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74
북문으로 향하는 길에 하나둘 따라붙었던 인원은 빠르게 인원을 불려나갔다. 이번 전쟁은 북쪽 성벽에서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다만 영지 범위가 생각보다 엄청 넓어서 북쪽 성벽 전체와 동북·서북 성벽에 병력을 집중시켰다.
기존 영지민과 원정대와 함께 합류해 행정청 직원들의 심사를 통과하고 영지민으로 등록된 생존자는 495,883명.
엄청 많은 것 같지만, 멸망이 일어나기 전 남한의 인구는 5천만을 넘었다. 비록 원정대가 대도시 위주로 훑었고, 생존자 중에서도 마이너스 카르마가 플러스 카르마보다 높은 사람은 걸렀다고 해도 1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고유 능력 [영지]로 첫날 소환된 이들은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비율은 더 줄어든다.
그리고 각성자는 기존의 영지민 소속 각성자와 원정대가 추가로 데려온 각성자를 더해 모두 31,074명.
3만이 넘는 각성자가 있는 쉘터? 회귀 전을 통틀어도 풍문으로도 들은 적이 없다. 아마 오늘 전투가 끝나고 가이아 게시판에 영상이 올라가면 난리가 날 거다.
“주인님.”
“오빠.”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흐름을 따라가다가 보니 어느새 북문 성벽 위에 서게 됐다. 옆에는 엘리아나와 유다연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직은 잠잠히 흐르는 강물을 너머의 풍경이지만, 이제 옐로 랭크에 이른 육체가 알려온다. 전쟁은 곧 시작일 거라고. 저기 너머에서 지독하고 더러운 살기가 일렁거린다고.
“다들 슬슬 전투 준비하라고 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으니까.”
“네. 오빠.”
미명을 밝히는 해와 함께 넘실대는 살기와 마기가 한여름의 지글지글한 아지렁이처럼 일렁인다. 진짜 얼마 안 남았다.
“후우…….”
[마스터.]왜? 오늘은 정신 없다. 장난 받아줄 힘이 없어.
[마스터는 마스터가 신이라고 생각하시나요?]이건 또 무슨 똥멍청이가 같은 소리야? 내가 왜 신이야? 그냥 평범한 인간보다 못하다고 자기비하 중인데.
[그런데 왜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세요?]내가? 내가 언제?
[차원 침공이 시작되고 죽은 인간의 수가 얼마나 될 것 같으세요? 천만? 1억? 지금까지 지구의 의지가 추산한 바로는 40억이에요. 절반 이상의 인간이 죽었죠. 아마 이제 그 숫자가 더 많아지겠고요. 1년을 넘기지 않고 지구의 인구는 1억이라는 선도 지키지 못하고 무너질 거예요.]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모든 인간을 다 살릴 순 없어요. 그게 마스터의 영지에 속한 인간이라고 해도요. 전쟁을 염두해 두시면서 아군의 희생이 0이길 바라는 건 신이나 할 법한 생각이에요.]“후우…….”
나도 안다. 회귀 전에 쉘터를 지키면서 충분히 경험했던 일이기도 하고. 그래. 안다.
‘하지만 아는 것과 바라는 것은 다를 수 있는 거지.’
[물론 저도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마스터의 그런 마음이 최근까지도 마스터를 고깝게 보던 지구의 의지들의 시각을 돌려놓기에 충분했으니까요. 인간에게 배신 당해서 회귀한 마스터가 인간혐오에 걸리기는커녕 자신의 울타리에 들어온 인간을 살리기 위해 이렇게 마음을 쓰는 모습을 보고 어떤 지구의 의지가 반하지 않겠어요?]‘반하기까지 했나? 그건 좀.’
장난으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평소처럼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이대로는 위험해요. 마스터. 노력하는 건 좋아요.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게 뭐가 나쁘겠어요? 그러나 그 이상은 망상이에요. 마스터는 신이 아니에요.]반지의 에고, 지구의 의지 중 군주(君主)의 파편이 전달하는 충고는 유난히도 아팠다.
[마스터. 이제 그만 꿈에서 깨어나세요. 여긴 아포칼립스의 지구입니다.]지금까지 승승장구하며 압도적으로 치고나갔던 게 마치 꿈이라고 말하는 그의 통렬한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열이 있는 것처럼 어지럽던 시야가 또렷해지고, 멀미라를 하는 것처럼 울렁이던 속도 진정됐다.
“후우…….”
세 번의 한숨이었지만, 이번에 내쉰 숨은 한숨이라고 보다는 큰 숨에 가까웠다. 크게 내쉬고 많이 들이마시는 공기에 점점 시야는 또렷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그래. 그래야지.’
딱히 고마움을 전하진 않았다. 아직 시작도 안 한 전쟁인데 벌써부터 감사를 입에 담는 건 어불성설이니.
“주인님. 옵니다.”
전쟁이 시작된다. 막연하게 느껴지던 악의가 또렷해지면서 강 너머에서 녹회색 덩어리가 꿈틀대는 게 보였다. 엄밀히 따지면 그건 엄청난 숫자의 그린스킨이 꿈틀거리는 거대한 부정형 단세포 생물처럼 보이는 거였다.
“오빠!”
“보스…….”
뒤늦게 발현한 유다연과 올리비아를 비롯한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이 하나둘 압도적인 숫자에 기겁하고 있을 때,
“…미친놈이네. 저거.”
‘픽’하고 마른 웃음이 새어나올 정도로 모든 긴장감을 날려버릴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응? 왜?”
“저기 보여?”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수백만의 그린스킨이다. 그냥 인간 군인도 수백만이면 질릴 정도인데, 덩치가 인간보다 2배 이상 크고 흉악하게 생긴 그린스킨이 수백만이다. 아무렇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그런 유다연이었기에 내가 긴장감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어이없어 하는 말을 놓치지 않았다. 유다연뿐만 아니라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도 모두 내게 집중하고 있었기에 내가 웃는 모습에 의아해하면서도 기대하고 있었다.
“어디? 어디?”
“저기. 뒤쪽에. 다른 곳보다 조금 높은 거.”
“…저거 뭐예요? 가마 같은 건가? 그 막 사극에 나오는?”
“맞아. 저기 위에 반쯤 누워 있는 돼지가 그 돼지 같은데?”
내가 유다연에게 설명하는 동안 그린스킨 무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하나둘 내가 설명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냈다.
그리고는,
“…왠지 저기서 ‘나는 관대하다~.’라고 해줘야 할 것 같은 몰골인데?”
누군가 중얼거린 말에 다들 빵 터져 버리고 말았다. 영화 300에 나오는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시스의 대사다. 정확하게는 ‘I am a generous God. 나는 관대한 신이다.’이지만.
그린스킨이 넓은 한강―파주랑 북한 경계는 임진강, 김포와 북한 경계는 한강―을 앞에 두고 걸음을 멈췄다.
“남조선 동무들을 잘 들으라우! 지금이라도 우리 위대한 지도자 동지께 충성하므는, 죄를 묻지 않갔어. 김준이라는 아새끼는 뒈져야겠지마는! 기거이 어쩔 수 없는 거이지! 위대한 수령동지와 함께 하면 희망찬 미래와 영광이 있을 거이야. 잘 결심하라우!”
가장 앞에서 꽥꽥 소리를 지르는 놈은 우리 관심 밖이었다. 돼지 놈이 강렬하게 시선을 강탈하는 중이었으니.
“…뭔 대남 선전을 로켓단 대사로 해?”
그것도 아닌가? 근처에 있던 꼬맹이 각성자 녀석이 저렇게 투덜대는 걸 보면.
“어라? 니가 대남선전이라는 말을 어떻게 알아? 유준호, 너 솔직히 말해. 너 15살 아니고, 35살이지?”
유다연이 자신과 성이 같은 유준호를 평소에도 애늙은이 같다느니, 인생 3회차 같다느니 같은 소리를 하면서 시비를 거는 게 일상이었다. 평소라면 또 애를 괴롭힌다고 핀잔을 들었을 일이지만, 전쟁을 앞둔 직후라서일까? 그 일상의 모습을 다들 소중한 보물을 보는 것처럼 지켜봤다.
“슬슬 시끄럽다. 저기까지 저격 할 수 있는 사람? 선착순 한 명.”
“저요!”
“제가 해보겠습니다.”
도로시와 루크가 서로 해보겠다고 팔을 들고 나섰다.
“루크 너 가능해? 도로시는 저격 계열 궁수 클래스니까 이해하는데.”
“저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제가 죽이는 게 더 화려하지 않겠습니까? 파파팍! 이펙트도 있고?”
빛의 추적자. 마력을 빛 속성으로 다루는 궁수 계열 클래스.
루크의 말도 제법 그럴듯하다.
“그럼 그렇게 해. 시끄러워 죽겠네.”
“예.”
루크가 그대로 성벽 난간에 기대 아이템화 된 활 시위를 잔뜩 당겼다. 평소와 다르게 시위에 커다란 화살을 매기고 마력을 잔뜩 주입한 후, 부드럽게 시위를 잡은 손가락을 풀었다.
아이템이 된 활 시위의 힘과 마력이 힘이 더해져 순식간에 한강 너머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빽빽 지리는 놈의 입을 꿰뚫었다.
그래.
입을 관통해서 목 뒤로 화살이 나온 거다. 더욱이 앞서 말했듯이 루크의 클래스는 빛의 추적자. 황금빛 마력이 흩날리면서 추가 피해를 입혔다.
한강 너머의 그린스킨과 침식자의 분위기가 일순간 고요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지만, 루크의 말처럼 이펙트가 너무 화려했다.
성벽 위에 있는 어린 각성자들이 ‘대박!’이라거나, ‘나 저거 –던-에서 봤어! 비슷한 스킬!’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면서 루크에게로 달려들었을 정도로.
“이, 이, 종간나 새끼들이이!!”
저기 멀리 강 너머에서 째지는 목소리에 분노보다 수치심이 더 진한 것 같은 건 착각이려나?
[아닙니다. 착각.]그래. 나도 그런 것 같아.
“수성이라고 공격하길 기다리란 법 있어? 리치가 닿는 각성자들은 공격해. 무리하지 말고. 놀리듯이. 열받으라는 듯이. 뭔지 알지?”
“네에!”
“네!”
…
“때렸죠?”
“그냥 처맞죠?”
“아무고토 못하죠?”
“개킹맞쥬?”
…
물론 난 아직도 쟤들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고 이해도 안 되지만, 사기가 오르니 그걸로 됐다.
“예비 각성자들은 대기 해. 아직이야.”
더욱이 난 이 전쟁에서 마냥 맞아주다가 간신히 방어하고 그러는 그림만 그리지 않았다. 충성 스탯 제한을 85에서 80으로 낮췄기에 성벽 위에서는 각성자 만큼의 예비 각성자가 가득했다.
“온다.”
저 멀리서 무지성으로 강으로 뛰어드는 그린스킨이 보인다.
“그거 언제든 발동할 수 있게 준비해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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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갑자기 며칠을 쉬었네요.
금요일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아라에서 오랫동안 담당해주시던 PD님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북 관련해서와 동시연재 관련해서 내용을 나누던 중.
이번 77페스티벌에서 제가 특별상에 선정되었다는 카톡이었어요.
세상에!
정말, 진심으로, 하늘에 맹세하건데 이번 페스티벌은 기대를 1도 안 했거든요.
중간에 맨탈이 날아가는 일이 벌어져서.
그래도 제가 새로운 글을 조아라에 연재하면서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유는 신들의 전장 이후로 매번 연재 주기가 불규칙적이고 휴재가 너무 잦아서 공모전에 참가하면 공모전 기간 동안은 웬만하면 성실 타이틀을 붙이고 열심히 연재하겠다는 목적이었는데.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덕분이죠.
이게 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혼자 신나서 히죽대다가 퇴근하고 밥먹고 샤워를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토요일 저녁이더라고요.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고.
뭔가 긴장이 풀리면서 몸도 풀어졌는지.
오늘(일요일)도 엄청 잤습니다.
어머니가 중간에 제가 죽었나 살았나 무서워서 숨을 쉬는지 살펴보고 나가셨대요. 그런데 저는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소름!!
화요일부터는 정시 연재를 목표로 다시 성실연재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붉은 낙뢰
우리는 전쟁이 이어날 걸 예상하고 있었다. 당연한 소리라고? 맞다. 당연한 소리를 굳이 또 꺼내서 활자 수를 잡아 먹는 이유는 우리는 예상만 하고 그치지 안았다는 거다.
예상을 했으니, 당연히 준비도 소흘히 하지 않았다.
먼저 적의 규모에 대해서 1.5배 이상으로 잡았다. 그래서 책정한 적의 병력은 천오백만.
그렇다면 그린스킨이 천오백만이나 나타나 성벽을 두드리면 무엇이 문제가 될까?
일단은 성벽이 튼튼해져야 한다.
‘그래서 성벽도 랭크를 옐로로 맞췄지. 그것도 즉시 건설로. 10만 포인트나 들었지. 성문까지 하면 추가로 10만을 더해서 20만.’
그 다음은 천만이라는 숫자가 갖는 힘을 주의해야 한다. 10만, 20만일 때는 그냥 무지성으로 돌격하는 놈을 상대해서 쓸어버리면 된다. 100만? 100만도 가능하다. 아침에 시작하면 점심 먹기 전에 끝날 테니까.
그런데 천만은?
새벽에 전투를 시작해서 성벽에 의지해 일방적으로 죽인다고 해도 하루는 꼬박 걸릴 수 있는 병력이다. 더욱이 인간이 아니라, 그린스킨에 특이한 침식자와 주술사가 섞여 있다면?
다음 날이 되어도 안 끝날 수도 있다. 이러면 뭐가 문제냐? 체력과 마력이 문제다.
그린스킨의 특징은 인간과 비교가 불가능한 육체 능력과 물량이다. 만약 각성자가 화이트 랭크부터 마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면 각성했어도 그린스킨에게 먹혔을 거다.
그렇다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