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92
그럼 나나 얘나 별반 다를 거 없는 거 아니냐고?
오히려 신화 등급의 목걸이가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설기의 목에 걸려 있으니 내가 아이템은 더 빵빵한 거 아니냐고?
아이템을 얻는 과정에서 얼마나 운이 좋았나를 직관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 회귀 전 가이아 게시판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진 방법이다.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획득 대비 아이템 보유 목록을 보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정확하진 않으나 약 9천만 이상의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했다. 그동안의 전투를 통해서.
반면에,
“지금까지 획득한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얼마나 되지? 내가 맞춰볼까? 신체 스탯을 옐로 랭크 초반까지 밖에 스탯을 올리지 못한 걸 보면 거기까지 들어가는 포인트가 한 60만? 특수 스탯도 전투 계열일 테니 같은 수준의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했겠지? 그럼 120만?”
이 기사 여왕이라는 여자는 천만도 얻지 못했다.
이것만해도 엄청난 거다. 120만이라니. 이제 종말이 시작되고 반년이 되지도 않았는데 백만 단위를 먹은 기사 여왕이 괜히 이후에 지구에서 가장 강한 각성자 중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여기서 문제는,
“120만 포인트라. 비슷한 사람이. 어디 보자. 네이선!! 얼마 전에 옐로 랭크 찍었지?”
“맞습니다.”
“아이템 몇 개?”
“두 개 있습니다. 민담 등급 검과 민담 등급 갑옷입니다.”
획득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대비 아이템이 비교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자. 보자고. 넌 카르마 포인트 획득에도 이득을 봤어. 아무리 줄여도 최소 2배. 다시 말해 우리보다 2배로 적게 잡고도 쉽게 랭크를 올렸지. 그리고 아이템도 착착 획득하고. 와! 개부럽네?”
“…….”
“난 비각성자 수십만을 지킨다고 뭐 빠지게 노력했는데. 그건 뭐 내가 필요해서 하는 거니까 넘어가고. 그런데 야, 솔직히 정석대로면 60만도 못 얻었을 정로도 그린스킨을 사냥하고 설화 등급 무기는 선 넘었지. 그것도 엄청.”
“…….”
기사 여왕은 그때가 돼서야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나와 다른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이미 늦어도 엄청 늦었고, 도움을 요청할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제대로 잘못 찾았다.
“근데 나 이런 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생각났다! 예전에 무슨 스트리머가 스트리밍 회사 매니저랑 사귀어서 온갖 혜택을 받았던 사건! 그거랑 완전 판박이네!”
누군가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린 말에 기사 여왕의 고개가 더 밑으로 꺼진다. 도저히 얼굴을 들어 우리를 볼 자신이 없다는 듯이.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너 죽이고, 우리가 받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에게 이르고 싶은데.”
[마, 마스터?!]반지의 에고가 기겁하면서 나를 부르지만 무시했다. 솔직히 엄청 서운하기도 했고. 지구의 의지들 중, 이 여자의 담당 의지가 이런 혜택을 주는 걸 아는 의지가 하나도 없었을까? 정말?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유희라고 판단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내가 죽거나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보험 하나를 들어놓은 것일 수도 있다.
사정이야 어쨌든 몰랐다면 모를까 이렇게 알게 된 내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다. 아니, 나쁘다.
“너도 쓸만한 각성자겠지. 네 쉘터에서는. 그래서 살려두는 거다. 네 쉘터 소속 생존자를 위해서. 꺼져.”
기사 여왕은 차가운 내 말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영지를 벗어났다.
[마스터. 그런 거 아닙니다. 진심이에요!]“알았어. 무슨 소린지. 그렇다고 내가 억지로 기분이 더러워진 이 상황조차 막으려고 하지 말라는 거야. 이성적인든, 감성적이든 장기말이 된 난 기분은 더러우니까.”
[…알겠습니다. 저 잠시만요.]반지의 에고가 조용해졌다. 아마 지구의 의지들을 만나러 갔으리라. 이미 정황상 몇 번 그랬던 적이 있는 것도 같으니 100%일 거다.
“어휴. 빌어먹을. 역시 사람이 모이면 꼭 또라이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니까. 불편의 법칙이야. 설마 우리 영지 앞에서 개또라이짓을 벌이는 놈이 둘이나 나올 줄이야.”
“저, 저는…….”
일부러 기사 여왕과 대화를 옆에서 보게 한 게이머가 자신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다.
“넌 닥쳐. 내가 뭐라고 했지?”
“새, 생각을 하고 말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잊지 마. 생각을 하고 말하고, 생각을 하고 행동해.”
“네, 네네네!”
“대답은 한 번만 해.”
그렇게 몇 번 게이머를 말로 갈구고 있는데,
“오빠아~!!”
원정을 나갔던 유다연이 돌아왔는지 멀리서부터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어휴. 우리 다연이도 생각 좀 하면서 말을 해야할텐데.”
“오빠! 오빠!”
“무슨 일인데 이렇게 호들갑이야?”
“대박! 대박이야! 오빠!”
“뭐가 대박인지부터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호응이라도 해주지.”
하지만 유다연의 설명을 들은 이후,
“…미친.”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 도랐나?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안녕하세요.
일주일만에 인사드리는 심행입니다.
일주일 만의 연재라서 분량을 조금 더 담았는데.
그래도 만족스럽지가 않네요.
신들의 전장은 비정기 연재이며,
현재 저는 네이버 동시 연재가 시작되면 실시할 연참을 준비중입니다.
노오오오오오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날이 정말, 정말, 정말 덥네요.
독자님들 정말 건강 조심하세요.
이런 날 마스크 쓰고 다니려니 죽을 것 같네요.
영지를 찾는 사람들
“까하하하. 정말?”
“그래. 정말.”
“어쩜 하필 회귀를 해도 그날이었대? 그래서? 여자친구의 전화를 받고 뭐라고 했어?”
“뭘 뭐라고 해? 헤어지자는 말에 알았다고 했지. 너도 나 방송 나갔을 때, 같이 다녔잖아? 알면서 뭘 물어?”
“아니~. 오빠도 참. 잘 생각해보라고 하지 그랬어? 너 지금 나 차면 후회한다, 다시 돌아와서 바짓가랑이 잡아도 이젠 안 만나준다? 나 로또 됐다? 이런 거?”
“내가 왜?”
“그래놓고 다시 애원하면 차주는 맛이 있잖아. 이런 걸 사이다라고 한다고.”
“그딴 사이다 필요 없다. 그런데 그때 이야기는 왜 꺼내? 뜬금없이?”
“호호호. 오빠. 밖에 나가봐. 누가 왔나.”
“설마?”
“맞아.”
“진짜?”
“응. 오빠 전여친이 왔더라고. 오빠를 애타게 찾던데?”
― 영주와 수석 보좌관의 한담(閑談).
*
아침부터 몰려든 사람은 엄청났다. 아니, 이미 밤부터 성문 근처에 노숙하던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아침이 지나 해가 하늘 중앙에 도달했을 때, 길게 늘어진 줄의 끝은 성벽 위에 올라온 비각성자 아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만큼 길어졌다.
[소란을 피우면 죽는다.] [반항하면 죽는다.] [허튼짓을 하면 죽는다.] [허튼짓을 할 생각만 해도 죽는다.] [거짓말을 세 번 이상 하면 죽는다.]성문 양쪽에서는 저런 방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엘프가 녹음한 내용으로 뭘 하든 죽이겠다는 것처럼 보이는데, 잘 들어보면 죽을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그런 성문에서 엘븐나이츠를 지휘하는 건 노아를 대신해서 성문 경비에 나선 엘븐나이츠의 2조장이다. 다른 엘븐나이츠처럼 긴 이름을 가졌지만, 에리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그녀의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아 스트레스! 어머니 나무 밑에서 읽을 책이 아직도 많은데! 왜 갑자기 근무가 바뀌어서!”
“에리카님. 책 좀 그만 읽어요!! 대스승께서 훈련 건너뛰고 또 책만 파면 책을 다 불살라버린다고 하셨다고요!”
“그것도 그래! 난 마법산데 무슨 체력 단련이냐고!! 그리고 우리는 옐로 랭크에 막혀서 훈련 해봤자라니까?!”
“직접 말씀하시지 그래요? 조장?”
“…안 했을까? 했어! 했다고! 영감탱이가 들어쳐먹질 않잖아!!”
그런 그녀의 뒤로 영지의 주인인 이요한과 엘븐나이츠들에게 수석 보좌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유다연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막 발작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런데요, 그 오빠 플러스 카르마 확대해서 얻으려고 방송 같은데 출연 많이 했잖아요? 그때 연락 오지 않았어요?”
“아? 아아. 종말 전에?”
“네.”
“당연히 안 왔지. 아니, 못했지. 연락을.”
“왜요?”
“평범한 사람이 기업 회장 직통 번호를 모르는 것과 같지. 걔가 내 번호를 어떻게 알겠어?”
“아항! 그래서! 그래서 저렇게 당당하게 오빠를 찾는 거구나! 어쩐지!”
“글쎄……. 그렇지 않아도 당당하게 찾을 걸? 예전에도 머리가 좀 모자라고 뻔뻔했으니까?”
“…왜 그런 여자를.”
나도 의문이다. 회귀 전에 내가 왜 그 여자랑 만났었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연애 초기에는 그래도 풋풋하고 착한 여자처럼 보였던 것 같은데 말이지.
“그 여자, 오빠 전 여친이요. 이름이 뭐예요?”
“이름? 이름. 이름이라……. 그러게. 이름이 뭐였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전 여친을 만나러 가는 길. 내 옆에는 유다연과 엘리아나가 있었다
“엘라. 미안한데 팔짱도 좀 끼워줄래? 그래야 할 일이 있어서.”
“좋아요!”
해맑게 웃으며 잽싸게 오른팔을 가슴 사이에 끼워 넣고 자신의 팔로 내 팔을 감싸 안는다. 이게 공격이었다면 절대로 못 막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어? 어. 고마워?”
“아니에요~.”
확실히 신이 났다. 아무래도 팔짱을 낀 게 아니라 팔짱을 당한 느낌인 건 착각일까?
“착각이에요.”
“그래.”
영지 내에서 영지민의 이동속도가 가속된다. 이건 속도가 빨라지는 느낌이 아니라, 땅을 접어 달리는 느낌에 가깝다. 그것도 영지 랭크가 상승할수록 이속은 증가한다. 그렇다면 영주와 가신은?
가장 늦게 북문 성벽을 내려왔음에도 가장 먼저 남문 성벽 근처에 도착했다. 내성 근처에 위치한 [치료소]에서 성문까지 고작해야 다섯 걸음이면 충분했다.
스무살의 풋풋함과 생명력이 드러나는 유다연과 미의 화신인 하이엘프 엘리아나를 양 옆에 끼고 걷는 사이,
“보스.”
내 요청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올리비아는 미녀 커리어 우먼의 결정체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생각해보라. 이 망해가는 세상에서 깨끗한 옷과 화장과 립스틱은 물론이고 아이라인까지 그린 여자‘들’과 꼬질꼬질한 모습을 한 여자가 마주한다면?
“왜 이렇게 시끄러워?”
성문 위에 내가 나타났기 때문일까? 소란스럽던 북문 주변부터 멀리까지 마치 누군가 차례로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는다. 북문에서부터 멀리까지.
“요, 요한 오빠!”
그 정적을 깨고 나를 부르는 이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흐응~? 오빠, 저 여자 아는 사람이야?”
요망한 유다연이 타이밍 좋게 그렇게 물으면서 엘라가 차지한 오른팔이 아니라, 반대쪽 왼팔을 끌어안으며 묻는다.
“마지막에 나한테 쌍욕하면서 연락하지 말라고 했던……. 아, 이름이 뭐였지? 아무튼, 전 여자친구였던 여자 사람?”
“엥?! 오빠한테?”
약간은 오버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과장되게 높인 유다연의 목소리는 성문 주변을 너머까지 퍼졌다.
“그래.”
그렇게 집중된 시선 속에서 내가 담담하게 긍정하자 여러 의미를 담은 시선이 저 밑에서 내 이름을 팔던 여자에게 집중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 여자에게 어떤 감정 같은 게 있는 게 아니었다.
유다연이나 올리비아가 기대하는 그런 복수 같은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직접 나타나 이 저열한 연극 같은 장면을 꾸민 이유는 내 이름을 팔 것들이 저 여자가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예상 때문이다.
“내가 한 명령에 내 지인은 특별히 봐주라는 내용이 있었던가? 물론 저 여자는 내 지인이 아니지만.”
“아닙니다.”
“아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