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58
“그건…….”
어떻게 도망갔는지 소령이 대답하려 했지만, 그의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두두두두두―.
저 멀리서 막 비행을 시작한 헬리콥터가 보였으니까.
“미친 새끼.”
내 일행이 한 말이 아니다. 군인 중 어려 보이는 남자가 여기서 점점 멀어지는 헬리콥터를 보며 그렇게 욕을 씹어뱉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벌써 빠르게 멀어지는― 고유 능력인지 일반적인 헬리콥터의 속도가 아니다― 저 헬리콥터를 보면서 같이 욕을 하겠지만,
“설기야~.”
“먀아~.”
내 품에는 어느새 작아진 고양이 상태로 안겨 식빵을 굽고 있는 설기가 있다.
“저거 물어와.”
“먀아!”
눈앞에 레이저 포인터로 움직이는 붉은 점을 만들어준 것처럼 신나는 울음을 토해내고는 내 품에서 폴짝 뛰어내려 허공에 몸을 띄웠다. 작고 앙증맞은 날개가 몇 번 펄떡이는 사이 설기의 몸은 빠르게 멀어지는 헬리콥터에 다가갔지만, 원근법을 무시하는 것처럼 덩치는 점점 커졌다.
콰득―!!
“으아아아아!!!!”
멀리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콰득―. 푸덕―. 텅텅.
절반이 찌그러진 헬리콥터였던 것이 잔디밭에 나뒹군다.
“잘했어. 우리 설기.”
거대한 덩치가 순식간에 줄어들어 품으로 쏙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새하얀 고양이를 쓰다듬는 광경을 4천의 군인들이 넋을 잃은 것처럼 바라본다.
넓은 축구장에는 설기의 ‘먀아~.’ 하는 기분 좋은 울음과 ‘살려줘!!’라고 외치는 조배달의 비명만이 간간히 들려온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먼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래 연참이 계획중이었는데.
저번 주 조카십팔색 크레파스의 침공으로 77페스티벌 망했다는 것에 맨탈이 나가서 수습 중입니다.
늦어도 이번주에는 다시 하루에 2편씩 업로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야 우냐?
볼품없이 찌그러진, 누가 만들다 만 레고 같은 형태가 된 헬리콥터에서 강제로 끄집어내진 조배달의 얼굴에는 여러 모순적인 감정이 스치고 지나간다.
불안과 안도, 기쁨과 공포 같은 감정이 말이다.
“조배달? 음. 명찰 보니까 맞네. 너 기명환이라고 알아?”
“…읍!?”
자신을 둘러싼 각성자에 벌벌 떨던 조배달은 이요한이 꺼낸 ‘기명환’이라는 말에 잊었던 공포를 떠올린 것처럼 기겁했다.
조배달이 이렇게 겁을 먹은 이유는 전차도 있고, 헬리콥터를 조종할 수 있음에도 싸우지 않고 도망간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조배달은 약 48일 전.
기명환과 추진 부대가 돌아오지 않는 날 밤, 홀로 김포로 이동했다. 고양시에서 자체 추진한―그러니까 훔친― 바이크를 타고 멀리서 훔쳐 본 이요한의 ‘영지’는 그의 입장에서는 마왕성과 같았다.
자신들은 본 적도 없는 스타일의 그린스킨이 밤을 이용해 공격했음에도 전기 파리채로 모기를 잡는 것처럼 심드렁하거나 그저 짜증 정도가 서린 말로 너무 쉽게 때려잡는 걸 조배달은 경악하면서 지켜봤다.
자신도 그린스킨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커다란 차에 타면 말이다. 그런데 저기 있는 이들은 죄다 맨몸에 여자와 아이도 섞여 있었다.
‘미, 미친! 저거 뭐야?! 나랑 같은 사람 맞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질투? 질시? 그딴 건 어느 정도 비벼볼 만한 놈이 잘났을 때 드러나는 거다. 이건 까마득한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드레이크 라이더]라는 클래스 덕분에, 비록 드레이크가 현존하지 않아 드레이크는 타지 못하지만 드레이크의 신체 능력을 클래스 랭크에 따라 일부 빌려올 수 있기에 영지에서는 이쪽을 확인조차 할 수 없이 까마득하게 멀리서 지켜보던 조배달은,“흡?!”
이요한의 영지 위에 선 미의 여신과 같은 활을 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고 느꼈다.
‘분명해!’
착각?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버티다가 병신 같은 끔살당하는 소설 속 흔한 엑스트라3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길로 빌딩에서 내려와 다시 바이크를 타고 일산으로 도망쳤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부대로 돌아온 조배달이 한 일은 철저하게 경계를 하면서 적이 침입했을 때, 일시에 들이닥쳐 물량으로 조지는 훈련을 계획한 것이다.
그렇게 하고 자신은 사냥을 열심히 했냐고?
조배달 본인은 그 길로 사단 중앙에 위치한 몇 개의 건물을 번갈아 써가면서 잠자리를 옮겨다녔다. 마치 이 난리가 나기 전 북쪽의 돼지가 그러는 것처럼.
그리고 오늘.
하늘에서 거대한 호랑이가 날아오는 것을 확인한 조배달은 실제 상황임을 알리고 훈련대로 병사들이 달려드는 것을 보다가 그대로 준비한 헬리콥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다.
짜악―!
“야! 너 우리 오빠 말 무시하냐? 우리 오빠가 묻잖아? 지금!”
눈앞에 불이 번쩍하고 뺨이 화끈거리는 느낌에 정신이 돌아온 조배달은 자신에게 바락바락 반말을 해대는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여자를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미……!”
친년이! 쳐돌았냐? 라고 튀어나오려는 말을 숨을 참아가면서 간신히 멈췄다. 회상에서 강제로 깨어나면서 잠시 잊었던 주변과 지금 상황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미? 미뭐? 미친년이라고 하려고?”
귀신 같이 자신이 하려던 말을 가로챈 여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가 조배달은 바로 후회했다.
“대답.”
자신에게 질문을 건넨 사람이자, ‘기명환’이라는 이름을 입에서 꺼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이요한 회장.’
“모, 몰라요.”
거짓말이 나온 이유? 그건 일종의 본능이다. 안다고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생존 본능에서 나온 거짓말.
다만,
“크아아아악!!”
이요한은 그렇게 물렁물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현대인보다 오히려 종말 이후를 살아가는 인생이 더 선명한 이요한에게 거짓말한 ‘적’의 팔을 마력으로 짓이기는 것 쯤은 종말 전, 악플에 고소를 하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기명환. 알아?”
같은 질문이다. 조배달은 모른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조배달은 정작 질문을 한 이요한의 눈에는 일말의 궁금증이 없다는 걸 느꼈다.
“아, 압니다!”
“기명화니에게 우리를 공격하라고 했다지? 그리고 여기 유다연이는 네가 특별히 챙겨 오라고 했다면서?”
조배달은 그제야 자신의 뺨을 때린 여자가 익숙한 이유를 깨달았다. 이요한 회장 영상에 나왔던 이들 중, 자신의 스타일이라서 눈여겨 봤던 유다연이라는 걸.
“우리 다연이가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닌데, 그 얘기 듣고는 너를 아주 반으로 갈라 죽여버린다고 하더라고? 어때? 어느 쪽이 취향이야? 세로? 아니면 가로?”
세로? 가로?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하자,
슥, 삭.
이요한이 손날을 펴서 자신의 몸을 세로로 한 번 긋고, 가로로 한 번 긋는 것을 보고는 조배달은 기겁했다.
“사, 살려주세요!”
무릎을 꿇고 손을 삭삭 비비는 행동에 주변에서 긴장한채로 지켜보던 4천이 넘는 군인들이 한숨과 함께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자신이 믿고 따른 사람이 저 정도 인물이라는 것에서 오는 허탈함과 배신감 같은 것들이다.
“어휴.”
그런데 이게 조배달이 문제라거나, 그가 인간 이하이기 때문이라거나, 애초에 글러 먹은 놈이라서가 아니다.
조배달은 최초 각성하는 과정에서 운이 너무 좋았다. 보통 각성자가 되는 과정은 어쨌든 그린스킨이라는 괴물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시작된다.
고작 시작이 그렇다.
인간보다 커다란 덩치. 평범한 인간은 닿을 일이 없을 지독한 살기. 그리고 유전적으로 인간을 식량으로 삼아온 포식자의 광기를 마주해야 한다.
하다못해 가장 안전하게 각성한 이요한의 영지민도 성벽을 끼고 있지만, 한 마리가 아니라 수백, 수천 마리의 그린스킨이 자신을 향해 침을 질질 흘리며 맹렬히 달려드는 상황에서 석궁을 조준한다.
하지만 조배달은?
그는 그냥 평범하게 평소처럼 운행하다가 갑자기 끼어든 그린스킨을 차로 치었을뿐이다. 차로 친 게 그린스킨이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영창을 가는 걸 두려워했을 그런 상황이었다.
그리고 온갖 운을 끌어다 쓴 건지 지구에는 아직 등장도 하지 않은 [드레이크 라이더]라는 클래스로 개화해서 지금 여기까지 온 거다.
‘그런데 이런 놈이 어떻게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거지?’
이요한은 불쑥 치고 올라오는 의문을 뒤로 하고 자신 아래서 발발 떠는 남자를 내려다봤다.
“릴리 로즈.”
“응. 허니~. 나 여기 있어.”
가냘픈 몸매와 가녀린 팔과 다리. 그리고 하얗다 못해 햇볕 아래서 투명하다고 느껴지는 피부. 155cm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어울리지 않게 찢어진 스타킹에 등이 훤히 드러난 의상은 마치 아이가 엄마의 옷을 몰래 입고 나온 모양새다.
어딘가 어수룩하게 보이는, 이름마저도 꽃을 뜻하는 단어로 점철된 ‘릴리 로즈’는,
“이 새끼 잘 포장해.”
“오~. 그건 또 내가 잘하는 거지~.”
촤악―!!
“아,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적이라고 규정되면 사람의 사지를 아무렇지 않게 썰어낼 수 있는 정신력과 힘을 지닌 광전사다.
릴리의 그 그로테스크한 광경을 뒤로 하고,
“설기야. 아빠 좀 다시 태워줘.”
“먀아~!”
귀여운 설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물러나서 다시 몸을 커다랗게 키운 귀염둥이의 몸에 올라타 놀라고 두려운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4천이 넘는 군인을 내려다보다가,
“모두 주목.”
마력을 담아 외쳤다. 그리고 군필자라면 알 거다. 여러 의미로 높은 사람이 군인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주목!!”
4천 명이 내지르는 주목이라는 복명복창. 그것에 놀란 설기가 움찔하는 게 느껴져 살짝 ‘픽’하고 웃음을 흘릴 정도로 저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고작 2달이 지난 시점이기에 아직 군인들의 군대 물이 덜 빠졌다는 증거였다.
“지금부터 제군들은 우리 영지로 이동한다. 거기서 죄의 경중을 판단하고, 죄가 가벼운 사람은 영지민으로 받아들여주지만, 죄가 무거운 사람은 노역형을 받게 될 거다.”
“한 명의 열외도 없이 이동한다. 각자 차량에 탑승하고, 아직 남은 비각성자들은 차량 뒤에 태운다. 사람을 태우고 남는 자리는 물자를 모조리 싣고 김포까지 이동한다. 실시!”
“실시!!”
실시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로 자신의 부대로 달려간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유다연이,
“오빠 여기 군인 출신이예요?”
그렇게 물었을 정도로 어색함이 없었다.
“원래 군대는 그런 거야.”
아마 이 자리에 헌터나 네이선이 있었다면 이요한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을 거다. 그렇게 준비하고 군용 트럭들이 줄지어 나오는 걸 확인하고 일행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설기 위에 올라타 영지 방향으로 향했다.
줄지어 이동하는 군용 트럭 위로 위협적으로 비행하면서.
그렇게 1시간 가량을 이동했을 때,
“주인님.”
엘리아나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실라이론이 움직였어요!”
* * *
“Do not mess with me, fucking kid.”
‘까불지 마라, 빌어먹을 애송이.’라는 말을 영어로 내뱉은 헌터의 손에 들린 소형 연발 석궁에서 검은 광택으로 뒤덮인 작은 볼트가 쏟아졌다. 그렇게 쏘아진 볼트는 전과 다르게 수십 개로 늘어나 권정훈의 몸 곳곳에 박혔다.
그리고,
“큭!”
루크의 화살과 달리 내부로 마력이 파고드는 헌터의 능력에는 권정훈은 새어나오는 신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컥!”
“크억!”
다시 권정훈 주변에 있던 제압된 각성자의 목에 검붉은 단검을 박아넣은 후에는 나오지 않았다.
“후우. 아저씨들 진짜 뭐임? 왜 이렇게 강하지? 아저씨들도 사냥터 독점했죠? 그리고 히든 클래스 얻은 거죠?”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내면서도 걸음을 옮겨 마찬가지로 조금 전까지 동료였던 각성자의 목에 단검을 박아넣는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떨어진 10원짜리 동전처럼 줍기도 안 줍기도 애매한 물건을 줍는 것처럼. 허리를 숙이고, 목을 긋는 걸 반복한다.
그 광경이 너무나 이질적이고 황당해서 헌터는 물론이고 멀리서 이쪽을 보고 있던 루크마저도 공격할 생각을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봤다.
이건 두 사람 아니, 지구의 의지가 사제로 삼은 이들이 모두 태생적으로 선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헌터와 루크의 상식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어서 넋이 나갔다.
“What the…….”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생략된 욕설에 헌터는 인지하고 인정했다. 이 놈은 미친놈이다. 그가 활약하던 전쟁터에서 아이의 손에 폭탄 조끼를 입혀서 보냈던 놈들과 다를 게 없는 미친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