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69
“지금부터 모두 스크롤을 사용한다! 영지로 복귀할 때까지 지속 시간이 끝나는 즉시 재사용을 허가한다!”
“네!!!”
어떤 의미에서는 군용 트럭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중임에도 김준은 자신이 탑승한 코뿔소를 닮은 녀석의 기분은 오히려 상쾌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 일반 능력 [기승(騎乘)]이 발현되자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이제야 좀 보이는군.”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한 김준은 이제 막 보이기 시작한 그린스킨과 침식자를 보면서 얼른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려 미소 지었다.
삼국지 마니아인 김준에게 기마 돌격과 유인 전술은 그야말로 로망과 같은 거였다. 그런데 이걸 원정에서 한 번에 다 해보게 됐다.
“산개!!”
김준의 명령에 마치 적의 등장에 놀라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오합지졸처럼 900기가 넘는 탈 것이 넓게 퍼지며 그들을 쫓는 그린스킨에게서 멀어진다.
침식자를 이끄는 리철우는 이 난리가 일어나기 전 상좌―한국 군대로 치면 중령과 대응하는 계급―에서 대좌―한국 군대의 대령― 진급을 앞둔 사람이었다. 북한 군부에서 진급은 단순히 자신이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그만한 뒷배가 있다는 뜻이었다.
더욱이 리철우의 나이가 아직 마흔이 되지 않았음에도 대좌라는 계급을 넘볼 수 있던 걸 생각하면 더욱 그럴 거다. 그의 조부는 대장 급인 인민무력부장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그것보다 더 높은 인민군 원수였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멸망과 함께 거품처럼 사라졌다.
총과 포가 통하지 않는 놈들에게 그나마 리철우가 할 수 있는 건 위원장인 김종은을 호위하며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 전부였다.
‘기래. 기렇게 생각하던 때도 있었지.’
하지만 그게 신의 한 수가 될 줄은 리철우 본인도 몰랐다. 당시에는 살아남기 급급했고, 북한이라는 이 나라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김종은 옆이었기에 전력으로 보호하고 따를 뿐이었다.
그리고 김종은이 침식자가 된 후, 리철우는 두 번째로 침식의 ‘세례’를 받았다.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김종은 다음으로 강한 존재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지닌 권력으로나, 힘으로나 말이다.
더욱이 김종은 위원장이 주술사라는 특이한 계열로 침식의 세례를 받은 만큼, 리철우는 그를 경호하고 보호할 수 있는 육체파 침식자가 되었다. 그것도 강력한.
기존에 군부에서 배운 여러 전투 기술과 맞물리며 리철우는 정말 강해졌다.
중국에서 왔다는 그 삼합회의 홍두?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놈? 오거로 변한 것이 신기하긴 했으나 그것뿐이었다.
그는 특별한 종족이 되었다. 이요한이 수호병, 암살병, 공성병, 주술사 같은 것으로 부르는 특작 부대 소속이 될 수 있는 종족.
“더 날래게 움직이라!!”
전장에서 태어나 전장에서 살아가는 종족. 그는 투귀 종족이다. 전장에 서서 전투가 벌어지면 발생하는 악의와 살기, 증오와 원망 같은 사념을 흡수하는 부족.
그렇기에 저 멀리 빠르게 멀어지는 놈들이 겉으로는 당황해서 도망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을 그렇지 않다는 걸 그의 감각이 알려줬다.
“하! 기래 봤자지.”
그는 저들이 꿍꿍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개의치 않았다. 무시했다. 인간은 그린스킨을 이길 수 없다. 리철우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각성자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실제로 자신이 두 발로 뛰고 있음에도 저 멍청이들은 곧 따라잡힐 것 같지 않은가.
“더 달리라우! 적을 처치하고 피를 마시면 더 강해질 기야. 마기를 사용해도 좋다!”
“알갔습네다!!”
“Kraaaa!!”
침식자와 그린스킨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린스킨은 온몸에서 하얀 김이 흘러나올 정도로 근육을 혹사시켰고, 침식자는 모두 마기를 발산하며 그린스킨으로 변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거리가 점점 빠르게 좁혀지기 시작했고,
“죽이라!!”
“으아아아아!”
“죽이라아아아아아!”
“Krayaaaaaaa―!!!”
가장 후미에 있는, 혼자 코뿔소 같은 거대한 덩치를 타고 달리는 놈의 등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 거리는 곧,
“후우…….”
코뿔소 등에 탄 놈의 깊은 한숨이 들릴 정도까지 가까워졌다. 물론 그건 리철우가 침식자가 되면서 인간을 뛰어넘는 청각을 가지면서 멀리서도 들을 수 있는 거지만, 그래도 처음보다 더 가까워진 건 사실이다.
“흐흐흐. 죽여주지. 남조선 애미나이.”
그리고 그때,
“반전!”
상대도 자신의 중얼거림을 들은 것처럼 열심히 달리던 놈의 마력을 담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평양과 개성 공단을 잇는 평양 개성 고속도로 위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사방으로 흩어진 이들. 길쭉한 타원처럼 변형된 기마대의 진형이 일제히 반전하며 그린스킨과 침식자를 포위한다. 쌈을 싸먹는 것처럼.
그리고 기마대의 돌격 이전에 두 명씩 타고 있던 말 위에 앉은 원거리 계열 각성자들의 능력이 침식자와 그린스킨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콰르르르릉―!!
가장 빠른 원소력을 지닌 뇌전이 먼저 도달하고,
화르르르―! 콰아앙!
그 뒤를 이어 화염과 폭발이 이어지고,
챙―! 채채채채챙!!
땅에서 거대한 석창이 일어나 혼란을 틈타 적의 몸을 관통한다.
“뭐, 뭐이가?!”
리철우의 본능이 속삭인다. 그의 바뀐 유전자가 속삭이는 본능으로는 이곳이 함정이고, 적은 자신보다 강하다.
“기럴 리가 없다!!”
그러나 그걸 인정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멸망 이후 북한 서열 2위의 리철우가 자신을 보고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는 남조선 도덕 없는 애미나이들이 자신에게 위협이 될 거라는 본능을 믿기 힘들었고, 믿기도 싫었다.
“뒈져라!”
살기와 악의가 마기와 만나 형태를 가진다. 이게 바로 투귀들의 고유 능력이자 전투 방식이다.
거대한 참마도. 그렇지만 살기와 악의가 마기로 제작된 것이기에 무게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
말과 함께 기수를 통째로 갈라버리려는 의도로 제작된 무기가 말에 탄 채로 상체를 뒤로 돌려 자신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는 놈과 이쪽은 보지도 않고 열심히 달려가는 두 놈을 동시에 베어버리기 충분한 크기였다.
스읏―.
거대한 참마도를 휘둘렀음에도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전부였다. 그래서였을까? 김준의 바로 앞에서 달리던 두 명이 말에 탄 채로 상체와 하체가 분리됐다. 아이러니한 건 타고 있던 말은 멀쩡했다는 거다.
“음!”
김준의 신음을 들으며 리철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약하지 않다. 이곳은, 하찮은 인간은 절대로 자신을 위협에 빠트릴 수 없다.
“날뛰라우!!”
그래서 본능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린스킨과 침식자는 사방으로 날뛰며 감히 자신들을 포위하려는 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기래! 기거지!!”
리철우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판단하기에 자신보다 강한 각성자는 보지 못했고, 중국에서 천만이 넘는 대군을 이끌고 온 놈의 대장도 자신에게 안 됐다. 단순히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는 거다.
적어도 리철우가 자신을 냉정하고 이성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다만,
“이 개자식이?!”
그는 리철우는 생각했어야 했다. 그의 생각처럼 침식자가 각성자보다 강했다면, 중국에서 천만이라는 대군이 내려올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영지 최초의 희생자가 나온 건가?”
그렇기에 어느새 속도를 줄이고 반전하고 있는 김준의 중얼거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결지(決志)].”
당연히 김준이 발현한 일반 능력 역시도.
“타깃 설정. 락온.”
이요한은 김준을 향해 이렇게 불렀다. 인포서라고.
그린스킨과 전투보다 인간과 전투에서 더 강한 김준의 고유 능력은 효율이 매우 안 좋다. 마력 소비도 보통의 고유 능력에 비해서 몇 배나 많고, 한 번 사용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하지 못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개똥망 클래스라고 생각하겠지만, 이요한의 기억 속에 김준은 엄청 강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그건 그의 고유 능력이,
“[척살(刺殺)].”
타깃으로 설정된 존재를 향한 강제적인 죽음이기 때문이다.
찰컥―.
검과 검집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김준은 검을 장비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소리가 들린 이유는,
“어? 어어?”
마력으로 구현된 고유 능력이 깔끔한 쾌검이기 때문이다. 눈으로 좇기 어려운 마력이 김준의 등을 노리던 리철우의 목을 베고 지나간다.
일반적인 날붙이였다면 오히려 쾌검이기에 그린스킨의 경이적인 회복력에 다시 목이 붙었을 수도 있겠지만, 마력이 담긴 검격은 리철우의 목을 확실하게 몸에서 분리시켰다.
“젠장?!”
소란스럽던 전장에 고요가 내려앉는다. 각자 서로를 썰어대던 이들도 모두 물러나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상한 힘을 쓰던 북한 장교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김준에 의해 목이 잘려 나뒹군 것을 북한 침식자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어이. 남조선 애미나이. 너 이름이 뭐간?”
잘린 목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입을 놀리는 장면에서는 김준과 그 부하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김준.”
“기래. 김준 동무. 목을 씻고 기다리라우. 곧 다시 만나게 될 테니.”
그 말과 함께 리철우의 몸이 붉은 안개로 변해 흩어졌다. 마치 죽은 것 같은 그림이지만, 김준은 그가 죽지 않았다는 예감이 들었다.
“다시 만나면 날 볼 새가 없을 걸? 우리 영주님이 손가락만 까딱해도 뒈질 놈이. 폼은.”
리철우가 사라지고 더 고요해진 전장은,
“뭐해?! 반격해.”
김준의 명령에 다시 혼란과 소음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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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주말 내내 잠만 잔 것 같네요.
무슨 잠은행 영화처럼.
잠을 맡겨놨다가 상환 받은 느낌입니다.
천재묘니까
난 김준 부대 소속 각성자가 전한 긴급 사항은 올라온 것과 동시에 확인했다. 이번에 영지 소속 각성자가 전부 원정을 떠났기 때문에 영지 전용 게시판을 주시하고 있었다.
“음.”
상당히 세밀히 그리고 면밀히 작성된 긴 글을 보면서 저절로 나오는 한숨을 숨기지 못했다.
“돌겠네.”
내가 이렇게 난감해 하는 이유는 ‘시간’의 착오 때문이다.
최초 계획에 따르면 김포에서 한강을 건너 이동해 개성 공단에 들어서면 생존자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책정한 시간이 있었다. 단순히 생존자만 수색하는 게 아니라, 생존자를 발견하고 오래 굶은 그들을 위한 구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당연히 적지 않은 시간의 소요를 예상했다. 개성에서 뿐만이 아니라, 그 위의 도시와 주변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나 북한의 상황은 나와 김준의 예상과 달랐고, 그들은 개성에서도 그리고 그 위의 도시와 마을에서도 사람을 구하느라 시간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예상과 다르게 빠른 속도로 평양에 도착했다. 멸망 전에도 개성과 평양 사이에는 고속도로가 있어서 넉넉히 1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거리였다.
그런데 멸망으로 차도, 사람도 없는 고속도로를 옐로 랭크의 탈 것과 라이더가 운전하는 차가 달리는데 얼마나 걸리겠나?
예상보다 너무나 빠르게 평양에 도착했고, 김준과 그 일행은 그곳에서 지옥을 보았다.
“천만이 넘는 그린스킨과 침식자라니…….”
애초에 물량으로 조지는 놈들이다. 그린스킨이라는 종속들은.
‘뒤에 등장하는 시체쟁이도 물량으로 조지는 건 마찬가지긴 한데. 그것들은 방어력이라도 낮은데. 이 새끼들은 진짜. 어휴.’
게다가 물량하면 빠지지 않는 게 중국 놈들이다. 무한 고기 방패 따위를 인해전술이라고 포장하는 놈들 아닌가.
물량과 물량의 만남.
그린스킨과 중국인.
이 끔찍하기만 한 혼종은 순식간에 병력을 천만이나 뽑아내는 미친 짓을 해버렸다.
“미친 개또라이 새끼들!”
엘라가 있으니 괜찮지 않냐고? 괜찮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엘라가 완벽하게 전면으로 드러나게 된다.
“뭐, 이젠 그것도 괜찮아.”
물론 시일이 지난 만큼 엘라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글을 처음 확인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난감함의 가장 큰 원인은,
“구출하러 갈 사람이 없어.”
김준과 그의 부대를 돕기 위해 나갈 병력의 부재였다.
당장 영지를 비울 수 없다. 당연한 말이다.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고 효율만 따진다거나 도덕적 해이 같은 게 아니라, 지금 영지에 남아 있는 병력은 병영에서 뽑은 네 개의 병과 20명씩 80명을 제외하면 나뿐이다.
이번에는 한반도 전체를 관리하겠다는 일념으로 마법사들까지 모조리 나갔다. 아직 두 번째 페이즈 초창기이기에 빠른 결단이 필요했고,
“난 결단을 내렸지. 그러니까 이건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야.”
이요한은 자신이 내린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일단 지금 차출할 수 있는 인원이…….”
없다. 젠장. 진짜 없다.
그렇다고 원정 나간 부대를 되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