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64
단순하지만, 벌써 그린스킨의 숫자가 10만을 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효과적인 계획일 수도 있다.
“올리비아. 캐롤라인.”
“네. 보스.”
“네~.”
두 마녀는 내 부름에 쪼르르 달려와 옆에 섰다. 그리고 바글바글한 그린스킨을 보며 이마를 찌푸린다.
“저기 돚거들 보이지? 단검 들고 있는 그린스킨.”
“어? 네.”
“네에~.”
“전사 계열 각성자를 제외하고, 색적 능력을 없는 각성자들에게 반드시 파수꾼을 한 명을 대동하라고 해. 저것들이 너흴 노릴 게 뻔하니까.”
“네. 보스.”
“그럴게요~.”
올리비아와 캐롤라인이 양쪽으로 멀어지며 주의 사항을 전달하는 사이,
[인―간]바글바글한 그린스킨 무리에서 특별히 덩치가 큰 놈이 앞으로 나와서 입을 열었다. 마치 자신들은 준비가 다 끝났다는 듯이.
보통이라면 10만은 훌쩍 넘을 그린스킨과 그 무리를 뒤로 하고 앞에 나와서 가슴을 펴고 있는 그린스킨에 겁을 먹겠지만,
“쏴.”
[컥!!!]난 그냥 아니꼬웠다. 어디 카르마 포인트 덩어리 주제에 잔뜩 거만하게 폼을 잡아? 뒈질라고. 무엇보다 공격의 시작은 그린스킨 놈들이 정하는 게 아니다.
“장전.”
마력이 담긴 목소리가 성벽을 타고 흐른다. 각성자이든, 각성자가 되고 싶은 충성 스탯이 높은 영지민이든 가리지 않고 그린스킨을 노려본다.
“공격.”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 특별히 비장하지도 않다. 그저 아침에 출근해 직장 동료에게 가볍게 ‘하이’라고 인사하는 것처럼, 담담하고 감정이 조금도 담겨 있지 않은 목소리로 공격을 명령했다.
하늘을 가득 메울 것처럼 쏟아지는 석궁의 볼트와 그 뒤를 이어 떨어지는 각성자들의 능력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비유가 부족할 정도로 바글바글한 그린스킨의 머리 위로 떨어진 공격은 도저히 빗나갈 수가 없었다.
후웅―! 후웅―!
비각성자들은 첫 번째 공격에 각성 과정에 들어가면서 마력 폭풍이 성벽 위에서 터져 나온다. 그 뒤에 대기하고 있던 다음 차례의 비각성자들이 석궁을 손에 쥐고 바글바글한 그린스킨을 겨눈다.
그리고 다시 각성에 들어간다.
“이야. 이러다가 우리 각성자 1만 찍겠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어째 돌아가는 상황이 전혀 농담이 아니게 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린스킨이 많으니까 전처럼 기존의 각성자들이 페이스를 조절할 필요가 없었다.
성벽 위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오른다. 이건 어쩌면 마이너스 카르마의 영향이 아닐까? 살육에 취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기존의 각성자와 새롭게 각성하는 각성자들이 주변을 보지 못할 정도로 그린스킨을 죽이는 것에 눈이 돌아갔다.
그때였다. 그린스킨 무리의 가장 뒤쪽에 서 있던 암살병이 스며들 듯이 주변과 동화해 모습을 감춘 것은.
예상했던 공격이고 암습이지만, 지금 성벽 위의 분위기를 보면 확실히 단순한만큼 확실한 효과를 가져오는 전략인 걸 인정해야겠다.
다만,
“엘라.”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난 살육에 취하지 않았다. 애초에 난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만 봐도 망루가 열심히 그린스킨을 때려잡고 있고, 병영에서 뽑은 전력이 그린스킨을 사냥하고 있다.
“네. 주인님. 실라페.”
돚거라고 부르는 암살병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엘리아나가 있는 한 저것들은 훌륭한 단백질 공급……, 아니 훌륭한 카르마 포인트 공급원일 뿐이다.
성벽 주변의 허공에 갑자기 녹색 피가 뿌려지더니,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작은 덩치의 그린스킨이 성벽과 성벽 바로 바깥에 후두둑 떨어진다.
“어?!”
“!!”
그린스킨의 피를 뒤집어쓰고서야 전투의 열기에 취했던 이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린다. 자신의 바로 옆에서 죽은 채로 나타난 그린스킨을 보면서 정신이 안 들면 그건 애초에 가망이 없는 놈이다.
그린스킨 진영에서도 성벽에 오르려던 놈들이 벙진 얼굴이 됐다. 자신들의 비장의 무기였던 암살병이 인간 한 명도 죽이지 못하고 모두 목이 잘렸으니까.
덕분에 의도치 않게 성벽을 중심으로 비명과 욕설이 난무하던 전장에 고요가 찾아왔다.
“암살병은 걱정할 거 없어. 내가 처리한다. 그린스킨이나 잡아.”
“네! 보스!”
“고마워요! 오라버니!”
“알겠습니다.”
…
순간 조용해졌던 전장에 다시 비명과 고함이 난무한다. 인간의 혈향보다 더 역한 그린스킨의 피비린내가 더 진해지고 강렬해진다. 그 냄새만으로도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이 들 무렵,
“왔다.”
그린스킨이 밟고 선 땅이 변하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춥다. 엄청 춥다. 지금이 10월이다. 아직 겨울이 오려면 한참 남았는데, 지금까지 경험한 그 어떤 겨울보다 춥다. 그린스킨이 밟고 선 땅이 회색빛으로 변한 이후 찾아온 이상 기온이다.
착각? 아니면 환상 마법?
그런 게 아니다.
벌써 몇 번이나 말한 것 같은데 지구는 망해가는 중이다. 차원이 침공 받는다는 건 단순히 그린스킨이 지구에 와서 인간을 잡아먹고 여자를 강간해서 그린스킨을 계속 생산하는 식의 일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다.
차원이 침공 받는다는 건, 하나의 차원이 다른 차원의 색으로 물는다는 뜻이다.
조금 더 간략하게 생략해서 설명하면 차원이 겹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66일.
마치 유예기간이라도 되는 것 같은 이 기간이 지나면 드물게 그린스킨이 밀집한 곳에 이렇게 차원 겹침 현상이 나타난다.
저 시리도록 차가운 땅이 바로 그린스킨이 살아가는 차원일 거다.
단순히 온도가 차가운 게 아니다. 저건 마치 영혼이 얼어붙는 듯한 한기가 느껴진다. 실제로 저렇게 변한 땅에는 마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어? 뭐야?”
“평소보다 마력을 세 배 이상 집어넣어. 안 그러면 괜히 마력만 버린다.”
마법은 그 위력이 절반으로 줄었고, 마력이 담긴 원거리 공격은 그 힘이 더 크게 줄었다. 발현되는 마법 위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면 두 배로 늘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아니다.
이건 좀 복잡한 이야기인데, 마력의 위력을 2배로 키우기 위해서는 마력의 ‘양’이 아니라, ‘질’이 두 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전보다 더 시간이 걸려도 괜찮아. 아직 그린스킨은 많이 남았으니까.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
“네!!”
각성자가 5천 명이 넘는다. 그린스킨이 10만이라고 해도 한 명당 20마리 정도 잡으면 끝난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겠지만, 생각보다 일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각자 자신이 죽일 그린스킨을 머리 위에 마크하지 않는 이상 공격 대상이 겹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가까운 곳의 그린스킨부터 사냥하게 되니까.
그러니 한 사람당 마흔 마리 이상 그린스킨을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호기롭게 사냥했지만, 저 차원 겹침 현상이 발생한 뒤로는 벌써부터 마력이 부족한 각성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력 떨어진 각성자는 영지 안으로 복귀해. 괜히 알짱거리다가 죽으면 무슨 소용이야?”
“…네.”
특히나 이번에 막 각성한 각성자들은 마력을 분배할 줄 몰라서 무리하다가 금방 리타이어가 됐다.
그런 상황에서 하늘 위를 가득 메우는 운석이 비처럼 떨어진다. 지금까지 사냥한 그린스킨보다 더 많은 그린스킨이 침공한 셈이다. 어떻게 보면 힘이 빠질 일이지만,
“허? 이게 웬 떡이야.”
내입장에서는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어쩌면 이 전투를 주관하는 총사령관은 내가 위기에 빠졌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상황만 놓고 보면 위기처럼 보이니까.
“오빠. 충성 85이상인 사람은 모두 각성에 성공했어요!”
각성자는 벌써 1만 명을 넘겼다. 미쳤다. 진짜. 오늘 각성한 각성자 5천여 명이 벌써 리타이어 돼 성벽 아래로 내려갔지만, 그것만 해도 어딘가.
성벽 위는 전투를 시작할 때보다 사람이 줄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날뛰기 좋아진 것도 있다. 이제는 서로 죽이려는 그린스킨이 겹치지도 않을 거고.
“설기야.”
“먀아~.”
내가 걱정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엘리아나라면, 다른 하나는 우리 귀여운 설기다.
“저기 아빠 귀찮게 하는 놈들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
“먀아! 먀!”
냥냥 펀치를 날리며 금방이라도 품에서 벗어날 것처럼 하악 거리는 설기의 등을 쓰다듬었다. 아직은 아니다. 하늘 위에서 하강하고 있는 운석이 모두 떨어지고 그린스킨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 설기가 나설 거다.
“그때 우리 설기가 저기 뒤쪽에서 나타나서 으헝! 하면 엄청 놀라겠지? 그치?”
“먀아!”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식빵 자세로 품에 안긴 설기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이에도 전투는 더 치열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각성자가 내려간 곳 주변에 그린스킨이 성벽 위에 올라서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뒈져.”
물론 주변에 있는 지구의 의지의 사제에 의해 금방 목이 잘려 성벽 밑으로 떨어졌지만, 성벽 위로 올라왔다는 게 중요하다. 여태까지 여러 공방에서 처음 있는 일이니.
성벽 위에 여러 의미가 담긴 긴장감이 안개처럼 낮게 깔리고, 각성자들의 걸음이 한 걸음 정도 느려진다.
“설기야.”
“먀아~?”
“우리 설기 아빠 도와줄 거야?”
“먀아아!!”
기지개를 켜듯이 식빵 자세에서 몸을 푼 설기가 몸을 한껏 웅크렸다가 훌쩍 뛰어내린다. 등에 달린 작은 날개를 팔락인 설기가 빠르게 멀어진다. 바글바글한 그린스킨의 가장 뒤쪽은 임진강을 건너 북한의 영토에 있었다.
그곳까지 날아간 설기의 몸에서 빛이 흘러나오며 본래의 설기의 몸으로 돌아왔다. 대붕의 날개에 위압적이고 살기가 그득한 샤벨타이거가 그린스킨 뒤에 조용히 내려섰다.
그리고 차가운 회색 대지에 커다란 설기의 발이 닿는 순간,
『고용된 동물 [설기]가 광역 지형 디버프 「혹한(酷寒)」에 저항합니다.』
차가운 대지에서 나오는 추위에 저항했다는 메시지가 출력된다. 원래 샤벨 타이거, 검치호는 생존하던 시기에는 기후가 다양하게 변하던 시기였다. 온도에 대한 내성이 가뜩이나 높은 샤벨 타이거인데 특별한 샤벨 타이거니 말해서 뭐하겠나.
“역시 내 새끼! 우리 설기는 천재인 걸까? 응?”
[마스터. 그거 팔불출이에요. 그리고 저 녀석은 애초에 고양이가 아니라고요! 고양이는 폴리모프 한 거고 실제로는 호랑입니다!]‘아 몰랑. 아무튼 귀여운 설기가 체고시다!!’
[네네~. 그러시겠죠~. 이래서 고양이를 요물이라고 하는 건가? 평소 냉철한 마스터가 이상하게 멍청해진단 말이지.]‘오구오구! 잘한다! 내 새끼!’
[어휴.]뭐! 왜! 평소에 작은 고양이일 때는 발바닥의 분홍 젤리가 손가락 마디 하나보다도 작은데, 지금은 거의 사람 머리만 하다! 얼마나 폭신폭신, 말랑말랑하겠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린스킨은 어쩔 거냐고?
무슨 걱정이야?
“영주님! 저 마력 다 회복됐어요!”
“저도요!”
…
“그걸 왜 보고하고 있어? 마력 회복했으면 빨리 달라붙어. 카르마 포인트는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야 해. 조엘 너, 북극곰 타고 싶다며? 그거 고용하려면 열심히 벌어야지.”
“네에!! 꺄아아아!”
아직 광대에 주근깨가 자글자글한 귀여운 아이가 자기 이름이 불렸다는 게 기쁜 건지, 아니면 하얀 곰을 타는 상상이 좋은 건지 비명 같은 환호를 지르며 성벽으로 달려간다.
그 아이 뒤로도 하나둘 성벽 위로 복귀하는 각성자가 늘어난다.
영지 안에서는 세계수의 영향 아래 마력 회복 속도가 상승한다. 다만 애매한게 영지 ‘안’이라는 설정이 성벽은 적용이 안 된다. 성벽은 일종의 경계로 판단하는 것 같달까?
그래서 조금 전 리타이어된 각성자들이 성벽을 내려간 게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랭크가 아직 낮아 화이트나 레드 랭크인 각성자들은 소비도 빠르지만, 회복도 엄청 빠르다.
점점 복귀하는 각성자들이 늘어나면서 그린스킨은 그야 말로 앞뒤로 갈려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엘라. 심심해도 조금만 더 기다려.”
“네. 주인님. 전 심심하지 않아요.”
엘리아나는 아직 본격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린스킨? 카르마 포인트? 다 뒤졌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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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부터는 리리플도 준비해보겠습니다.
헤헤.
이번주도 힘내세요!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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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성벽 아래에 목이 잘리거나 사지가 잘린 의 시체가 가득하다. 아직 지구가 ‘흡수’를 시작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너무 많아서 속도가 느려진 건지 성벽 아래는 시체가 가득하기만 했다.
“냄새는 진짜 극혐이네요. 오빠.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사냥한 그린스킨?”
“모르지. 최소 2, 30만?”
새벽에 시작한 전투는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끝났을 정도로 징글징글하게 많았다. 솔직히 엘라가 본격적으로 힘을 썼다면 더 빨리 끝났을 수도 있다. 아니지. 수도 있다가 아니라, 분명히 아침 나절에 전투가 끝났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