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91
피가 흐르는 손으로 억지로 쥐고 있던 칼을 차버리고 목을 움켜쥐기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였다.
당연히 엘라는 내 옆에 섰고.
“야.”
“컥?! 컥!”
“그린스킨 좀 썰고, 각성자도 썰고 하니까. 세상에 네 것 같아?”
“크헉?!”
텁―. 텁텁!
목을 잡은 손을 빼내려고 어떻게든 발버둥쳤지만, 내가 말하지 않았나. 랭크의 차이는 벽이 존재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옅은 노란색 마력을 보면 자신감을 가질 만 했다. 아마 이 여자는 자신의 쉘터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가장 강한 각성자였을 거다. 그러니 다른 일행도 없이 혼자 여길 찾아와서 깽판을 부린 거겠지.
화르르.
마력을 일으키기 무섭게 연한 녹색 마력이 불꽃으로 화해 내 몸을 감싼다.
“컥?!”
그걸 보고는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놀라는 기사 여왕. 당연하겠지. 이 시기에 어떤 미친놈이 그린 랭크를 달성하겠나.
그제야 체념의 빛이 눈에 맺힌다. 간신히 옐로 랭크에 올라 기고만장하던 기사 여왕은 이제 없다. 아마 동일한 랭크인 같은 옐로 랭크였다면 이런 식으로 압도하지 못했을 거다. 어쨌든 기사 여왕은 전투 클래스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였고, 재능이 있는 각성자였으니까.
“자비를 베풀었으면 고맙습니다 하고 절은 못 할망정 검을 빼들어?”
“큭!”
이미 의지가 꺾인 기사 여왕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걸 보자마자 손을 털어버렸다.
“쿨럭! 커헉! 쿨럭!”
주저앉아 갑자기 찾아온 산소를 만끽하며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기침하는 기사 여왕을 일별하고,
“꺼져. 다음에 덤비면 진짜로 목을 잘라줄 테니까.”
성벽으로 이어진 돌계단에 발을 올리려는 찰나,
“제, 제발!!”
비명과 같은 애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파괴(破壞)님을……. 제발.”
울면서 애원하는 그녀의 부탁을 나는,
“뭔 소리야. 저게?”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히 무슨 개소리냐고 자세하게 물어야 했다.
[마스터. 상관하실 일이 아닙니다.]반지의 에고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분명히 그랬을 거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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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와 예약 날짜 설정을 잘못했네요.
일주일에 1회 연재를 하면서 수요일쯤에 연재 분을 예약으로 올리는데.
달력이 넘어가면서 착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어휴. 이런 정신으로 뭘하겠다는 건지.
저도 제가 한심할 때가 많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월요일 출근 힘내세요!
또라이 일정 성분비의 법칙
맨체스터에 도착한 지구의 의지 파괴(破壞)는 거대한 쉘터로 변한 경기장으로 향했다. 돔형태로 외부와 완벽한 차단을 할 수 있는 종합 경기장인 이곳이 파괴가 전적으로 애정하는 다이애나 프린스가 다스리는 쉘터다.
늦은 밤과 새벽 사이의 시간에 그곳에 도착한 파괴는 다이애나가 잠든 모습을 바라보다가 결심한 것처럼 의지를 세웠다.
그는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카르마 포인트와 지구의 의지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카르마 포인트에 손을 대기로 했다. 이미 일이 벌어진 이후에는 소비한 카르마 포인트는 되돌릴 수 없으니까.
‘지금이 적기야. 다들 흥분해서 카르마 포인트의 유동에 관심이 없을 테니까. 다이애나가 카르마 포인트를 모두 사용한 이후라면 그걸 되돌릴 방법이 없어.’
그렇게 상황을 모두 파악한 그가 막 의지를 일으켜 다이애나에게 카르마 포인트를 넘기려는 찰나,
“거기까지.”
언제 나타났는지 조금 전까지 지구의 심층에서 모여 자축하던 지구의 의지들이 모두 옆에 서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파괴.”
“…….”
“아, 네가 무슨 짓을 하려던 건지는 알아. 카르마 포인트를 저 인간에게 넘기려고 했다는 것도. 내가 묻는 건 왜 그런 짓을 하려고 했냐는 거야. 그렇게 하면 계약 위반이라는 걸 아는 네가.”
파괴는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재신이 여기 나타났는가. 조금 전까지 이요한의 이름을 외치며 흥분하던 이들까지 대동하고.
“어떻게 여기 있냐고? 하. 파괴야. 파괴야. 너는 내가 누군지 몰라?”
“안다.”
“아니. 모르는 것 같아서 그래. 나 재신(財神)이야. 재신. 재신이 관리하는 재화를 몰래 빼돌린다? 그게 가능할 것 같아?”
“…….”
파괴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런 파괴의 행동에 지구의 의지들은 드물게 감정을 보였다.
배신감? 슬픔? 연민?
천만에!
“네가 하려는 행동이 무슨 일을 불러올지 알기나 해?!! 이 미친 새끼야!!”
그것은 분노였다. 그것도 사방으로 튀기는 번갯불처럼 조금도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분노 말이다.
“대답해! 이 새끼야! 뭐 잘했다고 고고한 척 입을 닫고 있어!!”
입이 없지만, 그 부분에 토를 다는 지구의 의지는 없었다. 그 원색적인 비난에,
“카르마 포인트가 그렇게 아까운가? 내가 사용해봤자 얼마나 쓴다고. 너도 그 이요한이라는 인간을 편애하지 않나.”
파괴도 발끈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 짜증나! 짜증나!! 아 씨발!! 짜증나!! 이 병신 새끼 때문에 진짜 짜증나서 돌아버리겠어!! 설명하기 싫은데! 설명 안 하면 지가 뭔 잘못을 했는지 모를 거고! 그럼 또 저렇게 병신 같은 소리를 하겠지! 아 짜증나아아아아아아!!”
재신이 마치 땡깡을 부리는 미운 4살 아이처럼 바락바락 짜증을 부리자 파괴도 참지 않고 자신의 힘을 드러냈다. 하지만 파괴는 곧 힘을 거둬들였다. 주변에 자신을 포위하듯이 차지하고 있는 다른 지구의 의지들에게서 힘이 아니라 ‘살기’가 전해졌기에.
“왜……?”
상황이 그렇게 된 후에야 파괴는 자신이 뭔가 큰 잘못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그게 범상치 않은 것이라는 것도.
“재신. 그만 흥분하고. 설명부터.”
지구의 의지 중 하나인 생명이 그렇게 재신을 몇 번이나 달래고 나서야 재신은 숨을 쉬고는 살기를 줄줄이 흘리면서 의념을 전달했다.
“잘 들어. 이 빌어먹을 새끼야. 이번에 그린스킨이 위반한 계약 사항이 뭐야.”
“그거야…….”
“그거야 뭐! 말을 똑바로 하라고!!”
“권능을 다루는 존재가 개입했기 때문이잖은가.”
“그렇지? 정확하게는 권능을 다루는 존재가 차원의 주력 생명체가 참여하는 차원 공방전에 ‘직접’ 개입했기 때문이지. 또한, 우리가 차원 공방전에 직접적으로 끼어들지 못하고 죽은 침략자들의 시체에서 회수한 카르마 포인트로 아이템을 지급하는 이유는?”
“그건…….”
“뭐! 똑바로 말하라고!!”
그제야 파괴는 자신이 한 잘못이 무엇인지 알았다.
“우리가 권능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 그러니까 내가 요약해서 멍청한 너 새끼의 대가리에 똑똑히 새겨줄게. 넌 방금 그린스킨 놈들이 한 것과 같은 짓을 하려고 한 거야! 그것도 네가 가진 카르마 포인트만 쓰는 게 아니라! 우리의 공동 카르마 포인트까지 써서!!”
“…….”
“그럼 그게 왜 문제냐? 최악의 최악으로 네가 가진 카르마 포인트만 썼다면 어떻게든 너 혼자의 배임으로 몰아갈 수 있어. 그럼 너는 소멸하고, 저기 눈을 뜨고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린 저 인간 년의 영혼을 1억 년 정도 절망에 절여놓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
재신은 어느샌가 잠에서 깨 놀란 눈으로 지구의 의지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는 다이애나를 가리키며 폭풍처럼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너 새끼가 공동 자금에 손을 대서 저 년에게 주었다? 그건 우리 지구의 의지가 전부 연루된 셈이 되는 거야. 그럼 어떻게 될까? 앙?!”
“나, 나는……!”
파괴가 하려던 변명이 어떤 건지 지구의 의지는 모르지 않았다. 그들뿐만 아니라, 잠에서 깨서 놀라 지켜보던 다이애나조차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너 때문에 이번 계약 위반이 흐지부지될 뻔했어. 아니지. 오히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자신들이 방문한 직후 이런 일을 벌였다며 더 강한 페널티를 부여했을 수도 있어. 그것들 하는 짓을 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아.”
“자, 이제 네가 한 병신 짓이 어떤 건지 대충 이해했지?”
파괴는 아무런 말도,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이건 전적으로, 무조건, 죽었다가 깨어나도 그의 잘못이다. 무엇보다 공용 카르마 포인트에 손을 댄 일과 그로 인해 벌어졌을 여파는 그가 생각해도 아찔했다.
사실 이건 파괴가 멍청해서 벌어진 일이긴 하다. 지구의 의지는 대부분 그 이름을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 재신이 흐름과 이성적인 상황판단에 뛰어난 것처럼, 파괴는 전투적인 부분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보인다.
단순하게 비교하자면 무력 100에 지력 2 정도랄까?
파괴는 그런 존재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될 지도 알겠지?”
“그…래.”
파괴는 그렇게 긍정하고 여러 감정과 걱정이 담긴 의지를 담아 다이애나를 바라보다가 순순히 지구의 의지들에게 끌려갔다.
이게 바로 평화의 날 첫날에서 둘째 날로 넘어가는 새벽에 영국 맨체스터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 * *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애원하며 울다가 전투 여파가 더해져 기절한 기사 여왕이 다시 깨어나서 한 이야기를 들었다. 듣지 않고 보낼 수도 있었다. 반지의 에고(Ego)도 무시하라고 권유했으니까.
그러나 왠지 들어보고 싶었다. 일종의 직감이라고 할까?
그리고 두서도 없고, 앞뒤도 이상했지만, 그래도 어떤 상황인지는 대략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니까……. 여태 너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지구의 의지가 있었는데. 이틀? 사흘? 아무튼 며칠 전에 끌려갔다? 다른 지구의 의지에게?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대화가 느껴졌고?”
“…네.”
이건 어떤 의미에서 진귀한 경험이다. 아마 이 세상에 게임이었다면 업적 정도는 하나 뜨지 않았을까? 나도 경험하지 못한 지구의 의지들의 회동이라니.
“그래서 너는 지금 네 담당 지구의 의지를 구원해주길 바라는 거고?”
“마, 맞아요.”
“음. 그렇구나.”
이해했다. 이해는 했다. 그런데,
“내가 왜?”
“네……?”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그건!!”
이상하잖은가. 무려 카르마 포인트를 주려고 했단다. 예전에 반지의 에고가 그랬나? 누가 그랬다. 우리 각성자가 사용하는 카르마 포인트와 지구의 의지들이 다루는 카르마 포인트는 단위 자체가 다르다고.
원과 달러 수준이 아니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런 지구의 의지 중 하나가 카르마 포인트를 넘긴다? 그 말은 곧,
“너. 그동안 대놓고 편애를 받았지?”
나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애를 받았다는 뜻이리라.
“…카르마 포인트 획득에서 약간의 이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당신도!”
“이 난리가 일어난 첫날. 아니지. 각성하고 나서 그린스킨 한 마리에 카르마 포인트 얼마?”
“예? 어, 어. 대략 250? 300?”
이것 보라고. 솔직히 말이 안 되잖은가. 뭐가 말이 안 되냐고?
총사령관이 자존심 덩어리라서 집착하듯이 그린스킨을 만 단위에서 시작해서 66일이 이후에는 십만이 넘는 그린스킨으로 우리 영지를 공격했다. 그렇게 해서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이 오른 경지가 옐로(Yellow) 랭크다.
그래. 지금 기절해서 깨어난 기사 여왕과 같은 랭크.
그런데 기사 여왕이 벌써 옐로(Yellow)?
우리 영지처럼 수만, 수십만의 그린스킨의 침공을 받았으면 가이아 게시판에 올라왔어도 벌써 올라왔을 텐데?
“올리비아. 우리는?”
“평균 100입니다. 90대도 있었고, 가끔 110까지도 존재했습니다.”
그때 첫날에 올리비아를 시켜서 체크하라고 했었다. 그렇기에 올리비아의 대답은 즉시 튀어나왔다. 마치 준비한 사람처럼.
“그, 그런……? 거, 거짓……! 흡!”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려던 기사 여왕은 내 뒤에 선, 어떻게 보면 그녀와 같은 지위를 지닌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의 살기에 입을 다물었다.
“막 내가 그린(Green) 랭크에 여기 애들이 다 옐로 랭크니까 다 너 같다고 생각하나 보지? 어디보자. 우리가 첫날. 그러니까 침공이 시작된 날. 그날 우리가 몇 마리의 그린스킨을 때려잡았을 것 같냐? 대충 찍어봐.”
“……처, 천?”
“저런. 네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최대치인가보네? 어쩌냐. 우리는 첫날. 수천 마리의 그린스킨과 전쟁을 치르고 승리했다.”
“……!”
“그 뒤에? 얼마 전까지는 수십만 그린스킨이 매일 침공했고, 침식자와 그린스킨을 합쳐 천만에 달하는 침공군과도 전쟁을 치렀지. 전투가 아니라 전쟁을 말이야. 우리의 랭크는 그렇게 완성됐어.”
[그렇습니다. 우리는 계약이 정한 규범 아래에서 마스터와 마스터의 영지를 최대한 지원했습니다.]“그리고 어디 보자. 너 그 검. 목걸이. 반지. 상의와 하의. 그리고 신발까지. 모두 아이템이네?”
기절했을 때 이미 살펴봤다. 마력을 약하게 안개처럼 뿌리자 아이템의 기능이 발동하면서 각자 빛을 냈다.
“보니까 붉은색은 아예 없더라? 최하가 노란색인 민담(Folktale) 등급이고, 초록색인 역사(History) 등급도 있더라? 검은 파란색인 거 보고 솔직히 어이터질 뻔했다. 설화(Legenda) 등급이라니.”
물론 내게는 창세 등급이라는 아이템이 존재한다. 그리고 역사 등급의 무기도 있다. [어궁구(御弓具)]라고 이성계가 쓰던 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