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59
“죽어라.”
이제는 헌터도 섬뜩한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였다. 화가 날수록 눈이 좁아지는 헌터의 눈은 이제 초승달처럼 가늘어진 상태였다.
석궁에서는 그림자가 덧씌워진 볼트가 날아가고, 헌터의 발에서 늘어난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권정훈의 배후를 직접 공격한다. 멀리서 요격하는 것처럼 날아들던 빛의 화살의 크기가 창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커진 것도 그때였다.
“큭! 그게 전력이 아니었…큭! 다고?! 실화임?”
여전히 입을 놀리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거나 최소화 해가면서 주변에 있는 이들을 죽여 나간다. 이제는 권정현의 휘하에 있던 각성자들이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지만, 그는 오히려 너무 쉽게 공격을 피하면서 드러난 틈으로 목을 베어냈다.
권정현이 과거 그의 동료이자 부하였던 각성자의 목을 벨수록 그는 더 빨라지고 강해졌으며, 그가 쥐고 있던 단검에 흐르는 불길한 검은 기운은 더 짙어졌다.
“허쉬! 다들 데리고 물러나!”
헌터는 제압을 위해서 불렀던 50명의 영지민에게 경고를 보냈으나,
“호오~? 그러고 보니 저쪽도 있었네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킨을 발견한 사람처럼 입맛을 다시며 조금은 취한 것 같은 눈으로 50명의 각성자를 훑어본다.
“젠장! 루크으으!!”
헌터의 외침에 금빛 화살 비가 쏟아져 내린다. 루크다. 그 사이를 파고드는 검은 그림자 다발은 헌터의 능력이다.
“이제 좀 버틸만 하네요.”
하지만 오히려 전보다 더 잘 피하면서 빠르게 영지민에게 다가왔다. 전사 계열 각성자가 검을 뽑아 손에 쥐고 휘둘렀지만, 그것마저 유유히 피해내고 짧고 불길해 보이는 단검이 아이의 목을 향해 뱀처럼 나아간다.
권정현은 눈은 섬뜩한 기대의 빛이 흐르고, 입술에는 침이 흐르는 순간이었다.
촤칵―!
아이의 목이 잘린 게 아니다. 전사 각성자의 목에서 불과 2cm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권정현의 손목이 잘려 볼품없이 바닥을 나뒹군다. 중요한 건,
“어?”
손목이 잘린 권정현뿐만 아니라, 다른 각성자들도 뭐가 권정현의 손목을 잘랐는지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멍하니 자신의 잘린 팔과 그 팔에서 흐르는 피를 보던 권정현의 눈은 어딘가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마주한 사람 같았다.
“야. 저거 혹시?”
“어. 엘리아나님 정령 같지?”
헌터와 루크만이 짐작할 뿐이었다. 그리고 둘의 짐작은 정답이었다. 이요한이 어떤 사람인데, 아무런 대비 없이 영지민만 보낼까.
엘리아나가 소환해 숨겨둔 바람의 ‘상급’ 정령이었다.
영지 랭크가 옐로로 오르면서, 엘리아나는 무려 블루(Blue) 랭크까지 스탯 제한이 풀렸다. 자신은 이요한을 따라나서면서도 원정 파밍 부대에 한 명씩 상급 정령을 배치하는 것 정도는 크게 문제가 아닐 정도가 되었다.
“허.”
“역시 마스터.”
그제야 손목이 잘렸다는 걸 실감하고 조금 전과 달리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헌터와 어느새 헌터 옆자리에 나타난 루크를 노려보는 권정현은,
“이 핵쟁이 새끼들이!”
루크와 헌터가 쉽사리 이해하지 못할 소리를 하며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여기에는 둘만 있는 게 아니다.
“지가 못하면 핵이라고 하죠~.”
“핵무새 잡았죠~.”
“아무코토 못하죠~.”
“야 우냐?”
이런 부분에서는 전문가인 중딩 고딩들이 드글드글하다. 오히려 당하는 권정현보다 루크와 헌터가 더 어안이 벙벙한 얼굴일까.
“이 쓰레기 같은 게!!”
“으응~. 쓰레기한테 발렸죠~.”
“개발렸죠~.”
“빡쳤죠~?”
“아무코토 못하죠~.”
피를 잔뜩 흘린 권정현이지만, 각성자다. 손목이 잘린 부위에서 나오던 피는 몇 번의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멈춰가고 있었다. 권정현은 이제 헌터와 루크가 아니라, 중·고딩 각성자와 키보드 배틀을 뜨는 것처럼 말싸움에 집중한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군.”
“그건 저쪽뿐만이 아니라고. 젠장! 큰일났네.”
루크가 그런 권정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을 때, 그보다 ‘멀리 보고’, ‘먼저 보는’ 헌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왜 그러냐고 묻지 않았다. 곧 루크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영주 님이 오시는 건가?”
“마스터께서 오신다.”
그들의 주인인 영주, 이요한이 맹렬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집중하고 있음에도 착각이라고 느낄 만큼 빠르게 거리가 줄어들었다. 정확하게는 이요한이 영지를 나설 때 봤던 그 거대한 날개 달린 호랑이가 말이다.
그리고 곧,
“어?”
“응?”
“어라?”
함께 한 각성자들도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각성자가 그걸 인지한 순간,
쿠웅―!
굉음과 함께 노란색 마력 파장과 함께 허공에서 멀끔하게 생긴 남성 히어로 랜딩의 자세로 착륙했고, 그 뒤에 푸른색 마력 파장을 흩날리며 아름다운 여인이 자연스럽게 그 옆에 자리했다.
“어떤 개자식이야? 너냐? 감히 우리 애들을 건드린 놈이?”
으르렁거리는 범처럼 권정현의 멱살을 움켜쥐고 살기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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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카들이 왔을 때는 얼씬도 안 하던 치사한 동생놈이.
이제 조카가 갔다고 다시 나타났습니다.
예.
운동을 강제로 하러 나가는 작가입니다.
살아돌아오겠습니다. 네.
야 우냐?
난 원정대를 보내면서 몇 가지 안배를 했다. 200명이나 되는 각성자뿐만 아니라, 선임 각성자라고 불리는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을 필연적으로 넣었다.
엘라의 상급 정령도 그중 하나였지만, 문제는 이걸 책정한 이요한도, 상급 정령을 붙여준 엘라도 이 안배가 발동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침식자가 활동하는 경기도 남부로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영지가 속해 있는 김포시가 대상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엘라는 상급 정령의 힘이 발동되자마자 나를 찾았고, 그 길로 나와 엘라는 바람의 상급 정령의 지원으로 이곳까지 달려왔다. 중간에 파밍하고 있는 영지민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고 달릴 정도로 급하게.
다행스럽게도 원정대는 무사했다. 그 원흉으로 보이는 놈도 같은 자리에 있었고.
그래서,
“너냐? 이 개자식아? 감히 우리 애들을 건드린 간 큰 놈이?”
일단 멱살부터 잡고 봤다. 그런데 멱살을 잡고 흔들다 보니까 얼굴이 익숙하다. 그리고 익숙하다는 걸 인지하기 무섭게 내게 멱살이 잡혀 대롱대롱 매달린 놈이 누군지 떠올렸다.
“폭군?”
회귀 전, 인천 지역을 주름잡은 대규모 쉘터의 주인이자 누군 약탈자라고 하고 누군 영웅이라 평가한 기이한 각성자. 폭군, 권정현이라는 걸.
그리고 폭군은,
“반갑다. 이 개자식아.”
회귀 전 삶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던 인물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각성자다.
싫어하는 데 이유가 있냐는 말도 있지만, 내가 폭군을 싫어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가 사다리를 걷어차는데 적극적인 놈이었다는 것과 각성자의 수를 제한하며 결국 서울과 인천이 그린스킨의 손에 넘어가게 되는 데 그 사다라 치우기가 결정적인 이유인 놈이라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내가 이 빌어먹을 새끼를 싫어하는 진짜 이유는,
“아니지. 도살자라고 불러 줄까?”
이 새끼의 클래스 때문이다. 도살자. 단순히 살해하는 것만으로도 강해질 수 있는 각성자 클래스로 랭커 조건인 100위에는 들지 못했겠지만, 굉장히 좋은 클래스다. 그린스킨과 싸운다는 걸 생각하면.
그런데 이 새끼는 그 도살자 클래스로 각성자를 도시락처럼 써왔다. 앞으로 3년 뒤, 김포에 자리 잡은 그린스킨 간부들이 사방으로 확장할 때, 자신의 쉘터에 있던 각성자를 잡아먹고 혼자만 도주한다.
각성자를 살해하면 스탯을 영구적으로 획득하고, 운에 따라 일반 능력을 얻기도 한다나?
그러면 차라리 각성자를 수두룩하게 만들어서 죽여서 엄청나게 강해지던가.
그런데 이 빌어먹을 놈은 그것도 아니다.
각성자 숫자를 통제하고 때가 되면 각성자를 잡아먹는다.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수준의, 개새끼다.
“일단 몇 가지 확인 좀 하자.”
멱살이 잡힌 놈을 바닥에 던져놓고,
“헌터. 칼.”
“아, 네! 여기요.”
헌터가 건네는 단검을 받자마자,
푹―.
“끅!”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한 권정현의 허벅지에 칼을 박아넣었다.
푹푹―. 푸욱―.
“악악!”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서 허벅지 곳곳과 옆구리에도 바람구멍을 하나 내놓았다. 그리고 관찰했다.
“음. 재생 계열 패시브 스킬은 없나 보네.”
“왜, 왜……?”
“왜 괴롭히냐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걸 물어보면 안 되지. 너도 그냥 너 기분 내키는 대로 저렇게 해놓은 거 아냐?”
“…….”
“나도 마찬가지야. 난 너 같은 짓을 하는 새끼가 싫어. 그것도 X나 싫어. 절대 편하게 죽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싫어. 그러니까 이제부터 당하는 모든 고통이나 괴로움 그런 건 네 탓이고, 네 업보라고 생각해. 알겠지? 우리는 카르마(업보)를 다루는 사람들이니까 명분도 괜찮네.”
놈은 답이 없었다. 그저 자신이 당할 일을 상상하기라도 하는지 벌벌 떨다가 지리고 있었지만,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는다.
“엘라.”
“네. 주인님.”
“이 빌어먹을 놈을 끌고 가서 가둬놔. 허튼짓을 하면……. 아니지. 아예 사지를 잘라서 가져가.”
“네.”
세계수가 심어진 영지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면서 미(美)의 화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단순히 외모뿐만이 아니라, 고귀함마저 느껴지게 변한 엘리아나였다. 그런 그녀의 외모만 본다면 내 명령이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그녀는 너무나 당엲다는 듯이 선선하게 대답했다.
“루크. 헌터.”
“네. 영주 님.”
“네. 마스터.”
“상황 좀 설명해 봐.”
그걸 이제 물어보느냐는 생각이 헌터의 푸른색 눈동자를 타고 흘렀지만, 나는 무시했고 헌터는 서둘러 그런 기색을 숨겼다. 그러니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거다. 아마도?
“그러니까…….”
헌터의 대략적인 설명과 루크의 첨언에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확실히 이해했다. 그리고 나는,
퍽―!
“끄악!”
불의 상급 정령에 의해 사지가 잘린 채 고통에 바닥에서 버둥거리는 놈의 얼굴을 발로 차버렸다.
“아……. 하마터면 죽여 버릴 뻔했네. 오래된 음식물 쓰레기 같은 새끼가.”
“끄악……. 큭. 왜, 왜……?”
“내가 아까 한 말 뭐로 들었어? 이유 같은 거 궁금해 하지 말라니까? 그냥 넌 당하기만 하면 돼. 여태까지 너 새끼에게 당했던 다른 사람들처럼.”
흔들리는 동공에는 ‘미지의 공포’라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엘라. 저거 영지 부근에 던져놔. 정령으로 그 정도는 가능하지?”
“그럼요. 주인님.”
엘라의 대답 동시에 놈을 지지해주던 땅이 꿈틀거리더니 거대한 손 모양으로 변해 놈을 움켜쥔다. 움켜쥐는 힘이 강했는지 안에서 ‘끄악!’ 하는 비명이 나왔지만, 나나 엘라나 그딴 건 관심도 없었다. 손을 흔들어 치워버리라는 말을 대신한 후,
“여기 생존자는 몇 명이야? 저기 죽은 시체들은 각성자야?”
“생존자 파악은 다 안 됐습니다. 죽은 이들은 각성자이고, 몸에 한 군데 이상 구멍이 난 것들은 저 자식……, 아까 그 자식 부하입니다.”
방금까지 권정현이 있던 곳을 가리키던 헌터는 이미 사라진 권정현 때문에 말을 바꾸며 그렇게 대꾸했다.
“알았어. 그럼 너희 둘은 생존자부터 파악해서 모아놔. 너희는 파밍 마저 가고.”
“네.”
“네에~!”
헌터와 루크는 생존자를 파악하러 나섰고, 50명이나 모여 있던 어린 각성자들은 내 명령에 밝게 대답하며 빠르게 쉘터를 벗어났다.
그렇게 원정대 소속 각성자들이 흩어지고, 나와 엘리아나를 비롯해 설기 위에 탑승했던 인원과 헌터와 루크만 남았을 때,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