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68
류하이칭뿐만 아니라, 함께 주석궁 안으로 초대 받은 일곱 명의 침식자 간부 모두가 모욕적인 김종은의 말에 이를 갈았다.
하지만 누구도 섣부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들이 주석궁으로 들어온 이후 제법 오래 걸었다. 즉 여기서 탈출하지 않는 한 자신이 불리하다는 걸 다섯 살 아이도 알 정도였다.
무엇보다 김종은 주변을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는 각성자와 침식자라는 기이한 조합의 호위부가 자신들을 향해 정제 되지 않는 살기를 내비쳤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욕심과 욕망이었다. 금방이라도 잡아서 회를 치고 싶어 하는. 먹을 것을 앞에 둔 굶주린 사람과 같은. 그런 눈빛이었다.
“기래~. 그라믄 이제 죽기 전에 할 말을 다 한 거지? 그르믄 이제 죽어라. 이 간나 새끼야.”
술에 취한 것 같은 김종은의 욕설은 공격 명령이 되었다. 어디에 이렇게 숨어 있었을까? 최초 류하이칭과 부딪친 각성자와 김종은 주변에 있던 호위들은 애초에 움직이지도 않았다.
다만 벽과 바닥 그리고 천장이 열리면서 침식자와 각성자가 동시에 나타나 중국 침식자를 공격했다.
나름대로 침식자로서 중국이라는 넓은 땅덩어리의 성에서 두 손가락 안에 드는 존재들이 여기 있는 침식자 간부였으나, 그들은 기습과 물량 그리고 특작부대라는 각성 전 훈련된 인원들의 전문적이고 살기 넘치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컥!”
“크헉?!!”
“켁!”
“아아아아악―!! 켁!!”
일곱이 셋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야 말로 순간.
슉슉―, 하고 다시 스샥―, 하니까 일곱에서 넷의 목이 잘려 나뒹굴었다.
이게 어쩌면 당연한 수준 차이일 거다. 고작 깡패 놀이나 하면서 약한 삶을 착취하는 놈들과 달리 호위부에서 수 년을 지독한 훈련을 거친 군인과는 기술적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준비된 함정 안에서 전투는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아차 하는 순간 셋이었던 침식자 간부는 또 한 번의 공방 끝에 류하이칭 혼자 남았다.
“기래, 기래, 이제 니 혼자 남았구나. 종간나 새끼야. 크크크크큭.”
후덕한 턱살이 흔들거릴 정도로 류하이칭을 비웃은 김종은은,
“죽이라. 잔인하게.”
잔혹한 명령을 내리며 몸을 돌렸다. 더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류하이칭은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까지 오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가도 자신을 무시하는 돼지의 행동에 인내심이 ‘뚝’하고 끊어지는 걸 느꼈다.
“Kra―yaaaaaaaaaaaaaaaa!!!!”
원초적인 그 감정, 분노에 몸을 맡긴 류하이칭의 몸에서 마기가 뭉텅이로 쏟아지며 몸이 아니, 종족 자체가 변하기 시작했다.
3m의 신장. 기이할 정도로 두껍고 긴 팔. 목을 뒤덮은 승모근과 짙은 회색 피부.
회귀 전, 각성자들이 ‘오거’라고 부르는 그린스킨의 특수개체였다.
오거가 몸을 일으키고, 손을 뻗는 것만으로 주석궁의 회의실 천장 일부가 무너진다. 오거는 그런 개체였다.
레드 랭크 정도는 흠집 정도가 고작인 가죽.
버스를 한 손으로 들고 휘두를 정도의 근력과 악력.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성.
그리고 트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트롤의 절반을 상회하는 회복력.
오거가 까다로운 이유이고 트롤과는 격이 다르게 다루기 힘든 괴물이다.
그런 오거의 외형을 한 인간의 이성을 지닌 존재. 그게 지금 중국 3성의 침식자를 이끄는 류하이칭이었다.
“크르르르. 죽인다. 돼지!”
“쯧. 야야. 잘 좀 하라! 이러다 주석궁 다 무너지갔서. 에잉. 너희가 나서서 정리하라. 기카고 오늘 밖에 있는 되놈들 흡수하고.”
척!
대답 대신에 경례를 붙이고 땅으로 꺼지듯이 사라지는 각성자와 침식자들. 이제 김종은 주위로는 사람이 넷뿐이었다.
성인 남성 두 배의 크기 덕분에 높아진 시야로 그것을 파악한 오거는 호위병력이 줄어든 순간을 기회라고 판단했다. 오거의 신체는 판단과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민첩과 근력을 가졌다.
다리의 근육이 수축하는 게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돼지와 가까워지는 것도? 시야가 낮아지는 것도? 어? 이게 맞아?
쿵―!
류하이칭이 하는 생각은 더는 이어지지 못했다. 근육이 수축되는 것 같았다고 느꼈던 감각이 사실은 두 다리가 잘려서 느껴지는 고통의 전조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김종은의 발치에 머리를 처박고 고통스러워하게 된 류하이칭은 한참이 지나고서야 자신을 쓰레기 보듯 내려다보는 김종은과 눈이 마주쳤다.
“바닥에서 물방개처럼 바둥바둥대는 게. 차암~. 어울린다. 야.”
“크르르르!!”
으르렁거리며 길어진 팔을 뻗어 분풀이를 하려고 마음 먹음 순간,
스콱!
이번에는 선명한 절삭음이 들리고 팔꿈치가 화끈한 느낌이 들었다. 류하이칭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팔이 잘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곧 절망했다.
어떻게 저런 멍청한 돼지 새끼 같은 놈이 이런 힘을 가질 수 있는 건지 억울하기도 하지만, 계시를 받은 자신들을 같은 침식자인 놈이 막아선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감히! 계시를 방해하다니이이이!!”
“계시? 아아. 남조선을 공격한다지? 기럼 니가 한 번 말해보라. 니 말대로라면 내래 계시를 정면으로 막고 있는데, 왜 아직 나는 멀쩡하네?”
“…….”
“그거이 니가 틀리고, 내래 맞다는 뜻이지. 암. 아둔한 놈. 쯧쯧. 이대로 우르르 남조선으로 내려가면 끝나나? 그런 오만방자한 방식이 통했으면, 뙤놈들을 우르르 딸려 보냈을 리가 있간?”
도무지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류하이칭이 허무하게 자신의 생이 끝나감을 느끼고 절망할 때,
“지도자 동무!!”
문을 부술 듯이 열면서 각성자 한 명이 다급히 안으로 들어온다. 당연히 두 다리와 팔 하나가 잘린 류하이칭도 그 각성자에게 눈이 갈 수밖에 없을 만큼 다급한 움직임이었다.
“남조선 방향에서 적군이 출현했슴네다!!”
그리고 그건 류하이칭의 꺼져가던 생존본능에 휘발유를 끼얹는 발언이었다.
“오호~? 기래?”
“기렇습네다! 확실합네다!”
“호오.”
고민하는 듯한 김종은의 모습에서 류하이칭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엿봤다.
“내가 도와준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했다. 밖에 있는 침식자와 그린스킨을 모두 더하면 천만이 넘는다. 천만이 넘는 병력을 다루기 위해서는 자신이 필요할 거다.
“기래? 니가 뭘 도와주겠단 말이니? 저 밖에 있는 얼치기들? 그거이 왜 니 도움을 받나? 얼치기 새끼야. 아직도 모르겠나? 내래 누군지?”
김종은의 말에 의아함을 느끼던 것도 잠시, 그의 주변으로 모여드는 ‘피’를 보면서 류하이칭은 본능적으로 어떤 불길함을 느꼈다. 생명체라면 본능적으로 느끼는 꺼리칙함과도 비슷한 무언가.
“내래. 하늘을 엿보는 자이다.”
주술(呪術).
마법과 다른, 아니 어떤 이능과 비교해도 시스템 자체가 다른 게 주술이다.
마법이 수식과 논리에서 출발한다면, 주술은 광기와 열망에서 출발한다.
대표적으로 기우제를 들 수 있다.
기우제 주술은 아무런 인과가 없다. 그저 기우제를 위해 살아 있는 것의 피를 흘리게 하고, 간절히 바라기만 한다. 사전에 뭐 공기 중의 수분 농도를 조절한다거나, 구름을 불러온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저 광기 어린 바람을 ‘피’를 통해 전달하면.
인과, 원인과 결과의 상관관계가 없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기이함.
그것이 주술이다.
그리고 이 주술과 언제든 사람, 그러니까 여기 북한 말로는 인민을 죽여 살아 있는 인간의 피를 얼마든지 흘릴 수 있는 김종은이라는 위치가 지금 이 기이한 평양의 모습을 원동력이었다.
김종은이 류하이칭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 이유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죽은 침식자들의 피가 뱀처럼 움직여 김종은의 발치에 모여 기이한 문양을 만든다. 마법진처럼 완벽한 원이 아닌, 어딘가 기괴하고 울퉁불퉁한 문양이 오븐에 넣은 쿠키처럼 딱딱하게 굳더니,
츠―스스스스.
김종은의 발치를 통해 그에게 스며든다.
“으흐흐흐. 좋구나. 좋아. 으히히히히.”
마치 마약을 잔뜩 흡입한 것처럼 눈이 풀리고 침을 질질 흘리다가 몸을 파르를 떨어댄다. 김종은의 말한 ‘마약’은 가루나 주사기로 주입하는 그런 마약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뇌리에 각인된 주술이 듬뿍 담긴 피. 그 피를 통해 얻는 주술의 힘.
이것이 김종은이 말하는 ‘마약’이다.
“밖에 남조선 아새끼들이 와 있다고?”
“그, 그렇습네다! 긴데…….”
“긴데?”
“제가 보고 받을 때, 남조선 간나들이 평양을 관찰하고 날래게 물러나고 있다고 합네다!”
“기면 뭘 이리 가만히 있네?! 당장 쫓으라우!”
“예! 알갔습네다!”
*
김준과 그의 부대는 개성에서 시작해 평양까지 오면서 거친 마을에서 구출한 생존자가 2.5톤 군용 트럭 하나에 전부 태울 수 있는 상태가 될 정도로 적다는 것에 받은 충격은 평양에 도착하고 받은 충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바글바글? 그런 게 아니다. 까마득하다는 느낌을 무질서하게 퍼져 있는 침식자와 그린스킨에게서 받게 될 줄은.
“미친. 저거 얼마야?”
몇 명 혹은 몇 마리냐고 묻는 게 아니라, 얼마냐고 물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그린스킨에 질려버렸다.
“최소 오백만은 훌쩍 넘습니다. 대장님. 이거 후퇴해야 합니다.”
“문 상사. 생존자들 챙겨서 전력으로 후퇴해. 후퇴하면서 영주님께 보고도 드리고.”
“예? 저요? 밑에 애들 시키는 게 낫지 않겠어요?”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일단 애들 몇 명 차출해서 비각성자부터 영지로 옮겨.”
“대장님은요?”
“난 적당히 약을 올리면서 빠져야지. 그냥 무턱대고 빠지면 힘들 테니까.”
“…알겠습니다.”
개성에서 평양까지 오면서 구출한 생존자가 고작 33명. 그 중 21명이 아이들이다. 각성자와 생존자를 태운 두 대의 트럭이 라이더의 고유 능력으로 빠르게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2인 1조로 말에 오른다. 우리는 적당히 멀어지면서 쫓아오는 놈들을 기회를 봐서 격퇴하면서 후퇴한다.”
“네!”
“그리고 누가 막내야?”
“용홉니다!”
“그럼 김용호.”
“예!”
막내라고 하기에는 이미 탈모가 한참 진행돼 저절로 숙연해지는 외모를 가진 남자가 손을 들며 앞으로 나선다.
“너는 가장 선두에서 후퇴하면서 발생하는 상황을 최대한 상세히, 면밀히, 확실히 영지 전용 가이아 게시판에 올려.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상황 전달에 전념하는 거야. 우리가 다 죽더라도. 알았어?”
“예!!”
나이가 서른이 넘는―외모만 보면 오십이 넘어보이지만― 김용호는 이제 막 군대에 입대한 이등병처럼 각을 잡고 그렇게 보고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평양 내에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게 보인 순간,
“후퇴한다. 체력 분배 잘 해.”
“네!!”
결연한 분위기에서 2천명의 각성자가 빠르게 평양에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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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으어 죄송합니다.
17시간을 잘 줄 몰랐습니다.
어제 집에 새벽 5시 좀 넘어서 들어왔는데.
일어났더니 아직도 날이 어두울 줄을.ㄷㄷㄷㄷㄷ
중요한 그리고 밥 먹고 한동안 멍해 있다가 다시 잠들었다는…ㄷㄷㄷ
바로 글 쓰러 가볼게요.
아침도 먹어야겠어요!
인포서, 김준
김준은 2인 1조로 탈 것 하나에 두 명이 타는 이 시스템에도 걱정하지 않았다. 옐로 랭크의 동물은 레드나 오렌지 랭크의 인간에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각성자의 고유 능력에 버금가는 이능을 다루는는 유니콘이나, 페가수스 같은 환수에 비하면 부족해 보일지라도 근력과 민첩 그리고 체력과 내구로 표현되는 순수한 육체 능력은 아래 랭크의 각성자가 비빌 건덕지가 못 된다.
그러니 고작 한 명이 더 위에 탔다고 지치는 일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진행한 계획이었다.
‘영주님도 그렇게 말씀하셨고, 그래서 기마대의 숫자를 전체의 절반 정도로 만드신 거니까. 이게 맞아.’
두두두두―.
맹렬히 평양에서 멀어지는 기마대의 가장 뒤에서 달리면서 김준은 여러 상황에 대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면서 나아갔다.
그리고 후퇴를 결정하고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그의 기감이 닿는 가장 외곽에서 맹렬한 적의와 정제되지 않은 야생의 살기가 감지됐다.
“왔다!! 적이 왔다!”
전속력으로 달리지 않았다. 적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동시에 오래 달리기 위해 탈 것과 기수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지금보다 속력을 70%로 낮춘다.”
“예!!”
만약 각성하기 전이었다면 ‘70%가 어느 정돈데?! 이 미친놈아!’라고 생각하는 기수가 있었을 거다. 하지만 각성자가 되고 최소 레드 랭크의 종반을 향해 달려가는 여기 모인 이들은 70%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감지해냈다.
몇 달간 이것만 연습한 것처럼 앞줄부터 가장 뒤에 있는 김준까지 모두 동일하게 속도를 늦추며 계속 달려나간다. 마치 거대한 하나의 개체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