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94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듣고서야 그게 자신의 팔꿈치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조쉬는 뒤늦게 깨달았다.
“어?”
“아저씨. 양아치예요?”
언제 왔던 걸까? 바로 옆으로 다가온 중학생처럼 보이는 백인 아이의 손에는 주황색 마력이 넘실거리는 ‘검’이 쥐여 있었고, 그 검에서는 피가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아아악!!”
그제야 고통이 느껴지며 현실을 인지했는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은 조쉬였으나,
“내가 벌써 이 짓을 사흘째 하는 중이거든요? 진짜 너 같은 새끼들은 왜 이렇게 많은 걸까요? 죽여도 죽여도 또 나오네요? 바퀴벌레처럼.”
그의 비명은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어린 각성자에게는 말이다.
“하아. 영주 님이 보시면 또 상심하시겠지? 우리 마음 약한 영주 님이라면?”
“당연하지. 이딴 쓰레기들은 언제 또 생겨난 건지.”
“됐어. 죽이자. 그냥.”
“거기 뒤에 있는 분들은 가던 길 가세요. 유토피아로 가는 길이죠?”
“네? 아, 네!”
팔꿈치 아래가 잘려서 피를 흘리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태연하게 자신들끼리 만담을 나누던 이들이 하마터면 인질이 될 뻔한 이들을 향해서 따뜻하게 건넨 질문에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로엔. 네가 좀 안내해드려.”
“그래요. 제가 바로 그 유토피아의 영지민이거든요. 안내해드릴게요. 따라오세요. 아, 여기 물 좀 드시고요. 거기 아이가 많이 놀란 것 같은데.”
태연하게 건넨 수통에 가득 담긴 물은 무려 지금 세상에서 구하기 힘들다는 깨끗하게 정수된 물이었다. 가족 중, 어린 딸에게 조심히 물을 먹이고, 각자 한 모금씩 소중하게 마신 물이다. 그러다 보니,
“죄, 죄송합니다.”
어느새 작지 않은 물통에 담긴 물이 모두 사라졌다.
“괜찮아요. 전 영지 안에서 다시 받으면 되니까. 이동하죠.”
그 말이 이 불쌍한 가족의 무언가를 건드린 걸까? 부모는 뜬금없이 눈물이 터져버렸고, 울고 있는 부모를 본 아이들도 덩달아 눈물을 보인다. 우는 아이들을 보는 부모는 더 눈물보가 터졌고.
“어? 어어. 내가 뭔가 실수라도 한 걸까?”
로엔이라고 불린 단발머리의 여자아이가 더듬거리며 물은 말에 중년의 부부가 대답하기도 전에,
“맞아. 분명히 니 잘못이야. 로엔.”
“맞음. 성격 더러운 로엔.”
“응. 당연히.”
“Absolutely.”
“다, 닥쳐!”
로엔의 일행의 대답이 쏟아졌다.
“아닙! 아닙니다. 그냥 이런 온정을 받아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엄마로 보이는 중년 여인의 대답이 나오기 전까지 로엔을 놀려댔다. 분위기만 보면 종말 전 평범한 아이들의 대화처럼 보였다. 로엔이 가족을 데리고 멀리 가기 전까지도 분명히 그랬다.
“이제. 우리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할까? 아저씨들?”
분명히 그랬다. 조금 전까지는. 지금 살기를 줄줄이 흘리는 이 어린 각성자들이 조금 전 그 각성자들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만큼.
* * *
유토피아, 이요한의 영지로 향하는 길에서 생존자를 납치하려던 빌런들을 사냥하고 있던 시기에 유토피아에서 1km 이상 떨어진 제법 커다란 성당에 일련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주의 참된 말씀을 모르는 저 불쌍한 사람들을 우리가 나서서 인도해야 합니다.”
“아멘.”
“아버지.”
…
이들은 대전이 날에 유토피아 나타났다가 이요한에게 쫓겨난 종교인들과 평화의 날에 유토피아를 찾았다가 쫓겨난 이들이 모인 단체였다.
개신교의 여러 종파는 물론이고, 천주교와 정교, 오리엔트 정교를 비롯한 기독교라는 카테고리가 대통합을 이루면서 이들의 수는 적지 않은 숫자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이들이 그린스킨의 침공을 막을 수 있었던 건 그린스킨들이 이요한의 영지에 집중했기 때문도 있지만, 이 그룹에 속한 각성자들 때문이다.
본래 힘을 가진 사람이 깊은 신념을 가지면 능력보다 더 강해지곤 한다. 마치 성기사처럼 종교라는 아래 뭉친 각성자들은 빠르게 강해지고, 비각성자를 각성자로 만들어내는데 열정을 쏟으면서 각성자 전력이 빠르게 늘어났다.
물론 각성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요한이었다면 그린스킨을 죽였음에도 각성하지 못한 사람은 ‘고쳐 쓸 시도조차 하지 못할 인간’으로 지정하고 내쫓았을 텐데, 이들은 ‘형제님, 자매님.’하면서 서로 뭉치게 되었고,
“자! 저 소돔과 고모라 같은 땅을 향해 다가가는 어리석은 양들을 우리가 구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아멘!”
이들은 어딘가 그들이 믿던 종교에서 많이 달라졌다.
우르르 떼를 지어 사방으로 흩어진 이들은 유토피아로 오는 이들을 발견하면,
“아, 고생하셨어요. 편안한 잠자리와 안전한 쉘터가 있어요.”
“어머. 자매님. 힘드시죠? 잠시 저기 앉아서 쉬시면서 좋은 말씀을 들어보시겠어요?”
“아! 이요한 형제님이요? 알죠. 잘 압니다.”
“유토피아요?! 저희가 바로 유토피아입니다.”
지친 생존자들을 둘러싸고 정신을 쏙 빼놨다. 그리고 거짓말 혹은 반강제적으로 아니면 힘으로 생존자를 끌고 성당으로 향했다.
“여, 여기는 유토피아가 아니잖아요!”
“당신들! 이요한 회장님과 아는 사이라면서요!!”
그러다가 결국에는 자신들이 이요한의 영상에 등장한 성벽에 둘러싸인 안전지대가 아니라, 커다란 성당으로 이동하는 걸 깨달은 이들이 반발하면,
“어리석은 자들이!”
“주여. 이들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
저런 말을 지껄이면서 강압적으로 끌고 갔다. 그러다가 종종 반항하는 각성자는 폭력으로 제압해서 성당 안으로 끌고 갔다.
이들이 전도라는 행동으로 생존자를 납치해 성당 안으로 들이는 이유는,
“다녀왔습니다. 지민석 목자님.”
이 성당을 쉘터로 만든 ‘목자’라고 불리는 남자, 지민석 때문이다.
“수고하셨습니다. 형제님. 덕분에 오늘도 주님의 성전이 더 안전하고 풍요로워지겠군요.”
지민석은 이들 종교 단체를 이끄는 각성자로, 고유 능력이 쉘터 계열이다. 그것도 [교회 건설]이라는 특이한 계열의 쉘터를 건설할 수 있다.
그의 고유 능력 [교회 건설]은 이요한의 고유 능력 [영지]처럼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쉘터로 지정한 곳이 교회 혹은 성당이어야 하며, 쉘터를 선포할 때 소속된 교인의 숫자가 100명이 넘어야 한다.
이요한의 [영지]가 그랬듯, 조건이 필요한 쉘터는 조건을 갖추면 효과가 뛰어나기 마련이다. 이들이 쉘터로 삼은 이 성당 안에서 ‘불신자’는 여러 디버프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럼 이들이 왜 생존자를 납치하다시피 해서 데려왔을까?
그 원인은 특수 스탯에 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고유 능력의 랭크를 올리기 위해서는 특수 스탯의 랭크가 상승해야 한다. 이요한이 [위엄] 스탯을 올리기 위해서 플러스 카르마를 투자하는 것처럼.
지민석의 특수 스탯은 [신앙]이다. 당연히 그도 초기 화이트 랭크 일 때는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투자해서 스탯을 올렸다.
하지만 레드 랭크에서부터 특수 스탯 하나를 올리는데 필요한 포인트가 1,000이다. 지민석의 입장에서는 10만이라는 스탯은 감히 엄두가 나지 않을 수치였다.
무엇보다 쉘터 내부 시설을 더 쾌적하게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도 플러스 카르마가 들어간다. 즉, 이요한처럼 쓸데는 많은데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는 부족한 상황인 셈이다.
그래도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지민석과 간부들은 이걸 ‘주의 뜻하심’이라고 말하긴 했다― [신앙]을 높일 방법이 있었다.
신자를 늘리면 된다. 신자 한 명당 레드 랭크 스탯이 0.2가 오른다. 최초 화이트 랭크였을 때도 [신앙] 스탯이 55로 시작했기에 지민석은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를 투자해 레드 랭크로 스탯을 올릴 수 있었던 거였다.
문제는 그가 자리 잡은 성당 주변에는 생존자가 없다는 거다. 이요한의 유토피아와 거리가 있다지만, 그렇게 멀리까지 떨어져 있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의 고민이 길어지기 전에 ‘평황의 날’이 시작되면서 유토피아로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전 세계에서.
이러니 주의 뜻하심 어쩌고 하지 않겠냐고. 첫날엔 그래도 조심하는 기색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첫날에만 무려 오십 명이나 되는 생존자를 전도―라고 쓰고 납치라고 읽는― 했으니 다음 날부터는 눈치도 보지 않았다.
“그러니까 납치를 당했다?”
행동이 조심스럽지 않게 되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고,
“네네! 이, 이상한 종교단체에서……. 부모님이 납치되셨어요! 도, 도와주세요!”
실수로 발생한 생존자가 향할 곳은 뻔하다. 이요한이 있는 영지 유토피아다. 남루하고 지친 기색의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동쪽 성문에 도착한 것은 평화의 날이 시작되고 엿새가 지난 후였다.
“영주님께 보고드려.”
“네!”
엘븐나이츠 중 하나가 빠르게 영지 안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확인한 아이가 그대로 쓰러졌다. 긴장 속에서 유토피아까지 달려왔다가 긴장이 풀리자 그대로 기절한 것이다.
“물의 정령 소환해서 아이 좀 살펴.”
“네. 운다인. 도와줘.”
물의 중급 정령이 쓰러진 아이를 물로 감싸고 시간이 지나 아이가 정신을 차릴 무렵,
“납치라고?”
영지 주인인 이요한이 어처구니없다는 감정을 숨김 없이 드러내며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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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일주일에 한 번씩 인사드리는 심행입니다.
이제 99화까지 얼마 안남았네요.
열심히 비축분을 모으겠습니다.
날이 정말 덥고 습하네요.
독자님들 건강 조심하세요!
아포칼립스와 종교
96. 아포칼립스와 종교
내가 인간에 대한 실망을 한 건 이미 오래 전이다. 회귀 전에 이미 충분히 실망을 맛 봤다.
그렇잖은가.
자신들을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포기하며 쉘터를 넓히고 관리한 게 나라는 인간이다. 그런데 그런 나를 뒤통수쳐서 식물인간으로 만들고는 빨대를 꽂고 10년 가까운 세월을 권력을 누린 게 인간이다. 그것도 믿었던 이들.
그러니 내가 인간에게 기대가 있겠나?
종교쟁이를 왜 내보냈냐고? 종교인은 반드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나 그 믿음의 정도고 신실하면 신실할수록. 반드시.
그래서 처음에 납치라는 말을 했을 때도 평화의 날 이후 영지 주변을 순찰하는 순찰대에게 맡겨도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넘기려고 했다. 그 주체가 종교인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야기를 듣자마자 달려온 것도 그래서였다.
“납치라고?”
“영주님. 오셨습니까?”
“어. 오늘도 노아가 성문 담당이야? 내가 올 때마다 성문 담당인 것 같네?”
“…제가 맡을 때마다 사고가 터지는 것 같아 송구합니다.”
“응?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
“네. 감사합니다.”
진짜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어째 돌려 까는 모양새가 됐다.
“엘라. 웃지만 말고 아니라고 좀 해줘.”
난감한데 속도 모르고 그저 쿡쿡 거리면서 입을 가리고 웃는 엘라를 괜히 타박했는데,
“주인님. 노아도 알고 있는 거예요. 장난 치는 겁니다. 쿠쿠쿡.”
“…진짜?”
“엘프는 참과 거짓을 본능적으로 구분할 줄 아니까요.”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저렇게 말하는 게 장난츨 친 거라고? 아니 왜?
“흠흠.”
살짝 붉게 달아오른 볼을 만지며 헛기침을 하면서 내 눈을 피하는 걸 보니 엘라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럼 다행인가? 편해졌다는 뜻이니까? 난 아직도 마기스테르 빼면 엘븐나이츠가 좀 어색해서.”
“오히려 저희가 어려워합니다. 영주님께서는 성녀님의 주인님이시니까요. 다만 저 같은 경우는 며칠 전에 그 이상한 말투를 쓰는 남자를 영주님이 말로 패주신 이후에 좀 편해졌습니다.”
“아아. 그 새끼. 그 새끼 요즘 뭐하지? 시간 날 때마다 갈궈줘야 하는데.”
게이머 놈이 어디 짱박혀 있는지 며칠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눈에 보일 때마다 말로 갈궈서 나를 피해다니는 것 같은데.
“일단 이거부터 해결하고 그 새끼 찾으러 간다.”
“네. 영주님. 그때는 저도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게이머는 다들 별로 안 좋아하는데, 특히 유다연과 ‘노아짱’이라고 불린 노아가 가장 싫어한다. 유다연하고는 이미 1:1로 맞짱도 떴다. 게이머가 졌지. 온갖 버프와 신성 주문을 몸에 걸고 작은 유다연의 허리까지 오는 커다란 메이스를 들고 달려드는 모습에 기겁하며 도망다니기 바빴다.
“일단 납치부터 들어보고. 아이야. 괜찮니?”
몸을 낮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묻는 말에,
“네? 네, 네! 어, 어. 저는 괜찮아요. 어, 엄마랑 아빠가…….”
“그래. 그 이야기도 들었단다. 그럼 그 납치한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 나니?”
“네! 저 길 잘 찾아요!”
“그렇구나. 뭐라고 하면서 강제로 데려갔는지도 기억나니?”
“우움……. 좋은 말씀? 좋은 말? 전해준다고 했어요. 물도 준다고 했고요. 그리고 자기들이 유토피아에서 나왔다고도 했어요.”
“그래?”