망. 어두운 밤 길을 잃은 산속에서 발견한 환하고 안온한 불빛을 본 것처럼 말이다.
“화장실은 어쩔 수 없어요. 적당히 사람이 모이면 이용하게 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지하 목욕탕 옆에 있는 화장실은 공중 화장실이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보스.”
“메이드가 필요하다는 거지?”
“어떻게 아셨어요?”
“그럴 것 같아서. 각성자들에게 화장실 청소 같은 걸 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비각성자에 이제 막 영지에 합류한 이들을 청소라는 명목으로 검증도 없이 내성으로 들일 수도 없으니까.”
“맞습니다.”
“집사와 메이드 그리고 요리사.”
내성에서 고용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그렇다. 그리고 각각 25만, 10만, 20만이다.
뭐냐고? 뭐긴 뭐야 한 명 고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렇다는 거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가리지 않고 그저 카르마 포인트 이기만 하면 된다는 거다. 만약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로만 고용할 수 있었다면 진즉 포기했을 거다.
“일단 한 명씩 고용해 볼게.”
총 55만 마이너스 카르마 차감됐다는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푸른 빛의 기둥 세 개가 타오르듯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안녕하십니까. 영주님.”
그리도 푸른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세 명의 그림자가 각자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가장 왼쪽에는 주름 하나 없는 검은색 연미복을 입은,
“고양이?!”
고양이가 서 있다.
“맞습니다. 노블레스 블루 종족의 키투스입니다. 영주님. 만나 뵙게 되어서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러시안 블루를 떠오르게 하는 은회색이 감도는 푸른색이 인상적인 고양이 인간이다. 그래 고양이 인간.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종종 등장하는 고양이 수인 같은 건데, 얼굴이나 손에 털이 없이 귀만 머리 위에 삐쭉 솟은 게 아니라, 정말 고양이가 두 발로 서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머리 위에 삐쭉 귀여운 귀가 솟아 있고, 엉덩이에서 꼬리가 나와 살랑살랑 하고 있는 건 여전하지만 인간보다는 고양이의 느낌에 더 가깝달까?
“집……사?”
“그렇습니다.”
이 고양이가 바로 집사다. 그러니까 고양이 집사 말이다. 냥줍을 해서 내가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가 된 게 아니라, 이 고양이가 집사가 된…….
[마스터. 정신 차리세요.]젠장. 이게 뭔 일이야?
“영주님? 괜찮으십니까?”
“어? 어어. 그래. 마, 말도 잘하네?”
“그렇습니다. 영주님. 여러 언어에 능통하고, 영지 전반적인 행정과 재정 관리 그리고 인력 관리가 특기입니다.”
“…능력자네?”
“감사합니다. 영주님.”
그렇게 정중한 능력자 고양이 집사 옆에는 조금도 야하지 않고 오히려 보수적으로 보일 정도로 많이 가린 메이드 전용 복장을 입고 다소곳하게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또양이?”
고양이가 또 서 있다.
“맞습니다.”
집사 고양이가 러시안 블루를 닮았다면 메이드 고양이는 샴 고양이를 닮았다. 엘라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나를 향해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호칭이 어색하면서도 입고 있는 복장과 분위기 때문에 익숙한 것 같기도 하다.
[혹시 마스터의 영상 취향 때문 아닌가요?]아님. 그런 거 아님. 난 그런 취향 아니었음. 아무튼, 아님.
“플로라 샤미즈 종족의 스노우 샤미즈가 주인님께 인사올립니다.”
샴 고양이를 닮은 고양이 메이드가 단아한 자세로 허리를 45° 숙였다가 들면서 끈히기 않고 말하는데도 목소리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어, 그, 그래. 반가워.”
확실히 메이드 복장에 가려지긴 했지만, 샴 고양이를 닮았다. 샴 고양이 특유의 은빛 털이 더 신비롭게 백금에 가까울 정도로 깨끗한 은빛이고, 신발을 신거나 장갑을 낀 것처럼 양 손과 양 발 그리고 귀 끝이 진한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는 외형만 그런 게 아니다.
방긋방긋 웃으며 마치 주인의 애정을 확인하는 샴 고양이처럼 내 두 눈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나를 바라보며 방긋방긋 웃고 있다.
“잘 부탁해. 스노우 샤미르?”
“스노우라고 불러주세요. 주인님.”
“그래. 스노우. 잘 부탁해.”
“네. 무엇이든 시켜만 주세요. 무엇이든요.”
뭔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샴 고양이 메이드를 무시하고 아까부터 시선을 강탈하고 있는 요리사로 추정되는 존재에게로 눈을 돌렸다.
“음……. 진짜?”
“네?! 네네!! 네입니다!”
뭔 대답이 저래?
“너 정말 코끼리야?”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의 노래에 나오는 그 코끼리 아저씨가 요리사 모자와 거대한 앞치마를 하고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네, 네네! 노리 점보 주니어입니다!!”
주니어? 누가 주니어야? 진짜 코끼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수인은 엄청 크다. 신장이 3m가 넘을 것 같은데? 가뜩이나 작은 고양이 수인 옆에 서니 더 크게 보인다.
“좋아. 다 좋은데.”
장인을 소환했더니 라쿤이 튀어나오고, 집사와 메이드는 고양이에 요리사는 코끼리?
무슨 쥬X피아를 만들려고 작정했어? 이거 무시무시한 킹작권에 걸리는 거 아냐?
“저, 저는 잘 합니다. 요리! 털도 없어서 요리에 털이 빠지지 않아요! 두 손 말고 코도 쓸 수 있습니다!”
자신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고 여겼는지 요리사로서 코끼리 수인이 갖는 장점을 과하게 늘어놓는다.
“어. 그래. 대단하네.”
말만 들어보면 또 틀린 말이 아니긴 하다. 코끼리는 털이 없으니까 요리사 모자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이고 코를 이용해서 국자 같은 것도…….
[마스터. 돌아오세요! 정신 챙기세요. 정신!]그러게 나 뭐하냐. 여기 완전 혼돈의 카오스야. 미친 놈들 투성이라고!
훌쩍이면서 자신의 장점을 피력하는―주로 털이 없다는 걸― 코끼리 수인을 진정시키고 환영한다고 해준 후에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갔다.
“다들 반가워. 음. 내가 그러지 않아도 궁금한 게 있는데. 이 내성의 구조가 어떻게 되었는지 이해가 돼? 설명이 필요해?”
“저희 모두 숙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영주님의 휘하에 속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이곳, 영주성에 고용된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좋아. 그럼 이 내성 전체를 관리하는 일과 밖에서 11만이 넘는 인간이 저녁에 목욕탕을 사용하고, 종종 지하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기도 할 거야. 그것 이외에 여러 가지 상황을 예측하면 메이드가 몇 명이나 필요해? 집사는? 요리사는?”
“음. 영주님. 저희끼리 먼저 상의를 하고 답을 드려도 될까요?”
“그럼! 당연하지. 편하게 해. 나 그렇게 불편한 사람 아니야.”
보통 불편한 상사가 입에 달고 살 법한 대사를 내뱉으면서 동의를 구하는 얼굴로 올리비아를 올려다봤다.
“네? 왜요? 보스?”
“됐다. 너어느는 진짜…….”
머리를 맞대고 쑥덕거리던 셋의 회의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주님께서 바라시는 방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완벽한 관리를 원하신다면 집사가 셋, 메이드가 아홉, 요리사가 넷이 필요합니다. 다만 어느 정도 부족하더라도 현상 유지를 하기를 바라신다면 저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현상 유지라는 게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데, 셋으로 충분해?”
“제가 말씀드린 현상 유지는 단어 그래도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를 말합니다.”
“…지금? 살만한 거 아닌가? 그럼 완벽한 관리는?”
“영주님께 죄송하지만, 지금 이곳은 엉망입니다!”
“그…래?”
하지만 아무리 꼼꼼이 봐도 대전에 서식하는 약골 작가의 동생 집보다 깨끗한데?
“일단 출입구에 먼지가 은근히 많이 왔다갔다 합니다. 창과 창 사이에 낮은 곳에 이상하리만치 지문이 많습니다. 살짝 마력으로만 훑었는데도 2층 복도에는 장난감이나 낙서가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또한…….”
“오케이. 알았어. 거기까지.”
그대로 뒀으면 반나절은 지적했을 법한 이야기를 나는 무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주님. 저희는 영주님께 고용된 후, 이 차원의 상황에 대해서 저절로 숙지하게 됐습니다. 현재 차원이 침공 중이며, 영주님을 비롯한 특별한 힘을 가진 용사님들이 차원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신다는 것도요.”
“거의 비슷해.”
아니, 솔직히 각성자를 용사로 표현한 것만 빼면 다 사실이지.
“전시 상황에는 그에 맞는 관리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상 유지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제가 받은 기억에는 분명히 용사로 각성하시는 분들 중, 요리나 생산 그리고 관리 계열로 각성하는 분들이 드물게 등장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아! 그러니까 부족한 인원을 나중에 각성하는 비전투 계열 각성자로 채운다? 좋은데?”
그냥 좋은 게 아니라, 천잰데? 어차피 비전투 계열 각성자는 꾸준히 등장할 거다. 농부나 광부 같은 클래스는 관련 길드 건물에 보내면 되는 것처럼, 관리 계열이나, 요리사 같은 클래스를 얻는 이들은 내성에 배치하면 된다는 거다.
“음. 좋아. 그런데 그동안 너희가 힘든 거 아니야? 이 넓은 곳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건데?”
“괜찮습니다. 그 정도는. 비록 내성 안에서 활동에 한해서지만, 저를 비롯한 이 친구들도 모두 옐로 랭크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음.”
그건 맞다. 확실히 내성 설명에 그런 설명이 있었다. 고용된 집사, 메이드, 요리사는 내성과 랭크를 공유한다는 내용이.
“그래도 너무 일방적으로 너희만 고생하는 건 좀 그래. 요리는 기존에 준비하던 사람들이 있어. 거기에 추가로 지원자를 받아서 보내줄 테니까 테스트 해보고 적당히 골라서 보조로 써.”
“네, 네네네!”
이유는 모르겠는데 잔뜩 쫄아 있는 코끼리 수인 점보 주니어다.
“지금 각성자들이 각자 방은 청소하고 있거든. 알겠지만, 이 내성에는 청결 마법이 적용중이니까 어렵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스노우 샤미즈는 지하의 목욕탕만 관리해줘. 관리만 하는 거지, 정리 같은 건 밖에서 있다가 샤워하러 들어오는 사람들한테 뒷정리를 확실히 하라고 해. 혼자 다 하지 말고.”
“네. 명심하겠습니다. 주인님.”
“키투스는 내성을 오가는 사람을 관리해줘. 일단은. 저녁에는 샤워를 위해서 대거로 들어올 거고, 일정 시간 마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괜히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네. 그러겠습니다. 영주님.”
내가 한 설명은 거기서 끝이었다. 올리비아가 나서자 셋은 조금 더 편하게 각자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고, 필요한 걸 요구했다.
그걸 가만히 바라보는 엘라의 얼굴에는 묘한 감정이 스쳐지나간다.
“엘라야? 괜찮아?”
“네……. 다만 저 아이들도 저와 같은 부류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